[클민루] 나는 펫 16 W. 냉동만두 루한은 잠시 사태파악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두 눈을 깜빡깜빡. 또 깜빡깜빡. 누가 누구랑 바람을 피워? 장이씽이랑? 민석이가? "에라이 병신아!!!!!" "벼엉신?" 루한은 크리스 먹으라고 내왔던 조각 케이크를 얼굴로 던져버리고 싶었다. 아니, 조각같은 그 얼굴을 조각조각 잘라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떻게? 조각조각 땃따따!! 부셔보고 땃따따!!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진짜야. 내 말 믿어." "민석이가 너냐? 넌 백현씨랑.. 우우웁!!!" "Shut up. 종대씨도 있는데 그 얘기 할래?" "아오, 손맛 드럽게 짜네. 얘기해! 해보라니까? 새끼야. 난 찔릴 거 하나 없거든?" "찔릴게 없어? 진짜?" "없어. 김민석 건다." "오.. 이렇게 세게 나온다 이거지?" "재수없게 쳐웃지마. 존나 못생김." "요즘 니 좋다고 따라다니는 사람 있잖아. 그...오세...뭐더라?" "세훈이?" "이름도 알아? 걔가 너 그렇게 좋아한다고 그랬다며." "내가 좋아하냐? 걔가 나를 좋아하는거지. 민석이도 알아. 왜 혼자 뒷북 치고 지랄? 됐고, 헛소리 들을 시간 없거든? 종대도 퇴근 시켜야되니까 빨랑 쳐먹어. 둘 다 누구랑 달라서 그럴 인물들 아니야." "아 쫌 믿으라고! 내가 들었다니까?" "뭐, 뭐, 뭐, 뭘 들었는데?" "아프다 하고, 살살 한다 하고, 아 잠깐만, 생각해보니까 기분 더럽네. 우리랑 하는 건 아파서 싫고 장이씽이랑 하는 건 좋댄다. 김민석이 자기 입으로 그랬어." "어디서." "화장실." 크리스는 심각해진 루한을 바라보며 포크로 케이크를 한 입 떠먹었다. 그럴 만도 했다. 자신이 둘의 외도를 확신하는 이유와 루한이 이제서야 의심을 품는 이유는 같았다. 장소는 화장실, 하필 그 장소는 민석이 관계를 맺을 때 아주 선호하는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심오한 둘의 대화를 멀찍이서 도청하던 종대의 머릿속도 둘만큼이나 복잡해졌다. 이씽이 온 순간부터 종대의 모든 것이 바뀌었다. 들어오기 무섭게 종대오빠를 외치던 이들은 이씽오빠를 외치기 시작했고, 이씽이 만든 음료만 마시겠다고 하는 손님들도 있었다. 종대의 역할은 점차 사라졌고, 급기야 종대는 청소부로 전락했다. 물론 둘의 일을 분업해야 하는 것이 맞다만, 이씽의 음료만을 원하는 손님들이 워낙 많은데다 그가 수입과 직결되어 있어 섣불리 그럴 수가 없었다. 이씽도 그런 종대를 알기에 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청소 도구를 집었지만 장사 망칠거냐는 루한의 호통에 다시 내려두어야만 했다. 게다가 사장한테 불평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 명백히 이씽은 자신보다 선배였으며,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그가 만드는 모든 것이 맛있었다. 질투. 그것이 종대를 자극했다. 그런 종대에게 크리스의 말은 귀가 솔깃해지는 이야기였다. 지금이야말로 이씽을 쫓아낼 기회다. 종대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저기, 싸장니임.." "아, 먼저 퇴근해. 내가 정리하고 갈게." "말씀 드릴 게 있어서요." "뭔데?" "장이씽 선배님 있잖아요. 저만 그렇게 느낀 건지는 모르겠는데, 민석님 엄청 좋아하시는 것 같던데." "루한 들었지? 역시 종대씨가 뭘 좀 안다니까?" "넌 좀 닥쳐. 종대 넌 계속 얘기해봐." "아까 두 분 얘기하시는거 어쩌다 들었는데.. 솔직히 생각을 해보세요. 혈기왕성한 남자가 눈앞에 자기가 좋아하는 분이 계시면 어떤 생각이 들겠어요? 거기다가 화장실이었다면서요." "그런...가." "와, 내가 말할 때는 안 믿더니 종대씨가 말하니까 믿네. 장이씽 그거 우리집에서 내쫓아야 된다니까. 더 있다가 무슨 짓을 할 지 누가 알아." "헐.. 그 분 싸장님 집에서 살아요?" "그렇다니까? 참, 종대씨, 여기서 장이씽 일하지? 루한 너 정신 바짝 차려. 그러다가 민석이가 장이씽 따라간다 그러면 어쩔거야. 기왕 말 나온 김에 짤라버려. 짤라버리고 집에서 나가라고 해야겠어." "맞아요. 저번에 싸장님도 보셨잖아요. 민석님 손 닦아주고 있었잖아요. 눈빛이 아주 그냥 시커먼게... 어휴.." 루한은 잠시 그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랬지, 참.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던 자신도 생각났다. 그 일이 기억나자 줄줄이 다른 기억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민석이에게 빙수도 만들어주고, 허니브레드도 만들어주고, 거기다가 아이스크림까지. 틈틈이 챙겨주고 웃어주고. 자신은 분명 그 때 무척 기분이 좋지 않았었다. 간만에 민석이 웃고 있었다. 어쩌면 그것 때문에 화난 것일지도 몰랐다. 그렇게 환한 웃음은 루한도 적응하지 못할 만큼 낯설었기 때문이었다. "말 나온 김에 뿌리를 뽑아버리자." "그래요 싸장님, 더 커지기 전에 빨리 해치워요." "나는 말 못해.." 모질게 대하기에는 루한은 정이 많은 성격이었다. 더더군다나 아는 사람게는 더더욱 그랬다. 그 선한 얼굴을 앞에 마주하고 말할 용기가 없었다. 루한은 어느 순간 둘의 외도 사실을 인정하고 있었다. 크리스는 다 안다는 듯 그런 루한의 어깨를 툭 쳤다. 내가 말할게. 루한은 자신의 앞에 놓인 포크만을 빤히 바라봤다. 왜 이럴까. 화가 나야 하는데. 미안한 마음이 더 앞선다. 루한은 아까운 인재 하나를 잃었을 뿐이기 때문이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집에 가자. 종대 너도 퇴근하고. 이건 내가 내일 치울게." "제가 치우고 갈게요. 이거 치우는거 오래 걸리지도 않아요." "밖에서 기다릴게. 대충 끝내고 나와. 집도 같은 방향인데 태워다줄게." "그래요 종대씨. 우리 먼저 나가 있을게요." 크리스와 루한의 표정은 복잡하고 심각했다. 그것은 둘 뿐만이 아니었다. 종대 또한 마찬가지였다.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몰랐는데 여기까지 와버렸다. 더 이상 탈출구는 없었다. "미안해요." 종대는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을 사과를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 "주인 왔어?" "이씽은?" "잠깐 나갔어. 금방 올거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문이 열리고 이씽이 들어왔다. 민석은 냉큼 달려가 이씽에게 안겼다. 이씽은 자연스럽게 그를 안아들고 거실로 왔다. 이씽은 자신의 앞에 다가올 일들은 생각하지도 못한 채로 그저 자신이 생각해낸 신메뉴 계획을 생각하기 바빴다. "사장님, 이번에 신메뉴 한 번 생각해 봤는데요, 이걸.." "장이씽." "응?" "잠깐 나랑 이야기 좀 해. 루한 너는 민석이 데리고 방에 들어가." 크리스의 말에 루한은 이씽에게서 민석을 넘겨받아 방으로 들어갔다. 이씽과 민석 모두 어리둥절한 눈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민석은 오랜만에 루한의 품에 안겨 부비적거렸다. 하지만 이미 의심에 싹튼 루한의 눈에는 사랑스러웠던 그 행동들이 가식적으로 보일 뿐이었다. 그런 루한을 전혀 모르는 채로 민석은 간만에 둘이 있다는 사실에 좋아하고 있었다. 거실의 상황은 방 안의 둘과는 전혀 달랐다. "장이씽." "무슨 일이에요?"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나 우리집에 너 있는거, 솔직히 불편해." "....." "나가줬으면 좋겠어." "아.. 미안. 내가 눈치가 없었네..." "그리고, 앞으로 카페에도 안 나와도 될거야. 나오지 말라는 말이 더 맞나?" "어..?" "그 이유는 니가 더 잘 알거라고 생각한다." "갑자기 왜 그래?" "뻔뻔하네. 장이씽. 너 그런 사람일 줄은 몰랐거든. 뒷통수 제대로 친다. 지금 당장 나가줬으면 해. 나 지금도 상당히 불쾌하거든." 쏟아지는 폭언에 이씽은 정신이 멍해졌다. 자신 때문에 불편하다는 말과 카페에 나오지 말라는, 거기다가 뻔뻔하다는 말들이 이씽의 머릿속을 헤집었다. 게다가 은연중에 그들에게 갖고 있던 부담감이 합쳐져 더욱이 소용돌이쳤다. "내가 나가면 되는 거지..?" "다신 볼 일도 없었으면 하는데." 이씽은 냉정하게 바라보는 크리스를 허탈하게 바라보았다. 방 안이 조금 소란스러워진다 싶더니 민석이 방문을 열고 뛰쳐나왔다. 문틈 사이로 루한의 팔은 민석이 할퀸 자국들이 시뻘겋게 남아 핏방울이 맺히고 있었다. "크리스, 농담이지. 응?" "김민석 너 빨리 들어가." "왜 이씽 내보내는데!!! 가지마. 안간다고 나랑 약속했잖아!!!!!" "말로 할 때 들어가. 나 지금 화났어." "... 민석씨 빨리 들어가요. 이건 우리 문제야." "이씽까지 나한테 왜 그래?!!! 왜!!!!!루한 빨리 와서 뭐라고 해!!!가지 말라고 해!!!!!" 크리스는 결국 바락바락 악을 지르는 민석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민석이 자신을 때리고 꼬집고 할퀴고 물어도 손을 놓지 않았다. 루한은 그런 둘을 힐끗 보고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옮겼다. 이씽은 벌써부터 짐을 싸고 있었다. 이씽의 손끝이 바들바들 떨렸다. "...봤지." "....." "이거 보여?" 루한은 방금 전 민석이 잔뜩 할퀸 팔을 내보였다. "따지고 보면, 이것도 너 때문 아닌가?" "무슨 일로 오해를 하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크리스가 한 말 까먹었어? 당장 나가." ".....아는 친구네 집에 있을게. 연락처 안 바꿀테니까 오해 풀리면 연락해." "그럴 일 없을거야." "후... 상처 치료 잘해. 잘못하면 흉터 남을지도 모르니까." 답지않게 이씽은 마구잡이로 짐가방에 옷을 쑤셔담았다. 아무도 마중 나오지 않는 집을 떠나야했다. 울며불며 자신을 잡던 민석이 눈에 밟혔다. 그리고 차가워진 크리스와 루한. 정황은 몰라도 자신이 그곳에 더 있으면 모두가 다칠 것만 같아 그 집을 빠져나왔다. ".. 어, 민호야.. 나 며칠만 니네 집에서 신세져도 될까?"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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