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나지 않으십니까."
어찌 기억이 나지 않을 수가 있겠사옵니까.
"정녕 기억이 나지 않으시냐 물었습니다!"
너무나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사옵니다.
눈물을 떨어트리며 역정을 내는 청양대군이 내 앞에 있었다. 제가 무어라고 그리 역정을 내시는 겝니까, 대군. 제가 무어라고 그리 눈물을 떨어트리시는 겝니까, 대군. 우리가 기억나지 않느냐 묻는 대군께 그 무슨 대답도 내놓지 못하였다. 정녕 우리가 기억나지 않느냐 묻는 대군께 내가 드릴 수 있는 대답은 없었다. 대군, 청양대군. 제가 어찌 기억하지 않을 수가 있겠사옵니까. 대군과 저를, 우리를 어찌 기억하지 않을 수가 있겠사옵니까.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였던 그 시절을.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였던 우리를. 어찌 기억하지 않을 수가 있겠사옵니까.
헌데, 헌데 말입니다. 제가 감히 대군을 기억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사옵니다. 제가 감히 대군을 그리며 행복하여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사옵니다. 제가 정녕 대군을 기억하여도 되는 것이옵니까. 제가 정녕 대군을, 연모하여도 되는 것이옵니까. 대군을 외면한 저입니다. 가문을 살리겠답시고 전하와 혼인을 자처한 것도 저입니다. 저를 붙잡는 대군을 뿌리친 사람도 저입니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대군의 눈물을 뽑아낸 저입니다. 제가 밉지도 않으신 겝니까, 아직도, 아직도 저를 잊지 못하신 겝니까.
눈을 감으니 대군과의 기억들이 둥둥 떠올랐다. 아, 대군과는 장터에서 처음 만나였지. 5일장이 열리어 몸종과 함께 장터에 나갔을 적, 대군과 부딪혔었다. 대군은 그때도 그 큰 눈을 더 크게 뜨시며 나를 먼저 걱정하시었지. 늘, 자신보다 내가 먼저인 분이셨다. 내가, 내가 무어라고. 고작 나를 위하여, 모든 걸 내려놓으신 분이셨다. 대군은 나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시겠다고 하셨다. 나를 위해서라면 대군이라는 자리도 내놓으시겠다고 하셨다. 나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이라도 바칠 수 있다고 하셨다. 그런 대군을 먼저 밀어낸 것은 나였다. 무너져 가는 가문을 살리기 위해서라는 핑계를 대며 대군의 옆자리를 떠난 나였다. 처음으로 눈물을 보이시며 애처롭게 붙잡으시는 대군을, 모진 말을 내뱉으며 떠난 것도 나였다. 여리디 여리셨던 대군을 상처투성이로 만든 것은 나였다. 그런 나를, 대군은 어찌하여...
"다시 한 번 여쭙겠습니다, 마마."
"......"
"정녕,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냐, 탄소야."
아, 대군. 청양대군. 어찌, 어찌 그리도 다정히 불러주시는 겝니까. 어찌, 어찌 저에게 그리도 다정하신 겝니까. 어찌, 어찌 저를 내치지 못하시는 겝니까. 속에서 무언가 올라왔다. 토해내고 싶었다. 눈가가 시큼시큼한 것이 눈물이 날 것만 같았고, 눈을 감은 순간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한 번 흘러내리기 시작한 눈물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눈물과 함께 입술을 비집고 나오는 울음도, 숨기지 못하였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눈물만 뽑아내었다. 너무나도 다정하신 대군께, 그리 내 이름을 불러 주신 대군께, 감사하여서. 송구스러워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울음만 뱉어내었다.
무슨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대군 앞에서 죄인이 된 나는 그 무슨 말도 할 자격이 없었다. 이리 눈물을 쏟아내고, 울음을 뱉어내는 것도 나라는 죄인에게는 사치였다. 멈추어야 하는데, 이제 눈물을 닦아내고 울음을 삼키어야 하는데. 아무리 그쳐보려 애를 써도 그쳐지지가 않았다. 대군께 용서를 빌어야 하는데 울음이 목소리를 삼키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 하염없이 눈물만 쏟아내는 나에게 먼저 다가온 것은 대군이었다. 예전처럼, 옛날처럼 나를 품에 안으시는 대군의 품이 봄과도 같아서, 따스한 햇살과도 같아서. 눈물이 더욱 쏟아졌다. 눈을 감아도 주륵, 흘러버리는 눈물을 닦아주시는 대군의 손가락이 비단결과 같이 부드러워서, 마치 꽃잎과도 같아서. 행복하였다.
"울지 마십시오, 마마."
"흐으, 대군..."
"울지 말거라, 탄소야."
대군, 청양대군. 대군과의 만남이 이리도 아플 줄 알았더라면, 그 날 장에 나가지 않았을 것이옵니다. 대군과의 만남이 이리도 제 가슴을 쑤실 줄 알았더라면, 그 날 장에 나가지 않았을 것이옵니다. 대군과의 만남이 대군을 상처투성이로 만들 줄 알았더라면, 그 날 장에 나가지 않았을 것이옵니다. 헌데요, 대군. 제가 이기적인가 봅니다. 그 날 장에 나가 대군을 뵐 수 있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사옵니다. 대군을 만나 대군과 함께 웃을 수 있어 정말 다행이었사옵니다. 대군을 만나 대군을 연모할 수 있어, 정말 다행이었사옵니다.
대군, 오랜 시간동안 대군이 아닌 전하의 여인으로 살아왔사옵니다만, 한 순간도 대군을 잊지 않았던 적이 없사옵니다. 단 한 순간도 대군을 연모하지 않은 적이 없사옵니다. 대군은 저의 봄이며, 저의 바람이며, 저의 하늘이옵니다. 대군은 제게 너무나도 따스하고, 과분하셨사옵니다. 그런 대군께, 그리 따스하신 대군께 상처만을 드리어 송구하옵니다. 대군은 저에게 꽃 같은 기억들만 주시었는데, 저에게 꿀 같은 기억들만 주시었는데. 저는 대군께, 그 무엇도 드리지 못하여 송구하옵니다.
대군, 나의 대군, 나의 봄이시여. 연모하옵니다, 대군을 연모하옵니다. 봄과도 같은 당신을 연모하옵니다. 따스한 바람과도 같은 당신을 연모하옵니다. 제 삶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당신을, 연모하옵니다. 제 삶에서 가장 따스한 당신을 연모하옵니다. 제 삶에서 가장, 아름다운 당신을 연모하옵니다. 감히 제가 당신을 연모할 수 있었기에, 제 삶은 정말로 행복하였사옵니다. 감히 제가 당신과 마주 볼 수 있었기에, 제 삶은 행복에 겨웠사옵니다. 감히 제가 꽃과도 같은 당신의 웃음을 볼 수 있었기에, 제 삶은 너무나도 달았사옵니다. 대군과 함께 있었기에 언제나 봄과도 같았고, 대군과 함께 있었기에 행복이란 것을 느낄 수 있었사옵니다. 대군, 나의 대군, 나의 봄이시여. 저는 지금 너무나도 행복하옵니다. 대군도, 대군도 행복하시옵니까.
-
독자님들 안녕하세요. 분명히 아까 본 것 같은데 또 보고 있쬬? 저 칭찬해주세요, 다른 글 올리고 싶어서 빨리빨리 써왔어요^ㅁ^ 여주가 통곡을 한 건 아마 이번 편이 처음인 것 같은데...! 사실 이것은 제가 밤에 마아아악 쓴 글이어요. 조금 다듬고 추가해서 올렸사옵니당. 저는 태형이만 보면 봄이 생각 나더라구요. 그래서 봄과도 같은 따스한 태형이를 표현하려 하였지만 글 자체가 어둡기에 FAIL. 뭐, 언젠가 쓸 날이 오겠쬬. 아, 해석 쓴 거 다 날라갔어요. 그냥 이해 안되거나 궁금하신 거 있으시면 물어보세요. 뭐든 대답해드립니당^ㅁ^
내 사람, 암호닉♥
설빛 님♥, 오구리 님♥, 민군쥬 님♥, 수수 님♥
다음 글
이전 글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방탄소년단/김태형] 중전인_너탄을_연모하는_김태형이_반역자라고_해보자면.txt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9/25/20/a1abe78a9a2a87cf1bc8e945b0deb457.gi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