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 어서 짐을 챙기십시오. 지금 당장 떠나셔야 하옵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호석 오라버니를 보자니 답답했다. 아무 것도 모르고 어서 자리를 떠야 한다며, 짐을 챙기라며 독촉을 하는 호석 오라버니의 모습을 보자니 마음 한 구석이 쓰려왔다. 오라버니, 세상은 우리들의 생각만큼 순진하지 않은 모양이옵니다. 이미 불에 훨훨 타고 있을 궁들과 칼과 칼을 부딪혀가며 싸우고 있을 병사들이 머릿 속에서 생생히 그려졌다. 자신만을 바라보는 식솔들을 위해, 썩어 뭉들어져가는 이 나라, 조선을 위해. 땀인지 눈물인지도 모를 것들을 흘려가며, 살기 위해 몸을 움직이는 그들의 모습이 눈 앞에 그려졌다. 이 모든 것은 나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이 모든 것은 나 때문에 일어난 것들이었다. 나, 고작 나 하나 때문에 그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었다.
"어서 가십시오."
"마마, 그게 무슨-!"
"오라버니는!"
"......"
"한 나라의 왕이 누군가 역모를 꾸미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셨습니까!"
"......"
"아니요. 전하는 모든 걸, 다 알고 계셨습니다. 오라버니가 꾸민 이 모든 일들을, 다 알고 계셨단 말입니다!"
"......"
말을 잇지 못하고 있는 호석 오라버니에, 눈물이 왈칵 쏟아져나왔다. 누군가에게 머릿통을 얻어맞은 사람처럼, 멍한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는 호석 오라버니의 모습이 아팠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리 아파할 시간도 아까웠다. 어서, 오라버니가 몸을 숨기셔야 했기에, 나의 감정 따위는 챙길 시간이 없었다. 이곳에 계속 머무르다가는 정말로, 오라버니를 영영 잃게 될 수도 있었다. 나의 오라버니를, 나의 호석 오라버니를, 영영. 어서 몸을 피해야하는 것이 정답이었다. 나의 예상이 맞는다면, 가장 먼저 전하의 군사들이 처들어올 곳이 이곳이었기에, 가장 먼저 불에 타버릴 곳은 이곳이었기에.
"곧 전하께서 군사들을 푸실 겁니다. 제일 먼저 이곳에 올 것이란 말입니다! 제발, 대군, 제발... 어서 가십시오. 당장 이곳을 떠나십시오. 궁도 떠나고 한양도 떠나, 아무도 찾지 못하는 곳으로 가십시오. 전하도 찾지 못할 곳으로, 저마저도 찾지 못할 곳으로. 멀리, 아주 멀리 떠나십시오."
어느새 텅 비어버린 오라버니의 눈동자가 낯설었다. 항상 별을 박은 듯이 총총 밝혀있던 오라버니의 눈동자였건만, 그 어떤 사람들보다, 그 어떤 아이들보다도 맑던 오라버니의 눈동자였건만. 공허함만으로 가득 매워진 오라버니의 눈동자를 볼 자신이 없었다. 그 이유가 나였기에, 오라버니의 별도, 순수함도 다 가져간 것이 나였기에, 오라버니에게 공허함만을 준 것이 나였기에. 차마 바라볼 수가 없었다.
오라버니, 호석 오라버니. 어서 가십시오. 저마저도 찾지 못하도록, 멀리 멀리 떠나가십시오. 저마저도 찾지 못하도록, 꽁꽁 숨으십시오. 조선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청이든, 왜나라든 좋습니다. 제발 떠나시어요. 온통 활활 타오르게 될 이곳에 있지 마시어요. 모든 것이 검게 그을러 재만 남게 될 이곳에 있지 마시어요. 이곳에 있다가는 오라버니는 목숨을 부지하지 못할 것이옵니다. 전하께서는 분명, 오라버니를... 오라버니를 해하실 것입니다. 오라버니의 숨통을 끊어 놓으려 하실 겁니다.
'허면, 마마는요. 마마는 어찌하실 겁니까!' 자리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그의 눈동자가, 불안했다. 그 불안함이 온 몸으로 느껴졌기에 더욱 눈물이 쏟아졌다. 헌데, 그 순간에도 나는 행복했다. 이리 불안한 상황에서도, 우리들의 목숨줄이 간신히 매달려 끊기기 전일지라도, 지금 이 순간 나를 걱정해주는 오라버니에, 행복했다. 오라버니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나의 마음도, 그리 떨렸다.
"이미 끝에 다다른 인생, 살아 무엇하겠습니까."
오라버니, 호석 오라버니. 이 외로운 세상 속에서 오라버니를 만난 것은 신의 선물이었사옵니다. 외로움에 사무쳐 이 세상과의 연을 스스로 포기하고 싶었을 때, 오라버니를 만난 것은, 이 세상을 쉽게 포기 하지 말라는 신의 뜻이었사옵니다. 오라버니를 만나, 칠흑같이 어두웠던 제 세상에는 빛이 들었사옵니다. 오라버니를 만나, 처음으로 연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사옵니다. 오라버니는 제 빛이며, 제 삶의 이유였사옵니다. 제 혼과도 같은 사람이었사옵니다.
나의 빛이여, 나의 이유여, 어서 가십시오. 뒤도 돌아보지 마시고 가십시오. 나의 나비여, 훨훨 떠나가십시오. 다시는 이곳을 찾지 마시고, 훨훨. 떠나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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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2030사이서 술대비 소비 확 늘었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