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종대] 너 밖에 모르는 바보 종대 아저씨 05~07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c/9/f/c9f6699c8b33f7ebf83975646964d6a1.jpg)
휴, 너징은 요즘 스트레스 만땅이야.
종대 아저씨 때문이냐고? 아니, 매일매일 나한테 그렇게 다정하게 대해주는데 어떻게 싫어할 수 있겠어.
너징이 요즘 스트레스 만땅인 이유는, 바로 대학생활의 꽃, 활력이 되어야하는 동아리 활동 때문이야.
너징의 동아리는 동아리중에서도 꽃이라 불리우는 '방송부'. 사실 고등학교때부터 해왔던 동아리였고, 무엇보다 단체티를 입은채 열심히 무전기를 들고 이곳저곳 뛰어다니며 일사분란하게 일을 처리하는 대학 방송반의 모습에 반해버려서 단번에 방송부에 입사해버렸지.
요즘은 대학 영상제 공모전 시즌이라, 이곳저곳 촬영하러 다니고, 편집하고 인터뷰 따느라 몸이 10개라도 모자라.
그래서 그런지 매일 밤 11시를 훌쩍 넘긴시간에서야 집에 들어오고, 몸이 말이 아닌거지.
'입 좀 들어가요! 오리입이야. 아저씨.'
오리처럼 입을 쭈욱~ 내밀고 '나 삐졌어요~'하고 광고하는 종대 아저씨야.
요번주 토요일, 사실 아저씨랑 같이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기로 했었어. 근데 왠일이야, 갑자기 급한 인터뷰가 잡혀서 어쩔수없이. 아저씨랑 밥을 못먹게 됐어.
'우리 징어가 아저씨를 버렸어 ㅠㅠ 잉잉 '^''
'아니, 아저씨이 ㅠㅠ 미안해요오. 나도 아저씨랑 밥먹고 싶은데 ㅠㅠ 갑자기 방송부에서..'
'징어는, 아저씨보다 방송부가 더 좋은거야?'
.... 정말 말도 안되는 아저씨야.
'징어, 너 저번에도 그~ 걔, 세훈인가 뭔가 하는 그 애랑 밤 늦게 같이오고. 응? 아저씨가 얼마나 걱정되는 줄 알아요?'
… 휴, 그래. 이게 무슨 말이냐면, 사실 얼마 전부터 계속해서 너징한테 치근덕거리는 오세훈 선배를 말하는거야.
선배로 말할 것 같으면 방송부장에 편집의 신이요, 말그대로 너 징어가 닮고 싶은 인물이지. 살짝 냉정하고 쟈가운 선배라고해서 좀 두려웠는데,
'헬로. 암. 세훈'
.. 방송부 신입생 오티날, 그 특유의 무표정으로 해줬던 인사로, 너징과 단숨해 친해져 버렸지.
'아저씨, 그 선배는 정말 아무사이도 아니에요. 나는 우리 아저씨 밖에 없는데, 우응~ 아저씨~ 나 믿죠? 그날 진짜 인터뷰만 후딱! 끝내고 집으로 올게요!'
너징은 아저씨에게 팔짱을 끼고, 있는 애교 없는 애교를 짜내어 종대의 마음을 풀려고 노력해.
'푸흐..'
그래, 종대아저씨는 어쩔 수 없는 징어바보야. 봐, 지금도 애교부리는 너가 좋다고 바보처럼 웃고 있잖아.
'히힝, 우리 징어. 알아쪄요~ 으구, 귀여운 것. 어디서 이런 복덩이가 굴러왔을까. 으휴,'
'으익, 아저씨! 으! 쫌!'
잠시도 방심해선 안되, 안그러면 지금처럼 온 얼굴이 아저씨 침범벅이 될 수도 있거든.
새침하게 튕기는 너징의 모습도 마냥 귀여운 종대아저씨는, 결국 너징이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 간질간질~ 할 때까지 뽀뽀 세례를 퍼부었어.
그리고 토요일, 너징은 아침일찍부터 일어나서 나갈 준비를 해.
종대 아저씨는 어제 야근 때문인지 잠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어.
샤워도 하고, 뽀송뽀송하게 스킨 로션을 바른 너징은,
너가 없다고 밥을 굶을 종대 아저씨를 위해 아침을 준비해.
'아저씨, 나 갔다올게요. 많이 안늦을꺼니까 내 생각하면서 기다려요♥ 밥 맛있게 먹고.'
아침밥을 차린 탁자위에, 하트 포스트잇으로 메모를 남기고,
마지막으로 빨간색 립스틱을 바르고 꾸욱. 입술도장까지 찍었어.
사실 알게모르게 아저씨한테 미안했던 너징은,
'아저씨도 바빴으니까! 이정도로는 용서해주겠지!' 라는 마음으로 애써 합리화하기바빠.
방송부 단체티를 입고, 너징만한 카메라를 낑낑거리며 들고 학교로 나섰지.
'어! 징어야. 여기야. 여기'
아침부터 종대에게 신경쓰이기 싫었던 너징은 그렇게 아침을 차리고 굳이 버스를 타고 학교까지왔어. 분명 지금 너징이 들고 있는 카메라를 보면 아침부터 차를 태워준다 하고 난리 법석을 떨었을 종대 아저씨거든. 그 큰 카메라를 들고 여기까지 왔으니, 너징은 지금 죽을 상이야.
'헥 ㅠㅠ 선배. 저 안늦었죠?'
'응. 아직 2분 남았네. 너네 아저씨는 어쩌고 너가 카메라를 들고 왔어?'
'헤, 우리 아저씨 어제 너무 피곤해서 자구 있어요 ㅠㅠ.'
다시끔, 침대에서 너 이름을 부르며 쩝쩝. 잠꼬대를 하던 귀여운 종대 아저씨을 떠올리곤 베시시 웃지.
'에이, 뭐야. 애인 아니었어?'
'에, 애인 아니에요. 남편이에요. 남편. 결혼할껀데.'
… 귀여운 너징은, 옆에 아저씨 없다고 귀여운 말을 마구마구 뱉어내. 아마 종대 아저씨가 들었더라면 그대로 너징을 부여잡고 이곳저곳 뽀뽀 세례를 퍼부었을꺼야.
근데, 음. 세훈선배가 살짝, 비웃는 것 같았는데. 그건 너징의 착각이겠지?
인터뷰하는 장소는 또 왜이렇게 복잡한지. 정신이 하나도 없어. 게다가 너징은 막내잖아? 막내는 또 더 바빠요 ㅠㅠ
쪼끄만 몸으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너징은 누가봐도 너무 안쓰러워 ㅠㅠ
'헹. 아가 나 지금 일어났다.'
'지금 바쁘죠? 이따 한가할 때 답장해요.'
'빨리 들어와. 보고 싶어.'
'너 누가 아침부터 이렇게 도발하구 가랬어!'
'이따 오면 뽀뽀 천만번이야. '3' 뽑뽀'
바쁜 도중, 계속해서 울리는 카톡 알림에 살짝 확인했더니 역시 남편♥이야.
답장을 할 틈도 없이 바쁜 너징은 아쉬운채 핸드폰을 잠구고 다시끔 뛰기 시작해. 힝, 아저씨 보구 싶다 ㅠㅠㅠ 죠대 아저씨ㅜㅜㅜ
겨우겨우 인터뷰를 끝내고. 너징은 지금 집으로 가는 중이야.
생각보다 늦어진데다가, 아까전. 너와 같이 저녁을 먹겠다고 쫄쫄 굶고 있는 아저씨를 생각하니, 정리하는 너징의 손길이 빨라졌어.
'선배님들!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우렁차게 인사를 하고선, 아까 가지고왔던 카메라를 또한번 읏쌰. 들고 버스 정류장을 향해 가려던 너였어.
'어딜가, 같이가. 카메라보다 작은게 까불고 있어.'
방금전, 편집팀장 선배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세훈 선배였어. 한사코 거절했지만 너징 손에 있는 카메라를 자기가 뺏어들고는 성큼성큼, 버스 정류장으로 가고 있지.
'선배, 괜찮습니다. 제가 들어도 됩니다.'
'잔말말고 따라오시죠, 오징어씨?'
그러곤, 가만히 너징의 머리를 부비부비하는 세훈 선배야.
글쎄,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좀 그랬어. 이건 우리 아저씨만 하는건데 ….
'들어다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촬영분 정리해서 보내드릴게요. 날 더운데 안녕히 가세요.'
꾸벅, 예의 바른 너징은 세훈 선배에게 인사를 하고 그대로 집으로 향해.
하루종일 아저씨가 보고 싶었어. 지금 마음으로는 아저씨 뽀뽀 천만번이든 천억번이든 다 받아줄 수 있을 것 같아.
'징어야.'
이 선배는 또, 왜 날 부르는건지
'네, 선.배.님.'
그래, 너 징 지금 화났어. 악센트 준거봐.
'너네 아저씨말고, 나는, 좀, 별로냐?'
이건 또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네, 좀 별롭니다. 저는 우리아저씨가 제일 좋습니다.'
'.. 그래?'
한발자국, 두발자국, 너에게 다가오는 세훈 선배야. 너징은 지금 몹시 혼란스러워. 정말 맹세코, 너징은 세훈에게 마음이 흔들려본적이 없거든. 물론 지금도 말이야.
'저는, 우리, 아저씨 밖에 없습니다. 선배는, 그냥 선배로 좋습니다.'
… 어떡해. 너징이랑 세훈 선배는 이제 조금의 틈도 없이 붙어버렸어.
'싫습니다..'. 단호하게 거절하지도 못하겠고 안절부절 하는 너 징을 바라만보던 세훈 선배였어.
그리고, 갑작스럽게 입을 맞췄고. 당황해서 아무말도 못하고, 밀어내지도 못하고 너징은 너무 혼란스러웠지.
'그만 하시죠. 세훈씨.'
익숙한데도, 좀, 차가운 목소리였어. 타이밍도 기가 막힌다. 그래. 너징 남편, 종대 아저씨 말이야.
'징어도 있으니 참겠습니다. 애인도 있는데 이러는거 실례라고 생각하는데요.'
'....'
큰 키로 종대를 기분 나쁘게 훑어보던 세훈은, 가방을 고쳐메고선 뒤돌아 다시 버스 정류장으로 향해.
너징과 종대 아저씨도 반대편 집으로 가지. 보통때 같으면 길에서부터 껴안고 뽀뽀하고 난리도 아니였을텐데. 아무래도 종대 아저씨,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야.
충분히 오해할 만한 상황이였어.
'......'
'......'
'..아저씨..있잖아..'
'..집으로 먼저 가요. 산책 좀 하다 들어갈게.'
그러곤, 징어에게서 몸을 돌려 반대쪽으로 걸어가는 종대 아저씨야.
그날밤, 아저씨는 집에 들어오지 않았어.
너징은 오지않는 아저씨를 기다리고, 기다리다 소파에서 밤을 샜어.
아저씨는, 어디 있는 걸까. 혹시 나쁜 마음을 먹고 있는 건 아니겠지?
아저씨가 없는 너징의 삶은, 도저히 상상할 수가 없는데 말이야.
따뜻했던 아저씨 품이 너무 그리운 너징이야.
아저씨, 보고싶다. 너무너무.
어젯밤, 정말 악몽 같았던 새벽이었어.
갑작스럽게 입을 맞춘 세훈 선배, 당황해서 아무것도 못했던 너징,
그리고 무엇보다 꼼짝없이 오해한 우리, 종대 아저씨.
가볍게, 그냥 산책 하러 갔다온다고 했던 아저씨는, 밤새도록 돌아오지 않았어.
너징은 집에 와서, 어떻게 씻고, 어떻게 옷을 갈아입고, 어떻게 소파에 누웠는지 기억도 나지 않아.
머리속은 온통 아저씨 생각뿐이야. 어떻게 아저씨 오해를 풀어주지..하는 그런 생각말이야.
마음 여린 너징은 밤새도록 눈물만 퐁퐁, 너무 울어서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말이야.
악몽 같은 긴 새벽은, 고요한 집에서 훌쩍거리는 너징의 울음소리로 가득 채워진채, 그렇게, 그렇게 지나갔어.
밤새 울었던 탓에 눈도 잘 떠지지 않아. 억지로 떠서 핸드폰을 켜보니,
역시나 아무런 연락도 없어. 마음이 너무 아픈 너징이야.
지금은 점심시간이 조금 넘은 시간인데, 마음 여리고, 착해 빠진 너징은
'우리 아저씨 밥은 먹었으려나.' 자나 깨나 아저씨 생각뿐이야.
밤새 울어서 얼굴이고 몸이고 성하지 않은 너징 생각은 안하구 말이야.
물을 마시러 힘들게 몸을 일으키고 냉장고 앞에 서서, 다시끔 너징은 눈물을 뚝뚝 흘려.
냉장고 앞에 붙여진 포스트잇과, 사진 때문에.
'아가, 누가 이렇게 도발해놓으래. 결혼하고 싶게 '3'
빨리 와요. 보고 싶어 죽겠으니까.
저녁은 오랜만에 징어가 좋아하는 고기 먹으러 가고 싶은데
아저씨의 데이트를 수락해주시겠습니까?
Yes/허락
둘중에 하나만 선택해요, 아가 :]
어제 아침, 급하게 차리고 간 아침식사 옆에, 너징이 귀엽게 써놨던 포스트잇을 가지런히 붙여 놓고
그 옆에 반듯반듯, 아저씨 글씨체로 또하나 포스트잇이 붙여있어.
그리고 그 옆에는 아저씨와 너징이 처음 집에 온 날, 다정히 찍었던 폴라로이드 사진도.
너가 오기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또 기다리면서 편지를 썼을 아저씨와,
어제 밤, 가로등 밑에서 키스하고 있던 너를 봤을 아저씨를 생각하니까
너징은 지금 마음이 찢어질 듯이 아파.
너징은 눈물을 뚝뚝 흘리다가, 이제는 바닥에 쪼그려 앉아서, 엉엉 울고 있어. 누가봐도 너무 안쓰럽게.
지금은 하염없이 아저씨가 보고싶을 뿐이야.
너징은, 아저씨를 기다리기로 했어.
핸드폰으로 문자를 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지만,
어젯밤 아저씨가 그랬듯이, 너도 아저씨를 기다리기로 했어.
오해를 풀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울 아저씨를 배려하는 너징의 속깊은 마음이랄까.
오늘저녁도 역시 징어 혼자 보내야했지만,
소파 위에서 고개를 다리 사이에 숨기고 눈물을 참아야했지만,
너징은 꿋꿋이 아저씨를 기다리겠다고, 마음 먹었어.
오늘 저녁에도 오지 않으면, 내일은 아저씨 회사를 몰래 한번 찾아가 봐야겠다.
너징때문에 마음 아파할 아저씨, 밥도 제대로 못먹었을 것 같아서
몰래, 도시락만 전달해줘도 괜찮을 것 같거든.
아저씨가 없이 보내는 두번째 밤,
너징은 안쓰러울정도로 창백하고, 초췌해져있어.
하지만,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아저씨를 위한 도시락을 만들 생각에,
또 그것만으로 살짝 미소지어지는 너징이야.
아저씨를 위해서는 다쳐도, 마음아파도 괜찮을 것 같거든.
매일 너를 기다려주는 아저씨를 위해, 너징은 굳게 마음을 먹고 스르르 잠에 빠져.
마음여리고, 착한 너징.
꿈 속에서나마 아저씨를 만날 수 있길 바랄게.
좋은 꿈 꾸고, 잘자. :]
하룻 밤 사이에 얼굴이 창백해진 너징이였어.
아저씨는 결국 아침까지 집에 들어오지 않았고. 진짜 마음 고생이 심한가봐.
너징의 얼굴에 통통하고 발그레하게 자리잡고 있던 볼살도 없어지고, 얼굴에 웃음도 없어지고.
누가봐도 참 안쓰러워보여.
Rrrrrrrrr…, Rrrrrrrr.
‘여보세요.’
‘딸, 엄마야~. 벌써 일어났어?’
‘..아, 응, 엄마. 무슨 일이야?’
‘어휴, 그냥 늙어서 그런지 잠이 없어지더라구. 우리 딸 보고 싶어서 전화했지. 잘 지내지? 김서방도?’
‘응, 엄마. 엄마도 잘 지내지?’
‘엄마 걱정은 하지 말래두. 엄마 여기서 잘 살고 있어~ 김서방이 매달 용돈 넣어주는거 너는 몰랐지? 진짜 김서방 같은 아들래미 하나 있었으면 참 좋겠다.
딸이라고 하는 애는 엄마가 전화 해야지 겨우 목소리 들을 수 있고 말이야.’
‘..응, 엄마 미안해.. 요즘에 너무 바빠서...’
‘너한테 뭘 바라냐. 엄마가 장어 보냈어. 김서방 체력 좀 잘 챙기라긍, 응? 너 김서방한테 잘해라.’
‘..피, 알았어. 엄마.’
‘응, 그려, 들어가~’
꿈에도 몰랐던 거야, 아저씨가 우리엄마한테 용돈이라니 말이야.
‘우리 애기는 어머님따라 미인인가보다.'
'진짜 아저씨가 장모님 한분은 잘둔 것 같아요. 우리 징어랑 사귀는 것도 허락해주시고‘
‘아저씨가 어머님한테 잘할게요. 아버님 자리도 내가 다 채워드릴꺼구, 우리 애기 허락해주신 것도 매일 감사드리면서 살꺼에요.’
어느날 밤, 품 속에서 꼬물대던 너징의 뒤통수를 살살, 쓰다듬으며 했던 말이야.
다시끔, 아, 내가 아저씨한테 정말 못된 짓을 한거구나. 하고 시야가 뿌옇게 변해.
눈물이 차오르고, 어느새 방바닥으로 뚝뚝, 떨어지지.
‘아저씨, 흐윽, 아저씨..아저씨....’
종대 아저씨의 이름을 부르다가, 결국 바닥에 쪼그려 앉아서 다시끔 엉엉 울어버리는 너징이야.
너징은, 그래서 지금, 아저씨네 회사 앞이야.
사실 아저씨가 출근한지 안한지도 잘 모르겠어.
그래도 일단, 자기 때문에 마음 고생했을 아저씨를 위해 도시락을 바리바리 싸들고 회사에 왔어.
‘저, 그.. 마케팅부.. 김종대 아저씨, 아니 아니, 김종대 본부장님 오늘 출근하셨나요?’
‘아, 네. 확인해드리겠습니다. 혹시 관계가..?’
‘아, 음, 네.. 여자 친구에요.’
종대 아저씨와 너의 관계를 모르는 로비 직원들은 입이 떠억, 벌어졌어. 딱 봐도 애기애기한 너징과 김 본부장님이 연인이라니. 놀랄 수 밖에 없지.
‘..네, 오늘 김 본부장님 아직 출근 안하셨다고 합니다.’
‘아, 네.. 그래요..’
‘저, 근데, 김 본부장님이요. 프로젝트 건으로 기획팀 도경수 팀장님이 계속 전화 드렸는데 주말부터 계속 전화를 안 받으신다고 해서요. 무슨 일 있으신건가요?’
‘네? 아, 아니요.’
‘그럼 전화를 받으시던, 출근을 하시던, 꼭 좀 전해주세요. 부탁드릴게요. 지금 마케팅부가 난리도 아니에요.’
‘네, 알겠습니다..’
너징은, 정말 큰일 났구나, 실감을 했어. 아저씨가 회사를 안나왔다니. 무슨일이 있어도 공과사는 철저하게 구분하던 아저씨였는데 말이야.
내가 이렇게까지 아저씨를 망쳐놓은건가. 괜시리 회의감이 들기도 해.
너징을 만나기 전까지만해도 잘나가던 김 본부장님이었는데. 자기가 뭐라고 이렇게 휘둘리는지, 아저씨한테 너무 미안해져.
다시끔 눈가가 촉촉해지는 듯한 느낌에 급하게 회사 근처 커피숍에 들어가서, 민트초코를 하나 시키고, 해가 질 때까지 멍하니 앉아있는 너징이야.
‘아저씨 보고싶다.…’
결국 커피숍 구석에서, 가만히 눈물을 삼켜내곤, 집으로 향해. 혹시나 아저씨가 집에 와있을 수도 있잖아.
집에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 아침에 왔던 짐을 똑같이 그대로 바리바리 싸들고,
아저씨가 왔을까, 괜시리 기대하는 마음에 입었던 치마에 하이힐이 너무 거슬리는 너징이야.
‘....’
‘....’
‘징어야. 저기’
버스를 타고, 내려서 5분정도 거리에 있는 너징과 종대 아저씨네 아파트.
근데 너징이 살고 있는 동 앞에 누가 있었는지 알아? 그토록 바라던 종대 아저씨도, 어디냐고 5분마다 카톡을 보내던 은지도 아니었어.
‘가요, 제발. 진짜 꼴보기 싫어.’
세훈 선배였어.
‘징어야, 진짜 미안해. 내 이야기 좀 들어주라, 응?’
‘아뇨, 듣기 싫어요. 지금 마음 같으면 방송부고 뭐고 너 뺨 한 대 갈구고 싶은데요. 내가 그래도 여태껏 참 존경했던 선배라 참는거야.’
‘....’
‘난 말 다 했어요. 그니까 진짜 제발 가.’
‘내가 미안해. 그때 너네 아저씨가 보는 줄도 몰랐고, 그날도 그냥, 내가 홧김에한 실수였어. 너 용서 안할꺼라는 거 아는데, 그래도, 내가 미안해서.’
‘...’
‘징어야..’
세훈선배를 등지고 서있던 너징이, 고개를 확 돌리면서 말했어.
‘지금, 미안하다는 소리가 나와요?’
‘그래서, 징ㅇ..’
너 징은, 울먹이면서, 헐떡이는 숨 속에서도 눈가를 벅벅 부벼대면서 말해.
‘미안하다는 소리가 나오냐고, 나는, 너가, 나한테, 그날, 그날.. 키스한 이후로 아저씨 꼴도 못봤어. 내가 아저씨한테 미안해 죽겠어서, 진짜, 잠도 못자고, 밥도 못먹고 그랬어. 우리 아저씨는 어땠을 것 같아요? 하루 종일 기다리던 내 여자친구가, 가로등 아래서 딴 남자랑 입술이나 부비고 있는데,’
‘잠깐만, 잠깐만 진정하고..’
빨개진 눈가는 누가봐도 참 안쓰럽다, 징어야. 이젠 흐르는 눈물도 못참겠는지, 닦지도 않고 뚝뚝, 흘려내면서 말하고 있어.
‘아직 할말 더 남았어요. 나 너한테 마음 티끌만큼도 없거든요? 근데, 우리 아저씨가 오해한 것 같아. 오늘 회사도 안나갔데요. 너가 나한테 키스해서 그렇게 된거야. 흐,,우리 아저씨, 밥도 못먹었을,흐윽,꺼고 지금, 너무, 흐윽, 힘들텐데, 어떡,흐,해요?’
'....'
'암말도 못하겠지, 흐, 그렇지. 그니까 제발 가요. 나한테 괜찮다는 소리 안나와요.'
'...휴, 그래. 미안하다. 나 먼저 갈게.'
그렇게, 너징네 아파트를 빠져나간 세훈선배였어.
너징은 세훈선배와 헤어진 이후에도 그 자리에 멍하니 서있어, 그러다, 볼품없이 땅에 놓여져있는 도시락 통을 들고,
근처 놀이터로 터덜,터덜, 향하지.
이 놀이터는, 아저씨와 너징이 처음 만난 곳이기도 하고, 너징이 고민이 있을 때마다 와서 그네를 타는 곳이야. 그럼 조금이나마 후련해지는 것 같거든.
도시락통을 옆에 벤치에 두고, 너징은 그네를 타기 시작했어.
삐그덕- 삐그덕.
여기에 앉으면 마술같이 풀리던 고민이, 오늘따라 더 무거워지는 듯한 느낌이야.
너징은 더 힘차게 발길질을해서 더 높이 올라가려고 애써.
'...?'
갑자기 멈춰진 그네에, 너징이 놀란 듯 뒤를 돌아봐.
'내가.. 위험하니까, 그네, 타지, 말라고 했죠..'
'....'
'왜이렇게, 아저씨 속을 썩여요.'
'.....'
'울지만 말고, 얘기해봐요. 아저씨 지금 미칠 것 같아..'
이틀전보다 훨씬 더 초췌해진 아저씨였어.
수염도 거뭇거뭇 나있었고,
너징이 좋아하던 아저씨의 이쁜 눈동자도, 많이 울었는지,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어.
'아저씨, 아저씨... 왜 이렇게 말랐어요..'
그네에 앉아 있는 너징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아저씨 뺨을, 조심히 만져보는 너징이야.
'피,.. 그래도 잘생겼다.'
너 징의 눈가에서 또 다시 눈물이 차올라.
'아저씨, 미안, 미안해요. 못믿어도 괜찮은데, 진짜 오해에요. 그거, 그, 흐, 그, 우리 동아리, 흐 선배..'
'알아요, 아까 다 들었어. 미안, 아저씨가 오해해서 미안..'
'흐으, 아저씨... 아저씨.. 내가 미안해요...'
그네에서 벌떡 일어나서, 아저씨 품에 폭, 안기는 너징이야.
종대 아저씨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너징을 품에 쏙 넣고, 토닥, 토닥. 정수리에 가벼운 뽀뽀도 잊지 않아.
'우리 아가, 왜 이렇게 말랐어요. 속상하게'
'아저씨 생각하느라 밥이 넘어가야지 말이야. 아저씨도 너무 말랐어'
미안한듯, 너징을 꼭 껴안은채 가만히 있어.
'아가, 아저씨가 데이트 신청해놓은거 봤어요?'
'응.. 봤어요.'
'대답은?'
'피, 선택할 것도 없구만. 나는 아저씨랑 하는 거 다 좋아요.'
그제서야 아저씨는 표정을 풀고, 피식 웃고는 너징을 품에서 놔줘.
'....'
'....'
이틀만에 다시 마주본 얼굴, 서로 초췌해져서 참 많이 못나졌어.
그래도, 아저씨에 대한 너징의 마음,
너징에 대한 아저씨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구. 오히려 더 짙어졌달까?
'아, 오랜만에 아가 안으니까 숨이 다 트인다.'
'나두, 나두요. 아저씨..'
꼬물꼬물, 너징은 아저씨에게 가까이 다가가, 입가에 쵹, 하고 가볍게 뽀뽀해줘.
물론, 가만히 있을 아저씨는 아니지.
가볍게 뽀뽀하는 너징을 놓치지 않고 입술을 잡아먹을 듯 깊게 파고드는 아저씨, 너징은 그런 아저씨도 좋은지, 아저씨를 꼭 끌어안아.
아저씨도 너징의 허리를 살금살금 만지며, 더더 깊은 키스를 나누려 하구.
'으응..'
숨쉬기 어려워하는 너징을 위해, 살짝 입술을 떼고, 서로를 바라보고선,
베시시- 웃는 아저씨와 너징이야.
괜시리 미안한 마음에, 너징은 다시끔 아저씨에게 달려들어
쪽쪽쪽쪽-.
너징을 바라보는 종대 아저씨,
어휴, 팔불출 다시 부활이다.
참 오래도 걸렸다, 48시간동안 방황하던 너징과 아저씨가 다시끔 만나는 순간이었어.
달빛 아래, 더 이뻐보였던 너징 때문에
그날 새벽 안방 침대에서 있었던 일은.
또! 비밀인걸로~
/ 독방에서 왔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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