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번이 헛손질이 이어졌다. 무엇이라도 짚으려는 듯 간절한 종대의 손길이 이내 아무것도 붙들지 못한 채 미끄러져내렸다. 우당탕- 고요한 13층의 전략계획 부서가 한 차례 소란스러웠다. 학, 종대가 저도 모르게 헛숨을 들이켰다. 들이쉬지도 내뱉지도 못하는 숨을 붙든 채로, 종대가 차가운 바닥에서 신음했다. 다리에 힘이 풀려 어깨부터 부딪치며 넘어진 종대의 위로 이면지 몇 장이 흩날렸다. 이명이 온 것처럼 귓가가 마냥 웅웅대기만 했다. 종대는 하늘이 제게 쏟아지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제 몸을 옭아매는 무형의 압박을 설명할 길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부인해 봐야 소용 없는 일이었다. 종대는 그게 히트사이클이란 걸, 그리고 제가 부정할 수 없는 오메가였단 걸 알았다.
W. 진
종대는 혼자 남은 자신만을 위해 너른 사무실에 에어컨을 켤 수는 없다며 착한 행세를 했던 것을 후회했다. 더운 공기가 온 몸을 끈덕지게 싸고 돌았다. 에어컨 리모콘을 어디에 놔뒀더라, 창가였나? 아님 내 책상 위? 이제는 기억조차 불분명했다. 재깍재깍, 손목시계의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와 빠른 심장 소리가 겹쳐 들렸다. 온 몸에 전혀 힘이 들어가질 않아서, 일어서려던 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학학, 거친 숨을 내뱉던 종대는 이내 마지막 힘까지 끌어모아 바닥을 기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가면 박찬열 사원의 책상 아래다. 아무리 생각해도 사무실 한가운데에 엎어져있는 것은 창피할 뿐만 아니라 위험한 일이었다. 종대는 제게서 뿜어져나올 페로몬을 알고 있었다. 난생 처음 겪는 히트사이클은 종대를 더 심하게 볶아댔다. 탈진할 것만 같은 일분 일초가 지나가고, 종대는 간신히 좁은 공간 안에 몸을 웅크릴 수 있었다.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조용히, 오늘 밤만 무탈히 넘기면 될 일이었다. 종대는 넓은 회사 내에 알파가 남아있지 않기를 바랐다. 이 늦은 밤까지 설마 야근하는 사람이 있기야 하겠어…?
십삼 층은 적막했다. 건너편 건물에 켜져 있던 두 개의 전등 불빛도 이내 사그라들었다. 간신히 확인한 시계는 새벽 한 시 반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누구 있어요?"
종대가 입을 틀어막았다.
"아닌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목소리가 그득히 퍼졌다.
"누가 있는데, 분명."
발소리가 났다. 오늘 밤을 조용히 보내긴 글렀다. 그 사람은 분명 냄새의 근원을 찾아 올 것이다. 시발, 종대가 욕을 삼켰다.
그 사람이 종대를 찾아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터였다. 강한 냄새가 그를 이끌었을 것이다. 어쩌면 이대로 강간을 당한대도 종대가 할 말은 없는 걸지도 몰랐다. 엄습하는 불안감에 몸이 달달 떨렸다. 목소리를 낸다 한들 볼품없게 떨려 무슨 말인지 전달조차 되지 않을테고, 몸은 이미 말을 듣지 않는다. 이쯤에서 체념한 종대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어떻게든 되겠지.
"김종대씨?"
바로 앞에서 듣는 목소리는 아랫층 마케팅 부서의 변백현 사원이었다. 시발, 아는 사람이다 하필. 없었던 페티쉬라도 생기려는지, 바로 앞에 선 백현의 목소리에 조금씩 달아오르는 종대가 엉망이 된 머릿속을 헤집었다. 창피해. 짜증난다. 근데, 아, 흥분된다. 아. 아, 아…
종대는 갑자기 어깨에 닿아오는 손에 눈을 반짝 떴다. 저를 일으키려는 듯 힘주어 어깨를 잡는 그 손길이 닿은 자리가, 뜨거운 뱃속이 간질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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