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천원을 챙겨들고 속으로 욕을 남발하며 대기실 밖에있는 자판기로 향하였다. 그 짧은 거리를 오는 동안 천원을 얼마나 꽉 쥐었는지 찢어질 지경이다. 한참 천원을 내려다 보다가, 멍하니 자판기에 지폐를 넣고 전정국이 늘 마시는 거제도삼다수를 눌렀다. 덜컹 하며 굴러나온 물을 집어들고 또 다시 생각에 잠겼다. 아. 개같다. 정말. 내가 왜 여기서 물병과 눈싸움 중이지? 내가.. 내가 왜 나의 어여쁜 추억 속 짝사랑 상대의 노예가 되었지?! 그래. 내 탓이지. 여태 취업도 못한 것과, 덥석 계약을 해버린 것. (사실 돈에 혹했고 전정국의 아리따운 미소에 홀린건 안비밀) 그래. 3일은 괜찮았다. 연예인이고 피곤해서 예민해서 그런 거라고 애써 내 자신을 위로하였지만, 2주가 된 지금. 이제 전정국을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린다. 그러면서도 나는 굳은 표정을 풀며 대기실 문을 열고 전정국에게 다가갔다. "...?" "어. 왔냐?" "아니,그 물.." "아.. 이거? 너 빨리 안오길래 목말라서 그냥 마셨어." "그럼 이건?" 나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에 힘을주며 진정시키고 다시 뽑아온 물통을 전정국에게 건네었다. "저기 둬. 언젠가는 마시겠지." 엌. 안 마신다며. 이 물 아니면 안마신다며!!! 아, 혈압올라. 그냥 쳐 마실거면 애초에 먹는다 하지 왜 헛걸음 하게 하냐는거야.. 엉?!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이오. 나는 참을 인을 수백번 그리며 테이블 끝에 물통을 두었다. 내가 물통을 두자마자 코디가 '언니~저 이거 마실게여~' 라며 마셔버린다. 그래 너 다마셔라. 나는 구석에 앉아서 스케줄 표를 들여다보았다. 정말 내가 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다만, 전정국이 시키는 온갖 잡일을 하는게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울 뿐. 육체적으로 고통을 주는건 없다고 보면 된다. 그럼 뭐 하니? 정신이 아프면 몸이 안 따라주는데. 천천히 스케줄 표를 넘기며 보는데, 정말 바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명하고 인기있는 만큼 전정국은 쉴 틈 없이 카메라 앞에 섰다. 엄청난 인기를 어린나이에 받아서 성격이 변한건가? 아니면 원래 저런 것인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데 갑자기 목소리 걸걸한 코디실장님이 비명을 지르는게 아닌가. "으어어어어억!! 누구야!!!" "무슨 일이에여~ 실장님~" 코디는 실장님에게 달려가며 무슨일이냐고 물었다. 그에 실장은 오늘 촬영 때 입을 중요한 옷이 젖었다며, 누가 여기에 물을 올려 두었냐며 소리쳤다. 물? 물이라면 아까 그 물 말하는건가? 옷에 쏟은 꼴을 보아하니 코디가 마시고 뚜껑을 제대로 안닫아서 엎어진 모양이다. 코디는 잠시 생각하다가 얼굴이 퍼렇게 질려서는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불쌍해라... "그거 쟤가 물 거기 놔둔거에요." "뭐?" "..에?" 전정국의 삿대질에 대기실 안에있는 모든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았다. 아니? 나요? 올려둔건 맞지만 뚜껑 제대로 안 닫은건 제가 아닙니다만. 이렇게 해명해야 되는데 실장은 이미 내 앞에 다가와서 옷을 던지듯이 주며 당장 말리고 다려오라고 한다. 기가차서 헛웃음을 짓고 문제의 원인인 코디를 찾으려 했지만 도망간건지 보이지않았다.
"매니저. 뭐해? 빨리 옷 말려. 촬영 시간 얼마 안남았어." 피식거리는 전정국을 보고 인상을 찌푸리다가 촬영을 생각해 꾹 참고 드라이기를 들어 옷을 말리기 시작했다. 사실 내가 많이 소심해서 뭐라 못하겠다. 더 사실적으로 말하자면 내가 좋아했던 전정국을 이 방에서 거짓말쟁이로 만들기 싫었다. 아 눈물날거같다. 입술에 힘을주며 옷을 말리고 다리는 것을 반복하였다. 노력끝에 옷은 원상복귀 되었고 그 옷을 걸치는 전정국을 바라보다가 대기실 밖으로 나왔다. 비상문 앞으로 달려와 꾹 참았던 눈물을 조금씩 뱉어냈다. 진짜 너무하다.. 전정국... 그만큼 나도 멍청하고... "내가..진짜, 흡. 내가 아는 애는 저런 성격이 아닌데.." "그럼 어떤 성격인데요?" "네?!"
갑작스럽게 들리는 낮은 음성에 놀라 고개를 들자 TV에서 전정국 만큼 자주 언급되는 배우가 내 눈앞에 있었다. 그것도 잠시, 남자라고 인식되자 식은땀이 줄줄나고 말을 더듬거리며 눈동자가 이리저리 흔들렸다. 남자다.. 전정국이 아닌 다른 남자가 내 코앞에서 나를 내려다 보고 말을 걸어온다. 어떡하지? 뭐라고 대답해야되지? "ㅇ,아...저..저....그...." "...?" 호흡곤란 온 것 마냥 말을 끊으며 버벅대는 내가 이상한지 더 뚫어져라 쳐다보는데 진짜 미칠 지경이다. 그 동안에는 이런 나를 아는 전정국이 자기 말고는 남자와 대면을 못하게 막고다녔는데, 지금은 너무 무방비한 상태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전정국이 아예 나를 못되게 군 것도 아니였네. "..괜찮아요?" "ㄱ..괜찮..습..." "야. 뭐해? 갑자기 나가서는 안오고."
전정국은 빠르게 나와 남자 사이를 가르고 중간에 들어와 내 어깨를 잡고 말을 걸었다. 식은땀을 줄줄 흘리는 내 이마를 보더니 땀을 몇 번 꾹꾹 눌러 닦아주었다. "..어..아니...그냥 전화하러 잠깐 나왔다가.." "됐어. 따라오기나 해. 매니저가 자기 연예인 옆에 있어야지 왜 혼자 싸돌아다녀?" 궁시렁 거리며 짜증내더니 나를 자기 뒤에 감추고 아직 앞에 서있는 남자에게 인사를 하고 비상문을 열어 들어가 계단을 내려왔다. 끌고오던 손목을 놓고 전정국은 인상을 쓰며 나를 바라보다가 머리를 쓸어넘겼다. "야." "응.." "병신이야?" "..." "하-. 진짜 나한테만 멀쩡한 이유가 뭔지는 모르겠는데." "..." "자꾸 남자 앞에서 멍청한 짓 할거면 내 옆에서 절대 떨어질 생각 하지마. 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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