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해 ‘보이는‘ 수업시간.
그러나 교실 뒤켠에서는 남 모를 싸움이 있다.
나를 힐끔거리며 빙그레 웃는 저 악마 녀석이 벌이는 짓이다.
내 속옷안에서 사정없이 나의 안을 자극하는 그 조그만 자위기구 하나에, 난 맥을 못추고 있다.
"...어디 아프냐?"
선생님께서 들고 계시던 책을 교탁에 내려 놓으시며 말씀하셨다.
반 아이들이 일제히 나를 돌아보는데, 단 한 사람만 이제서야 내게서 시선을 떼더니 모르는 척 다시 돌아본다.
'깜찍한 XX.'
그 사이 작동을 멈추자, 나는 숨을 고르며 대답한다.
"..오늘 몸이 좀..."
"..아까 1교시부터 양호실 다녀왔어요."
나를 돕는 친구의 말을 들으신 선생님께서는, 그럼 일단 엎드려있다가 심해지면 조퇴하라 하신다.
난 선생님의 은혜에 넙죽 책상에 머리를 눕힌다.
수업이 재개되자마자, 그것이 또 움직이기 시작한다.
내가 엎드린채로 녀석에게 시선을 주자, 기분 나쁜 웃음으로 응수한다.
대체 저런 변태기를 숨기느라 얼마나 참아왔을까.
그동안 참아왔던 것을 다 내게 푸는 건가 싶어 시선을 거두고 책상에 코를 박는다.
간간히 나를 괴롭히던 녀석의 장난도, 야자시간이 되니 조용해졌다.
나는 조금 숨을 돌릴 수 있어서 그저 기쁘다.
그렇지만 치맛속은 조금 찝찝하기에, 난 중간에 화장실을 가려 벌떡 일어난다.
화장실까지 걸어가며 이걸 몰래 빼버릴까 하는 무방비 상태로 있다가 덥썩 손목이 붙잡힌다.
당연히 그녀석이다.
나를 끌고 온 곳은 어김없이 선도부실이다.
아주 제 안방처럼 드나드는 구나 싶어 한심하게 바라본다.
야자시간의 선도부실은 역시 고요하다.
게다가 선생님께서 들어올 일도 없...
...
난 그제서야 불안감이 몰려온다.
"잘 하고 있지?"
"..?!!!"
자연스럽게 내 속옷 위로 손을 갖다대는 녀석이다.
난 황급히 치마를 내리며 뒷걸음질 친다.
녀석이 허리춤에 손을 올리며 나를 삐딱하게 바라본다.
"...이렇게 경계심이 강해서 원."
"...내가 개냐."
"...개는 아니지만 적어도.."
녀석은 나에게 접근해서 손으로 내 턱을 잡아 들어올린다.
"내꺼잖아."
"....XX..."
내가 녀석한테 욕을 지껄여도 기분이 좋은 듯, 웃는 얼굴로 나를 잡아끈다.
나를 넓직한 책상 위로 눕히며 내려보는 눈빛이 너무 적나라해서 고갤 돌려버린다.
내 목을 파고드는 녀석에게 나는 다급한 듯이 말한다.
"너, 너 때문에...!"
"...?..."
"..나 여자애들한테 미움 받는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
"...네가 날 양호실 데려다주고 하니까...
여자애들이 날 왕따시킬 듯한 분위기라고..."
"......."
".....?"
녀석은 조용히 나를 붙잡았던 손을 놓아주며 시선을 떨군다.
내게서 한 발짝 떨어져서는 팔짱을 끼고 서있다.
난 몸을 추스리며 책상에 천천히 몸을 뗀다.
"...알겠어."
"...어...?"
"......"
그러고는 갑자기 다시 내 팔목을 붙잡아 억지로 날 책상에서 끌어내린다.
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도 모른 채로, 선도부실에서 내쫓기다 시피 빠져나온다.
"먼저 반으로 가."
"......"
그 말을 끝으로 그녀석은 선도부실의 문을 굳게 닫는다.
아침이 되었다.
일찍 일어나는 거고 나발이고 어제는 피곤에 쩔어 잠이 들어버렸다.
아직도 약간 몽롱한 기운으로 일어나 이마에 손등을 얹은 채로 누워있다.
그러다 문득, 또 푸른 교실로 간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무서워져 절로 몸이 일으켜진다.
거울 앞에서 치마 지퍼를 올리다 새삼스레 녀석의 손길이 기억이 나 고갤 젓는다.
'내 치마에 불결한 기억을 심진 말자.'
치마 위를 한 번 털어버린 후, 가방을 챙겨 나온다.
"(웃으며) 안녕."
"......"
오늘따라 인사말이 짧은 듯한 녀석이 이상하지만 난 천천히 발걸음을 떼며 교문을 지나쳐온다.
뒤를 돌아보아도 나를 바라보지 않는 녀석을 보며 신경이 쓰이지만 고갤 젓는다.
'어차피 교문 지나치면 다른 사람으로 변신할텐데.'
하지만 내 예상은 빗나간다.
"야, 오늘따라 반장 기분 되게 좋아보이지 않아?"
"어, 맞아. 오늘 나한테 눈웃음 치는 거 보고 설레 죽을 뻔..."
반 여자애들은 그애 이야기로 가득하다.
오늘 반장이 무얼 도와줬다느니, 웃어줬다느니 하는 일들로 여자애들 분위기가 후끈하다.
그치만 내게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다행인 것 아닌가. 난 뭘 아쉬워하고 있는 거지?'
어쩐지 내가 싫어지는 기분이다.
"야, 나 오늘 반장이..."
"어, 그래..."
"...아직 아무 말도 안 했거든."
"......"
"?.. 너 왜 그래?"
"...그냥..."
나는 턱을 괸 채로 웅얼웅얼 대답했다.
친구 녀석이 내 기분을 알아차렸는지 아무 말 없이 내 머리 위에 손을 얹는다.
"...기분이..."
"..어?"
"..기분이... 이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