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작은 내가 좋아하는 피치피치한 진리 짤로♡
처음 등교할때만 해도 날씨가 매섭게 추웠는데, 실내로 들어서자마자 피부로 와 닿는 후끈한 열기에 수정은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귀 뒤로 성의없이 넘겼다. 먼지 쌓인 실내화를 대충 털어내어 발을 끼워넣고, 축축한 우산을 접었다. 그렇지 않아도 환기가 잘 안되는 낡은 교실에 비까지 와서 마치 수증기가 온 몸을 감싸 올리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지나치게 높은 불쾌지수 때문인지 수정은 금새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표내지 않고 묵묵히 사물함 정리까지 마치고 뒤를 돌아서자, 수정을 향해 있던 은근한 시선들이 재빠르게 흩어졌다. 어쩌면 이 불쾌함이, 오랜만에 오는 학교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대박, 저거 정수정 아니야?"
"쟤 자퇴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봐."
"자퇴도 아닌데 무슨 학교를 삼 개월 만에 나와?"
"야, 너 모르냐? 쟤 존나 정신병자잖아. 나도 잘은 모르는데 정상은 아니래. 맨날 병원 들락날락 거리고. 집이 잘 살아서 사고친거 다 커버해준다던데. "
"헐? 얼굴은 완전 멀쩡하게 생겼는데. 왜 저런데."
"저게 멀쩡하냐? 얼굴만 번듯하지 존나 정 떨어지게 생겼는데."
이래서 학교가 싫다는거다. 수정은 핸드폰의 음악을 최대치로 틀어놓고 겹쳐진 팔 사이로 고개를 묻었다. 떠들어대는 이야기의 절반 이상은 사실임에 틀림 없었지만, 그 자체가 수정의 모습을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어서, 그게 싫었다. 나는 내가 싫으니까. 그것 조차도 혐오스러울 만큼. 왠지 모를 책임감에 이끌려 오게 된 학교지만 이제 두번 다신 이 곳에 발을 들이지 않아야겠다고 수정은 생각했다.
얼마간의 짧은 자습시간이 끝나고, 수업은 물 흐르듯이 진행 되었다. 날카로운 인상의 수학 선생님은 쉴 새없이 알게 모를 공식들을 줄줄이 늘어 놓고 있었고, 학생들은 열정적이면서도 한편으론 무기력하게 펜을 끄적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던 수정은 저 혼자만 빈손이 민망함을 느끼며 필통에서 연필을 꺼내 들었다.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것들을 빠르게 써 내려 가던 찰나, 좁은 책상 밖으로 연필이 굴러 떨어졌다. 씨발, 아침부터 재수없게. 허리를 굽힌 수정은 이리저리 주위를 둘러봤으나 좀처럼 보이지 않는 그것과 더불어 머리에 피가 쏠리는 듯한 기분에 짜증을 느꼈다.
"정수정."
"………………………"
"이거, 네꺼 맞지?"
수정의 앞으로 불쑥 내밀어진 흰 손이 연필을 그러쥐고 있었다. 어두운 색깔을 띄는 필기구와 확연하게 대비되는 피부 색깔이 독특했다. 수정이 시선이 팔을 타고 자연스럽게 이동했다. 눈이 마주쳤다. 두 눈이 닿으며 얇은 눈꼬리가 싱그럽게 휘어졌다. 몇 초간 그 짙은 눈동자를 응시하던 수정은 당혹감에 그 손에서 연필을 잡아 채었다. 살짝 닿은 손 때문에 또 기분이 이상했다. 수업이고 뭐고, 수정은 후끈해진 얼굴을 두 손 사이로 파묻었다. 제 이름을 알고 있는것도 신기하다. 아니면, 그냥 모르는 사람이 없는 걸지도.
댓글 안써여? 구독료 돌려 받으세여!!!!!!!!!!!!!!!!!!!!!!!!!!!!!!!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뷔 박보검 수지 셀린느 인생네컷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