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지금 어디 가는거야?
너징어는 아무 말 없이 네 손만 잡고 무작정 걸어가는 준면이를 올려다 보고 있어. 다른 오빠들은 울상을 해가지고 아무말이 없었지.
너무 어렸던 시절이라 너징어는 제대로 된 상황 판단도 하지 못하고 준면이 잡은 손에 이끌려 갈뿐이지.
부모님을 납골당에 안치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상복으로 입은 검정 원피스도 벗지 못했는데.
준면이가 너징어의 물음에 울음을 꾹 간신히 참으며,
"예전에 몇번 가봤었지? 작은 할머니댁. 거기 가는거야"
준면이의 대답에 너징어는 부모님과 여러번 찾아갔었던 크고 사람 사는 것 같지 않았던 대저택을 떠올려.
작은 할머니도 무섭게 인상만 쓰고 계시고 아무 말도 안하시거든. 작은 할머니댁은 너무 깨끗하고 완벽해서 너네 집처럼 아늑해보이는 느낌이 없어
그래서 징어는,
"나는 작은 할머니댁 가기 싫은데..."
하고 입술을 삐죽거려.
너징어의 그 대답에 왈칵 뒤쫓아 오던 경수가 울음을 터트려. 애써 징어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징어는 미처 깨닫지 못해.
아무튼 낯익은 저택 하나가 보여.
바로 작은 할머니댁.
원래 징어가 살던 집이랑 멀기도 멀고, 징어는 싫으니까 자꾸만 발을 질질 끌어. 하지만 준면이가 반 강제적으로 징어 손을 잡고 저택 대문으로 들어가.
"오빠, 우리 집에는 언제 가?"
징어가 뒤에 있는 찬열이랑 백현이를 돌아보며 물어
징어가 올려다보는 눈빛을 차마 마주 볼수가 없어서 쌍둥이는 고개를 숙이면서,
나중에, 나중에 징어 크면...
하고 대답을 하지.
너무 작게 중얼중얼거린 탓에 징어는 듣지 못했어.
사실은, 징어는 여기 맡겨지러 온거야.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준면이는 아직 대학생이지.
물론 부모님의 보험금으로 충분히 먹고 살 순 있지만, 남자 형제 뿐인 집안에서 엄마 아빠 없이도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인 징어를 돌본다는건 징어한테도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판단했기에
작은 할머님이 먼저 제안하신 내용이야.
징어가 좀 크면, 그때 징어가 원하는 삶을 택하도록 하자고.
물론 오빠들이 절대 못 보낸다고, 가족이 멀쩡히 있는데 왜 먼 친척에게 맡기냐며 반대하지만,
결국은 징어를 맡기기를 택했어.
정말로 집안에 여자는 징어뿐이고, 징어가 자라기에도 좋지 않은 환경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아무튼 준면이가 현관에 들어오자마자 일하시는 아주머니가 마중을 나오시고, 소파에는 작은 할머니가 앉아계시지.
준면이가 징어 손을 먼저 놔.
징어는 작은 할머니가 무섭기도 하니까 준면이 손을 잡으려는데도 준면이가 먼저 손을 빼
징어가 불안한 얼굴로
"오빠....왜그래?"
하고 묻는게 준면이는 입술을 한번 앙 물었다가
"징어, 잘들어. 이제부터 징어는 작은 할머니랑 사는거야. 알았지?"
하면서 쪼그려 앉아서 징어와 눈높이를 맞춰주지
징어는 미처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고 "오빠 왜그래?"
하며 준면이 손을 잡고 다른 오빠들을 쳐다봐. 근데 다른 오빠들은 애써 다른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채로 외면하고 있어.
"나중에,나중에 징어가 커서 똑똑한 사람이 되면 그때는 징어가 오빠들이랑 살 수 있는거야"
준면이 말에 징어가 눈물을 뚝뚝 흘려.
아직 엄마 아빠도 징어 품에 묻지 못했는데
느닷없는 생이별이라니,
징어는 와락 경수의 손을 붙잡으면서
"오빠, 나 데려가. 응? 나 싫어어-..."
하고 우는데도 경수는 눈물 뚝뚝 흘리면서 눈 꽉 감더니 그대로 징어 손에서 자기 손을 빼내.
징어는 깜짝 놀라서 아무말도 못하고 경수만 쳐다봐
"오빠는, 오빠들은 계속 징어 오빠야. 그러니까 징어야..."
경수가 너징어를 설득하려 하는 말에도 징어는
"계속 내 오빠인데, 왜 징어 버리고 가?!"
하면서 엉엉 울어.
준면이가 두손을 얼굴에 파묻고 울다가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한걸음 준면이가 뒤로 물러나면,
작은 할머니댁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가 징어 손을 붙잡아.
징어는 싫다고 바등거리고
"나 데려가!! 반찬 투정 안할게. 징어 아침에 혼자 씻고 혼자 옷 갈아 입을 수 있어.. 오빠들 말도 잘 들을게. 응? 징어 데려가."
하면서 엉엉 울고
결국 백현이가 막 울면서 준면이한테
"형. 징어 그냥 데리고 가자. 응? 저 조그만 애가 뭘 안다고 생이별을 하게해. 응?"
하면서 막 비는데, 준면이는 울면서 고개 도리도리
막 백현이가 우니까 찬열이도,
"우리 이러면 벌 받아. 엄마 아빠도 우리한테 화내실거야. 응? 징어 데려가자. 형-"
하면서 막 울기 시작해
오빠들 우니까 징어도 울면서 아줌마 손 뿌리치고
와락 백현이한테 안기지.
근데 준면이는 울다가, 간신히 끅끅거리면서 울음 멈추고
"가자"
백현이가 징어 손 잡고 따라가려는데
준면이가 징어를 밀어내면서 "너는 여기 있는거야"하지
백현이가 "형!!" 하고 막 울면서 빌듯 바라보는데
준면이는 입술 앙 깨물고 고개 가로젓고
백현이가 울며 겨자먹기로 징어 손을 풀어내.
작은 할머니는 아줌마한테 징어 붙잡으라고 고갯짓
"오빠 나도 데려가! 경수 오빠! 준면이 큰오빠!! 징어 데려가!! 응?"
하면서 아줌마한테 붙잡혀서 너징어는 바둥바둥
경수은 차마 못듣겠어서 자기 귀 틀어막으면서
나가는 준면이를 쫓아나가.
백현이랑 찬열이는 붙잡혀서 엉엉 우는 징어 쳐다보다가 끅끅 울면서 이내 등을 돌리지.
"종인오빠! 세훈오빠! 나 혼자 있기 싫어!"
하면서 엉엉 우는 징어 울음소리에
어린 종인이랑 세훈이도 울음을 터트려
결국 찬열이랑 백현이 손에 이끌려 나가버리지
너징어들은 바등바등거리다가 오빠들이 아예 문 밖으로 사라져버리니까
빽빽 발악을 하듯 울어 제끼기 시작해.
작은할머니나 아줌마가 달래주는 소리는 하나도 들리지 않고
다만 자기를 이곳에 버리듯 두고 나가버리는 오빠들 뒷모습만 기억날 뿐이야.
작은 할머니댁을 나와서 골목길을 중간쯤 와서
준면이는 다리에 힘이 풀릴것만 같아서 휘청거려
아직도 귓가에는 우는 징어 목소리가 들리고
휘청거리는 준면이 뒷모습에 찬열이랑 백현이가
"우린 진짜 벌 받을거야. 저 조그만게 뭘 알아"
하면서 울음범벅 된 얼굴을 손으로 거칠게 문질러.
경수는 우는 세훈이랑 종인이 어깨를 감싸서 달래며 걷지
지금 쓸 썰은 이 다음!
원래는 내가 준비하고 있던 내용과는 다르나,(어떤점이 다른지는 스포이므로 비밀 헣)
나란 징어 이것도 나름 재밌을거 같아성.......특별편으로 준비해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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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들이랑 같이 못살게 된 징어는 그 당일날에는 막 울다가 지쳐 잠이 들지.
그리고 난뒤에는, 어린 맘에 오빠들이 자기를 버리고 간거라고 믿으니까 아무리 작은 할머니가 오빠들한테 전화 왔다고 바꿔주려고 해도
문을 닫고 방에 들어가서는, 작은 할머니가 하시는 말씀에도 들은채 만채하면서 전화를 절대 받지 않아.
징어가 자기들 전화를 안받으니까, 쌍둥이들은 발만 동동 구르지.
결국 준면이가 오늘도 헛탕으로 전화를 끊었어.
수화기 너머에서는 작은 할머니가 오빠들 전화 왔다고 받으라고 달래시는 목소리와 싫다고 빽빽 소리지르는 너징어의 목소리가 들리지.
"형, ? 징어는? 응?"
하고 경수가 전화를 끊는 준면이 팔을 막 흔들면서 물어, 준면이는 그런 경수를 안쓰럽게 쳐다보다가 울듯 말듯한 얼굴로 고개를 살살 내젓지.
경수는 이번에도 징어 목소리를 들을 수 가 없구나 싶었지.
실은 이주일째나, 형제중 아무도 너징어의 목소리를 들은 형제가 없어.
일주일째에는 작은할머니가 징어가 오빠 목소리 들으면 보고 싶다고 하니까 전화 걸지 말라고 하셔서 통화를 못했고,
일주일이 넘어서부터는 작은 할머니가 전화를 직접 거셔서, "징어 여깄다. 바꿔주마" 하며 너징어의 귓가에 수화기를 억지로 가져다 대시지.
준면이는 콩닥콩닥 뛰는 맘으로 너징어의 목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는데, 수화기에서는 너징어의 말소리는 커녕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아.
준면이가, 마음이 짠해져서 "징어야......"하고 부르는데, 너징어는 대뜸 전화를 뚝 끊어버리지.
준면이는 그대로 수화기를 든채로 멘붕.
전화는 이미 끊어져서 뚜우- 뚜뚜- 하는 소리만 나는데, 전화기에 옹기종기 모여서 자기 차례 기다리는 동생들을 바라보니 전화 내려놓기도 버거워.
준면이가 전화기를 천천히 내려놓았어.
어떻게 됐냐는 세훈이의 질문에 준면이는 멍만 때릴뿐 답이 없지.
그런 준면이를 백현이가 답답하다는듯 바라보다가, 곧 뚜르르르르- 하고 울리는 벨소리에 냉큼 전화기를 받아 귓가에 가져가.
너무 반갑다보니, "징어야! 막내!" 하고 백현이가 웃으면서 외쳤지만,
돌아오는건 너징어들의 작은 할머니의 음성
"징어가 통화 하기 싫다고 방으로 도망쳐 버렸구나. 나중에 애 진정이 되면 그때 다시 통화하마"하는 작은할머니의 말씀,
그리고 이어지는 다시 통화가 끊어졌다는 소리가 백현이의 귀를 때려.
백현이도 준면이처럼 매우 천천히 전화기를 내려놓지.
그뒤로 한참을 다른 애들이 왜그러냐며 물어도 준면이처럼 대답없이 멍하니 앉아있기만 해.
이렇게 너징어들의 목소리를 못들은지 이제 딱 한달째
작은 할머니랑 이미 너징어의 적응을 위해, 한달동안 얼굴을 못보기로 했으니 형제들에게 가능했던건 통화뿐.
근데 그 통화도 징어가 싫다고 거절하는 통에 목소리도 듣지 못한게 자그만치 한달이야.
그동안 형제들은 어땠냐고? 동생 바보들이 가만히 있었냐고?
그럴리가,
쌍둥이는 준면이 몰래 너징어 보겠다고 작은 할머니댁을 가려다가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준면이에게 붙잡혀 된통 혼났었지.
경수는 너징어에게 부치지도 못할 편지를 하루에 한통씩 쓰며 편지지를 온통 눈물 자국으로 적셔 갔고,
세훈이가 너징어 보고싶다고 울때면, 자기도 간신히 울음을 참는 주제에 형이라고 종인이가 달래줘야만 했지.
실은, 준면이는 하도 꿈에 너징어가 우는게 어른거려서 대학교 강의 시간에 내내 어쩔줄 몰라하다가, 동생들 몰래 작은할머니 동네로 간적도 있어.
물론, 작은할머니와 한 약속이 있으니 작은 할머니께도 비밀이였던지라, 피아노 학원 가방을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너징어를 먼 발치에서만 지켜봤지.
너징어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고속 버스 안에서 질질 우니까, 나중에는 옆사람이 괜찮냐고 물어보기까지 했어.
그럼, 너징어들이라고 멀쩡했을까?
역시나 이것도 그럴리가,
오빠들이 왜 이런 결정을 하게 되었는지조차도 알수 없는 너에게 이런 상황은 단순히 버림받은 상황에 불과했지.
사랑 독차지 하고 살던 너징어에게 이런 상황은 오빠들의 배신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어.
일주일째에는 울고 불고 밥도 안먹고 오빠들한테 데려다 달라고 떼도 썼지만,
일주일이 지나, 이주가 되어가면서 너징어들도 스스로 체념하는 방법을 터득한거야.
아, 오빠들이 나를 데리러 오지 않는구나. 나는 버림 받았구나 하고 가지고 있던 희망을 체념하지.
그뒤로는, 작은 할머니 말씀도 고분고분 잘 듣고 밥도 씩씩하게 잘 챙겨먹지만, 여전히 오빠들과의 대화는 거부
버림 받았다는 생각에 마음이 치우치면서, 오빠들의 목소리는 단순히 배신자들의 목소리가 되어버렸으니까..
겉으로는 여느 초등학교 저학년 또래처럼 활발해보이기는 하지만, 많이 움츠러 들고 낯을 많이 가리게 되어버렸지.
그렇게 한달을 목소리도 못 듣고 얼굴도 못보고 살던 형제들에게 좋은 소식이 들려.
이번주 토요일에 작은 할머니가 징어를 집까지 데려다 줄테니, 일요일 저녁까지 징어와 같이 있어도 된데.
형제들은 모처럼 신이 나서, 징어 방도 깨끗이 청소하고, 징어가 좋아하는 반찬 해줄거 장도 보고 바쁘게 준비를 해.
이제 정말 토요일이 온거야.
막 동네에 진입했다는 작은 할머니 연락에, 형제들은 신발도 짝짝이로 아무거나 주워 신고는 우르르 집 대문 밖으로 뛰쳐나가지.
한달을 못만났지만, 지금 징어가 타고있을 차를 기다리는게 한달보다 더 길게 느껴지는 순간이지.
작은 할머니 차가 보여.
기사아저씨가 대문 앞에 차를 멈추고, 준면이가 기사아저씨를 대신에 작은 할머니가 타고 계신 뒷좌석 문을 열어.
기사 아저씨는 그동안 트렁크를 열어 너징어의 짐을 꺼내고 있지.
형제가 우르르 작은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나선, 작은 할머니 옆에 앉아 모습을 감춘 너징어를 보기위해 기웃기웃거려.
작은 할머니가 차에서 내리시고, 작은 할머니가 너징어의 손을 잡아 차에서 내리게 하시지.
작은 할머니네서 진짜 여자애처럼 예쁘게 지냈는지, 너징어는 오빠들이랑 있을때는 잘 못입었던 예쁜 원피스도 입고 있고
빨간색 리본도 머리에 달고 있어.
동생이 너무너무 예쁘게 그러고 있으니까, 쌍둥이가 신이 나서 "징어야! 오빠들 안보고 싶었어?" 하고 달려드는데,
너징어가 홱 작은 할머니 뒤에 숨어버려.
쌍둥이는 그런 징어를 보고 우뚝 멈춰서고, 준면이는 할말을 잃은듯 머릿속이 하얗게 질려가고 있지.
작은할머니 뒤에 찰싹 붙어서 마치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대하는듯 너징어가 겁에 질린채 오빠들을 올려만 보고 있지.
작은할머니가, 너징어의 등을 살짝 떠밀듯이 앞으로 내보내며
"징어야, 오빠들한테 인사해야지"
하는데도, 너징어는 냉큼 도로 작은 할머니 뒤에 숨더니, 오빠들 눈치만 보다가
작은 할머니의 옷깃을 꽉 쥐고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아.........안녕하세요......" 하고 중얼중얼거려.
작은 너징어의 목소리에도 경수가 용케 알아듣고는 애써 간신히 웃으면서 "왜, 안하던 존댓말을 하고 그래. 오빠들인데" 하지.
너징어는 경수 말에 대꾸도 없이 여전히 작은 할머니 뒤에 매달려 눈치만 보고 있어.
기사 아저씨가 너징어의 손에 자그만한 트렁크를 들려줘.
준면이가 늘 그런것처럼 너징어의 손에서 그 트렁크를 받아 들려고 손을 뻗었는데,
"만지지마세요!!" 하고 너징어가 빽 소리를 지르더니, 트렁크를 너징어 품에 꽉 끌어안는거야.
예상치도 못한 너징어의 반응에 준면이는 손을 뻗은채로 얼음
작은 할머니가 그런 너징어를 내려다보면서, "오빠들한테 그렇게 소리 지르는거 아니랬지?" 하더니
얼어있는 준면이를 보시며 입을 꾹 다물고 계시다가, "........징어 잘 데리고 있어라. 일요일 저녁에 데리러 오마" 하시며 차에 타시려는거야.
너징어는 작은 할머니 손 붙잡으면서, "같이 가요. 할머니-" 하고 울먹울먹
작은 할머니가 무릎을 살짝 굽혀서 너징어랑 눈을 마주쳐주시면서 "오빠들이랑 잘 지내고 있으면 이 할미가 일요일에 데리러 오마" 하셔
너징어는 울며 겨자 먹기로 알겠다고 고개 끄덕끄덕.
작은 할머니는 차에 오르시고, 창문을 조금 내리시더니
징어의 달라진 변화에 벙쪄있는 형제들을 바라보시면서 "징어가, 낯을 좀 잘 가리게 되었다만 그래도 형제인건 변하지 않으니 주말동안 시간 잘 보내려무나" 하시고는 이내 차가 출발해버리지.
너징어는 작은 할머니 차가 보이지 않을때까지 그곳만 바라보다가, 눈가를 슥슥 문지르면서 오빠들을 올려다 봐.
준면이가 그런 징어를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다가, 다시금 간신히 부들거리는 입꼬리를 당겨 웃으면서
"오빠들이랑 이제 집 들어갈래? 가방 안무거워? 오빠가 들어줄게"
하고 손을 내밀었지만, 너징어는 트렁크를 꽉 끌어안은채로 고개를 붕붕 내저어.
준면이가, 씁쓸한 얼굴로 결국 돌아서 "따라 들어와" 하면서 먼저 대문으로 들어가.
백현이가 징어 손 잡고 들어가려고, 징어 손끝을 살짝 잡았는데,
너징어가 백현이 손에 질겁하다시피 손을 뒤로 빼면서 백현이를 올려다 봐.
마치 처음 본 사람이 자기한테 해코지를 하려 했다는듯한 너징어의 얼굴에 백현이 쿠크는 와그작 와그작
경수가 집에 들어가서, 너징어가 쓰던 방으로 너징어를 안내해주면서 친근하게 말을 붙여보지만,
너징어는 입밖으로 소리도 내지 않고 고개를 끄덕거리거나 내젓는 고갯짓만 하지.
경수가 그런 징어를 보며 한숨을 내쉬더니, "이제 저녁 먹을건데, 징어가 좋아하는 반찬 많이 했어... 신나지?" 하며 애써 환하게 웃었건만,
너징어는 그런 경수를 물끄러미 올려다보더니 역시나 대꾸없이 눈을 도로 내리깔지.
경수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애써 옮기면서,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와" 하며 방을 나가.
너징어가 그새 낯설어진 자기 방을 둘러봐.
분명히 한달전까지만 해도 내가 쓰던 방인데, 지금은 생전 처음 와보는 곳 마냥 무섭고 낯설기만 하지.
너징어가 트렁크를 열어 갈아입을 옷을 꺼내는데, 그때 문이 스르륵 열려.
너징어가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이쪽으로 고개만 빼꼼 집어넣고는 눈치만 보는 세훈이와 종인이.
징어가 아무말 없이 세훈이랑 종인이 쪽만 바라보니까, 오세훈이랑 김종인이 쪼르르 방안으로 들어오지.
징어의 트렁크를 사이에 두고 앉아선, 종인이가 "우와! 우리 동생 예뻐졌네-" 하며 웃지만, 너징어는 종인이를 본채 만채.
세훈이는 손가락만 꾸물꾸물거리면서 너징어의 눈치만 슬슬 보고 있어
머리에 한 리본도 예쁘고, 지금 입고 있는 원피스도 너무너무 예쁘다고 말해주고 싶지만, 그러기에 세훈이는 아직 여리지.
결국 종인이 손에 이끌려 세훈이는 너징어 방을 나와.
물론, 종인이도 그닥 너징어와 많은 대화를 나누진 않았어.
그냥 종인이가 붙이는 말에 끄덕끄덕 아님 절레절레 하는 너징어의 고갯짓만 받았을뿐.
그렇게 너징어가 먼저 스타킹을 낑낑거리면서 벗고 있는데, 방이 똑똑거려.
너징어가 발에 걸린 스타킹을 세게 잡아당기다가 벗겨져서 뒤로 기우뚱했는데 두드려진 방문에 그쪽을 돌아봐.
너징어가 아무런 대꾸도 없었더니, 찬열이가 문을 살짝 열더니, "아가, 옷갈아 입는거 안도와줘도 돼?" 해.
같이 살때만 해도 종종 찬열이가 너징어가 옷갈아입는 것을 도와주고는 했거든.
그래서, 혹시나 너징어가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까하고 찬열이는 한참을 방문 앞에서 망설이다가 말을 걸었어.
하지만, 돌아오는건 "....나 아가 아니니까 혼자 할 수 있어요" 하는 너징어의 대답
찬열이 역시 너징어의 존댓말에 쿠크가 와그작 와그작.
코끝이 찡해지고 시야가 아른해지는걸 겨우 참으면서, "그래? 알았어. 오빠 아래 있을테니까 내려와-" 하고 떨리는 목소리를 큼큼 다듬어 말하지.
너징어가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계단을 내려오는데, 너징어가 내려오기까지만을 기다린건지 계단 아래 세훈이가 서있었어.
드디어 말을 붙일 용기가 난걸까?
너징어에게 손을 잡으라는듯 제손을 내민 세훈이가, "형들이 너 맛있는거 해준다고 열심히 했어-" 했는데
너징어는 그런 세훈이를 빤히 바라보다가 내밀어진 손도 무시하고 계단을 내려와 주방으로 들어가버려.
세훈이는 뻗어진 손을 한채로 딱 굳어버리지.
헐.....................................................................하고
너징어가 식탁에 앉자, 너징어의 눈치만 보던 오빠들이 식탁의자에 앉아.
너징어의 자리는 한달전 작은 할머니댁에 가기전 그 자리.
"밥 먹자!" 하는 준면이 말에 형제들이 젓가락을 들지.
경수가 징어는 어쩌고 있나 하고 우연히 징어쪽을 바라봤는데, 징어가 하던 특유의 젓가락질은 어디가고 너징어가 정석대로 젓가락질을 하고있네.
그래서 경수가, "막내- 젓가락질 이제 진짜 잘하네?" 하고 우쭈쭈하는데, 너징어는 그런 경수의 말에 목을 움츠리더니,
"...할머니가 가르쳐주셨어요"
하고 대답해.
준면이는 그런 징어의 말에 다시 씁쓸하게 웃을 수 밖에.
징어가 하는 젓가락질을 보며 반드시 자기가 똑바르게 할 수 있게 고쳐주겠다고 다짐했었는데,
한달이라는 길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에 징어는 몰라보게 쑥쑥 자라있어.
그, 귀한 시간을 직접 지켜볼 수 없다는게 오빠들에게는 슬프기만 해.
그런 징어를 맞은편에 앉은 찬열이가, "아가, 아가가 좋아하는 반찬 여깄어-" 하며 징어 밥그릇에 반찬을 올려줘
너징어가 찬열이 눈치를 힐끔힐끔 보더니, 슬쩍 숟가락으로 찬열이가 올려준 반찬을 밀어놓는거야. 그러더니 다시 밥을 퍼먹어
그런 너징어의 행동을 목격한 찬열이의 쿠크는 소생이 불가해져 버렸어.
물론, 그런 너징어의 행동은
오랜 시간 동안 널 못 봤기에 너에게만 시선을 두고 있던 다른 오빠들도 목격해버렸지.
그래서 그런지 남은 식사시간이 매우 불편하게 돌아가.
늘 밥 한그릇씩 더 먹던 애들도 한그릇을 겨우 꾸역꾸역 먹게 되었지.
밥을 다 먹고 먼저 일어난 너징어는 밥그릇을 싱크대에 내려놓고는 다다다다 주방을 뛰쳐나가.
쌍둥이들이 그런 징어를 보고는, 남은 자기밥을 허겁지겁 퍼먹고 나서 급하게 징어를 따라 나가지
징어가 어디 있나 싶었는데, 너무나 발견하기 쉽게도,
너징어는 거실에 놓인 집전화를 귀에 갖다대고 누군가와 통화중.
주방에서 나오던 쌍둥이들이 그런 너징어를 보고는 걸음을 늦추는데
그런 쌍둥이들 귀에 들리는 너징어의 말은, "할머니....나 집에 언제 가요?....집에 가고 싶어......."하고 울먹거리는 목소리.
백현이의 눈물이 왈칵 터져.
아, 이제 이곳은 더이상 징어에게 '집'이 아니구나 하고 깨닫게 되어버린거지.
찬열이 역시 눈가가 그렁그렁해져.
이렇게, 이렇게 되고 싶었던건 아니였는데........
백현이가 입술을 악 물고 울음을 참다가, 결국 "끄흐-" 하는 울음소리를 내니까
전화 통화를 하던 너징어는 화들짝 놀라 쌍둥이 쪽을 바라보고는, 급하게 "할머니 집에서 뵈요" 하고 전화를 끊고
계단을 도망치듯 뛰어올라가, 그리고는 닫히는 너징어의 방문 소리.
백현이가 성난 걸음으로 주방으로 도로 들어가.
막 그릇을 싱크대에 내려놓는 준면이를 바라보면서,
"형이!! 형이 망쳤어!! 이제 어쩔거야......흐으, 이제 어쩔건데...."
하고 막 울기 시작하니까, 준면이는 놀라 백현이를 쳐다보다가도, 입술을 앙 물고 말지.
찬열이가 콧물을 훌쩍훌쩍 들이키면서, "이제 어떡해. 우리집 이제 아가한테 집 아니야. 우리 어떡해?" 하고 울먹거리다가
이내 백현이 따라서 눈가를 팔로 가리면서 와앙- 하고 서러운 울음을 터트려.
경수는 경황이 없어서 엉엉 우는 쌍둥이들을 달래는데, 준면이는 아무런 말이 없지.
그저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에 엉엉 우는 쌍둥이들만 쳐다보고 있어.
그러다가 누가 준면이 옷깃을 잡아.
준면이가 아래를 내려다 보니, 울음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하고서도 준면이를 달래주고 싶었던건지
종인이랑 세훈이가 준면이 옷깃을 잡아당기고 있어.
그러다가 종인이가 아직 작은 손을 뻗어서 준면이의 배를 괜찮다는 듯 토닥토닥거려줘
그러니까 준면이도 그제야 눈물이 방울방울 샘솟아
얼마나, 얼마나 울고 싶었는지 몰라. 첫째니까, 맏형이니까 차마 울 수 없었던거지만
아까 너징어가 낯선 사람을 보듯 자기를 보던 순간부터 준면이는 울고 싶었어.
"다......다 우리가 망쳤어, 흐으... 저 쪼끄만 애가 무,뭘 알아?"
백현이가 히끅거리면서 떠듬떠듬 말 하다가, 끝에 다다라서는 더는 버티지 못해 발음을 전부 뭉개며 흐허허헝 울어버려,
그 위로 "그래, 저 쪼끄만 애가 무슨 죄야. 막내가 무슨 죄야.." 하는 준면이의 물기 머금은 목소리가 겹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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