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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사인회가 한창 진행 중이다. 수많은 팬들과 대화하고 사인을 하느라 많이 지쳐있는 멤버들인 반면에 팬들은 사인회 초반보다 더 쌩쌩해졌다. 이상한 드립을 날리는 중학생들도 있었고, 나를 남감하게 하는 질문들을 하는 언니들도 있었다. 그럴때마다 넘어갈게요- 외쳐주는 매니저형이 너무나 고마웠다. 팬이 쓰라고 선물한 풍선 달린 머리띠를 만지작 거리다가 찬열에게 건냈다. "찬열- 써줘 " 라고 하자 흰 치아를 훤히 들어내던 찬열이 냉큼 받아 든다.
" 멋있어? "
" 풋, 아니 이뻐- "
난데 없는 팬들의 환호성에 저 끝에 앉아 있던 민석이 의자에서 일어나 상체를 길게 뻗어 우리쪽을 확인 하더니 뾰족한 송곳니를 세우며 웃는다. 내가 풍선을 툭툭 치자 찬열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풍선을 튕긴다.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 팬들 중 누군가 움직이는 사진으로 인터넷에 올린다면 바로 다운 받아야지.
루한과 민석이 화장실을 간 사이에 조금의 휴식 타임이 생겼다. 팬들은 멤버들 이름을 불러 눈길 한번 받기를 원했고, 여기저기 터지는 프레쉬에 나는 눈이 촉촉해짐을 느꼈다. 찬열이 내 허벅지를 탁탁 친다. 뭐지? 탁자 위 물병에 교묘히 숨겨 올려두었던 찬열의 핸드폰이 내 쪽으로 건네 졌다. 톡이 와있다.
[ 찬열아, 애들 뭔 일 없어? ]
[ 경수 잘 챙겼어? ]
수호의 톡이었다. 감동이다. 함께 있든, 멀리 떨어져 있든 멤버들 하나하나 걱정하는 리더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톡이었다. 나는 찬열에게 한번 웃어보이고는 수호에게 답을 보냈다. [ 형, 저 경수에요. 전 괜찮은데 종대가 긁혔어요ㅠㅠ ] 라고 보내자 곧바로 [어디!!] 라고 온다. [팔이요. 그런데 멀쩡해 보여요. 비글이잖아요.] 라고 보내고 찬열의 주머니에 핸드폰을 꽂아 넣었다.
화장실 갔던 민석과 루한이 돌아오고, 팬사인회는 끝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팬서비스를 위해 세운과 브이 하고 포즈를 지었다. 그러자 또다시 세훈이 내 귀에 속삭인다. " 형 때문에 얼굴 커보이잖아요!큭큭 " 란다. 세훈아 너가 방금 여러 사람 죽인거 알고 있지? 단체로 단상 앞에 서서 포즈 몇번 짓고 밑으로 내려왔다. 팬들은 가지말라며 소리를 질러댔고, 아주 조금이지만 욕 소리도 들려왔다.
에어컨이 켜져있는 실내임에도 불구하고 민석은 땀을 흘리고 있다. 축 처진 배기 바지 주머니에 각이 잘 잡힌 티슈를 꺼내더니 이마를 쓱 한번 훝는다. 민석의 옆을 지키고 서있던 루한이 민석의 구겨진 카라 깃을 정돈해준다. 아..좋다. 바로 이거야.
" 엑소, 이동하실게요! "
코디로 추정되는 여자가 우리를 출구쪽으로 안내했다. 찬열은 옷이 불편하다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온다며 세훈과 화장실로 가버렸고 나는 종대의 팔목을 꼭 잡았다. 얇다. 진짜 얇아. 내 원래 손목 보다 얇은것같아. " 팔 괜찮아?약발랐어? " 종대가 쌍커풀진 눈을 반달로 접으며 " 매니저형이 발라주셨어- " 라며 빨갛게 부어오른 상처를 살짝 문지른다. 종대 손톱자국 낸 팬을 봤어야 했는데. 나중에 보면 꼭 몰래 때려줄테야.
" 뭐지.. "
루한의 낮게 울리는 목소리에 주위를 살폈다. 이럴수가. 팬들의 통제가 전혀 되어있지 않다. 매니저와 스타일리스트 한 명이 급하게 우리를 감싸보지만 턱도 없다. 경호원들은 무얼하는지. 일단 가까운 곳에 차가 있으니 눈 딱 감고 가자! 라는 식으로 멤버들도 발걸음을 계속했다. 난 솔직히 두려웠다. 정말 먹잇감을 위해 돌진하는 짐승을 연상케 하는 팬들의 표정에는 살기가 비춰져 있었다. 난 혹시나 저 대포같은 카메라에 귀한 경소 오빠 얼굴에 멍자국을 남길까 고개를 푹숙이고 한쪽 팔로 얼굴을 가렸다.
고개를 들었을때 나는 제자리에 서있었다. 바닥만 보고 걸었던게 잘못이었는데 방향감각을 잃어 나 혼자 오른쪽에 따로 떨어져 있다. " 디오야!!!어디가!! " 나를 부르는 종대의 목소리가 들리지만 " 아이..잠깐만요..! " 아무리 부탁하고 애원해도 팬들이 나를 놔주질 않는다. 손목을 잡고 놔주질 않고, 반팔티 사이로 셔츠를 집어 넣기도 하고, 난감하다. 눈물이 날것같다. 카메라들은 이미 내 코앞까지 다가와 있고, 조금이라도 발을 헛딛으면 뒤로 넘어질것 같아 아슬아슬하다.
" 뭐야!! 다 비켜!! "
저 멀리서 매니저 형이 주위를 다 물린다. 물러서지 않을것 같은 팬들은 주춤거리며 살짝 뒤로 물러선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온 세훈과 찬열은 나를 가운데 두고 팔로 감싸며, 차에 타지도 못하고 발을 동동거리고 있는 종대에게 걸어갔다. 종대는 나를 살짝 안아주며, 먼저 차를 타게 해준다. " 경수 괜찮아? " 라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는 루한과, 이미 얼굴이 구겨진 민석이 기다리고 있다.
" 죄송해요..방향감각을 잃어서.. "
" 어디 다친데는 없고? "
라고 종대의 말에 이마를 긁적이려다가 뒤따라오는 고통에 얼굴이 일그러져버렸다. " 아오씨, 이마에 멍 오르겠다. " 라며 종대가 내 앞머리를 살짝 옆으로 해서 상처를 더욱 주의해서 살핀다. 찬열은 조용히 보고 있다가 " 미안하다. 또.. 내가 잘 챙겼어야 했는데.. " 라며 스스로를 자책한다.
" 아니야!! 다 내탓이지 뭐..바보같이 허둥대다가..난 괜찮아. 메이크업으로 다 가려질꺼야. "
" ... ... ... ... "
" 형들, 진짜 저 괜찮아요!! "
차량 안이 조용해졌다. 애써 밝은척 목소리를 높히며, 세훈의 허벅지를 탁탁 치며 소리도 내보고, 바보같이 웃어보기도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운전석에 매니저 형이 답승하자마자 " 도경수 안다쳤어?! " 라며 약간 언성을 높힌다. " 죄송해요!! 저 멀쩡해요- 다음부턴 정신 잘 차릴게요! " 라고 대답했다.
뒤를 돌아보는 매니저형에게 혹시나 멍이라도 보일까 앞머리를 정리하는듯이 가렸다. 아슬아슬했다.
=
연습실 안으로 들어가기 전 나는 멤버들에게 부탁했다.
" 그냥 아무말 안해줬으면 해요. 괜히 걱정할테니까."
멤버들은 내말에 동의한다는듯이 작게 끄덕여 주었다. 연습실 문을 열기전 들려오는 노래소리. 으르렁? 으르렁? 이번 후속곡이 이 노래인가보다. 팬들 중 내가 가장 먼저 듣게 된건가? 덜컹- 무게감있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고, 큰 거울 앞에서 한 동작동작 맞춰보는 6명의 멤버가 보인다. 땀냄새가 진동하지만, 그 냄새마저 향기롭다.
" 잘하고 왔어? "
" 어. "
백현이 제일먼저 우리를 발견하고 인사를 건네지만, 찬열은 무뚝뚝한 단답을 뱉어 낸더니 문 옆의 소파에 엉덩이를 붙히더니 애꿎은 신발끈을 묶는다. " 박찬열, 피곤해서 그래. 차에서 잤거든. " 이라며 내가 대충 변명 같지 않은 변명을 했다. 백현은 아무렇지 않은듯 냉장고로 걸어가 생수 한통을 꺼내 든다.
" 이번 안무 더럽게 힘드네.. "
" 종인아, 여기 싸비 부분 좀 다시 알려주라. "
타오가 종인을 데리고 구석진데로 데려간다. 수호는 " 밥 안먹었지? " 라며, 우리 팬사인회 멤버 전체에게 묻는다. 세훈이 더 찡찡거리며 " 배고파 죽겠어요- 우리 뭐 먹어요? " 라며 수호에게 쓰러지듯이 기댄다. 수호는 그런 세훈의 등을 몇번 토닥이더니 " 족발먹을래? " 란다. 종인과 춤을 추고 있던 타오가 수호의 말을 들었는다 나 족발!!! 소리지른다.
" 형이 쏘는거? "
" 그래, 이 자식들아 "
" 오예!! 친한친구 족발이 최고야. 거기 시키자 거기 "
" 백현아, 상추 많이 달라고 그래!!
백현은 들고 있던 물병을 찬열의 무릎에 올려두고 잔뜩 흥분한채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핸드폰을 꺼내든다. 벽에 기대 서있던 종대가 쪼르르 백현 옆으로가 앉더니 상추상추 노래를 부른다. 이렇게 쿵짝이 잘 맞다니. 찬열은 정말 단순했다. 족발에 금새 기분이 풀렸는지 백현에게 " 야, 비계말고 살 좀 달라고해, 저번에 비계덩어리만 왔더라- " 그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온다.
" 네! 여기 SM 건물 3층 계단 바로 앞 방이요. 여기- 족발 大자..형 다섯개? 네 다섯개 배달해 주세요- "
" ... ... ... .... ... "
" 아 상추 많이 주시고요, 비계도 많이 주세요~ "
라며 전화를 끊어버린다. 찬열은 이상함을 느끼고는 " 야!! 비계 조금만 달라고 해야지! " 라며 삿대질까지 하며 따진다. 다시 전화하라며 핸드폰까지 쥐어주지만 백현은 " 난 비계가 더 좋아. 타오랑 수호형도 그래. 그러니까 조용히 있어 박찬열!! " 야무지게 쥔 주먹으로 부서질것같이 얇은 찬열의 팔뚝을 친다. 찬열은 중지를 살짝 세운 주먹으로 백현의 발뜩을 두대 친다.
" 야!! 중지 세우기 없어! 아씨..아프잖아!! "
어후, 정신 사납다. 진짜. 나는 어디든 몸을 눕히고 싶었다. 종아리고 허벅지도 다 땡겼다. 바닥에 손을 짚고 앉아 두다리 뻗어 쉬고 있는 레이의 허벅지에 머리를 두고 누웠다. 그리고 내 허벅지를 베고 눕는 민석이다. 간지러워- 크큭
" 도경수, 이마가 왜그래? "
" ...네? "
목소리가 삐긋 어긋났다. 일부러 삑사리를 내는건줄 알았는데 자주 이러는구나. 아무튼 수호가 알아챘다. 누으면서 앞머리가 갈린 틈으로 멍이 보였나보다.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내 앞머리를 훅 넘기더니 보라색에 가까운 멍을 보고 말았다. 어쩌지?
" 아 이거, 아까 차...차타면서 천장에..찍은거요.. "
" 진짜? "
" 네... "
" 박찬열 진짜야? "
" 박찬열 못봤어요. 진짜라니까요? 종대야 맞지!! "
" 어?어..맞아요. 바보같이 차에 찍었어요. "
박찬열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고개를 푹 한번 숙일뿐. 이건 절대 찬열이 잘못한건 아니다. 그치만 수호에게 따로 부탁 받은것도 있고,저번 사건도 있었으니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나보다. 괜스레 내가 더 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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됴르방 찾아왔어요~^^
사실 내일쯤에나 올려고 했는데 일찍 써지기도 하고 얼른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에 냉큼 왔네요~
재미있는지, 아님 재미없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제가 쓰고 싶기도 하고 보여드리고 싶기도 해서 이렇게 또 올려봅니다.
흠...솔직히 말하자면 조회수는 700 가까이 찍지만, 댓글수는 20개를 넘지 못하네요..참 서운하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죠?
댓글 많이 달아주시면, 더 힘나서 재밌게 쓸 자신있는데 ㅠㅠ 그래도 한결같이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정말 사랑합니다.
눈팅만 하시는 분들 살짝만 사랑합니다. 데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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