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랬듯이 날카로운 술냄새가 풍겨오자 경수가 머리를 부여잡고 입구로 들어섰다. 경수 왔어? 반갑다는 듯 손을 흔드는 매니저를 뒤로한 채 탈의실로 향했다. 도경수라는 반듯히 적힌 명찰을 지워내고 이젠 술집에서 일하는 지저분한 도경수로 가야 할 시간. 경수는 거추장스러운 교복을 하나둘 풀어헤치며 옷을 갈아입었다. 흰 살결이 보일듯 말듯한 의상이 마음에 안 드는지 두 어번 툭툭 내려친 경수는 한숨을 토해내며 밖으로 나섰다.
“이제 형네 가게에서 일도 못 하겠네…, 사람이 이렇게 없어서 쓰나.”
“학교생활 한답시고 일 안 나온게 누군데! 너 없으니까 고객들 전부 나가잖아, 그니까 앞으로 농땡이 피울 생각 말아.”
경수는 담배 연기에 기침을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쯤 괴롭힐 상대가 없어져 도도새 어딨냐? 하고 반 아이들을 붙잡고 묻고있을 찬열을 생각하니 괜히 웃음이 푸스스 흩어져 나왔다. 민석이한테 일 하러간다고 얘기했는데, 설마 여기가 어딘지 알고 찾아오겠어. 경수는 괜한 걱정인 것 같아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소매를 걷어붙였다. 손님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아 서빙만 도맡아하던 경수가 잠시 한숨을 돌리던 경수가 나즈막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예쁜 도도새. 여기 있었구나.”
…박찬열? 이 와중에도 목소리의 주인공이 종인이길 바랬던 못된 자신을 탓하던 경수가 두 눈을 크게 뜨자 찬열이 뚜벅뚜벅 경수의 앞에 다가왔다. 너 왜 여기있어? 찬열이 앞에 놓인 생수를 벌컥벌컥 들이키며 따지듯 경수에게 묻자 그런 경수가 심드렁히 대답했다. 몰라서 묻냐, 네 말대로 나 걸레잖아. 어두운 조명 탓에 더 야릇해보이는 경수의 얼굴이 마음에 들지않는지 찬열은 한숨을 내쉬며 두 눈을 감아버렸다. 짜증이 솟구쳤다. 답이 안 나오는 이 감정에.
“나와”
“따먹으려면 여기서 따먹어. 나도 길가에서 뒷처리 할 맘은 없거든.”
“누가 너 주구장창 섹스만 하자고 부르는 줄 알아? 짜증나니까 빨리 나오라고 도경수.”
네가 뭔데 나한테 화를 내는건데 지금. 더이상 말씨름하기 싫다는 표정의 경수가 뒤돌자 찬열이 그런 경수의 손목을 붙잡았다. 손님도 없으면서 나와서 이딴 옷이나 걸치고 뭐 하는거야 지금 너. 찬열의 목소리에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지금 내 앞에 있는 건 김종인이 아닌 박찬열인데. 그토록 싫어했던 박찬열인데. 왜인지 밖에서 추적추적 내리는 비와 학교에서 제법 떨어진 영업소까지 경수만을 위해 달려왔을 그의 정성이 이제서야 느껴지는 듯 해서.
“…신경 끄고 김준면한테 가 봐.”
“네가 언제부터 김준면이랑 그렇게 사이 좋았다고 나만 보면 김준면 김준면 그 소리냐?”
“김준면이 너 좋아하니까.”
“아 그래? 어떡하냐. 난 너 좋아하는데.”
댕―. 누군가 뒷통수를 강하게 내려친 것처럼 머릿속 회로들이 모두 멈춘 듯 했다. 무슨 소리야? 경수가 눈을 깜빡이자 찬열은 교복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들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김준면은 박찬열을 좋아하고, 민석이는 김준면을 좋아하고, 나는 김종인을 좋아하고…… 미친. 경수는 그저 이 상황이 우습다는 듯 미친 사람처럼 한참을 웃었다. 손님이 없으니 이만 가 보라는 매니저의 말에 너무 우울해 하지 말라는 말을 끝으로 밖으로 나온 경수는 본능적으로 찬열을 찾아나섰다.
“도도, 나 여깄어. 나 찾았구나?”
“개소리하네.”
“너 충격먹었지, 내가 너 좋아한대서.”
“…뭐, 조금?”
“나도 충격먹었다, 내가 너 좋아한대서. 나도 진짜 태생부터 병신이었나 봐. 김종인 좋다는 애가 뭐 좋다고, 그치?”
둘 사이에 짙은 적막이 맴돌았다. 어느덧 비는 갰고 하늘은 반짝이고 있었다. 경수가 참 좋아하는 날씨였다. 길가엔 빗방울이 가득 묻어나 있지만 하늘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반짝거리며 미소짓고 있는 그런 날씨. 경수는 자신의 옆을 따라오는 찬열을 향해 중얼거렸다. 내가 무지 이상하고 재밌는 거 하나 알려줄까. 민석이가 김준면을 좋아해, 그런데 김준면은 널 좋아한다? 근데 너는 나를 좋아하고, 나는 김종인을 좋아해…. 말끝을 흐리는 경수를 향해 웃어보인 찬열이 대답했다.
“네가 카드 하나만 버리면 뚝딱 끝나버릴 문제잖아. 몇몇 아프긴 하겠지만.”
“뭐?”
“김종인 하나만 버리면, 너랑 내가 행복하고 김준면이랑 김민석이 행복해지고. 다 해피엔딩이잖아.”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나한텐 너무 꿈같은 얘기야. 그렇게 되길 맨날 맨날 기도해야지. 이제 세훈이 따라서 교회도 다니고.”
“지랄하지마 박찬열.”
“내가 너 힘들때 지칠때 울고있을때 꼭 옆에 가서 눈물 닦아줄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해야지.”
늘 개구졌던 모습과는 달리 오늘은 대사라도 외워온 것처럼 진지한 말만 콸콸 내뱉는 찬열에 어쩔 줄 몰라하던 경수가 애꿎은 땅을 우산 끝으로 콕콕 찔렀다. 네가 나 좋다는 것처럼 나는 똑같이 종인이가 좋아. 물론 너도 걔도 날 그냥… 장난감으로 보겠지만. 경수의 말에 찬열이 씁쓸한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 정말 나 좋아하는거야? 장난치지 말고 진지하게 얘기해.”
“이런 거 가지고 장난칠만큼 쓰레기는 아닌데.”
“넌 그럴만한데.”
“뒤질려고.”
“나 진짜 좋아하면 부탁 하나만 들어줘.”
경수가 고개를 들어 찬열의 얼굴을 바라보자 찬열도 그런 경수를 내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김준면이랑 붙어다니지마, 걔 진짜 나쁜 애라서 그래. 단순히 이복형제라서 싫은 게 아니라, 정말 나도 너가 걱정되서… 그래서 그러는 거야. 그러니까 너가 민석이 좀 지켜줘. 경수의 말에 찬열이 곰곰히 생각에 잠기는 듯 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신 너도 김종인한테 앵기지마. 오빠라고도 하지마. 섹스도 하지마.”
“…뭐?”
“거래라는 게 말이지.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것도 있어야지. 너도 내 말 지켜, 김민석 내가 잘 보호할테니까.”
“알았어. 민석이한텐 이상한 거 가르치지마, 알았지?”
찬열은 고개를 끄덕이며 빙글 뒤돌아 반대편으로 달려갔다. 찰박이는 빗소리가 한참을 경수의 귓가를 맴돌았다. 엉키고 엉켰던 관계가 하나 풀어졌지만, 여전히 남은 실타래들이 위용을 뽐내며 경수의 앞에 버티고 서 있었다. 오늘은 그 누구와도 관계를 맺지 않았건만 비가 와서인지 쿡쿡 쑤시는 허리를 매만지던 경수가 한숨을 내쉬며 요란한 소리를 내는 대문을 열어제끼고 집 안으로 들어섰다.
피카츄
카라멜
구리수
표범바지
호흡
독영수짱
꽃개
예쁜간호사
키옄
BbE
쏘울
스팸
슨녀리
아이클레이
계란
윔키
몽글몽글
요플레
각시탈
요정
기니피그
데오드란트
수딩젤
도양이
뀨뀨
피글렛
민트
미겠
됴케스트라
도블리
타니
종인이워더
연느
이불익이니
오징경
부농
차별
왓썹
새라
링세
조카
틴트
랜이
낭판
백도병자
그 외 비회원 분들
늦게 오신 분들은 못 넣어드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는 다음편을 기다리시면 됩니다!
불금인데 비도 오고 혼자 우울한 노래나 틀어놓고 있네요ㅠㅠ..
아참 뮤뱅 보셨어요? 저 심장 터지는 줄 알았어요 루한 너무 예뻐서ㅠㅠㅠㅠ 발카이긴 했지만 뿌듯ㅎㅎ
빨리 엑소 컴백했으면 좋겠어요 두근두근 징어분들 마음은 다 똑같겠죠?
늘 한결같은 관심과 사랑 정말 너무 과분히 생각하고 있구, 너무 너무 감사드리는 거 알고 계시죠?
하루에도 쉴틈없이 어떤 소재로 글을 써야할지 생각하는 제 마음도 알아주셨으면 해요! ㅎㅎ 하트
그럼 저는 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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