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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 그네

타닥타닥

노트북화면에 합격자 확인을 위해 이름과 수험번호를 적었다.

 

 

이름 ; 정아현

수험번호 876291822

 

 

화면에는 빠르게 이름과 수험번호가 적혀져 나갔고 다음을 누르자 합격자 명단페이지로 화면이 넘어가서는 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쭉 적혀있었다.

 

 

드르륵 드르륵

마우스 휠을 내려가며 내 이름을 찾아나갔다.

 

 

「“하느님 부처님 알라신이여.....제발....제발!!!!!!!아, 씨!!발!!!!!!!!!!!!!!!”」

 

 

마지막 이름까지 확인했지만, 합격자 명단에서는 내 이름을 찾을 수 없었다. 두 번을 보고 세 번을 봐도 명단에는 내 이름이 적혀있지 않았다.

 

 

「“아아아아악!!!!!!!!!!아아아가아아각!!!!!”」

 

 

죽어버리고 싶었다. 3차에서 떨어질 줄이야,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이론적인 필기시험이나 논술은 잘할 수 있었지만 면접에서 말도 더듬어버려서 실수했다는 생각에 머리가 하얗게 타버렸고 제대로 말한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더니 결국 이렇게 되어버렸다.

 

 

한참을 노트북 앞에 멍하니 앉아있다가 핸드폰을 들고는 침대에 몸을 던졌다.

 

 

[엄마 미안해, 한번에는 역시 힘든가봐]

 

 

읽지 못한 메시지들이 계속해서 쌓여가고 있는 핸드폰 화면을 한참 바라보다가 다시 메시지를 적기 시작했다.

 

 

[성완아, 오늘은 너가 술 좀 사줘야겠다.]

 

 

[너 술 못먹자나, 떨어졌냐? 결국? OO에서 보자 나는 7시퇴근]

 

 

답장은 금방 도착했고 내가 딱히 만날 사람은 성완이밖에 없으니 더욱 우울해졌다.

침대에 누운채로 천장과 눈싸움을 하면서 멍하니 시간을 때우다보니 약속된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고, 집에서 나와 번화가로 출발했다.

 

 

그 집은 고등학교에 올라갈 때 할머니와 함께 이사왔는데, 그 해 겨울 할머니는 요양원에 가셨고 그 때 이후로는 혼자서 쭉 살고 있어서 혼자살기에는 조금 큰 그런 집이었다.

 

 

버스를 타고 번화가에 도착해서 OO술집으로 들어가니 성완이는 이미 와있었다.

 

 

「“어! 여기 아현아”」

 

 

웃고 싶었지만 웃음이 잘 나오지 않았다. 쓴웃음을 지으며 손인사를 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아 이렇게 백수가 되는가보다.”」

 

 

「“천재님께서 왜 그러셨다냐? 청년실업에 보탬이 되셨네요. ㅋㅋㅋㅋㅋㅋ”」

 

 

나를 놀리며 소주를 따라주더니 말을 이어나갔다.

 

 

「“졸업식에서 떵떵거리면서 잘난 척을 해줘야대는데 이제 어떻하냐?”」

 

 

「“그건 이제 그만하자, 진짜 먹고 죽어버려야지, 쪽팔려서 졸업식이고 동창회고 다 못나간다.”」

 

 

켁켁켁, 크악

먹지도 못하는 소주를 입으로 들이밀고는 인상을 팍!쓰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너 챙기는거 힘들다 적당히 먹어ㅋㅋㅋ 다음주에 동창회 진짜 안가?”」

 

 

「“너 같으면 갈 수 있겠냐?”」

 

 

「… …」

 

 

그렇게 한참이나 동창회와 졸업식에 가자는 성완이와 실갱이도 하고, 오랜만에 학교애들 얘기도 하고,

 ‘앞으로 뭘해야 하나’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택시에서 나를 흔들어 깨우는 성완이가 보였다.

 

 

「“???? 뭐야 어디야??”」

 

 

「“많이 먹더라니 너네 집 앞에 슈퍼다. 내려라. 그리고 술은 나만 먹을게 앞으로....”」

 

 

?????????????? 조금 지나 정신을 차리고는 주변을 보니 저기 앞에 빌라로 올라가는 언덕베기와 그 밑에 단골슈퍼가 보였다.

 

 

「“와; 정신을 놨었나보네;; 아무튼 고맙다; 집까지 멀텐데 어떻게 하냐 성완아?;;”」

 

 

「“댔다. 아무튼 정신 바짝차리고 앞으로 잘하면 되지!!ㅋㅋㅋㅋㅋ힘내ㅋㅋㅋ”」

 

 

「“고맙다, 너밖에 없다.”」

 

 

그렇게 택시에서 내려서는 떠나가는 택시를 보고 있자니 다시 찾아오는 우울함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언덕을 올라가다 있는 놀이터로 들어가 그네에 앉아서 핸드폰을 보니 4시 10분전이었다.

작고 조그마한 눈송이들이 내리기 시작했다.

 

 

「“휴우… 아직 겨울이구나”」

 

 

그네에 몸을 맡긴 나는 그저 떨어지는 눈꽃들을 맞으며 고개를 푹 숙였다.

이렇게 우울한 날이면 어김없이 엄마와 함께 걷던 그 날의 꿈을 꾸기 때문에 들어가서 자는 것이 조금 겁이 나는 상황이었다.

새벽 4시 놀이터에는 그네가 움직이는 쇳소리만 가득했고 온 세상에 나 혼자 고립되어 있는 듯이 고요했다.

그저 한숨만 쉬며 몸을 움직여 그네를 앞뒤로 흔들고 있을 뿐이었다.

 

 

터벅, 터벅....

「“후르릅… 쩝쩝…”」

 

 

인기척을 느끼며 고개를 들어보니 깜빡거리는 가로등 밑으로 지나가는 그녀가 보였다.

눈꽃만큼이나 하얀 피부에 빨간틴트를 발랐는지 빨간색으로 반짝이는 입술이 무척이나 인상깊었다.

약간 슬픈 눈은 살짝 쳐졌지만 동그랗게 컷고, 볼은 추워서 그런지 살짝 홍조가 올라와 있는 것 같았다.

쭈쭈바인가? 추운겨울에 아이스크림처럼 맛있게 뭔가를 먹으며 지나가던 그녀와 그렇게 눈이 마주쳤다.

 

 

서로 놀랐다는 듯이 눈이 커져서는 한참이나 멍하니 서서 나를 바라보던 그녀는 다시 발걸음을 내딛었고,

그렇게 가던 길을 그대로 가버려서는 그녀의 뒷모습이 안보일 때까지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으…춥다.”」

 

 

얼마나 지났을까 정신을 차리고는 어깨위로 쌓인 눈을 털어내고는 그네에서 내려와 집으로 향했다.

 

 

「“어라? 같은 빌라인가?”」

 

 

살짝 쌓인 눈위로 그녀의 작은 발자국이 찍혀있었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는 그녀의 발자국이 계속해서 찍혀있었다.

 

 

발자국이 멈춘 곳은 내가 살고 있는 빌라의 현관이었고, 문득 그녀의 얼굴을 다시 떠올리며 계단을 올라가 집에 도착해서는 씻지도 않고 그대로 침대에 누워버리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하아… 이 한심한 인생아… 이와중에 여자라니…”」

 

 

 

 

P.S - 그네를 타러 나가야 겠네요. 얼마나 됬나요 그네를 타본지?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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