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한은 답답해했다. 정리가 필요했다. 희끄무레하지만, 어디서나 눈에 가장 먼저보이는, 언제나 저를 보고있는 따갑고 따사로운. 그 시선을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색하리만치 두근두근 가슴이 뛰게 된건 다 민석의 예쁜 눈 때문이라고, 그리고 그 눈이 당돌하게 저를 쳐다보면 속에서 부글부글 무언가가 뜨겁게 올라오는 것도 민석의 탓이라고.
눈앞에 어른거렸다. 작은 손으로 다친 발을 만지작대다가 스치듯 살짝 웃을때, 얼마나 그 입술을 뚫어져라 쳐다봐왔는지. 민석이 알면 놀랄일이었다. 귀여워 안고싶어 손잡고싶어 하고 속으로 말한것도 얼마나 여러번이었는지도 민석이 알면 눈을 크게 뜰 일이었다. 루한이 알고싶은건 그거였다. 김민석. 왜 저를 그리 바라보는지, 눈에 무엇을 담고서 웃는건지. 루한이 민석에게 대답을 들으면 놀랄일이었다. 민석의 마음을 모르는 루한은 그저 답답했고, 쓰다듬어주고 싶을 뿐이었다.
왜 그렇게 바라보는지 알면 루한은 장난스럽게 웃을. 거짓말아니냐고 되물을. 그러한 일이었다.
그늘아래 벤치에 앉아 루한이 수돗가에 물을 트는 모습을 말끄럼히 쳐다볼때의 느낌을 마주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여기도 저기도 아무리 둘러봐도 민석처럼 저를 보는 사람은 없었다. 저를 보는 몇몇 재미없는 여자들은 있었지만, 민석처럼 매일같이 간간히 웃어보이며 가깝게 바라보는사람은 없었다. 민석뿐이었다.
체육이다! 민석의 목소리. 못뛰면서 체육복은 꼭 챙겨입는 모습에 괜히 웃음이 났다. 어차피 계속 나만 볼거면서.
체육수업종이 친지 삼십분정도 지나갔을때였다. 루한이 민석의 눈치를 살살 보기 시작했다. 민석도 알아차릴만큼 자주 벤치로 고개를 돌렸다. 오늘은 물어봐야한다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빠질 궁리를 하느라 저쪽에서 공이 오는것도 보지못했다. 손을 들어보이고 또 한번 벤치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다 골대 반대로, 벤치로 뛰듯 걷듯 다가왔다.
언제나 먼발치에서 훔쳐보던 얼굴이 몇미터 떨어지지않은거리에 이쪽을 인상을 쓰며 쳐다보고있었다. 순간적으로 굳어서 셔츠 소매의 단추를 끼우던 오른손도 멈췄다. 터벅터벅 걸어와 한치의 망설임없이 툭 뱉는다.
"야."
민석은 대답대신 눈을 올려본다. 루한은 민석의 눈을 보더니 씩 웃는다.
"너 왜 맨날 나 쳐다봐?"
민석은 말없이 계속 루한을 보고있다.
"왜 맨날 나보고 웃냐고."
그말을 듣고 민석이 소리나게 웃었다. 루한은 마냥 재밌다는 듯이 그걸 보고.
"어? 왜 맨날 웃냐니까. 귀엽잖아."
루한이 민석의 손목을 잡아올려 소매의 단추를 채워준다. 그리고 그 위로 민석이 작게 말했다.
"너 다알지."
"뭐를?"
"그냥 다."
"...몰라."
"내가 루한 좋아하는거 알잖아."
루한이 단추 두개를 모두 채우고 민석의 손을 잡았다. 흔들흔들 꼭 잡고있었다.
그리고 그 손등에 쪽 뽀뽀를 했다. 아 간지러. 민석이 손을 빼버렸다. 그러니까 왜 나 맨날 쳐다봐? 루한이 말했다.
알고있었나. 아님 그냥 바랬나. 또 뭔가 더 있으려나. 뒤로는 형체없는 설렘, 풋풋한 감정, 여전한 답답함과 대조되는 뻥 뚫린듯 깨끗한 미소. 그런것들이 흘러갔다. 민석이 루한을 볼때면 항상 그랬다. 웃을때면 더 그랬다. 그럼 다 알지. 너 예쁜것도 내가 너 좋아하는것도 니가 나 좋아하는것도.
다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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