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벗어났으면 좋겠어. 그냥 어디든 너 지금있는데는 다 도망쳐나와.
너한테서도 도망쳐?
여전히 장난기가 가득했다. 경수의 말대로 하려는지 말려는지는 저도 모를일이었다.
한시 두시쯤 되면 경수의 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언젠가부터 당연해진 일이었고 기다리게된 일이었다. 문을 열면 여느때처럼 경수를 보고 씩 웃는 종인이 있었다. 그런 종인을 보고 한숨을 쉬는 경수도 있었다. 들어가도돼? 종인이 웃으며 말했다. 안된다고 할리도 없었지만 그렇다고해도 안들어올 종인도 아니었다. 경수는 종인의 팔을 붙들어 현관앞에 앉혔다. 제 신발끈을 푸는 종인을 물끄러미 지켜보다가 반대쪽 신발끈을 풀으려 굽혀앉았다. 종인이 고개를 슬쩍 들었다. 경수를 보는것이다. 이렇게 상태가 정상이 아닐때 가끔 종인은 경수에게 말했었다. 너는 눈이 커서 딱 뽀뽀해주고싶어. 그리고 오늘도 그말을 했다. 그뒤의 레퍼토리는 딱 한가지인데, 경수가 눈이 큰거랑 그게 무슨 상관이야? 라고 말하면 종인이 딱 꽃잎이 어린 꽃나무에서 사르르 떨어져 흙위에 내려앉는 것처럼 경수의 턱을 한손으로 잡고 소리없이 볼에 뽀뽀를 하는것이었다. 그리고 오늘도 그대로 했다. 경수가 말없이 종인을 보면, 종인은 그저 웃는게 다였다. 신발끈을 다 풀고 그 신발을 벗겨주는 경수의 볼이 발갛다. 그럼 종인은 또 입안으로 웃었다.
종인은 취해있었다. 정확히하자면 약에. 어떤건지 경수가 물어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름은 모르는 마약이었지만 기분을 좋게하는 것같았다. 다음날 일어나면 몸이 말이 아니었고, 그걸 종인도 경수도 알았지만 종인은 경수의 타이름을 듣지않았다. 끊고싶어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경수에게 권하지도 않았다. 이도저도 아닌 이상태로 계속되고 있었다. 경수는 싫증나지도 화나지도 않았지만 종인이 새벽에 찾아오지않으면 걱정이 됐다. 그래서 찾아보면 길바닥에 앉아 손톱을 물어뜯고있거나 약을 했던 클럽주변모텔에 옷도 다 벗지않은채로 남자를 범하고있었다. 그 과정에서 폭력을 쓰기도 했다. 그런 날이면 경수는 종인이 무서웠다. 경수에겐 절대적으로 순하고 얌전했지만 그외에 사람들에겐 아예 사람이라고조차 생각되지 않는모양이었다. 그러나 경수는 울지않았다. 뭐 짜증을 낸다던지 이게 대체 뭐하는거냐고 소리를 지르지도 않았다. 종인이 다치는것도 다른남자를 범하는것도 싫었지만 종인이 싫은것은 아니었다. 초점없는 눈으로 모르는 사람에게 시비를 걸고 여자도 아닌 남자를 범할때는 제이름을 부르는 종인을 경수는 아주 많이 좋아했다. 딱히 연인이라고 칭할만한 모습이 둘사이에 이뤄지는건 늦은밤 또는 새벽, 소위말하는 뒤치다꺼리를 경수가 할때나 보이는 점만 생각했을때 이해 되지않는 마음이었다. 경수는 종인이 저를 좋아하는지는 궁금하지않았다. 경수가 궁금한건 없었다. 종인을 보면 안심이 됐고 종인이 웃으면 안아주고싶었다. 그게 종인에게 느끼는 모든것이었다. 몽롱한 종인의 숨이 느껴질때면 설렜고 그것을 기다렸다. 오늘은 일찍와. 오늘은 오지마. 이런 말따윈 없었다. 종인이 오면 경수는 문을 열어주고, 종인이 오지않으면 찾아가는것이었다. 언젠가부터였는지 기억도 나지않는다.
"종인아."
"응."
"벗어나게되면 어떡할거야?"
"벗어?"
"아니 벗어나게되면."
"그럼 너랑 자야지."
종인은 경수가 봐왔던 종인의 무자비한 다른남자와의 관계들과는 다르게 경수를 범하지는 않았다. 말은 저렇게 하지만 가끔씩 해주는 짧은 입맞춤이 다였다. 경수는 신발을 벗은 종인이 옷을 훌렁훌렁 벗어 던지며 방안의 침대로 가는걸 지켜보았다. 양말 한짝까지 벗고는 침대에 앉아 경수를 손짓으로 불렀다.
"다른놈들은 다 망나니다. 다 쓰레기고 다 몹쓸놈들이야."
그리고 제 앞에선 경수를 꼭 끌어 안았다. 경수가 종인의 목을 끌어안으며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그래 다른놈들이 이상한거지.
"근데 도경수는 귀여워."
종인이 경수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비누냄새가 났다. 눈을 꾹 감으니 경수가 물어왔다.
"내일은 안아픈 몸으로 일어났으면 좋겠다. 나갔다 들어와서도 안아팠으면 좋겠어."
"나 벗어날까? 다 내팽겨칠까?"
경수는 종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종인이 웃었다. 경수야 나 어떻게할까? 다른 새끼들이 성에 안차. 하암. 경수가 하품을 했다. 눈에 눈물이 고였다. 종인이 경수의 등을 예술가가 작품이 부서질라 조심조심 만져보듯 두드렸다. 경수가 눈을 감았다. 두시 십이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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