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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한다는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것을 알아차리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왜 갑자기 이러지? 하고 어리둥절해하기 바빴던 나는 변화라는 말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변화. 너. 번갈아 생각해보았다. 먹먹한 말이었다. 특히나 나에게 있어 너는 변화와 썩 어울리지 않았다. 그런데 벌써 지나가버린 마당에 내가 이해하지 못한다는것도 참 어리석은 것이었다. 그러니까 이럴때 네가 잡아줘야지, 박찬열. 또 다시 널 떠올리는 내 모습에 절로 진절머리가 났다.    

   

   

   

복잡하고 헷갈리는 기억들 속에서 그 시작을 찾아 헤매었다. 대체 언제쯤부터 내가 너에게 풀썩 안기지 않았는지, 네가 네 품에 나를 가득 안아주지 않았는지. 내가 찾아낸 변화의 시작, 그 전의 너는 온통 나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너는 그렇지 않았다. 지금의 너에게는 나 외에도 많은 것들과 많은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나는 처음 널 만났을때와 달라진게 단 하나도 없는데. 아직도 네가 나의 말을 모두 받아줄 것이라고 쉽게 생각해 버리는것도, 아직도 네가 나를 챙겨줄 것이라고 당연히 여겨 버리는것도. 하나도 변하지 않았는데. 내가 어리고 그토록 무모했다는 걸 부정하기가 어려워졌다. 널 무작정 믿었고, 믿고 있으며, 앞으로도 믿을것이라고, 어리고 서투른 나는 말했다. 그런 나로 인하여. 또 너로 인하여. 원치않게 우리사이엔 틈이 생겨나있었다. 그 틈이 발이 빠질만큼이나 안전하지 않다는걸 이제서야 알아챘다. 이토록 둔하고 어리석었다, 우리는. 아니 정확히 나는. 벌써 이만큼이나 틀어져있었단 걸 진작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짓궃은 장난이 소리도 없이 줄어들었다는 걸 알았더라면. 만약 그랬더라면 지금의 네가 나를 가득 안아줄까? 지금의 네가?   

   

   

   

*   

   

   

   

   

조금만 더 잘할걸.   

   

   

   

나는 그저 후회를 할 수 밖에 없다. 대책을 마련하기엔 막막하고, 그렇다고 손놓고 이대로 헤어져버리기엔 아직 너를 많이 사랑하고있다. 그래서 어찌할바를 모른다, 나는. 한번만 더 너와 부둥켜안고 나른한 햇살이 들어차는 이불에 둥굴어볼걸 그랬어. 딱 한번만 더 그래볼걸. 한번만 더 네가 나에게 말을 걸때 눈을 맞추며 웃어보일걸 그랬어. 정말 한번만 더 그래볼걸. 쓸모없는 후회나 하는것이다.    

   

   

   

   

내가 이토록 어리석은 이유에는, 반드시 네가 존재한다. 나는 너의 존재에 대해 나 자신에게 되물었다. 유대감의 부재에 대해. 촌스러운 질문이었다. 꼭 작년의 우리같았다. 나 사랑해? 하고 묻던. 그때의 질문의 의미는 가득 확신에 차서 묻기도전에 이미, 나 사랑해. 하고 결단지어 버리는 투의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와서 나 사랑해? 라고 서로에게 묻는다면 그것은 꽤나 위험해질듯 싶었다. 우리의 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지 모를 일이었다. 지겹다고 말할지 아니면 아예 산산조각이 나도록 깨트려버릴지. 흔들리는 외줄위에, 위태롭게 놓을듯 잡을듯 닿아있는 손끝에 너는 더이상 저 아래 절벽이 무섭지 않은 것 같았다. 내가 휘청대도 너는 더이상 놀라며 다가오지 않을 것 같았다. 그게 얼마나 낯선 일인지 알아? 네가 달라졌다는 게?    

   

   

   

사랑이 차가워졌다. 차가워진것은 다시 따뜻하게 만들면 된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열이 필요하다. 우리의 바닥을 손바닥으로 쓸어보니, 느껴지는 열이라곤 다 죽어가는 불씨몇몇 뿐이었다. 이것들에 숨을 불면 다시 활활타오를까? 차가워진 사랑을 뜨겁게 만들수있을까? 나의 질문을 귀기울여 듣던 네가 곁에 앉아있지 않으니 모두 답없이 끝나버리는 질문에 그치지 않게되었다. 픽 하고 바람새는 웃음이 나왔다. 나혼자 웃는 웃음이 내가 들어도 처량해서, 괜한 불씨들에 활기를 후후 불어보았다. 열아. 뒤늦은 느낌이 나는 애칭을 방문너머로 불렀다.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 집이었다.   

   

   

   

   

*   

   

여기서 열이 필요하다는 건 두가지 의미로 해석이 되겠죠.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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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ㅠㅠㅠ뭔가뭉클한픽이에여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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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헤어지고읽으니까다제얘기같고ㅠㅠㅠ아련한밤이네요..눈물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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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곁에 있을 때 힘껏 사랑하자. 후회없도록.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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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잘 읽구 갑니다.. 감수성.풍부한 새벽에 이란글을ㅠㅜ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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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후회 없이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사랑해야 해요 진짜. 지나면 다 소용이 없더라고요... 잘 읽고 가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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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버스커버스커의 잘할걸, 이라는 노래가 생각나는 글이네요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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