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안녕. 세훈이에요. 오늘은 날씨가 좋아요. 어제도 좋았고요. 가을다됐어.환절기엔 밤에는 추워도 낮에는 따뜻하잖아요. 요즘에 갑자기 추워져서 형이 잔소리하는게 귀에 다
들리는것같애요. 할머니처럼 뭐라고 그러는거 형 잘하는거. 없으니까 어색해요. 우리 바보 좀 띨띨해도 착해서 나 엄청 챙겼는데. 집에 오면 양말벗으라고 제자리에 갖다놓으라고 그랬잖아요. 누군 뭐 제자리에 다 갖다놓고 그러나? 내가 맨날 착하게 말 다 듣고 그러니까 나 갈구는거 내가 눈치 못챘을줄알았죠. 고마워해야돼 나한테. 형 지금도 못생겼는데 쫌만 더 못생겼으면 내가 형 말 듣지도 않았어요. 아 김준면 이 말 들으면 막 멍청하게 웃으면서 손으로 나 때릴것같다. 손도 작고 하얗고 힘도 없는게. 졸라 귀여워. 손에 뽀뽀해주고싶어요. 나한테 잘생긴 세훈아 내가 잔소리하는거 다 받아줘서 고마워~ 이래야죠. 빨리 와요. 오기만 해봐 잠도 못자게 괴롭힐거니까. 부끄러워 하는거 다 할거야. 얼굴 빨개져가지고 내 어깨 치면서 하지말라그러는 준면이. 오 생각하니까 진짜 하고싶네. 야한 준면이. 못생겼고 바보같고 맨날 잔소리만 하는 준면이.
보고싶어요. 씨발 오글거리네. 그러게 왜 갑자기 가버려요? 말도 안하고. 뭐 전화도 한통 없고. 핸드폰은 또 어쩌다 떨궈가지고 하루아침에 없는번호가 됐어. 뭐 어디있는지도 몰라서 이런 편지 맨날 썼는데 부치지도 못하잖아요. 형 팬티넣는 칸에 긴거 짧은거 접어서 몽땅 쌓아놨으니까 더 많아지기 전에 와서 읽어요. 몇개는 쫌 쪽팔리니까 보고 뭐냐고 물어보지 마요. 씨. 다 형때문이야. 힌트라도 주고 가던가요. 나 놀래킬라고 그러는거면 그러지마요. 화낼거야. 이렇게 오래 하는게 어딨어. 다시 올거죠? 곧 있으면 추석인데 맛있는거 먹으러 가야지. 아니다. 뭘 잘했다고 맛있는걸 사줘? 그냥 소리소문없이 사라져서 지 남친 걱정하게 만들고. 하나도 안예쁘네. 나 아니면 누가 데려가요? 내일이라도 당장와서 고맙다고 말해야 된다니까. 형도 나 보고싶죠? 나도.
처음에 형 없어졌을 때는 세훈이 죽을뻔했어요. 나 죽을뻔했다고. 너도 죽을뻔했지? 나 못봐가지고? 안봐도 비디오지. 빨간 비디오. 나 찌질하게 울었어요. 형. 오세훈 울었다고. 안울려고 했는데 좆같은게 아무도 모른대요. 김준면 어디갔는지 모른대요. 나 운거 몇번 없는거 알지. 근데 맨날 아침에 일어나면 옆에 불쌍하게 누워서 자고있던 강아지같은게 어디로갔는지 왜갔는지 나도 모르고 아무도 모른대잖아요. 내가 화가 나요 안나요. 그래서 그냥 막 울었어요. 그래도 지금은 전처럼 지내려고 하기는 하는데 그때는 기억도 안나게 울었어요. 울고 밥차려주는 사람도 없어서 뭐 먹지도 않았더니 살도 엄청 빠졌어요. 원래 근육밖에 없는데 김준면씨 때문에 살이 또 빠졌다고. 책임져. 나 운것도 책임져. 아 맞다 나 담배도 피웠고 술도 마셨고 경찰서에서 지랄도 했어요. 그것도 책임져. 내가 사고치면 형이 보호자니까 얌전히 지내라고 했던거 기억나요? 보호자가 없으니까 자제가 안돼서 짭새 얼굴도 쳤어. 세금 다 받아먹고 일을 그따구로 하냐고 그랬어요. 사람이 사라졌는데 그냥 사람도 아니고 형이 사라졌는데 알수가 없다잖아. 감시카메라를 봐도 알수가 없다잖아. 그럼 난 어떡해요. 김준면이 없다잖아. 씨발 그럼 뭐하고 살아요. 그래서 몇번밖에 안쳤는데 벌이라고 사회봉사 엄청 받고 나왔어요. 형이 다 알아서 해주던거 내가 하려니까 모르겠어서 그냥 사회봉사로 달라고 계속 우기기만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까 진짜 개또라이였네. 미쳤지. 힘들었던 기억밖에 안나요. 술쳐먹고 형 찾다가 전화해보고 담배피우고 또 형 막 찾아다니고 그랬지. 근데 없었어요. 내가 가볼수있는덴 다 가봤는데. 빡쳐서 망나니처럼 살았지만 요즘엔 정상적으로 살기는 해요.
아 사실 어제는 좀 못잤어요. 티비에 그 형이랑 나랑 놀러갔던 데가 나오는거에요. 재작년에 자전거타고 벚꽃보러간 데. 병신같이 그게 왜 나와. 내용은 못봤어요. 또 울것같애가지고. 내가 오세훈인지 김준면인지 너무 잘울게 된것같애요. 빨리 화장실가서 세수한다음에 이불 덮어쓰고 자려고 뒤척거렸는데 못자겠더라구요. 그래서 깨서 아무것도 안하고 앉아있었어요. 그냥. 뭐했냐면 형 생각하고. 형은 뭐할까 생각하고. 형도 못풀어서 욕구불만일텐데. 나 필요할텐데. 이런생각 하고. 설마 형이 다른새끼랑 붙어먹을 일은 없고. 그런 생각하다가 해뜨길래 안되겠다 싶어서 약먹었더니 잠이 그래도 오길래 잤어요. 전에 찬열이 형이 병원가보라고 해서 가봤는데 뭐 그냥 잠 못자고 밥 안먹고 다 얘기했더니 약을 바리바리 싸줬어요. 형이 겨울에 눈오는날에 나 목도리도 둘러주고 모자도 씌워주고 그러는것처럼 잔뜩 줘서 왠만하면 챙겨먹으려고 그래요. 먹으면 잠이 와요. 수면제 같은거도 들어있다고 했어요. 형은 요새 잘 자요? 어딘진 모르지만 밥은 잘 먹어요? 또 칠칠맞게 밥 흘리고 먹으면 어떡해. 어떤 년들이 어떤 놈들이 귀엽다고 작업걸면 어떡하냐고. 김준면이 좀 예뻐? 존나 짜증나. 그래도 내가 그런새끼들중에 형 제일 좋아하는거 알죠. 형도 나 제일 좋아하잖아. 그러니까 딴 생각하지말고 최대한 빨리 돌아와요. 이번 주말엔 날씨 좋으니까 자전거타자. 다음주엔 뭐할까. 일단 이번주 주말전에는 자지말고 나쁜짓 해야죠. 다음주에도 그럴까? 벌써 종이가 모자라네. 내일은 편지 무슨색 사오면 좋을까. 하늘색 좋아요? 오늘 못 쓴거 내일도 써야되니까 많이 사와야겠다. 밤이니까 자요. 잘자요. 나없어도 내생각하고. 편하게 자요. 오늘은 나도 제대로 잘게. 내 꿈꿔. XOXO. Kis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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