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됴람쥐 전체글ll조회 492


옛날에는 널 좋아하는건 나뿐이였는데 지금보면 네 옆에는 항상 많은 사람이 있네. 오늘도 스쳐가는 너를 보며 웃어. 레이야, 나는 욕심 부리지 않을께. 그러니까 너도 이대로 계속 행복했으면 좋겠다. 고마웠어, 아직도 사랑해. 레이야

 

 

 

#

 

 

 

오랜만에 핸드폰 플립을 열어, 항상 터치를 하는 스마트폰과는 달리 꽤 낡은 핸드폰이 탁 소리와 함께 열렸어. 한참을 멍하니 배경화면만 바라보다가 오늘도 무언가에 쫓기듯 급하게 음성사서함을 눌러.

 


'○○야, 많이 좋아해…어, 어, 그리고…'

 


수줍은듯한 네 목소리가 내 귀에 설탕처럼 녹아버려, 아직도 이 말을 하고있을 네 표정이 생생해서 그냥 웃음이났어, 그러면 안된다는걸 아는데도 자꾸 터져오는 미소에 입꼬리에 힘을주고 음성사서함을 나가서 천천히 손을 다시 움직여. 이젠 눈에 까지 익어버린 사진첩을 들어가.
들어가자 마자 보이는 촌스러운 이모티콘이 덕지 덕지 붙은 우리 둘의 사진에 나는 간질간질한 마음을 진정하고는 한장한장 넘겨가면서 널 생각해. 아직도 내 기억에 너로 멈춰있을것같다는 기대에 가슴이 한없이 벅차져.

 

 


"징어야, 미안해…"

 

 

 


하지만 기뻤던 마음을 레이가 눈치라도 챈건지 너와의 마지막 대화가 귀에 맴돌아서 핸드폰 플립을 닫아버렸어. 간질간질했던 마음은 어느새 무거워져있었어. 입꼬리도 무거워져있었어. 모든게 이런식의 반복이라는걸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이런 일을 반복해. 내가 바보같다는건 누구보다 잘 알아왔지만 포기할수없어.

너와의 추억은 초등학교 고학년때 처음 먹어본 인스턴트 음식같아, 몸에는 헤롭지만 자꾸 먹게되는. 그 생각에 또 살풋 웃음을 흘리고는 자연스럽게 부억으로 걸어가. 오늘은 또 무슨일이 생길까 부억에 있는 작은 창문으로 밖을 들여다봐, 너무 탁 트인 창문은 무서워서 항상 쪽창문만 찾게되네. 이것도 너와의 추억 중 일부때문인가봐. 레이야, 내가 큰 창문을 무서워한다는건 네가 알고있을까?

 

 

 

밖에서 여자와 웃고있는 너를 보며 씁쓸하게 웃으면서 턱을 괴고 이쁜 너를 구경해. 환하게 웃고있는 너를 계속 보고 있고 싶지만 가슴 한켠이 아파와 눈을 감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듯이 냉장고 문을 열었어. 맛있는거나 먹자

 

 

 

*

 

 

 

오늘은 네가 우네, 왜 혼자 울고 있어. 아직 해가 쨍쨍한 낮인데 가을이 올련지 계속해서 나무가 바람에 잎사귀를 팔랑거려, 쉬원한 소리가들려. 레이야, 네가 좋아하는 가을이잖아. 평소처럼 작은 식물을 보며 좋아해야지, 왜 그렇게나 낡아빠진 의자에 앉아서 울고있니. 끝까지 다가가지못하고 나무 뒤에서 너를 지켜보는 내가 한심스러워 눈물을 흘려, 당장 네 옆으로 가서 "울지마" 라는 세 마디라도 해주고싶은데 그렇게하면 내가 더 힘들어질까봐 그렇지 못했어. 나는 끝까지 나쁜 사람이야.

 

 

 

"씽씽…씽…"

 

 

 

레이가한참이나 자신의 별명을 웅얼거리면서 고개를 푹 숙이고는 계속해서 훌쩍거려,옛날에 저 벤치에 있던 추억 하나가 떠올라 나를 괴롭혀서 눈을 감아버렸어.

 

 

 

"야 장이씽, 여기서 또 이러고있냐. 오늘이 마지막날이야, 너 조금 있으면 보고싶어도 못본다?"

 

 

 

나랑도 친했던 종대가 레이를 어떻게 찾은건지 레이의 팔을 붙잡고 레이를 어디론가 끌고가, 거기가 어딘지 알것같아서 나는 해가 질때까지 그자리 그대로 앉아서 울었어, 근데 위로해주는 사람은 없더라. 결국은 눈물이 흐르지 않을때까지 울다가 꿋꿋히 웃으면서 집으로 들어왔어.

그리고는 내 방으로 들어와서 눈에 익은 샤프를 하나 집어서 손에 잡히는 종이 아무거나를 꺼냈어. 그러고선 글을 쓰려고했는데 손에서 자꾸 샤프하나가 빗나가. 수십번이고 수백번이고 그 샤프를 다시 잡고는 종이에 글씨를 꾹꾹 눌러 썼어. '고마웠어, 울지마'

 

 

 

 

아, 레이야. 나 이제 가봐야겠다. 조금 멀리로갈꺼야, 근데 나중에 우리가 아주 늙으면 볼수있을지도 모르겠다. 근데 나는 네가 날 보지 못하길 원해. 그러니까 여기서 꼭 행복해야해. 알았지? 사랑해 레이야, 지금도

 

 

 

 

**

 

 

 

 

종대가 끌고와서 어쩔수없이 너의 장례식장에왔어. 사진속에 너는 여전히 웃고있네. 내가 있는 곳에 항상 같이 있었던 너라 조금있으면 나에게 다가와서 '우리 씽씽이도 왔네?' 라며 나를 반겨줄것같았어, 그래서 실감이 잘 안나다가도 이유없이 눈물이 나곤해.

 

너랑 웃으면서했던너 없이도 잘 지낼거라는 장난스러운 말들이 내 머리를 스쳐지나가 눈물이나,너 없으면 잘 못지낼것같은데 말이야. 터덜 터덜 무거운 몸을 옮겨, 너의 영정사진앞에 하얀 국화꽃을 한송이 놓고는 멍하니 사진을 들여다봤어. 이쁘다 우리 ○○이.그렇게 중얼거리니까 사람들이 다 나를 안쓰럽게 쳐다봐. 나는 괜찮은데

 

아니, 사실 괜찮지 않은데…. 너랑 약속했잖아, 행복해지기로. 우리 둘 다 행복해지기로. 비록 너는 약속을 못지켰지만 나는 끝까지 지킬께. 우리 꼭 다음 생에는 오랫동안 같이 있자. 나는 조금만 더 여기 있다가 갈께. 사랑해 ○○아

 

 


오랜만이예요

ㅠㅠㅠ글을 안쓴지 너무 오래됫는데 문득 브금을 듣다가 생각난 소재로 부랴부랴 글을 썼어요ㅠㅠ 보고싶었어요ㅠㅠㅠㅠㅠㅠ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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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시점이 바껴서 몇번이고 읽었어요... 브금도 잔잔하고 분위기도 뭔가 슬프고 조용한...?ㅠㅠㅠ 무엇보다 레이라니.... 잘읽었어요 쓰니!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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됴람쥐
혹시 햇갈리실까봐 * 을 하나 더 붙혔는데...흑 죄송합니다 제 불찰이였어요...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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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아 슬프고 애잔하네요 ㅠㅠ 원래 혼자서 따로 듣는 노래랑 같이 글을 읽는데 브금 분위기가 글이랑 너무 어울리면서도 슬퍼서 잘 읽었어요 ㅠㅠ 글 분위기가 정말 맘에 듭니다! 이런 시점전환이 있어서 딱 제취향이네요 ㅠㅠ 잘 보고갑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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됴람쥐
:D 어머 옛날글인데 친절히 이렇게 댓글까지ㅋㅋㅋ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2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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