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의 친오빠가 김민규인 설정이니 치환하실 때 성을 '김'씨로 하시면 내용이 막장이 되지 않을 겁니다(?)!
*
"내가 거기 앉으면 안 돼?"
"어...?"
"그 자리가 편해서 그런데 거기 앉으면 안 되겠냐고."
뭐야, 저 초딩 같은 애는. 이 자리가 편해서 앉겠다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생긴 건 엄청 무섭게 생겨가지고. 난 가방을 챙겨 들고 바로 앞 자리에 앉았다. 계속 핸드폰을 만지다 보니 종이 쳤는지 선생님이 들어오셨고, 내 옆에도 어느새 누군가 앉아 있었다. 선생님은 늦어서 미안하다며 우리를 강당으로 인솔하셨다. 강당에서는 입학식 때 누구나 들을 법한 뻔한 얘기만 왕창 듣고 교실로 돌아왔다. 졸려 죽겠네. 책상에 엎드린 후 잠이 들었는지 눈을 떴을 때 누군가 나의 등을 툭툭 치고 있었고,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일어나 보니 웬 여자 애들 무리가 누가 날 보러 왔다며 뒷문으로 가보라고 했다. 난 비몽사몽한 상태로 일어나 뒷문으로 나갔다.
"야, 성이름. 그 넥타이 내 꺼야."
"아 진짜, 자기 넥타이 잃어버려 놓고 왜 나한테 와서 난리야!"
누굴까 궁금해했던 내가 한심하다. 처음 와 보는 데에서 김민규 말고 또 누가 날 보러 오겠어. 김민규는 내 넥타이를 풀어서 뒷쪽을 보여줬다.
"여기 김민규라고 써 있잖아. 네 이름 김민규니?"
"아 헐 뭐야? 왜 네 넥타이를 내가 매고 있냐?"
그 순간 종이 쳤고 김민규는 이따 죽었다며 자신의 반으로 뛰어갔고, 나는 교실로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아, 엄청 웅성대네. 궁금한 게 있음 직접 와서 물어보면 될 것이지, 왜 자꾸 날 쳐다보면서 소곤대는지 알 수가 없다. 그냥 무시하려고 자려던 참에 내가 뺐긴 자리의 옆자리에 앉아 있는 여자 애가 나를 불렀다.
"성이름...? 맞나?"
"어? 맞는데?"
뭐야, 내 이름을 어떻게 알지? 전에 알던 애인가? 오늘 처음 보는데? 그냥 아까 내 이름 주워 들은 거겠지?
"너 저 선배님 넥타이 훔쳤어?"
"...뭐?"
"아니면 네가 뺐긴 거야?"
"뭔 말도 안 되는..."
"그럼 저 선배님이 네 넥타이를 왜 가져가?"
아, 하긴. 모르는 애들한테는 되게 이상하게 보였겠구나. 입학식 날에 어떤 키만 더럽게 큰 남자가 내려와서 날 부르더니 다짜고짜 넥타이를 가져가 버렸으니. 주변에 있던 여자애들이 자신들도 궁금했는지 어느새 내 주위에 몰려들었다.
"야, 그런데, 되게 잘 생기지 않았냐?"
"헐, 나만 그 생각한 거 아니구나 ㅋㅋㅋ 난 또 내가 이상한 줄 알았네."
"저 오빠 인기 많지 않아? 언니가 인기 많다고 하던데."
난 도대체 무엇을 들은 거지?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내 생각들이 그대로 표정에 들어났는지 아이들이 내 눈치를 보더니 다시 묻는다.
"너 방금 넥타이 뺐긴 거야?"
"아니, 쟤 네 친오빠인데, 오늘 아침에-"
"헐 친오빠래."
"미친."
"와 미쳤다 헐. 야, 너 나랑 친하게 지낼래?"
"친한 척 하지 마라. 내가 먼저 친해질 거임."
당황스럽다. 김민규가 내 친오빠라는 게 뭐 이리 큰 일인지 애들이 갑자기 친한 척을 해대기 시작한다. 아, 이런 거 너무 싫어. 김민규가 좋으면 김민규한테 가서 말하던가, 왜 다 나한테 와서 이래. 나는 매우 난처하다는 것을 표정에 최대한 티를 내고 억지 웃음을 웃으며 앉아 있었는데, 내 뒤에서 아침에 자리를 뺐었던 애가 엎드려 자다 갑자기 일어나더니 몰려 있는 여자 애들을 보며 좀 조용히 하라며 욕을 했다.
"아, 좀. 시끄러워 뒤지겠네 진짜."
뭐 저딴 싸가지가 다 있어. 사실 내가 속으로 계속 하고 있던 말이라 속이 시원하긴 했지만, 굳이 저런 표정을 짓고 저렇게 무섭게 째려보면서 말해야 했나, 싶었다. 그냥 얼굴이 무섭게 생겨서 그런가. 선생님은 또 왜 이리 안 오시는지, 분위기가 엄청 어수선해졌다. 나는 그냥 다시 엎드려서 잠이나 자야지.
*
이게 내 머릿속에 남아 있는 전원우의 첫인상이다. 사실 전원우는 변한 게 하나도 없이 지금도 똑같긴 하다. 계속 같은 반으로 지내다 보니 익숙해지긴 했다. 입학한 지 2달 정도가 지나자 나는 같은 반, 다른 반 할 거 없이 친하게 지낼 아이들이 생겼다.
*
수업시간에는 여전히 잠을 잔다. 절대로 억지로 자는 게 아니라, 너무 졸려서 도저히 깨있을 수가 없다. 내가 졸 때마다 현재 내 짝인 부승관은 나를 깨워준다. 부승관은 나에게 최초로 김민규와 관련되지 않은 말을 해준 사람이었다. 짝이다 보니 금새 친해졌고, 둘 다 활발한 성격인지 옛날부터 친했던 것처럼 편한 사이가 됐다. 장난끼가 심하긴 하지만 말도 재밌게 잘하고 착해서 친구하기 좋은 사람인데, 딱 한 가지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있다면 전원우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둘이 친하게 잘 지낸다는 것이다. 그런데 웃긴 건, 전원우는 부승관이랑 얘기할 때에는 웃으면서 박수도 치고 그러더니 내가 어쩔 수 없이 필기구를 빌린다던가 무언가를 물어보면 정색을 하고 꼭 단답식으로 대답한다. 나는 전원우가 웃는 걸 정면에서 본 적이 없단 말이다. 나한테만 계속 차갑게 구는 것 같아서 괜히 더 얄밉게 느껴졌다. 진짜 쟤는 나를 싫어하는 건지 부승관을 좋아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렇게 어떻게든 마주치는 일 없도록 서로 잘 맞춰가면서 생활하던 도중, 선생님은 뜬금 없이 조별 과제를 내 주셨다. 조별 과제가 제일 싫어. 할 애는 하고 안 할 애는 안 할 텐데 점수는 도대체 왜 다 똑같이 준다는 건지 모르겠네. 한껏 짜증난 마음으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을 때, 선생님은 조를 나누겠다고 하신 후 1조부터 차례대로 불러주셨다.
"5조는 성이름, 이지훈, 전원우. 6조는-"
제발 잘못 들은 것이길 빌었지만 내가 평소에 전원우를 싫어하는 것을 아는 부승관도 들었는지 날 위로하기 시작했다. 이지훈은 나랑도, 전원우랑도 별로 안 친한 애였다. 평소에 본 것으로 성격은 딱히 튀지 않았던 것 같다. 아, 나 어떡하지. 전원우한테 말을 먼저 걸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지훈이 먼저 말을 걸어 줬다.
"저, 그. 원우야?"
"우리 나중에 톡으로 얘기하면 안 될까, 나 쟤랑 별로 얘기하고 싶지가 않은데."
전원우는 분명히 나를 가르키면서 말했다. 나? 나랑 왜 얘기가 하기 싫은 거지? 쟤 도대체 왜 저러는 거야. 이지훈도 당황한 듯이 어색하게 웃으며 머뭇거리고 있었다.
"어... 성이름? 안녕."
"안녕"
"전원우가 왜 이럴까... 하하하..."
그러게 말이야. 도대체 성격이 왜 저따구로 형성되었을까.
그렇게 우리는 아무 말도 오가지 않는 카톡방을 만들었다. 하교 후 집에서 내가 뭐라고 보내야 할까 혼자 고민하던 때에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 당연히 김민규라고 생각하고 때릴 준비를 하며 거실로 나갔다. 예상대로 김민규였다, 그런데, 김민규 옆에 처음 보는 사람이 두 명 서 있었다.
"야, 김민ㄱ... 어... 아... 안녕하세요...?"
아, 바보 같아. 나 왜 인사를 저렇게 했지? 내 현재 상태는 그래도 하교 직후여서 평소에 집에 그냥 있을 때만큼 못생기진 않았었다. 김민규와 함께 들어온 둘은 시끄럽게 떠들다가 내가 인사를 하니 갑자기 조용해지더니 눈치를 보다가 어색하게 '안녕'이라 인사하고 익숙한 듯 집으로 들어와 앉아 다시 떠들기 시작했다. 뭐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 이 집이 자신의 집인 것처럼 편하게 행동하는 것으로 봐서는 언젠가 김민규가 데려온 적이 있었던 사람인 것 같았다. 조용히 방으로 들어와 문을 닫으려는 순간 밖에서 김민규가 나를 불렀다.
"야, 성이름!"
"왜."
"네 넥타이 어딨냐?"
"나 보면 할 말이 넥타이 밖에 없냐!? 야, 안 그래도 진짜 아까 오빠가 갑자기 우리 반 와서 나 불러내고 막 넥타이 갑자기 가져가고 그래서 애들이 나 심문하듯이 질문했다고!!"
"네가 내 넥타이 매고 갔잖아!"
"그래도 그렇지 갑자기 막 찾아와서 그러면 어떡하냐고... 키만 더럽게 커서..."
김민규 친구들은 옆에 앉아 구경하다가 재밌는 듯이 둘이 마주보고 웃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게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둘 중 말을 닮은 사람을 쳐다보다 눈이 마주쳤다.
"성이름, 오빠 기억 안 나냐? 너네 집 되게 자주 왔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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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글을 꾸준히 올리겠다고 마음 먹고 열심히 쓰는데... 생각보다 쉽지가 않군요... 이렇게 좋지 않은 질의 글임에도 불구하고 읽어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ㅜㅜ 이번 내용은 너무 짜내려고 노력한 티가 나는 거 같아요. 다음 화는 재밌게 써 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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