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만의 시간
2부
11-2.
무슨 정신으로 교실까지 왔는지 모르겠다. 오는 동안 무슨 생각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힘없이 뒷문을 열고 교실로 들어서자 내 자리에 앉아있던 김종인이 나를 향해 손을 흔든다. 왜일까, 그 아이를 본 순간 나도 모르게 멈칫하며 자리에 멈춰서있었다. 백현이가 내게 했던 말이 잊혀지질 않는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조금은 떨어진 곳에서 그 아이를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책상에 턱을 괴고서 아까부터 줄곧 나를 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하는 모습에 자석에 이끌린 듯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머릿속은 혼돈 그 자체였지만 그 아이에게 티를 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애써 웃었다.
“많이 혼났어?”
가까이 다가온 내 팔목을 그러쥐며 종인이가 묻는다. 아, 어떻게 알았지. 당황한 표정으로 쳐다봤더니, 그 아이가 나머지 한 손으로 옆 자리의 찬열이를 가리킨다. 오늘도 숙제가 있는 듯 문제를 풀고 있는 박찬열이 시선을 느꼈는지 날 쳐다보지도 않고 툭 던지듯 ‘내가 말했어.’ 하기에 그냥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어쩌다가 쫓겨났어.”
“그냥, 뭐….”
자세히 말하자면 길었지만 일부러 말끝을 흐렸다. 왜냐면, 그 모든 일에 대해 설명하게 되면 내가 좀 전에 들었던 그 말까지 전해야 할 것 같아서. 조금 전 그 말만 없었다면 종인이에게 자랑했을지도 모른다. 오늘은 백현이가 많이 풀린 것 같다고, 녀석을 풀어주려고 내가 많이 노력했다고 말하면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태연하게 종인이를 대하려고 했지만 생각보단 쉽지 않았다. 말을 않고 멀뚱히 서있는 날 보던 그 아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나를 의자에 앉힌다. 아직 그 아이에게 잡혀 있는 팔이 뜨겁다.
“왜 이렇게 기분이 안 좋아…. 무슨 일 있어?”
그래서 잡힌 팔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생각이 많아진 게 아니다.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거였으니까. 그간 어떻게 보면, 나는 참으로 근시안적인 사고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모든 것에 대해서. 그냥, 나는 김종인이 좋았고 어떻게든 그 아이의 마음을 얻고자 노력했을 뿐이라고. 다른 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겨우 마음이 통했으니 이제 우리에게 남은 건 행복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모양이다. 내가 너무 단순하게 생각했는지, 그 아이와 나를 둘러싼 주변 환경이 우릴 가만두지 않았다.
“혼나서 그래?”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종인이의 물음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런 내가 걱정이 된 모양인지 그 아이가 꽤나 다정한 목소리로 계속 물어온다. 그에, 어지러운 생각들을 잠시 미뤄놓고 시선을 돌려 내 앞에선 종인이를 보았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한다고 해놓고서 이게 뭐야. 걱정 끼치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숨기려 한 건데. 숨긴 게 아니라, 나 무슨 일 있으니까 제발 물어봐달라고 티를 낸 거나 다름이 없잖아.
“아니야. 잠깐 생각 좀 하느라고.”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걱정이 되는 모양인지 나를 보는 표정이 영 좋지 않다.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지?”
“일은 무슨…. 없어, 그런 거.”
“근데 표정이 왜 이렇게 어두워.”
할 말이 없었다. 딱히 변명할 말도 없었고. 그래서 그냥 대답 없이 그 아이를 올려다보기만 했다. 시선이 마주하자, 그 아이가 작게 한숨을 내쉰다. 한숨 쉬는 거 싫은데. 다른 것도 아니고 나 때문에 한숨 쉬는 건 더 싫은데. 변명을 하지 않고는 그냥 넘어갈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에 갑자기 아픈 척 무릎을 짚었다. 그러자 내 얼굴만 줄곧 보던 종인이가 무릎으로 시선을 옮긴다. 그러더니 작게 인상을 쓴다.
“야, 이거 뭐야. 어디서 다쳤어.”
복도에 백현이랑 같이 서 있을 때만 해도, 종인이가 내 무릎을 보곤 울상을 지으며 걱정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 생각은 이번에도 빗나갔다. 걱정을 안 한다는 건 아니었지만, 어찌됐든 걱정보단 꾸중? 혼냄? 무려 인상까지 썼으니 말 다했지, 뭐. 그래, 울상 짓는 김종인은 안 어울려.
“축구하다가 넘어졌지, 뭐.”
“보건실은 갔다 왔고?”
“응.”
시선을 돌리기엔 이만한 방법이 없었다. 종인이가 무릎을 숙여 상처를 들여다본다. 어쩌다 다쳤냐, 조심 하지 그랬냐,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 대하듯이 막 혼내는데. 당해낼 재간이 없다. 사실, 말하는 내용은 혼내는 건 아니었는데 인상을 써서 더 그렇게 느껴진 거지만. 날 걱정하니까 이렇게 잔소리를 하는 거라고 생각하니 조금 웃음이 났다. 그나저나, 뒷문에서부터 걸어왔으면 분명 무릎을 보았을 텐데 내 얼굴이 얼마나 안 좋았으면 다친 걸 다 몰라봤을까. 숨기려고 해도 티가 나는 모양이다. 에이, 연기연습이라도 해야 되나. 그래도, 종인이랑 있으니까 그나마 머리가 덜 혼란스러운 것 같았다. 생각을 할 틈을 주지 않아서 그런 것 일수도 있지만. 생각할 시간은 많으니 굳이 종인이랑 있을 때까지 복잡한 생각을 하면서 우울해지고 싶지 않았다고 말한다면 내가 너무 바보 같은 걸까. 모르겠다.
“넌 뭐, 안 넘어져? 축구하다 넘어질 수도 있고 그런 거지.”
“난 잘 안 넘어지거든?”
“그렇담 할 말 없고.”
“다치지 좀 마. 너 왜 이렇게 자주 넘어지는 것 같지, 보호대라도 사줘야 하나?”
“야. 내가 애냐?”
종인이가 웃으며 내 머리를 헤집는다. 동갑인 주제에, 어디서 형인 척 하고 있어. 조금 퉁퉁한 얼굴로 그 아이를 올려다보았다.
“아프진 않아?”
“응, 괜찮아.”
“걸을 순 있고?”
“당연하지. 아까 걸어들어오는 거 봐놓고 이런다.”
“나 오늘 학원 안 가는데.”
“아, 정말?”
“집에 갈 때 업어다 줄까?”
아깐 그렇게 혼내더니, 이번엔 무한 걱정이다. 업어다 준다니. 나 다리 부러진 것도 아니고, 그냥 조금 다친 거거든? 얜 가끔 날 애 보듯 하는 것 같단 말이지. 어이없다는 듯 쳐다보자 종인이가 또 웃는다. 그렇게 웃으면 나보고 어떡하라는 거지. 나를 보고 너무 말갛게 웃는 그 얼굴에 대놓고 안 좋은 말을 할 수도 없어서, 그냥 나도 따라 웃고 말았다. 화를 내던지, 걱정을 하던지 하나만 하지. 아, 귀여운 김종인.
“야, 니들 듣는 사람 생각도 좀 해주라.”
그러고 있는데, 옆에서 낮은 목소리의 박찬열이 끼어든다. 고개를 돌려 찬열이를 봤다. 내가 고개를 돌리자 종인이도 같이 고개를 돌린다. 박찬열의 시선이 나와, 종인이에게 번갈아 닿는다. 표정은 띠겁다? 띠껍다? 암튼, 좋지가 않아요.
“도게….”
도게…이. 라고 할까봐 얼른 입을 두 손으로 틀어막았다. 박찬열, 존나 개새끼. 종인이가 이상한 표정으로 날 본다. 어색하게 웃었다. 내가 왜 웃는지도 모르면서 김종인은 내가 웃으니 따라 웃는다. 아무튼, 바보.
一
자꾸 변백현의 말만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며 날 괴롭힌다. 난 그저 종인이가 좋았을 뿐인데. 미처 거기까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니들 밖에서 손은 잡고 다닐 수 있냐?’
‘가족들한테 사귄다고 당당하게 얘기는 할 수 있고?’
그 말에 덜컥 겁이 났다. 우리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건 잘못된 걸까…. 그야말로 혼돈이다.
“백현이랑 얘기는 해 봤냐.”
수업시간, 그저 멍하니 교과서만 들여다보는데 찬열이가 작은 목소리로 묻는다. 꽤나 진지한 표정으로 물어오는데 걱정이 되었던 모양이다.
“그냥.”
그 아이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는데, 찬열이에게 말할 수 있을 리 없다. 말할 기분도 아니거니와 어떻게 보면 이건 내 문제니까 이번엔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방법을 찾고 싶었다.
“니들 무슨 일 있었지?”
아무튼, 눈치만 존나 빠른 박찬열. 이번에도 귀신같이 뭔가 낌새를 눈치 챈 게 분명하다. 이런 거보면 좀 무섭단 말이지. 그냥 넘어가고 싶어도 넘어갈 수 없게 만든다. 한숨을 내쉬며 박찬열을 쳐다봤다. 녀석이 내게 말해보라는 듯 눈동자를 빛내고 있다.
“진짜, 별 말 안했거든요.”
그렇다고 쉽게 말을 할 내가 아니지. 박찬열의 그런 눈빛을 무시하며 다시 고개를 돌렸다. 분명 교과서를 들여다보고 있는 게 맞는데, 눈앞이 흐릿하다. 무언가에 빨려들어가는 것처럼 자꾸만 생각이 많아져서 바로 코앞의 교과서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실타래가 얽힌 채 내 머리에 들어 온 것 같다. 이런 복잡한 생각하기 싫은데. 피하고 싶은데, 피하면 안 되는 건가. 조금 전 쉬는 시간 내내 팔목을 움켜쥐고 있던 종인이의 온기가 아직도 내 팔에 남아있는 것 같았다. 손을 잡지 못해서 팔을 잡은 거였나. 자꾸만 모든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그럴수록 생각은 더욱더 꼬여만 가고. 덕분에, 한숨만 늘어난다.
그 말을 들은 이후로 변백현에게 다가가 말을 거는 건 그만뒀다. 이런 걸 기대하고 그랬는진 모르겠지만 나보단 훨씬 더 깊은 곳까지 보고 있던 녀석에게 말을 걸기가 조금 껄끄러웠다. 무엇보다 좀 전의 그 물음에 대답하지 못했던 게 가장 마음에 걸려서. 내가 생각이 정리 되지 않았는데, 타인에게 내 생각을 꺼내 보이며 우리를 좀 이해해달라고 설득하는 것 자체가 우습잖아, 좀.
“진지한 얘기 했어?”
생각을 방해하지 말란 말이야. 틈틈이 말을 걸어오는 박찬열 때문에 집중이 되질 않는다. 그래서 녀석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나 좀 가만히 내버려두라.”
“무슨 대단한 얘기라도 했나보네.”
“그래. 그러니까, 생각 정리하게 좀 두라고.”
그랬더니, 찬열이가 마음에 들진 않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탐탁지 않은 표정을 하고서 고개를 끄덕인다. 이제 더 이상의 방해는 없을 거다. 눈치가 빠른 만큼 치고 빠질 때를 잘 아는 놈이니까. 아, 근데 이게 잘 된 일인지, 잘 못된 일인지 모르겠다. 생각은 많아지는데 결론은 안 나고 흐지부지 자꾸만 이상한 쪽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서. 차라리 중간에 찬열이가 말이라도 걸어오면 모든 게 박찬열 니 탓이라고 변명을 할 수라도 있는데, 이젠 그러지도 못하게 되었으니.
교과서 밑에 깔려있는 노트를 끄집어 들었다. 귀퉁이를 조금 찢었다. 펜을 들고 천천히 몇 개의 단어를 적어 내려갔다.
‘손. 가족. 타인의 시선. 변백현. 김종인. 나.’
손…. 손이라. 손을 잡고 길을 걷지 않아도. 같이 걸을 수만 있다면 난 좋은데…. 어떻게 보면 안일한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비겁한 변명인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다가 시선이 가족이라는 단어에 닿자, 엄마 얼굴이 떠오르고, 아빠 얼굴이 떠오른다. 곧이어 군대 가 있는 형 얼굴도 떠오른다.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명절에나 얼굴을 보는 사촌들의 얼굴까지 떠오른다. 그러자 한숨이 푹 난다. 백현이 말 대로, 가족들에게 종인이와 사귄다고 당당하게 말 하지 못할 걸 알아서. 근데, 그게 또 부끄럽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내가 종인이를 좋아하는 게 죄를 짓는 건 아니잖아. 일부러 숨기는 게 아니라, 굳이 말할 필요가 없는 거지. 안 그래? 아, 이건 너무 자기 위안인가. 솔직히 따지고 보면 이성간의 만남에 있어서도 부모님께 말하고 사귀는 경우는 드물잖아. 아니, 내가 종인이랑 결혼할 것도 아닌데 그런 것까지 미리 생각을 해야 되는 거냐고. 엄마한텐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여자 친구에 대해서도 말을 하지 않았는데. 아, 나 뭐래는 거야. 모르겠다. 진짜로. 조금, 신경질이 나서 손으로 얼굴을 잡아 늘어뜨렸다. 이렇게, 심각한 문제일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는데. 백현이가 날 꿈에서 깨웠다. 그래, 이거네. 꿈에서 깬 것 같은 기분이다. 행복한 꿈에서 깨니, 지옥 같은 현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뭐, 그런 거.
무엇이 문제인 걸까. 내가, 그리고 종인이가 남자이기 때문에? 그래, 근본적인 문제는 그거다. 백현이가 염려하는 부분도 그런 것이고. 그렇다고 우리 둘 중에 누군가 여자가 될 수는 없는 거잖아.
그 아이에게 백현이가 똑같은 물음을 던졌다면 어떤 대답이 나왔을까. 나처럼 아무 대답도 못하고 멍하니 서있기만 했을까. 그 아인 우리 관계에 대해 백현이처럼 깊은 곳까지 보고 있는 걸까. 알 수 없지만, 굳이 물어보고 싶진 않았다. 다른 게 문제라면 모를까, 남자와 남자라서 이런 혼란을 겪어야 된다는 게 싫다. 우리 둘의 문제가 아니라, 이런 문제로 갈등을 겪는 건 너무 싫으니까.
아, 복잡해. 손에 쥐고 있는 노트 조각을 구겼다. 생각을 거듭해봤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다.
一
난 당연히 농담인 줄 알았다. 집에 가는 길에 업어준다던 그 말이 농담인 줄 알았다고. 집에 갈 준비를 끝내고 복도 앞에 서 있는 김종인과 함께 걸어왔다. 아니지, 그래. 오늘은 내가 다쳤으니까 버스를 타고 가야된다기에 버스를 탔다. 굉장히 가까운 거리라 두 정거장 만에 내렸지만. 아무튼 분명, 두 다리로 잘 걸어오고 있었는데 인적이 드문 집 근처 공원에 닿자 종인이가 등을 보이며 앉더니, 업혀. 라고 말했다.
“야, 뭐해.”
“업히라고.”
“아, 됐거든. 집이 코앞인데 무슨!”
사실은, 조금 부끄럽잖아. 그렇게 큰 상처도 아닌데 업힐 것까지야 있나. 게다가, 집이 코앞인데. 그래서 바로 앞에 있는 새하얀 등을 손으로 밀쳤다. 그랬더니, 종인이가 고개를 돌려 제법 진지한 얼굴로 나를 본다.
“빨리….”
“나 진짜 괜찮아.”
“나도 코앞이니까 괜찮아.”
애원하듯? 아니, 업히는 게 뭐라고 애원하듯 말하는 그 아이의 목소리에 흔들렸다. 그래, 어차피 코앞인데 무슨 상관이겠냐고. 그래서 망설이다가 끝내 못 이기는 척 덜컥 어깨를 잡고 업혔다. 업히는 순간에도 되게 민망하다. 진짜, 별거 아닌데. 종인이가 읏차, 하는 소리와 함께 몸을 일으켰다. 다리가 공중에 붕 뜬다. 아직도 갈아입지 않고 무릎까지 걷어 올린 체육복 덕분에 상처가 쉽게 드러난다. 뭐, 이정도면 사람들이 봐도 의심하지 않을 것 같았다. 이건 누가 봐도 다친 애를 업고 가는 착한 친구의 모습일 뿐이니까.
근데, 난 언제부터 다른 사람들 시선을 신경 쓰기 시작한 걸까….
“안 무거워?”
머리를 한번 세게 털었다. 우울한 생각은 하지 말자. 아무튼, 이 광경을 오세훈이나 박찬열이 봤으면 쌍욕을 했을 거다. 그나저나 오늘은 다정한 컨셉이십니까, 김종인씨. 이거 이러다 나중에 내가 업어 줘야 되는 건 아닌지 몰라. 물론, 업을 수는 있는데 아무래도 좀 크잖아. 크니까 그만큼 더 무거울 거고, 내가 돌멩이라면 넌 바위정도랄까? 남자의 생명은 허리래. 왜 허린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 그치만, 음…. 너 업다가 나 허리라도 다치면 어떡해. 아, 나 진짜 별 생각을 다하네. 왜 이런가 몰라. 박찬열이 나한테 병신이라고 하는 이유를 알겠다. 입 밖으로 안 꺼낸 걸 천만 다행으로 여겨야겠다. 종인이가 알면, 얼마나 한심하게 생각할까. 으, 생각만 해도 싫다.
오후 내내 기분이 안 좋았던 게 무색할 만큼 그 아이와 함께한 이 순간엔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참 신기한 일이지. 얼굴을 너른 등에 파묻으며 웃었다.
“그나저나, 너 대답 안했어.”
“간지러워.”
“무겁냐고 물어봤는데 왜 딴말이야?”
“등에다 대고 웃지 마. 간지러워, 진짜.”
대답을 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지만, 끝까지 물어봤자 결국 대답 안할 것 같아서 그냥 입을 닫았다. 이러고 있으니 거북이 등에 있는 등딱지가 된 것 같다. 대롱대롱 매달려있으니까 기분이 좋다. 안 업힐 거라고 뺄 때는 또 언제고, 나도 참 웃기지.
“종인아.”
“왜.”
“종인아.”
“왜?”
“내 이름 불러줘.”
마냥 유치하다고 해도,
“도경수.”
“…응?”
“경수야.”
“응.”
내가 네 이름을 부르고, 네가 내 이름을 부르면 대답해 줄 수 있는 지금 이대로가 나는 좋아. 아, 좋다. 진짜로. 꽉 놓고 안 놔줄 거야. 너 나한테 잡혔다고 김종인. 여전히 웃는 얼굴로 그 아이의 목을 세게 끌어안았다.
“나, 목 졸려.”
그랬더니 종인이가 켁켁 거리며 힘겹게 말해온다. 김종인이 켁켁 이라니, 이거 되게 안 어울리잖아? 다른 건 모르겠고 그냥 그 모습이 너무 귀여운 거다. 그래서 목을 풀 생각도 않고 신나게 웃었다. 그러다가 목덜미에다 쪽 하고 뽀뽀를 하면, 종인이가 가던 걸음을 멈추고 제자리에 선다.
“왜 안가?”
알고 있으면서 괜히 물었다. 아, 난 좀 뭐랄까 이런 게 좋단 말이지. 당황하는 김종인의 모습이 좋아. 뽀뽀는 아무렇지 않을 만큼 많이 해놓고서, 게다가 그보다 더 한 거. 왜 그거 있잖아. 키…키,키스까지 해놓고 이렇게 얼어버리는 게 너무 귀엽잖아.
“…간지러워, 진짜.”
조금은 수줍은 목소리로 말하는 그 말에,
“그럼, 하지 말까?”
하고 물으면, 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아, 어떡하지. 욕 나올 만큼 귀엽고, 귀엽고, 또 귀여워. 깨물어 버릴까보다. 앙. 뽀뽀 한번에, 조금은 빨갛게 달아오른 목덜미를 무는 시늉을 하다가 말았다. 진짜로 물면 또 얼어버릴 거 아냐. 집에는 가야겠으니 참아야지. 흐흐. 그나저나, 혼자 줄곧 생각해왔어도 답이 안 나오던 것이, 두근거리는 가슴을 끌어안고 그 애의 등에 업혀있는, 지금. 이제야, 좀 알 것 같았다.
***
8월 내로 2부 완결낸다고 제가 그랬었나요?;;;;;
그럼 그 말 취소하겠어요T^T
아직 산더미같이 남아있어요...
이러다 대하드라마 될 기세....
좋은 소식인지, 나쁜 소식인지 모르겠네요 흐헣
아, 태풍 조심하세요!!
사랑합니다 하트♥
몽글몽글 쏘쏘 낑깡 백토끼 라면 파리채 민트색 순백흑백현 찌롱 까꿍
링세 아이엠벱 블슈 다이트 아가 마가렛됴 긍긍 춥파춥스 일초 딘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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