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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김남준] 연하남 | 인스티즈



[방탄소년단/김남준] 연하남



 

이상하다. 벌써 전화가 와서 도와달라고 애교를 떨다 어르고 달래다 소리를 치고도 남았을 시간인데 요 몇일 그 이름이 통화목록에서 사라져버렸고, 카톡도 없다. 종종걸음으로 달려가던 뒷모습이 눈에 걸리지도 않고, 늘 사오라던 그 맛없는 커피를 사지 않은지도 벌써 삼일째에 접어들었단 말이다. 왠지 모르게 점점 언짢아지는 기분을 견디다 못해 결국 제발로 동아리방을 찾아와 또 건방지게 문을 열어제꼈다. 불만스러운 눈으로 미간을 찌푸리고 주위를 둘러봐도 찾는 사람은 눈에 들어오질 않고. 선배는 어딨는데? 옆에선 이름만 아는 동기생에게 척, 묻는 제 폼이 우습게, 이름도 대지 않았지만 남준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가 찾는 선배를 모를 사람도 없다. 늘 유난스럽게 자기가 먼저 찾아대는 주제에. 어디서 뭘 하고 있는거야 대체?






"아, 박지민이랑 정문 앞 까페에 계시던데, 하영 선배."



박지민? 박지민.... 하며 입안에서 그 이름을 몇번 되뇌어보니 머리에 번뜩하고 스쳤다. 이번학기에 복학한 한 학년 아래 녀석. 같이 있는걸 본적도 없는데 이상하게 친해보인다 했더니 그새 새 시다바리 삼았다 이거지. 탁탁 내딛는 발걸음이 좀 퉁명스러운 그 꼴을 말없이 보던 이름모를 여자 동기생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남준이 활짝 열어놓고 닫지도 않고 떠나버린 문을 천천히 닫았다.





평소 같았으면 걸음을 멈추고 머리를 다듬었을 거울을 그냥 지나쳐 빠른걸음으로 계단을 밟아 내려가는 남준은 그러니까, 여전히 기분이 좋지 못했다. 그저 선배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궁금했던게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들어 잠깐 멈칫 하긴 했지만 그래도 점차 빨라지던 그 발걸음을 돌리지는 못했다. 오전 내 어둡게 햇님을 가리고 있던 구름이 슬슬 비껴나 따스한 햇빛이 땅위로 내려앉기 시작했음에도 빠른 걸음을 내딛고 있는 남준의 어깨는 여전히 찬 기운만 돌았다.




그녀는 복학 후 처음으로 과 모임에 나온 남준을 노골적으로 찍었었다. 말이야 바른말이지 공개적으로 찍혀서 오손도손 손이나 부여잡고 곰살맞은 연애질이나 했다면 모를까 온갖 자료조사 시다바리에 시도때도 없는 리서치나 밤새 먼지를 뒤집어쓰고 과제하는 꼴을 눈앞에서 다 보고 있자니 군대있을때도 없었던 전우애가 생길 지경이라고, 연말 술자리에서 남준이 잔뜩 취해 털어놓은 바 있었다. 처음에야 공개적으로 사귀네 어쩌네 주책스럽게 굴던 동기들도 날이갈수록 검어지는 남준의 눈밑이나 선배에게 점점 더 까탈스런 대답으로 일관하는 모습에 '김남준 동정론'이 서서히 일어나기도 했다. 물론 다들 곧 까맣게 잊었지만.


그런 남준을 우쭈쭈 달래고 얼러가며 묵묵히 해야할 일에 열중 해왔던 그녀였다. 짜증과 투정이 늘어가도 결국엔 도와주기도 하고, 또 부려먹을 때는 남준만큼 편한이가 없다는 이유로 그녀는 그깟 투정쯤 가볍게 묵인해 주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남준이 은근히 의기양양해 한다는 사실을 그녀는 몰랐지만, 다른 선배들이 남준에게 쉬이 한소리 하지 못하는것도 딱 절반만큼은 그녀 때문이었다. (나머지 반은 녀석의 녹록지 않은 그 성격 탓이라고, 동기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남준의 발걸음이 기어코 정문까지 닿아, 큰 유리 너머로 지민이라는 녀석과 탁자위에 너저분한 종이들을 정리하고 있는 선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낯익은 그녀의 등 뒤로 길게 내려온 머리칼에 잠시 시선을 두었다가 걸음을 옮겨 차가운 카페의 문을 밀고 들어가, 들려오는 어서오세요 하는 소리는 다 무시해 버리고서 '그' 테이블로 가 섰다. 여기, 이봐요.




"어, 남준선배 안녕하ㅅ..."


"선배."


"어, 남준이 왔어? 아 지민아.. 아무래도 그거 동방에 놓고왔나봐. 좀 갖다줄래?"






후배인 지민이 먼저 남준을 알아보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인사를 해오는데, 그것마저도 본체만체 한 남준이 여전히 종이뭉치에서 고개를 들 줄 모르는 그녀를 낮은 목소리로 불렀다. 낮게 울리는 목소리가 탁자위로 내려 깔리는데도 찾고있는 자료가 없는지 여전히 뒤적이던 손을 멈춘 그녀가 한숨을 폭 내쉬었다. 곧 고개를 들어 남준에게 대강 인사해 보이고 미안한 표정으로 지민에게 부탁을 하자, 힘빠지는 한숨을 쉬어보인 지민이 남준에게 살짝 목례를 하고 카페를 나선다. 밭은 한숨을 내쉬며 쓰고있던 안경을 벗어놓고 눈을 손으로 지그시 내려 누르는 모양이 어제도 날밤을 샌게 분명한데, 알려주는 이가 하나 없어서 남준은 알지도 못했다. 그게 괜히 또 속상했다.








"나 쟤 때문에 짤린거야?"


"짤리기는, 우리 잘난 김남준이가?"









장난스레 대답하고서는 눈이 빨갛게 된 주제에 그래도 버텨보겠다고 잔에 든 커피를 마시는가 싶더니 잔이 비었는지 지갑을 들고 일어나면서 커피마실래? 하고 물어오는 그 얼굴을, 남준은 앉은채로 가만히 올려다 보았다. 피곤이 가득한 그녀의 눈을 바라보면서 왠 말이 목 끝까지 차 올랐는데, 도대체 제 자신도 왜 이런 생각이 드는지는 모르겠어서 하고싶은 말은 즉시 하고보는 평소와 다르게 참고있는 터였다. 힘들어 죽겠다고 타박하던 제 모습이나 선배 성격 받아줄 사람이 어디있겠냐던 제 말 따위를 다 모른체 해야 했지만 어쩐지 나중에라도 후회하고 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침을 꿀꺽 삼키고 목에 걸린 숨을 뱉어낸 뒤 아무렇지 않은 척 그 말을 해 버렸다. 헉.




"근데 왜 전화 안했는데."




선배는, 그러니까 이 여자는. 감정에 예민한 타입이 아니었다. 진득하게 짝사랑 해오던 근사한 남자가 그 무심함에 질려서 나가 떨어지는 것 같은건 예삿일이 된 지도 오래. (그 선배는 곧 아담하고 애교있는 여자를 만나 세달 뒤 결혼 해 버렸다.) 거기다가 누가 들어도 비꼬는 말에도 진심으로 대답을 한다던가. 진지하게 고민하는걸 싫어한다기보다는 그런 감정에 대해 가만히 곱씹어 볼 필요성을 못 느끼는것 같아 보였다. 큰 키에 날씬한 체형에다 등을 덮는 결 좋은 새카만 머리칼을 휘날리며 교정을 누벼도 혼자인데는 다 이유가 있는거다. 그래서 대담하게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이런 말을 내뱉을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고, 남준은 생각했다. 평소같이 아무렇지도 않게, 그냥 가까운데 그녀석이 있었다던가, 그정도만 해. 성은 어디다 떼먹고 다정하게 불러 제끼는 그 이름 같은거 그냥 잊어 줄테니까.

남준은 표정을 숨기지않고 그대로 드러내 보이며 맞춰오는 그녀의 시선을 피하지도 않고 응시했다.





"너 귀찮다며, 김남준아."


"선배 이제와서 뭐, A형 티내? 갑자기 무슨 신경써주는 척이야 안 어울리게."




쿵 내려 앉았다 다시 부푼 마음이 의미없는 말을 내뱉었다. 얼떨떨한 표정을 지우고 금새 장난스러워진 선배는 슬쩍 다시 자리에 앉아 대답을 해오고. 그러면 또 늘 그렇듯이 서로 져줄 맘 없는 말들로 툭탁대고.






"얼씨구? 짜증에 밥 말아드실때는 언제고?"


"그래서 이제 나 말고 쟤랑 한다고?"


"역시 어린게 말은 더 잘듣긴 하던데 뭐. 아 그래서 커피 마신다고 안 마신다고?"




저게 말 잘듣는거야? 아까 저거 나갈때 한숨쉰거 못봤냐고.

너는 몇 일 되지도 않아서 나한테 말부터 깠거든요?




과 특성상 졸업하는 해의 과제나 PT등이 정말 중요했고, 교수님 눈에 들어 좋은 추천을 받는 이와 그렇지 않은 이의 연봉이 얼마나 차이 나는지, 그런 건 두번 말하면 입 아플 정도로 공공연 한 이야기였다. 


그렇기에 졸업해에는 유난히 목숨을 걸고 학교에 붙어있는 선배들이 넘쳐났고, 하영도 그 중 하나였다. 그녀에게 진작에 낚여 그 많은 날들을, 셀수도 없이 많은 자질구레한 과제 도우미를 도맡아 하면서 온갖 짜증을 다 뿜어낸것도 제가 맞았고, 맛있는거 사줄게 도와줘, 하는 말에도 덮어놓고 한숨부터 쉰 것도 맞았다. 귀찮고 힘이 들 것을 알기에 갓 복학한 저를 낚아 챈 선배였고, 제 다음이 들어왔으니 그네들에게 넘어갈 차례가 된 것일테다. 그런데, 다 아는데도 추운 겨울에 이사가면서 버려진 강아지 마냥 서운한 기분이 드는건 어쩐일인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도 했고. 그런데 말 할수는 없었다. 그게 또, 답답하고. 앞에 앉아 커피소리나 하는 하영을 보다 속에서 깊숙히 올라오는 한숨을 꾹꾹 눌러 바깥이나 내다보니 빠른걸음으로 손에 자료들을 들고 뛰어오는 녀석이 보여서 더 답답해졌다.






"갈래요."





어쭈, 야! 남준아, 하는 소리를 뒤로하고 또 가시게요, 하고 꾸벅 인사해 오는 지민이도 그냥 지나쳐서 카페를 나서 다시 학교로 들어섰다. 쿵쿵 발을 구르며 싫다고 엄마에게 떼를 쓰던 다섯살같은 제 자신이 한심해졌다.같잖게 집착하는 애인같이 군것도 곧 이렇게 낯 뜨거운 후회가 되어 돌아 와, 이럴 줄 알았다면 말도 꺼내지 않는건데 하는 중얼거림도 보탰다. 아무리 깊은 한숨으로 내딛는 걸음 걸음 수 놓아봤자 저 여자 옆에 남은게 제가 아니라는 사실은 변하지가 않아서 답답해져오는 마음도, 멎을 줄을 모르는 한숨도 어찌 할 수가 없었다.









* * * * *







그러니까 진짜 문제는, 저라고 딱히 감정에 예민한 편이 아닌지라 온몸을 뒤덮은 이 감정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는데에 있었다. 그깟게 중요하다고 생각 해 본적도 없고 이렇게 복잡한 느낌을 일찍이 경험 해 본 적도 없어서 남준은 그저 혼란스럽고 불쾌했다. 그게 다였다. 정말로.





"아 왜 이래? 돌았냐?"


"그런가.. 나 돌았나?"





분명 아침에 나갈 때 저런 자세로 앉아있던걸 보고 나갔는데, 밥을 먹은 흔적도 없고 평소처럼 어지른 꼴도 아니고 같은 표정 같은 자세로 아직 앉아있다. 그런 남준을 보고 이상기류를 감지한 호석이 남준의 눈 앞을 손바닥으로 휘휘 저어보인다. 그러게 한동안 잠잠하시다 했네, 쯧쯧 혀를 차봐야 빠져나간 넋은 돌아올 생각도 없어 보이고, 연달아 터지는 한숨에 소파 앞 바닥은 진작부터 1m나 푹 꺼져버렸고.



엊그제 실망한 강아지마냥 축쳐진 꼴을 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 부터 무언가 심상치 않았는데, 꼴이 점점 더 우스워졌다. 빠져나간 넋은 어디쯤에 계시는지, 돌아올 생각은 있으신지. 멍청한 표정을 하고 저렇게 앉아있다. 참내.






"일어나, 그러고 있지 좀 말고. 선배들이 너 찾는 통에 나만 불려다니면서 변명하고 이게 뭐하는 짓이야?"


"....."


"너 연락도 없이 잠수탔다고 과대선배 진짜 빡쳤어. 하영 선배 안 도와주면 자기 도와달라고 너한테 그랬었다며. 야, 듣냐? 아 그리고 지난 학기에 너랑 싸운 그 또라이는 왜 최하영 선배 꼬신다고 소문났냐. 오늘 학식 먹으러 가다가 그 새끼가 선배 옆에서 개소리 하는거 듣고 진짜 뒤통수 깔 뻔 했네."


"뭐.. 누구?"


"누구긴 누구야, 니네 최하영 선배지."





그 또라이 새끼가 하영 선배네 뒷풀이에 낀다더라, 지가 도대체 거길 왜 가? 아 오늘 하영선배 PT 대박친거 알아? 박교수가 이번 프레젠테이션 거의 완벽하다고 그랬다는거 아냐.. 그래서 과대 더 빡쳤다고. 넌 이제 죽은 목숨인거....라고, 임마. 소파 주위에 널린 너저분한 것들을 허리숙여 집어 올리면서 중얼중얼 말을 이으며 영차, 일어서 남준을 향해 뒤돌아선 호석은 텅빈 소파를 보고 방금 뛰쳐나가 아직 켜져있는 현관문앞 센서등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 이 자식 전화기는 챙겼나. 호석은 주머니를 툭툭 뒤져 핸드폰을 꺼내들고 빠른 손놀림으로 한 이름을 찾아 전화를 걸었다.






"어, 지민이냐? 나 정호석. 응, 너 오늘 뒷풀이 하는데가 어디라고 그랬지?"





숨이 턱까지 찼다. 하루종일 멍청하게 앉아만 있어서 그런지 갑자기 움직이는 바람에 온몸 구석구석 안 쑤시는데가 없더니 그것도 잠깐, 이제쯤 몸이 다 풀렸는데. 학교 쯤 다 와서 생각하니,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어디로 가야하는지도 모른다. 깜깜해진지도 오래인 이 밤중에, 남준은 그저 우두커니 서 있을 뿐 이었다. 아, 이 한심한 새끼.. 자조섞인 웃음이 입술을 가르고 슬슬 흘러나올 그 즈음, 벨소리가 울려 남준은 정신없이 주머니를 뒤져 핸드폰을 찾아냈다.

밝은 화면안을 채운 어느 장소와 함께 뜬 호석의 이름에 남준은 짧게 웃어보인 후 다시 뛰기 시작했다.






호석이 알려 준 뒷풀이 장소로 뛰어 들어간 남준은 곧 익숙한 무리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지난 학기 쓸데없이 싸운 예의 그 또라이도 있었고, 아직도 선배 옆에 딱 달라붙어 앉아있는(것 처럼 남준에게는 보였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았다) 지민이라는 녀석도 그렇고, 마침 화장실에라도 가시는 양 자리를 떠나시는 교수님도 있었다. 남준은 큰 걸음으로 걸어 가 맥주잔에 뻗고 있는 그녀의 손을 낚아 채 잡아 끌었다. 나랑 얘기 좀 해요. 남준아, 잠깐만. 잠깐만!


여자가 애타게 불렀지만 제 손목을 잡고 끌고가는 남준은 뒤를 돌아보지도 않았다. 도대체 왜 이러는거야, 애먼 뒷통수를 노려봐도 답이 나올리가 없었다. 씩씩대며 하영을 술집 밖으로 이끌어 낸 남준은 가까운 골목으로 가 하영을 세워 놓고 맞은편에 우뚝 섰다. 





"뭐야, 김남준. 너 술 마셨어?"



술은 선배가 마셨고. 남준이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데 하영이는 아랑곳 없이 남준의 얼굴을 들여다 보다가 제 소매 끝으로, 손등으로 남준의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냈다. 왜 이렇게 땀을 흘려, 뛰어왔어? 네. 왜, 나한테 할말 있어? 있어.



이건 없어졌다 갑자기 나타나서 말도 짧은데다 덤비는 것도 아니고.. 황당한 눈으로 바라봐도 남준은 여전히 그녀를 바라본 채 가만히 서있을 뿐이었다. 왜 이러는지 모르겠네. 하영이는 아직 숨이 찬지 숨소리가 큰 남준을 보며 손으로 부채질을 해 주기 시작했다. 아닌 밤 중에 김남준이네. 





"잠은."


"이제 가서 자야지. 교수님이 오늘 기분이 좋으신지 일어날 생각을 안 하셔가지고."




여자의 손이 계속 제 눈앞에서 팔랑 팔랑 거리면서 그녀가 항상 쓰는 향수 냄새를 코 앞에 흩뿌리자 남준은 여자의 손을 잡아내려서 꼭 쥐었다. 그녀에게 신경이 쓰인다, 다른 사람이 곁에 있는 것이 싫다는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마음을 그녀를 좋아한다, 라는 말로 명쾌하게 정리하고 달려 온 남준은 눈앞을 아른대는 그녀의 손을 당겨 키스 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서라도 어리둥절 해 보이는 그녀에게 꼭 확인 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물어보기로 했다. 그런 마음으로 달려 왔으니까. 남준은 제법 결심에 찬 눈빛을 보였다.





"쟤, 지민인가 하는 애랑 둘이 밤 샜어요?"


"응. 집에서."



"집에서??"


"응, 쟤네 집이 우리 집보다 더 학교랑 가까워서."




집? 집이라고? 집이라고 그랬다. 저랑은 매번 밤 새면서 늘 학교였는데, 끽해야 밤새 하는 커피숍? 그 정도였는데. 저건 뭔데 집에 가서 같이 있는거야? 혼란스러운 감정을 감추지 못한 남준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제 손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이 풀려가자 여자는 고개를 갸우뚱, 하며 남준을 바라보았다. 쟤랑 나랑 사촌이잖아. 다들 알던데, 몰랐어? 여자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던 남준은 순간 휘청이려는 다리에 힘을 꽉 주었다. 때린 이도 없는데 괜히 뒤통수가 얼얼했다. 뭐, 사촌이라고? 그것도 모르고 오만가지 상상을 하고 질투를 하고, 미워하고. 하루종일 소파에 앉아 멍한 채로 있었던 제가 눈물나게 한심하게 느껴져 오늘 밤엔 왠지 이불이 찢어지도록 이불킥을 하게 되지 않을까, 남준은 생각했다.





"근데 지민이가 왜?"


그녀의 말에 정신을 차린 남준은 목을 큼큼 가다듬고 아직 잡고 선 그녀의 손을 다시 세게 잡아쥐었다. 사촌이든 아니든 제 할말은 해야만 하니까. 






"그냥, 내가 할게요."


"뭐를."


"선배 도와주는 거."




뭐 이런게 다 있어, 하는 황당한 눈빛으로 선배가 자기를 쳐다보는 데도 남준은 계속 당당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여자는 붙잡히지 않은 손으로 남준의 이마를 짚어 열이 있는지 확인하기 까지 했다. 도대체 왜 이러냐 오늘 밤에? 그럼, 선배는 나한테 왜 그랬는데? 내가 뭘.



그녀는 숫제 밤을 새우고 제 정신을 잃어가는 새벽 쯔음에 커피를 들고 긴 의자에 앉아 열심히 집중하고 있는 남준의 등을 벽 삼아 기대서 조근조근 이야기를 하곤 했다. 등의 얇은 티셔츠 한장 차이로 서로의 등이 온전히 맞닿아서 정신을 놓고 쓸데없는 이야기를 나누는 그 시간을 남준은 좋아했다. 그녀의 체온이 느껴지고, 심장이 뛰고, 머리칼이 스르르 떨어지고, 선배가 소리내어 웃으면 맞댄 등 사이로 그 웃음이 스며들었다. 한참을 쓸데없이 웃고 떠들고 나면 그제야 잠이 깼다며 고맙다고 남준의 등을 툭툭 두드리고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가는 하영이 못내 아쉬웠다. 그녀의 앞에 앉은 지민을 본 순간, 저 말고 다른 사람과 등을 맞대고 앉은 그녀를 상상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고생스럽긴 해도 그 순간을 남과 나누고 싶지 않았다.








"내가, 할테니까. 딴 놈하고 밤 새우지 마요."



여자는 여전히 황당한 눈빛으로 남준을 쳐다보고 있다가 풋, 웃음을 터뜨렸다. 딴 놈하고? 응. 밤을 새우지 말라고? 응. 아니 무슨 밤을 새웠다고 그래? 과제를 하든 PT 준비를 하든 나하고 하자고. 그니까, 왜 너하고 해야 하냐구요. 




왜긴. 남준은 아직 잡고 있던 여자의 손을 제 쪽으로 당기고서 상체를 숙여 그녀와 입을 맞췄다. 입을 맞추니 제 앞에서 알짱대던 그녀의 향이 더 짙게 느껴져 더 깊게 숨을 쉬었다. 마음이 놓이는 기분이 들며 달려오길 잘 했다, 싶은 생각도 잠시 들었다. 마주한 그녀의 입술이 당황한 것이 느껴졌지만 남준은 물러나지 않고 부드럽게 입술을 맞춰가다 진한 키스로 방향을 바꾸었다. 당황한 여자가 양 손을 모아 제 가슴께로 올리자 남준은 어쩐지 좀 웃었다. 아, 귀여워.


짧기도 하고 길기도 한 키스가 끝나자 하영이는 고개를 숙여 빨갛게 익은 얼굴을 손으로 가리려고 했는데 남준이 제 손을 놓아주지 않아 울상이 되었다. 아 얼른 이거 놔.. 놓긴 뭘 놔, 빨리 내 얼굴 봐요. 안돼 지금은 안돼.. 아 왜 부끄러워 해? 나 진짜 생각도 못했네. 부, 부끄러워 하긴 무슨! 



이윽고 남준은 그녀의 손을 놓고 그녀의 얼굴을 양 손으로 잡아 제 얼굴과 마주보게 들어올렸다. 좋아해요, 선배. 하영이 헉, 하고 눈을 감자 남준은 다시 그녀의 입술에 짧게 입을 맞췄다. 그러니까 나랑 만나요. 아직 빨간 얼굴에 대고 계속 그랬다. 이젠 안 놔줄거니까. 나랑 만날거에요 안 만날거에요, 으름장을 놓고. 결국 하영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번에는 품안에 넣고 부둥거렸다. 






.......근데 갑자기 오늘 왜 이러는거야?


선배가 좋아서.


....ㅁ...뭐...........


좋아한다고.









----------------------------------------------------------

네, 저도 김남준 정말 좋아하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
자꾸 연하남 여기저기에 등장해서 호구같이 보여지지만 지민이는 사랑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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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남준이가 엄청 설레네요!!!
8년 전
스피너
댓글 달아주셔서 저도 설레네요!! ㅋㅋㅋㅋ 감사합니당~
8년 전
독자2
아 연하라뇨 ... 좋아요 으엌 다른애들도 와주세요 ㅠㅠㅠ 좋습니다 작가님 꺙
8년 전
스피너
애들이 다 저한테 연하라... 이렇게라도 해보고 싶었어요(오열) ㅋ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8년 전
독자3
아..작가님..연하라니요..ㅠㅠㅠ 너무 좋슺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스피너
남준이가 무려 연하입니다 ㅋㅋㅋㅋ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8년 전
비회원249.18
아 작가님ㅠㅠ 여름밤이예요
김남준이 연하라니!!! 그것도 이렇게 현실성 넘치는!
자꾸 저 발라먹으실 건가요ㅠㅠ { SYSTEM : 나 = JAM }
어떻게 연하남 시리즌데도 같은 분위기가 한 개도 없어요? 작가님 뭐 논술준비해요? (진지)
오늘 힘들다면 힘든 날이었는데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해요 힐링하고 가네요♥
암호닉 신청한 주제에 이제서야 보다니! 흑흑 (오열)
작가님 싸랑해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즐토☆

8년 전
스피너
우와 여름밤님이다 ㅜㅠ 기다렸어용..♡
이런 글로 힐링 하셨다니 다행이네요(오열) 힘들지 마시고 힘내세요!
저도 여름밤님 댓글로 힐링하고 있어요ㅠㅠ
금방 또 발랄한 글 쪄올게요~~ 늦었지만 좋은 주말 보내세요~♡

8년 전
비회원151.146
연하남 시리즈는 상을 줘야 합니다 작가님.. 너무 좋아여 ㅠㅠㅠㅠㅠ
8년 전
스피너
우왕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하미다 ㅜㅠㅜㅠ 연하 김남준은 사랑이죠~♡
8년 전
독자4
어쩌다보니 읽게됐는데 아ㅠㅠ 남준아ㅠㅠ 저 남자 어떡하면 좋죠ㅠㅠㅠ 엄청 사람맘으류ㅠㅠ 갖고노네ㅠㅠ
8년 전
독자5
검색하다가 우연히 들어왔어요! 읽으면서 남준이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저도 모르게 엄마미소 짓고 봤네요 ㅠㅠㅠㅠㅠㅠ 글 잘 읽었어요 써주셔서 감사합니당! 'ㅂ'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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