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룩주룩 비가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며 듣고있던 노래를 잠시 멈췄다. 덜컹거리는 버스 안은 나까지 단 세명밖에 없어 조용했고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라디오 소리가 더 크게만 느껴졌다. DJ 목소리가 날씨와 굉장히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며 귀를 기울였다. 무더위는 싹 가시고 이제야 본격적인 장마철에 들어섰는데요. 다들 아침에 꼭 우산 챙기도록 하세요. 까먹지 마시구요! 자! 다음 곡은 the*****님께서 신청해주신 조설규의 해피바이러스! 듣고 오겠습니다.
무더위를 몰아내고 장마철이 시작되는 이 무렵, 나의 첫사랑도 찾아왔다. 빗방울에 길거리가 온통 젖는 마냥 나 역시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흠뻑 젖어버렸다.
LOVE TRAFFIC上
WEEZLE
수능을 겨우 365일 하고도 70일 가량 앞두고있는 난 평일은 물론 주말까지 학원에 헌납해가며 나름 열심히 살아가는 평범한 문과생이다. 우리 학원은 내부에 독서실이 있어서 새벽까지 열기 때문에 매일 2시까지 공부할 수 있는 좋다못해 행복해 죽을 것만 같은 시설을 갖추고 있다. 덕분에 이 지역에서 나름 공부 좀 한다는 애들은 물론이거니와 열심히 해보겠다는 애들로 북적여 다른 학원과 비교했을 때 여러모로 갭이 컸다.
“야, 비 완전 많이 오지 않냐? 하늘에 구멍이 뚤렸는 갑다.”
“니 똥배로 막아. 충분히 막고도 남는다.”
“으이구. 등신.”
그렇다고해서 소위 말하는 노는 애들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리고 소위 말하는 찌질이들도 있었다. 난 그 중간의 어느 쯤인 평범한 여자애였다. 일찐 무리와도 두루두루 친했고 또 공부밖에 모르는 녀석들과도 꽤 아는 편이었다. 중3부터 쭈욱 함께 올라온 애들이 많아서 애들은 많지만 낯선 얼굴은 없었다.
“xx아. 너 영어 단어 외웠냐? 지금 영어수업인데 나 안외워서… 쫌 보여주라!”
“알았어. 대신 나중에 커피우유 쏘셈.”
“당연하지!! 얼른 가자. 늦으면 또 혼난다.”
친구 녀석과 강의실로 가 자리를 잡았다. 영어는 반이 두개밖에 없어서 한 반에 인원이 많은 편인데 우리반만 해도 서른 명이 넘었다.
“맞다. 용대야. 너 친구 언제 온대냐? 상담은 다 받아놓고 말야.”
“아. 오늘부터 온다고 했는데… 강의실을 못찾고 있나봐요. 제가 데려올게요.”
전교 1등인 용대가 친구를 데려온다고 해서 선생님이 거는 기대가 큰 것 같았다. 곧 용대가 친구와 함께 강의실로 들어왔다.
“잘생겼다!!”
“올!! 앵간?”
서른 명 중에 여자는 겨우 다섯인데 어째 남자애들이 더 신난 것 같았다. 목소리가 어찌나 큰지 친구가 하는 말이 잘 안들렸다.
“뭐? 못들었어.”
“잘생겼다고.”
니년도 그 타령이냐? 으휴. 철없는 년. 고개를 설레 지으며 뒤를 돌아 새로 왔다는 아이에게 시선을 던졌다. 키는 엄청 큰데 머리는 엄청 작다. 와, 저런 인간도 있구나.
“잘생겼죠? 용대야, 너 저런 애랑 다니면 안된다. 무슨 말인지 알지?”
“아! 쌤!!”
“새로 온 친구 이름이 뭐라고 했지?”
“대훈이요, 이대훈.”
친구가 내 문제집에 몇자 끄적였다.
“이, 름, 도, 멋, 져? 에라이, 미친년아. 단어나 더 외워라. 커트라인 넘기면 재신거 알지? 나 너 안기다림.”
“매정한 년 같으니!”
친구한테 말은 그렇게 했지만은 괜히 내 뒤에 앉은 녀석에게로 시선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다음 시간에서야 안 건데 녀석은 이용대 친구로 온 거지만 다른 여자애와 함께 학원을 끊은 듯 했다. 줄곧 둘이 붙어다녔고 내 친구는 저년 누구냐며 눈에 불을 키고 욕을 해댔다. 여친이겠지, 뭐. 원래 잘난 애들은 다 임자 있잖아. 쟤 공부도 잘한다더라, 전교권이라는데? 괜히 저 여자애 편 들어줬다가 친구년한테 한대 맞았다.
난 남자애들과 그렇게 친한 편은 아니였다. 아예 말도 안섞는 건 아니었지만 그냥 어렸을 때부터 여자애들끼리만 놀다 보니까 남자랑 같이 있으면 뭔가 어색하고 할말도 없고 의식하게 됐다, 나도 모르게. 그렇다. 나는 모태솔로 18년 차였다. 그렇다고해서 레즈는 절대 아니었다! 네버! 반대로 여태껏 지켜본 녀석은 붙임성이 좋은 성격이었고 남녀 안가리고 처음보는 누구에게나 친한 척을 잘하는 그런 아이였다. 사실 내가 왜 녀석을 지켜본 건지도 잘 모르겠다.
어영부영 한달이 넘어갔다. 개학한 지도 일주일이 넘어갔다. 학원에선 독서실 비가 부담되는 ―나같은―학생들을 위해서 작게나마 자습실을 만들어놨는데 어느 날부턴가 그녀석이 자습실에서 눈에 띄었다. 첨에 봤을 때, 쟤 독서실 아닌가? 했지만 내가 왜 한마디 해본 적도 없는 이대훈이 독서실을 쓰는지까지 알고있는 지에 대해서 벙쪘다. 잠시 멈칫하다가 친구에게 입모양으로 안녕 인사하며 빈자리에 가서 앉았다. 그렇게 삼일이 흘렀다.
수학을 잘하는 편이 아닌 난 문과반 두개 중 아랫반에 있었다. 사실 아랫반은 처음 배우는 아이들을 위해 새로 만든 건데 난 두번도 넘게 배웠지만 윗반 애들과 함께 배우기엔 내가 너무 모자라다고 느껴서 친구와 함께 아랫반에 왔다. 거기엔 물론 이대훈도 있었다. 녀석은 혼자 앉지만 선생님께 곧잘 질문도 했고 꽤 당돌했다. 선생님이 그런 이대훈과 나, 내 친구를 좋게 봤는지 나란히 셋이서 윗반에 올라가게 됐다. 그치만 문제가 생겼다. 진도 차이 때문에 윗반은 이미 배웠지만 아랫반은 아직 진도가 안나가서 중간에 생긴 틈이 있었는데 하필이면 다음 수업 숙제가 그 부분이었다. 숙제를 하려고 책을 꺼내놨는데 잠시 멈칫했다. 안배웠는데 어쩌지. 그리고 누군가가 내 등을 톡톡 쳤다. 뒤를 돌아보자 녀석이었다.
“너 숙제 했어?”
“아니, 이제 하려고. 근데 우리 여기 안배우지 않았어?”
“그래, 그니까! 우리 쌤한테 말하러 가자.”
“…지금?”
“어, 그럼 언제 가. 생각난 김에 가자.”
처음 말해본 건데 녀석의 말에 얼떨결에 몸을 일으켜 결국 교무실 앞까지 왔다.
“근데 내 친구는?”
“몰라. 버려. 쌤 지금 있나?”
녀석은 생각보다 쿨했다. 이대훈의 말에 웃음이 빵터진 나는 끅끅거렸고 녀석은 그런 날 보며 웃었다.
선생님이 내일 보충해주겠다고 하셨고 우린 다시 나란히 어깨를 마주하고 자습실로 돌아왔다. 나도 내 키가 여자치곤 큰 편이라 보통 남자애들 하고는 눈높이가 맞는데 녀석은 한참 올려다 봐야했다. 물론 나보다 큰 남자는 많지만, 그냥 뭔가 느낌이 달랐다. 괜히… 설렜다. 설렜다는 표현이 제일 맞는 표현인 것 같았다.
“야, 너 키 왜이렇게 작아? 완전 땅꼬마.”
“나 171인데 그런 소리 첨 들어보거든? 니가 무식하게 큰 거지!”
“으휴, 키나 크고 말해라.”
티격태격하며 내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녀석과 꽤 멀리 떨어진 자리에 괜히 내가 여기 자리를 잡은 것을 탓했다. 저쪽 가서 앉을걸. 괜시리 아쉬운 생각에 책도 안펴고 한참을 앉아만 있는데 녀석이 다시 나를 불렀다. 자기 나름대로는 작게 말한다고 하는 것 같은데 엄청 큰 걸 자기만 모르는 것 같았다.
“야.”
“어어?”
“여기 와서 앉아. 나 모르는 것좀 알려주라.”
녀석은 비어있는 옆자리를 가리켰다. 나는 슬며시 나오는 웃음을 꾹 참고 귀찮다는 듯이 녀석 옆에 앉았다. 키만 멀대같이 크면 뭐해. 누나한테 말해봐, 모르는게 문제가 뭔데?
“누나 좋아하시네. 여기 이것 좀 풀어봐.”
녀석이 건네준 샤프가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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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똥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 긴가요?? 글재주가 없어서 죄송해여.....흡.......담편은.....글쎄여........바로 하편을 쓸까 아님 중편을 쓸까 생각듕ㅋㅋㅋㅋㅋㅋ무튼 읽어주셔서 감사함다(_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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