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공지가 닫혀있습니다 l 열기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단편/조각 만화 고르기
이준혁 몬스타엑스 김남길 강동원 엑소 온앤오프 성찬
두부스마일 전체글ll조회 918l 4


BGM: 덕만테마, 선덕여왕


 

 

 

옛날 옛날, 한복 입고 살던 그 시절에, 행복한 부부 한 쌍이 살았답니다.

 

 

서로 얼굴도, 성격도 모른 채 이름만 알고 결혼하게 되었지만, 왜 "천생연분"이란 말이 있잖아요. 그건 딱 이 부부를 위한 말이었어요.

혼인식 날, 마주본 두 부부가 처음으로 서로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둘은 첫 눈에 반해버렸어요. 남자는 여자의 산딸기 같이 싱그러운 자태에, 여자는 남자의 토끼같은 눈웃음에 모든 마음을 허락해 버렸어요.


 

 

비록 부자는 아니었지만 부부는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무더운 여름 햇빛 아래에서도, 북쪽에서 찬 바람이 세차게 몰아칠 때도 남자는 여자 생각에 늘 웃음이 끊이지 않았어요.
여자의 요리가 서툴었지만 임금님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았고, 여자가 만들어 준 옷이 조금 많이 컸지만 '앞으로 더 많이 먹어서 살을 찌워야겠다!'라고 생각했어요. 일하는 시간동안 여자를 못 보는 게 너무나 마음아파, 저 태양을 여자 얼굴 삼아 일 하다 한 번, 밥 먹다 한 번, 쉴 때 한 번, 쳐다보곤 했답니다. 시장에서 예쁜 치장거리를 보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고, 꽃은 또 얼마나 많이 따다 줬는지, 온 동네 꽃이란 꽃은 모두 남자가 지나갈 때면 잔뜩 긴장했어요.

 

 

농삿일이 끝나고 동료들과 막걸리 한 잔 할 법한데도, 남자는 매일같이 일이 끝나면 바로 집으로 달려갔답니다. 그런데 이 남자, 집이 보이기도 전 부터 고래고래 여자의 이름을 불러대는 까닭에 고을 아낙네들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아, 우리 남편도 곧 오겠구나,'하고 짐작하곤 했어요. 그리고 남몰래 질투도 했다네요. '우리 남편도 저러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말입니다.

 

 

 

 

여자는 남편을 기다리며 바느질도 하고, 물도 길어오고, 그동안 따다 준 꽃들도 정리하며 시간을 보냈어요. 시집 오기 전, 어머니께 바느질을 배웠지만 남자와는 다르게 손이 서툰 여자는 바느질이 참 힘들었어요. 바늘에 찔려 아기같은 손가락에 피가 나기 일쑤였지만 그래도 서방님이 따뜻하게 입어줄 걸 생각하면서, 집중력에 눈동자가 가운데로 몰리는 것도 모른 채 열심히 한 땀 한 땀 옷을 만들었어요. 날이 저물어 갈 때면 서방님이 언제 오시려나, 하며 마당을 기웃기웃거렸고 오늘 하루 힘들었을 서방님을 위해 맛있는 저녁도 준비했답니다. 서방님이 좋아하는 닭고기 반찬은 하루도 내놓지 않는 날이 없었어요. 그래서 온 동네 닭들은 여자가 시장에 나타날 때마다 잔뜩 긴장했어요.

 

 

 

오늘도 어김없이 저 멀리서 서방님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사랑스러운 부인의 이름을 마구 부르면서. 사실 여자는 동네 여자들이 모두 자기를 부러워 한다는 것쯤은 눈치 챈지 오래입니다. 하지만 이거, 들을 때마다 부끄러운 걸 어쩌겠어요. 볼은 빨개지고 심장은 쿵쾅쿵쾅. 서방님이 자기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이렇게 마음 간지러운 걸 어쩌겠습니까.

 

 

 

 

 

 

 

하지만 하늘도 그 행복을 질투한 나머지, 이 부부에게 엄청난 슬픔을 주었답니다.

 

 

 

여자는 원인도 모를 병을 얻어 하얗던 얼굴이 생기를 잃어갔고, 앵두 같던 입술은 가뭄든 논 마냥 갈라졌고, 초롱초롱하던 눈은 빛을 잃어 슬픔만이 가득 차게 되었어요. 남자는 동네방네 용하다는 의원을 찾아다니며 여자의 병을 고치기 위해 노력했지만, 모든 의원들은 여자의 맥을 짚어보곤 자신이 고칠 수 없는 일이라며 이내 돌아가곤 했어요. 그럴 때마다 희망의 끈은 하나, 둘, 사라져갔고, 여자의 생명의 촛불도 조금씩, 조금씩 스러져 갔습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어요. 남자는 모든 일을 그만둔 채 여자 살리기에만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습니다. 직접 약초를 캐러 높은 산에 올라갔다가 뱀에 물려 끙끙 앓았지만, 자신까지 아프면 안 된다는 생각에 아픔도 잊은 채 다시 산으로 향했어요. 여자는 자기 때문에 남자가 아파하는 걸 보며 너무 힘이 들었어요. 병이 주는 아픔은 그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어요. 병을 원망하며, 자기 자신을 원망하며 여자는 고통스러운 날들을 보냈습니다. 남자는 그런 여자를 보는 게 너무 가슴 아팠지만 내색하지 않았어요.


괜찮아,

내년 봄에는 어떤 꽃을 따다 줄까,

부인이 해주는 닭고기 반찬 먹고 싶다아,

내일이면 다 나아있을거야,

내일이면,

 

내일이면,


...또 내일이면.

 

 

 

매일 같이 태양을 보며 여자를 생각하던 남자였지만, 여자가 병을 얻은 후로는 매일 밤 달을 바라보며 여자를 위해 기도했어요.


제 부인을 낫게 해주세요,

병을 고칠 수 있는 의원이 나타나게 해주세요,


제가 대신 아플 수 있게 해주세요,

 

 

......부인이 죽어야 한다면... 그래야 한다면, 제가 없을 때 말고 그녀 곁에 있을 때 그렇게 하세요.

 

 

겨울에 병을 얻었던 여자는 끝내 꽃이 한 두송이 피기 시작할 무렵,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어요.
다행히 여자의 숨을 거두어간 얄미운 하늘은 한 가지 소원은 들어주었어요. 여자는 남자의 곁에서 그의 손을 꼬옥 잡은 채로 눈을 감았습니다.

다음 생에도 다시 부부의 연으로 만나자는 약속과 함께.


남자는 그러겠노라고, 눈물 속에 맹세했습니다. 그 날은 온 동네 사람들이 하늘을 원망하며 남자의 슬픔을 함께 해주었습니다.

아낙들도 이 부부의 기구한 운명을 안타까워하면서 눈물을 흘렸어요.

 

 

남자는 하루가 다르게 살이 빠져갔고, 덕분에 여자가 생전 만들어 준 옷은 더 커져버렸어요.

집안의 꽃들은 여자가 돌보지 않아서인지, 여자를 잃은 슬픔 때문인지, 아니면 그 모두 때문인지 시들어 죽어버렸고, 행복만이 가득했던 집 안에는 슬픈 먹구름만 잔뜩 끼어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날이 가고, 달이 가고,


여자의 장례식을 치른 후 꼭 세 달이 지난 밤이었어요. 그날 밤도 울다 지쳐 쓰러져 잠든 남자는 이상한 꿈을 꾸었습니다.

파아란 하늘 아래 그보다 몇 곱절은 더 파아란 물망초 밭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그 희미한 파람의 경계 한가운데에 남자는 서 있었어요. 공기마저도 파랗게 느껴지는 그 때, 어디선가 낯선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지금 생을 포기한다면 다음 생에 여자와 다시 만나게 해 주겠다"고.


여자가 곧 삶의 이유였던 남자는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습니다.


"그러겠습니다."라고.

 

그리고 남자는 물망초 밭의 파란 빛 속에 스러져 잠기고 말았습니다. 아찔한 물망초 향이 온 몸을 휘감았습니다.

 

남자는 파란 꽃들로 흠뻑 젖었습니다.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습니다

이런 글은 어떠세요?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1
헐ㅠㅠㅠㅠㅠ슬프다 저 남자가 진기시....ㅠㅠㅠㅠㅠ다음편 기대할게요!!신알신 하고 갑니듀ㅠㅠㅠㅠㅠㅠ
8년 전
두부스마일
감사합니다!!!!ㅠㅠㅠ하튜하투,..♡
8년 전
독자2
헐...아련한 전래동화 같당ㅋㅋ작가님 다음 편 기대할게요!!ㅠㅠ
8년 전
두부스마일
전래동홬ㅋㅋㅋㅋㅋ 다음편부터는 현대로 타임점프 ㅎㅎ....!!!
8년 전
독자3
와 진짜좋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음편 기대할게요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두부스마일
감사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사랑해여 ,,,♡
8년 전
독자4
로맨틱하고 진짜진짜 좋네요ㅠㅠㅠㅠ이제 다음 생에서 만날 차롄가요??천생연분이 따로 없네!!
8년 전
두부스마일
긋춍!!!!다음생은 다음편에ㅎㅎ!!!!
8년 전
독자5
다음생이 너무 기대되요!!!! 재밌어요..♡얼른와주세요~~~
8년 전
두부스마일
넹감사해여ㅠㅠㅠㅠㅠ>< >< ><♡
8년 전
독자6
두부스마일님 너무 슬퍼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다음편에는 현대인가여? 빨리 와주세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7
브금너무좋아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두부스마일
감사합니당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8
허어어어ㅓㅠㅠㅠㅠㅠㅠ신알신하고갑니당 브금이랑 내용이랑 너무잘어울리고 너무좋아요 문체도좋고ㅠㅠㅠㅠㅠ으아아ㅏㅏㅠㅠㅠㅠ
8년 전
두부스마일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서둘러서 다음편으로 찾아 뵐게요ㅠㅠㅠ
8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715 1억05.01 21:30
온앤오프 [온앤오프/김효진] 푸르지 않은 청춘 011 퓨후05.05 00:01
      
      
      
샤이니 [샤이니/김종현] 작가가 사극에 빠지면 생기는 글_txt58 손난로 12.28 17:57
샤이니 [샤이니/최민호] 철벽왕32 손난로 12.15 17:37
샤이니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4 응니발냄새 12.13 20:27
샤이니 [샤이니] 샤이니 홍일점 ×혼성그룹 샤이니 EP00:어서와,샤이니홍일점글은 처음이지?14 오뉴월 12.13 19:36
샤이니 [샤이니/종현] 미광여고축제 찬조팀 모집합니다 002 샤달샤달 12.12 19:16
샤이니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2 하융 12.09 18:52
샤이니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6 응니발냄새 11.23 19:38
샤이니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7 응니발냄새 11.18 21:34
샤이니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7 응니발냄새 11.15 01:28
샤이니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6 응니발냄새 11.13 23:25
샤이니 [샤이니/김종현] 남사친 지존랄횬 3 자몽청 11.13 15:00
샤이니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0 응니발냄새 11.11 00:15
샤이니 [샤이니] 샤이니에게2 함박눈 11.08 05:38
샤이니 [샤이니/온유] 나를 잊지 마세요 115 두부스마일 11.07 23:43
샤이니 [샤이니] 샤이니에게8 함박눈 11.06 07:58
샤이니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6 하융 11.05 20:22
샤이니 [샤이니/김종현] 남사친 지존랄횬 22 자몽청 11.04 10:32
샤이니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3 키봄쌤 10.31 11:05
샤이니 [샤이니/이진기] 능글맞고 다정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섹시한 남사친이 보고싶다46 손난로 10.29 17:22
샤이니 [샤이니/종현] 남사친 지존랄횬7 자몽청 10.26 10:19
샤이니 [샤이니/김종현] 아내가 예민할 때 바람직한 남편의 모습58 손난로 10.24 22:10
샤이니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74 손난로 10.22 20:45
샤이니 [샤이니/최민호] 니가 가끔 인생에 상실감을 느낄때32 손난로 10.21 22:21
샤이니 [이태민] 특별편- 오르골1 차가운마마님 10.21 01:07
샤이니 [샤이니/이태민] 막내작가의 연애일기 0911 차가운마마님 10.20 01:55
샤이니 [샤이니/종현빙의글] 로맨스 마니아 그 남자 - 23 10.18 18:03
샤이니 [샤이니/이진기] 안녕? 난 니 남자친구이고 널 기죽일거야!41 손난로 10.18 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