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친구 그만두기에 방법이 있긴 한 걸까...? 있다고 쳐도 다들 그 친구가 김선호라는 걸 알면 관두려고 안 하지 않을까?
라고, 김선호 집에 앉아 생각하는 중이다.
식탁 위에서 떼어온 포스트잇을 꽉 쥐고 어제를 돌이키고 있다. 어쩌다 이 집에 기어들어오게 됐냐...
[나 잠깐 나갔다 올게. 깨면 좀 쉬고있어. -선호]
그러게. 나 진짜 여기 왜 있지? ....... 아. 이유를 깨닫고는 머리를 한움큼 잡아 쥐었다. 김선호가 데리러 왔다. 어제, 과 동기들한테 붙잡혀서 목을 알콜로 축였을 때. 알딸딸할 때부터 무의식적으로 김선호를 찾아댔는데, 분명 그 때까지만해도 김선호는 머리카락 하나도 안 비췄다.
김선호: 어디야? 같이 저녁 먹을까했는데 집에 없네.
타이밍 좋게 김선호한테서 문자가 왔고, 테이블 밑으로 손 넣어서 끌려왔다고 징징댔던 것 같은데. 그 다음 문자 내용이 기억이 안 난다. 꽤 주고받은 기억이 있는데.
혹시 입방정이라도 떨었을까봐 멍 때리다말고 핸드폰을 다급하게 찾아 켰다.
김선호: 어이구? 많이도 마셨나봐? 갈테니까 기다려. 물도 좀 간간히 마셔가면서 있어.
그 위로는 온갖 자음이 난무하는 내 문자 뿐이었다. 이걸 실수 안 해서 다행이라고 해야돼, 쪽팔리니까 불행이라고 해야돼...? 어쨌거나 김선호는 진짜 너무하다. 저런 문자를 보내놓고 진짜 데리러 왔다고? 아 진짜...
순식간에 토마토된 얼굴을 애써 손으로 가려보았다. 약간 울음 참느라고 빨개진 부분도 있는 것 같고.
"어, 깼네? 국 끓여줄테니까 먹고 가."
아 쟨... 쟤 진짜 나한테 왜이래...
*
쟤 진짜 나한테 왜이래?
김선호네 집 식탁에 앉아 밥상머리 앞에서 멍만 때리고 있다. 김선호 집인데, 지금 김선호는 없다. 왜? 나한테 상만 차려주고 바로 나가버렸다. 며칠 전에 김선호를 시원하게 찼다던 그 은정이가 제 발로 손수 찾아왔다. 그래서 김선호가 나갔다. 지 집에 나만 두고. 덕분에 애꿎은 국만 숟가락으로 휘휘 젓고나있다.
겨우 현관문 앞에나 서있을 김선호와 내 거리가 아득하고 멀게만 느껴진다. 언제는 나랑 계속 놀겠다며. 아 꼭 이러지. 얘 앞에서는 항상 치사하고 유치한 사람이 되곤 한다.
문 너머로 들려오는 말소리들이 꼭 종소리처럼 들린다.
앞에 놓인 국그릇에 한 번 손을 갖다대곤 바로 일어섰다. 너무 식어버려서. 먹어도 속이 안 풀릴 것 같아서.
"어, 깼네? 국 끓여줄테니까 먹고 가."
아 쟨... 쟤 진짜 나한테 왜이래...
*
쟤 진짜 나한테 왜이래?
김선호네 집 식탁에 앉아 밥상머리 앞에서 멍만 때리고 있다. 김선호 집인데, 지금 김선호는 없다. 왜? 나한테 상만 차려주고 바로 나가버렸다. 며칠 전에 김선호를 시원하게 찼다던 그 은정이가 제 발로 손수 찾아왔다. 그래서 김선호가 나갔다. 지 집에 나만 두고. 덕분에 애꿎은 국만 숟가락으로 휘휘 젓고나있다.
겨우 현관문 앞에나 서있을 김선호와 내 거리가 아득하고 멀게만 느껴진다. 언제는 나랑 계속 놀겠다며. 아 꼭 이러지. 얘 앞에서는 항상 치사하고 유치한 사람이 되곤 한다.
문 너머로 들려오는 말소리들이 꼭 종소리처럼 들린다.
앞에 놓인 국그릇에 한 번 손을 갖다대곤 바로 일어섰다. 너무 식어버려서. 먹어도 속이 안 풀릴 것 같아서.
"어, 깼네? 국 끓여줄테니까 먹고 가."
아 쟨... 쟤 진짜 나한테 왜이래...
*
쟤 진짜 나한테 왜이래?
김선호네 집 식탁에 앉아 밥상머리 앞에서 멍만 때리고 있다. 김선호 집인데, 지금 김선호는 없다. 왜? 나한테 상만 차려주고 바로 나가버렸다. 며칠 전에 김선호를 시원하게 찼다던 그 은정이가 제 발로 손수 찾아왔다. 그래서 김선호가 나갔다. 지 집에 나만 두고. 덕분에 애꿎은 국만 숟가락으로 휘휘 젓고나있다.
겨우 현관문 앞에나 서있을 김선호와 내 거리가 아득하고 멀게만 느껴진다. 언제는 나랑 계속 놀겠다며. 아 꼭 이러지. 얘 앞에서는 항상 치사하고 유치한 사람이 되곤 한다.
문 너머로 들려오는 말소리들이 꼭 종소리처럼 들린다.
앞에 놓인 국그릇에 한 번 손을 갖다대곤 바로 일어섰다. 너무 식어버려서. 먹어도 속이 안 풀릴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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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성이름 가려고? 밥은? 왜 안 먹었어. 입에 안 맞아?"
"어, 그냥. 국이 식어버려서. 먼저 가볼게."
"... 어, 어어. 이따 연락할게."
문을 열자마자 김선호와 김선호 뒤로 그 여자가 보였다. 먼저 가보겠다고 지나치자마자 집으로 들어서는 둘을 보면 속이 쓰렸다. 좀만 더 늦게 나왔어봐. 완전... 바보될 뻔 했잖아. 짜증나 김선호. 진짜 짜증나.
그 짜증나는 김선호가 고작 한 두시간만에 얼굴 좀 보자고 왔다. 티는 안 내고 싶었는데 하나도 달갑지않은 건 사실이라, 표정으로 다 드러났나보다. 집에 들어온지 십분이 다 돼가는데 말 한 마디없이 눈치만 보고있다. 사람 속 답답하게.
"할 말 있어서 온 거 아냐? 왜 말이 없어."
"아, 그냥... 아까 너 그렇게 간 거 자꾸 신경 쓰이기도하고 밥은 좀 먹었나해서 왔지."
"내가 앤가. 밥은 물론이고, 디저트까지 꼬박 챙겨 먹었거든."
"그랬어? 잘했네."
".... 근데 너 걔랑 다시 합친 거 아니야? 또 나랑 이러고있는 거 알면 안 좋아할텐데. 그만 가지?"
분명 술은 어제 마셨는데 속은 이제서야 쓰려온다. 그만 가라고 하면서도 정말 쿨하게 나갈까봐 힐끗힐끗 쳐다만 봤다. 김선호는 소파에 딱 앉아서 나갈 생각도 없어보였지만.
"누구, 은정이? 내가 너랑 계속 놀 거라고 했잖아~ 근데 내가 걔를 왜 다시 만나겠어."
"아, 뭐... 나는 너네가 같이 들어가길래."
"아 그거. 얘기 좀 하다가, 짐 가지러 잠깐 들어온 거야."
그걸 빌미로 조금이라도 멀어질까 했었는데. 빌미마저 없어져버렸네.
"근데 표정이 왜그래? 무슨 일 있어? 어디 안 좋아?"
"아니, 괜찮...은데..."
무슨 일이야, 너무 없어서 문제지. 너를 미워하고 밀어내야하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없잖아. 이마에 손바닥 갖다대는 선호에 몸을 뒤로 젖혔다.
때론 그 애의 선의가 나를 바닥까지 끌어내리곤 한다. 아무런 악의없이.
나 진짜 얘랑 친구 끊을 수 있는 거 맞지...? 아니, 아니다. 친구를 안 끊어도 되는 방법이 있긴 하지. 마음만 정리하면 되잖아. 깔-끔하게! 먼지 한 톨 안 남기고 정리하자. 그럼 되지. 이제 얘 그만 좋아할래.
"얼굴은 또 왜 이렇게 빨개. 괜찮은 거 맞아?"
오키! 깔끔하게 포기 들어간다.
안 좋아하긴 개뿔...
다시 어떻게 친구 끊을지나 생각해야겠네.
*
간만에 김선호 아닌 다른 친구 만나려고 아침부터 옷을 빼입었다.
이해윤이라고, 김선호 통해서 알게 된 친구인데 어쩌다보니 김선호보다 나랑 더 친해졌다. 그래서 뭐. 얘는 알고있다. 내가 김선호를 어떤 눈으로 보고있는지. 휴학하고 본가로 내려간 후로 못 본지 꽤 돼서 조금 어색, 어? 뭐야. 유레카. 나도 그러면 되겠네.
새로운 방법을 발견해 기쁜나머지 해윤이를 만나자마자 와락 안아버렸다.
친구야, 나 드디어 김선호랑 친구 그만할 수 있나봐.
"김선호랑은. 어떻게 좀, 진전이 있어?"
"진전은 무슨... 그런 거 바라지도 않아."
"그럼 아직도 쌩깔 생각하고 있는 거야?"
"어, 완전 시도 때도없이. 그래서 나, 내려가려고."
"내려간다니? 어딜?"
"동생 이번에 자취 시작했잖아. 종강하면 바로 내려가려고."
"선호한테는... 말 안 하고?"
고민도 않고 잽싸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근 말 안 하지. 입 싹 닫고 내려갈래. 몇 달 내려가 지내면, 김선호랑 나도 어색해지겠지. 멀어지겠지. 그래서 난 말 안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