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서 안녕 1
written by. 키마
「…후아.」
오랜만에 이 세상 공기를 마시니 꿈만같다. 제자리에서 방방 뛰고 싶지만, 여기서 뛰어지려나 모르겠다. 내가 서있는 이곳은 바로….
“아씨, 야. 나 머리가 왜 이렇게 무겁냐?”
“뭔 소리야, 니 머리야 늘 무거웠잖아.”
“죽을래? 헛소리 하지 말고 나 좀 봐봐. 뭐 있는 거 아냐?”
“있긴 뭐가 있…….”
앗, 눈이 마주쳐버렸다.
“아아아아아악!!!”
크게 놀란 찬열이 녀석은 입을 헤 벌리고 내게 손가락질을 하며 말을 잇지 못했고, 희생양이 되어준 찬열이의 친구는 녀석의 행동에 깜짝 놀라 머리 위를 마구 털어대기 시작했다.
에이, 그런다고 내가 털어지나?
피식 웃으며 머리위에서 내려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벌벌 떨며, 손가락으로 눈을 부비면서도 나를 바라보는 찬열이에게 다가갔다.
“너…너,너!!”
「오랜만이야, 친구.」
一
“너, 미쳤어?!”
「우선 진정하고 내 말 들어봐.」
“이게 아주 제대로 돌았구만?”
「…내 말 좀 들어보라니까?」
여기까지 오게 된 경위를 설명하자 처음엔 믿기지 않는 듯한 얼굴로 날 바라보다가 이내 네가 지금 제정신이냐며 팔짝 뛰는 꽉 막힌 박찬열은 도와달라는 내 말을 제대로 한번 들어보지도 않고 다시 돌아가라며 단박에 거절했다. 관리인, 그러니까 사신님을 감금시키면서까지 경수를 만나러 내려왔는데, 재수 없게도 경수가 사는 곳을 모른다 내가. 그래서 좀 도와달라는 데도 안 된다고 저 난리를 피운다.
여기가 녀석의 차 안이었기에 망정이지, 밖이었으면 허공에다 소리치는 미친놈으로 보였을 거다.
“멀쩡하게 살고 있는 애한테 가서 뭘 어쩔 건데?”
「…야.」
“2년이나 지났어. 걔는 지금 너 잊고 잘 살고 있다고. 그러니까 찾아가지마.”
「….」
잊어버렸다고 한다. 저 위에서 내가 다 봤는데. 아직도 날 기다리고 있는 도경수를 다 알고 있는데 걔는 날 잊었으니 그만 가라고 녀석이 말한다.
내가 지금껏 소멸되지 않고 있는 이유가, 도경수라는 걸 나는 아주 잘 알고 있는데도.
모든 걸 알면서도 녀석의 말을 되받아 칠 수 없었다. 모든 건 내 잘못이고, 경수는 모든 일의 피해자일 뿐이라서 나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경수는….”
「…….」
“아직도, 몰라.”
알아, 아니까…그거 말해주려고 온거 아냐.
“게다가 너 지금 이 꼴로 가서, 뭘 어쩌겠다는 건데?”
「…….」
“아, 울지 마 새끼야. 지금 울고 싶은 건 나거든?"
뜬금없는 이 상황이 어이없으면서도 꽤나 답답한 듯 주먹으로 가슴을 내리치며 날 향해 소리치는 찬열이었다.
그래, 나도 안다. 실체가 없어 무언가를 만질수도, 촉감을 느낄 수도 없는 지금 이 모습을 경수가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거. 보인다 해도 그 아이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건, 난 이미 죽었다는 그 말 뿐이라는 거. 그래서 비참하고 아팠다. 이렇게 변해버린 나라서, 아무것도 모르는 경수를 내게서 자유롭게 해주려해도, 그것마저 마음대로 할 수가 없어서.
「…부탁한다.」
“뭘.”
「경수, 울지 않게 해줘. 걔 매일 나 때문에 운다.」
“…….”
그래도 난, 경수를 꼭 만나야겠다. 여기까지 내려오는데 2년이나 걸렸다. 이 기회를 그냥 날려버릴 수가 없다. 멀리서라도, 녀석의 뒷모습만이라도 지켜보고 떠나야겠다.
「경수가, 너무 보고 싶어….」
박찬열은, 마음이 약하다.
「흐으윽…경수야.」
“나 환장하겠네, 진짜!”
一
이럴 줄 알았음 박찬열한테 들리지 않아도 되는 거였다. 우리 집에 살고 있는 줄 알았음 제일 먼저 오는 거였는데…….
도경수는 바보다. 어쩐지, 위에서 볼 때 뭔가 익숙한 집 구조라 했더니만, 녀석은 멀쩡한 제 집을 버리고 냄새나고 더러운 내 집에 들어와 살고 있었다. 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면서. 그래서 오늘은 내가 녀석을 기다리려고 한다. 직장에서 돌아오지 않고 있는 도경수를.
글쎄, 막상 녀석을 만난다고 하니 기대보단 걱정이 앞선다. 찬열이야 날 볼 수 있었다지만, 녀석 또한 내 영혼을 볼 수 있으리라고 장담은 할 수 없다. 그리고 경수는 아직도 내가 죽었다는 걸 모른다. 내 모습을 본다 해도, 과연 멀쩡히 날 상대해 줄 수나 있을까. 늘 책에서만 보던 그 녀석에게 나는 말 할 수 있을까. 나는 죽었으니, 너는 그만 나를 잊고 살라고.
그리고 나는, 녀석을 두고 다시 그 곳으로 돌아 갈수는 있을까…….
「…후우.」
버릇처럼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은, 모든 게 다 계획적인 탈출이었다. 사신님을 감금한 것도, 찬열이를 찾아가 애원 반, 협박 반으로 주소를 알아 낸 것도. 경수를 만나면 무슨 대화를 할까 수천 번도 넘게 생각해왔다. 그런데 뭐랄까, 막상 녀석이 오기를 기다리는 지금은 머릿속이 암전된 것처럼 깜깜하다. 오늘 하루를 기다리며 그렇게 연습했는데도. 경수가 오길 기다리는 지금이 조금 무섭기도 하다. 차라리 녀석이 날 볼 수 없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들었다. 너에게 날 잊으라는 말을 하려고 온 거지만, 그 말을 하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걸 안다. 나 혼자 머물다 돌아가도 괜찮아. 어떻게든 네 옆에만 있으면 나는 좋다고.
참 우습게도 니가 오기를 기다리면서도 니가 오지 않았으면, 하고 바랐다. 그런 생각을 하니 입가에 씁쓸한 웃음이 번진다.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 머리를 긁적이며 현관 앞에서 쭈그려 앉아 있었을까. 조금 뒤, 발소리가 들려온다. 터벅터벅. 이쪽을 향해 걸어오는 익숙한 녀석의 발자국 소리가…들려왔다.
너는 이 집에 들어 설 때마다 무슨 생각을 할까.
내가 돌아와 있기를,
네가 오기를 기다리다 문을 활짝 열어 너를 반겨줄,
나를…기대하고 있을까.
터벅터벅.
뚜욱.
「…….」
“…….”
녀석의 발걸음이 멈추고, 허공에서 너와 나의 시선이 얽혔다. 애써 웃음짓는 나를 말없이 한참동안이나 바라보았다. 눈동자가 마구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 모습에,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니가 나를 보았다는걸. 이 순간을 얼마나 오랫동안 그려왔는지 몰라. 너와 마주한 지금이, 너무나도 벅차서 그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다.
「…오랜만이다, 경수야.」
씁쓸하게 웃으며 네게 말을 건넸다. 우습지만, 이 한마디를 얼마나 연습했는지 모른다. 지금 이 순간에도 몹시 떨렸지만, 너는 모르길 바랐다.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경수의 입술이 달달 떨린다. 고요한 침묵이 흐른다. 점점 벌겋게 달아오르는 녀석의 눈동자를 보았다. 마음이 아팠다. 한참을 멍하니 나를 바라보던 녀석이 조금 후에야 상황을 깨닫고 손을 들어 있는 힘껏 내 따귀를 내리쳤지만, 나의 몸에 닿지 못하고 허공에서 방황하다 떨어지는 자신의 왼손을 바라보며,
“…이, 개새끼.”
끝내 울고 말았다.
***
유치하면서도 잔잔한 그런 이야기가 될 것 같네요TT
태풍은 지나갔다는데 바람이 장난이 아니에요.... 태풍으로 큰 피해 없으셨길 바랍니다!
♥일초 천국 파리채 똥주 감동그자체,도경수 말레이시아준수 얌냠냠 오디오 뾰쫑뾰쫑 응어 아이엠벱님♥
내 사랑 다 먹어요 ㅎㅎ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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