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꾼다. 화사한 네 웃음에 빨려 들어가는, 뭐 그런 꿈. 내리쬐는 빛으로 주변은 밝다. 내 꿈엔 소리가 없다. 금방이라도 새의 울음소리가 들려올 것 같은데. 나비는 조용히 날개 짓을 하며 네 주위를 날아다닌다. 하얀 꽃밭에 파묻힌 너는 세상 어떤 것보다 아름답다. 빛으로 물든 네 속눈썹과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이. 꽃내음이 풍기는 꽃밭에서 너를 끌어안고 있으면 참. 예쁘다, 우현아. 하얀 손을 잡으면 가끔 눈물이 날만큼 서글퍼진다. 그래서 꿈의 세계는 눈이 부실 정도로 밝고, 아름답고, 또 한 없이 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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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눈을 감았다 떴다. 눈을 감기 전 남우현이 보였고, 눈을 뜬 후에도 남우현이 보였다. 오렌지 주스를 털어 마셨다. 불안한 손가락이 분답게 책상 위를 두드렸다. 형. 담담한 목소리에 손이 차가워짐을 느꼈다. 허옇게 질려 덜덜 떨리는 손을 탁자 밑으로 숨겼다. 내 성격이 그랬다. 기어이 무언가를 깨먹어야 속이 편했다. 한동안 연락을 끊어먹은 일로 화를 냈던 그 상처가 벌어져 피가 터졌다. 붕대를 감은 손을 꽉 쥐었다. 성규형.
나는 미친 호모 짓 더 하기 싫어.
그니까, 헤어지자.
남우현이 웃었다. 겹친 손을 따라 피가 흘렀다. 따갑다. 그리고 자리를 떠났다. 여자가 창문으로 빼꼼 나와 있는 차를 타고. 어지럽다. 벽을 짚고 겨우 일어나 걸음을 떼었다. 아팠다. 그래, 단지 손이. 가슴이 미어질 것 같은 답답함도 손 때문이라고. 멈춘 피를 닦았다. 길가에 흩뿌려진 꽃잎들을 밟았다. 나는 꿈에서 살고 있었구나. 생각했다.
현실보다 꿈 세계가 더 아름다운 것을. 왜 현실에서 살아야 하는지.
꿈이 좋았다. 나무가 되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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