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만의 시간
2부
12.
「경수야.」
「응.」
「내가 너한테 말 안한 게 있는데….」
「…뭔데?」
「사실은,」
「……?」
「사실은, 나….」
“…야.”
사실은, 뭐?
“…수야.”
아니, 말을 했으면 끝까지 문장은 완성해야 되는 거 아니야? 도대체, 사실은 뭐!
“경수야.”
내 이름 닳겠다. 그놈의 경수야 좀 그만 부르고 빨리 마저 문장을 완성시키란 말이야!
“도경수!!”
귓전을 울리는 하이톤의 목소리에 놀라 번뜩 눈을 뜨자, 보이는 건 짜증난다는 듯한 표정으로 내 한쪽 귀를 사정없이 잡아당기고 있는 엄마의 얼굴. 사태 파악이 되지 않은 채 멍하니 눈을 깜빡이며 엄마를 바라보다가 뒤늦게 느껴지는 아픔에 빽 소리를 질렀다. 그러면서 내 귀를 꼭 잡고 있는 엄마의 손을 재빨리 내쳤다. 아, 진짜 아파. 그놈의 귀 좀! 아마도 벌겋게 달아올라있을 오른쪽 귀를 두 손으로 열심히 문지르며 엄마를 노려보았다.
“도경수, 빨리 일어나지 못할까.”
…가, 금방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말았다.
얼얼한 귀를 계속 문지르며 머리맡에 둔 핸드폰을 집어 홀드버튼을 눌러보니, 이제 겨우 여덟시 남짓 밖에 되지 않았다. 억울한 얼굴로, 팔짱을 턱하니 낀 채 탐탁지 않은 표정을 하고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엄마를 바라보았더니 아무 반응 없이 내 얼굴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밀어버린다. 아씨, 엄마. 아들, 늦잠 좀.
“깼으면 빨리 세수하러 가야지, 안 그래?”
이왕 밀려버린 김에 발끝까지 내려간 이불을 휙 낚아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는 모른 척 다시 잠을 청했다. 조금 뒤, 엄마는 나를 사정없이 즈려 밟겠지만 이건 좀 너무한다 싶었다. 금쪽같은 노는 토요일에, 늘어지게 늦잠 좀 자려했건만 아홉시도 아니고 여덟시에, 무려 여덟시에 마치 열두시라도 되는 냥 날 깨울 수는 없는 거다. 안 돼, 난 못 일어나. 종인이가 마저 하려던 말이 뭐였는지 들었어야했는데! 아씨, 답답해 미칠 것 같다. 다시 잠들면 똑같은 꿈을 꾸려나.
“오늘 날씨 참 좋다.”
최르륵. 엄마가 커튼을 걷자 엄청난 양의 햇빛이 머리위로 쏟아졌고 눈이 부심에도 불구하고 끄떡없이 이불을 꼭 말아 쥐는 내 행동에, 이제는 창문까지 열어젖히며 바람까지 불러 모으고 만다. 엄마, 제발 좀. 네? 나를 좀 가만히 내버려두세요!
“아 잠 좀 자자, 잠 좀!”
"날씨도 좋은데 산 공기나 마시면서 물이나 떠와."
"엄만, 아들이 주중에 쌓였던 피로를 좀 풀겠다는데 그거 하나 못 도와줘?"
"니가 쌓일 피로가 어디 있어."
"왜 없어! 내가 공부를 얼마나 열심히 하는데!“
더 이상 내 말은 들을 가치도 없다는 듯 말없이 손에 꼭 쥐고 있던 이불을 휙 걷어 내리며 좋은 말로 할 때 어서 일어나라는 듯한 포스를 폴폴 풍기는 엄마에게 한풀 꺾여버린 나로서는 하는 수 없이 비척비척 침대에서 기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아씨, 이럴 수는 없는 거야… 이럴 수는 없다고….”
“걸어갈래, 기어갈래?”
“…….”
“…….”
“…걸어갈래.”
一
1.5리터짜리 페트병 두개는 각각 손에 들고, 하나는 겨드랑이에 끼우며 집을 나섰다.
이건 뭐, 민망해서 얼굴이라도 가리고 싶은 심정이다. 차라리 줄 거면 큰 물통 두개를 주던가. 민망하게 페트병 세 개를 주는 건 대체….
대충 세수만하고 급하게 쫓겨나온지라 얼굴을 가릴 모자도 쓰지 못했다. 오늘따라 유독 심하게 오만상을 찌푸리며 집 근처 체육공원으로 오른 지도 벌써 한참이나 되었건만 아직도 약수터를 못 찾아 길을 헤매고 있는 중이었다. 그나저나, 고등학교 올라온 이후로 등산은 처음인 것 같다. 뭐, 오랜만에 올라오니 상쾌한 것 같기도 하고 그러네.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난 건 아침의 꿈. 엄마 때문에 생각할 겨를이 없어서 놓칠 뻔했는데. 그나저나 왜 그런 꿈을 꾼 걸까. 이어지지 못한 그 말이 대체 뭐였느냔 말이지. 아, 궁금해. 김종인한테 찾아가서 멱살이라도 쥐고 묻고 싶다. 너, 꿈에서 나한테 하려던 말이 뭐야? 하고. 아니야, 그깟 꿈 때문에 종인이 멱살을 잡을 순 없지. 그치만, 궁금한 걸. 오늘 밤에 자려고 누우면 그 꿈을 다시 꿀 수 있을까. 아, 이거 너무 답답하다.
사실은? 사실은 뭐? 나한테 말 안한 게 있는데 그게 대체 뭔데? 거참, 알쏭달쏭하단 말이지. 정신을 빼놓고 걷다가 운동기구에 박을 뻔 했다. 눈을 떴는데 바로 코 앞에 쇳덩이가 있어서 깜짝 놀랐다. 어유, 십년감수했네.
“아니, 대체 약수터는 어딨는 거야?”
별거 아닌 일에 괜히 짜증이 나서 얼굴을 구기며 페트병을 팡팡 치며 아직도 찾지 못한 약수터를 찾아 바쁘게 발을 움직였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빳빳이 서있는 내 코처럼 높은 나무사이를 지나며 엄마 말처럼 좋은 공기나 마시자하는 마음에 숨을 한껏 들이마셨더니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한 나는 헤실헤실 웃으며 계속해서 길을 따라 걸었고, 드디어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약수터까지 도달했다.
그나저나 주말의 매우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약수터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근처에서 운동을 하고 계시는 아주머니 여럿도 보였다. 중학교 수학여행으로 한라산에 오른 이후 등산은 처음이라 괜히 뒤늦게 들떠서 이리저리 주위를 둘러보며 자연 경관을 살피고 있는데 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이 울렸다. 이건 또 뭐야, 누가 나의 산뜻한 아침을 방해하는 거냐고요.
“…응?”
액정에 뜬 이름은, 종인이. 그 애라면 얘기가 또 달라지지. 반가운 마음에 입가에 미소를 띠고 얼른 받았다.
“여보세요?”
一뒤.
“뭐라고?”
一뒤 돌아봐.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싶어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조금 천천히 고개를 돌렸더니 아니 글쎄.
“경수야!”
꾀죄죄한 나와는 달리 뽀송뽀송한 얼굴로 나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종인이가 보였다. 너도 약수터 왔나보구나. 그나저나, 아, 쪽팔려. 마주치고 싶지 않은 순간에 또 마주쳐. 젠장. 나는 박복해. 어떻게 이렇게 운이 없지? 모자라도 쓰고 왔으면 덜 민망했을 텐데. 아, 나 진짜 울고 싶다. 엉엉. 이런 내 심정을 헤아릴 리 없는 김종인이 해맑은 미소를 띤 채 내 인사를 받아달라는 듯 계속해서 손을 흔들기에, 어쩔 수 없이 나도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안녕.”
“아, 응.”
얼굴도 퉁퉁, 눈도 퉁퉁. 아, 진짜 못났을 텐데. 이런 꼴로 김종인 앞에 서있어야 한다니. 오, 하늘이시여.
“토요일인데 되게 일찍 일어났네.”
“아…응, 너도 그러네.”
어떻게 이렇게까지 어색할 수가 있을까. 한 두 번 본 사이도 아닌데. 내가 어색해하니까 반가운 얼굴로 말을 걸어오던 김종인 마저 어색해한다. 미안해, 종인아. 나도 니가 반가워. 반가운데, 이 꼴은 좀 그렇잖아…. 아, 또 하나의 교훈을 얻었다. 자꾸 교훈만 얻고 그러면 안 되는데. 실천으로 옮겨야 되는데. 분명 전에 메뚜기 차림으로 집 앞에서 종인이를 마주쳤을 때도 교훈을 얻었단 말이지. 근데. 그래놓고 또! 완전히 좌절이다. 좌절.
“오늘 뭐해?”
“응? 뭐가?”
얼굴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은근슬쩍 시선을 피하며 말을 이어갔다. 고개를 숙일수록 종인이의 얼굴도 내 얼굴을 따라 내려온다. 이런 것까지 따라할 필요는 없는데.
“주말이잖아.”
“응. 그래, 주말.”
“독서실 갈 거야?”
독서실…. 독서실이라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든다. 그래, 나 학생이지? 학생의 본분은 공부고 말이야. 그럼 난 공부를 해야겠지. 근데, 공부는 혼자 하는 거랬어.
“응. 나중에.”
“같이…”
너무 작게 말해서 잘 안 들려. 그 애의 입가에 귀를 갖다대며 다시 물었다.
“뭐라고?”
“…같이 가자.”
아, 귀엽다. 같이 가자는 말이 뭐 그리 어렵다고 수줍게 말을 하고 그래. 이것 참. 너무 귀여워서 대답은 않고 그냥 웃었다. 그랬더니 김종인이 아랫입술을 깨물며 나를 쳐다본다. 그나저나, 같이 가면, 공부 안 될 텐데.
“같이 가면 공부 안 될 텐데?”
“…왜?”
아니, 왜냐니. 직접 겪으신 분이 왜 이러세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멀뚱멀뚱 나를 쳐다보는 그 눈빛에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나만 공부 안 되는 거였나. 그런 거였어? 아닌데, 전에 분명 니 입으로 직접 말 했었는데. 나랑 같이 있으면 공부 안 된다고 그랬었는데…. 골똘히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머리를 스치는 생각에 꽤 진지한 얼굴로 종인이를 바라보았다.
“아, 나 오늘 독서실 못 갈 것 같아.”
“……?”
“못 갈 것 같아가 아니라 못가.”
종인이가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날 본다. 입을 열진 않았으나 왜냐고 묻는 듯한 표정이다. 그래서 말없이 그냥 웃기만 했다. 아, 나 지금 퉁퉁 부어서 못생겼을 텐데…. 아니야, 뭐 어때. 김종인은 지금 나한테 푹 빠진 상태니까 이 모습도 콩깍지가 씌어서 멋있고 잘생기게 보일거야.
그리고, 공부는 일요일 날 해도 되는 거니까. 나한테는 오늘 꼭 풀어야할 숙제가 남아 있다고.
***
시간 많을때 영혼을 불태우겠습니다!!
저는 9월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여.....T^T
너만시도, 천국이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몽글몽글 쏘쏘 낑깡 백토끼 라면 파리채 민트색 순백흑백현 찌롱 까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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