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략결혼
03_
"김민규가 말한 애가 너구나."
"김민규가 내 얘기를 해?"
"응."
"넌 김민규 어떻게 아는데?"
"중학교 때부터 친구."
"뭐라고 하던데?"
"너네 학교에 이런 애가 올 거다~라고."
"얜 내가 이학교 전학 오는 거 어떻게 알았데?"
"그건 나도 모르지."
"아,뭐야 김민규..."
나는 핸드폰을 들고 화장실 맨 끝칸으로 달려가 민규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네다섯 번 정도 울리고 민규가 전화를 받았다.
"김민규!"
"응?"
"너 내가 이학교 다니게 된 거 어떻게 알았어?"
"너네 어머니께서 전화오셨어."
"뭐라 하시던데?"
"..."
"뭐라 하시던데."
"너 그 학교 다니게 됐으니까 그렇게 알라고."
"그걸 왜 너한테 말해."
"나 이제 너랑 연락 못 해."
"왜?"
"너네 어머니께서 나는 너랑 다른사람이라고..."
"뭐?"
"니가 세봉고에 다니게 된 이상 정말 다가갈 수 없는 사람이라고 그러셨어."
"..."
"홍지수...?그 애랑 잘 지내고 있다며?걱정했는데 다행이다."
"뭐라는거야."
"이름아,나 오늘부터 너랑 연락 못 해."
"김민규..."
"순영이한테 종종 니 안부 물어볼게."
그대로 전화는 끊겨버렸고,
다시 전화를 걸어봐도 전원이 꺼져있었다.
교실로 돌아와보니 지수도 돌아와 자리에 앉아있었다.
"어디 갔다 왔냐."
"..."
"무시하는 거야?"
"말 걸지 마."
"성이름."
"존나 싫어."
"뭐?"
"너,진짜 싫다고."
"야."
"내가 왜 너랑...어딜봐서..."
"왜 그래 갑자기."
"아냐...우리 어머니가 문제지...미안."
"왜?"
"아냐...아무것도..."
뭘 했는지 기억도 안 날 만큼 시간은 금세 지나갔다.
학교에서의 일과를 마친 후 집으로 가던길에
핸드폰을 확인하니 문자 한통이 와있었다.
[아직 학교 근처면 잠깐 만날 수 있을까?/ㅅ/]_순영이
-너 어딘데?
[나 학교 앞 횡단보도!]_순영이
-나 거기 좀 전에 지났는데...
[내가 니쪽으로 갈게!너 어디야?]_순영이
-횡단보도 건너서 있는 편의점.
[너 보인다!갈게!]_순영이
"짠!순영이 나왔다!"
"으악!"
"어머...놀랬니..."
"아...아니...왜 만나자고 했어?할 얘기 있어?"
"그래서 순영이가 찾았겠죠~?"
"무슨 일 이야?"
"요즘 어때?"
"응?"
"홍지수랑은 정말 잘 지내는거야?"
"뭐라는거야."
"김민규가 전해달래."
"..."
"요즘 어떠냐고,홍지수랑은 잘 지내는거냐고."
"..."
"너 그렇게 입고다니면 내가 혼나."
"응?"
"너 감기걸리면 내 책임이래...김민규가."
"민규는 잘 지내?"
"잘 지낼껄...?"
"껄~?"
"근데 왜 김민규랑 연락하면 안돼?"
"어머니께서..."
"헐 너 엄마한테 어머니라고 해?"
"..."
"...그래서?"
"예전부터 김민규랑 연락하는 걸 안 좋아하셨어."
"왜?!"
"민규네 집이 부유한건 아니니까...그리고 남녀사이엔 친구가 없다면서..."
"뭐...너네 사이엔 그럴수도 있겠다."
"뭐?"
"너 김민규 좋아하잖아."
"누...누가그래."
"나 니가 맨날 김민규 페북 들어가는거 봤어."
"그건...어떻게 지내나 해서..."
"뻥치지마~너 내가 김민규랑 통화하고나면 맨날 뭔 얘기했냐고 물어보잖아."
"그것도 어떻게 지내나 해서..."
순영이는 의심가득한 눈빛으로 날 한참 보다가 한마디를 툭 뱉었다.
"김민규 여친 생겼어."
"뭐?!안돼!아니...왜?"
"뻥이야."
"넌 무슨 그런 거짓말을 하고 그르냐...놀랬잖아."
"맞네,좋아하는 거."
"응?아...아냐~"
"김민규가 너 좋아하는거 너도 알고 있었잖아."
"...응."
"이러니까 너네 어머니께서 민규랑 연락하지 말라고 그러시지."
"김민규가 아니라도 그러셨을껄..."
"나랑 연락하는 건 뭐라 안 하시잖아."
"..."
"답답하다."
"아무튼...감기 걸리지 마라."
"이 얘기 하려고 만난거야...?"
"응!이름이 내일 봐~"
순영이는 뒤돌아 뛰어갔고,
나는 한동안 편의점 앞에 서 있었다.
"뭐하냐?"
"어...홍지수..."
"집에 안가?"
"가야지..."
"근데 안가고 왜 여기 서 있어."
"지금 가려고 했어!"
"성이름."
"응?"
"나 자꾸 니가 신경쓰여."
"뭐?"
"나도 모르게 너한테 눈길이 가."
"..."
"알아,니가 나 싫어하는거."
"..."
"니가 다른사람 좋아해도,날 싫어해도 괜찮아."
"..."
"나 니가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아."
"뭐...?"
"너 좋아한다고."
"아니...그게..."
"상관없어,니가 그때 그...놀이터 걔...좋아하는거."
"뭐야,넌 어떻게 알아...!"
"들었어...좀 전에."
"..."
"기다릴게."
"응?"
"니가 날 좋아할 때까지"
"힘들텐데."
"괜찮아,날 좋아하게 만들면 돼."
"어려울껄."
"상관없어,난 지금 니가 너무 좋아."
"..."
"나 들렸다 갈 데가 있어서...간다."
"내...내일봐."
지수는 무심하게 손을 흔들고 갔다.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어쩔 줄 몰랐다.
멍하니 서서 하늘만 보고 있었다.
그때 기사아저씨가 날 데릴러 오셨다.
"아가씨!"
"어...!"
"오늘은 왜 연락 안 하셨어요?"
"아니..."
"타세요!"
"어떻게 오셨어요...?"
"지수 도련님께서 전화하셨는데...모르셨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