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어지자. ”
“ …그래. ”
멀어져가는 선호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냥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그래 내가 그렇지 뭐. 무언가 시원하면서도 섭섭하고 또 그러기에는 누군가가 가려운 부분
을 긁어주는 듯한 느낌이였다. 짜증나 이게 뭐야. 숙였던 고개를 들어 선선하게 바람이 부는 공기를 들이마셨다. 아…. 답답해. 속상한 마음에 털레털레 걸어
가 나무벤치에 엉덩이를 붙였다. 올려다본 하늘에는 금방이라도 비가 올듯 내 마음처럼 답답하기만 해보였다. …비다. 하나가 둘이되고, 둘이 셋이됐다. 점점
커져가는 빗방울에 하늘을 올려다보던 고개를 내려 얼굴을 닦았다. …이게 비일까, 눈물일까.
“ 뭐해. 일어나. ”
“ ……. ”
“ 여자애가 내리는 비 처량하게 다맞고 있기나하고, 잘하는 짓이다. 빨리 와. ”
내게 손짓하는 백현이의 손을 잡았다. 대답을 못하며 그저 시무룩한 표정으로 옆에 서있자, 무슨 일인데? 라고 물어오는 얼굴에는 걱정스러움이 한가득 베여
있었다. 아ㅡ, 그게. 말하려던 입을 닫아버린건, 저멀리서 내게로 다시 돌아오는 선호때문이였다. 혹시 나한테 사과를 하려 그런가? 잔뜩 기대가 부푼 표정으
로 선호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그냥 지나쳐버렸다. 백현이와 함께 서있는 나를 한번 흘낏 보더니 그대로 앞으로 달려가버렸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고개를
돌려 선호가 떠나버린 자리를 쳐다보자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백현이가 우산을 들지 않은 손으로 내 볼을 잡아당겨 자신을 보게했다.
“ 차였어? ”
“ …누가? ”
“ 네가. ”
“ …아니? ”
지랄. 작게 중얼거리는 백현이의 얼굴을 보다, 우산 속에서 벗어나 학교로 들어갔다. 야! 같이 가! 아직도 벤치앞에서 멍하니 서있는 백현이를 흘낏보다 메롱
하고는 얄밉게 웃어보인뒤 먼저 교실로 올라갔다. 반으로 들어가기 위해 복도에 있는 거울에 얼굴을 비춰보였다. 슬퍼보이면 안돼. 애들이 걱정하니까. 조금
젖은 머리를 정리한 뒤, 슬쩍 웃어보이며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 어여. ”
“ 아이고, 우리새끼. 차였어? ”
“ …아닌데? 누가 그래? ”
“ 아닌데? 누가 그래? 웃기고 있네. 아까부터 다 봤구만 아닌 척 하기는. ”
그런데에는 자존심 세우는 거 아니야. 마치 처음부터 다 알고있었다는 듯 창가에 다닥다닥 붙어앉아 말을 하는 애들을 보다가 종인이가 앉은 자리 바로 옆자
리인 내 자리에 앉았다. 내새끼 다 젖었네. 살짝 젖은 머리를 자상하게 털어주며 말을 하는 경수에게 시선을 돌렸다. 경수야. 응? 왜? 나지막히 부르는 내 목
소리에 경수를 비롯한 다른 애들이 나를 쳐다보는게 느껴졌다. 내가 차인걸까? 정말로? 말을 하려 입을 뗐다가 우산을 털며 교실로 들어오는 백현에 의해 다
시 다물었다.
“ 아 진짜…. ”
“ 비 맞았어? ”
“ 어 조금. 같이 가자니까 왜 도망가. ”
장난스레 물어오는 내 말에 진지하게 대답하더니 우산을 교실에 있는 우산꽂이에 대충 아무렇게나 우겨넣고는 내 앞으로 와 나에게 헤드락을 걸었다. 아파,
아프다고! 꽥꽥 소리를 지르며 백현의 팔뚝을 열심히 때렸다. 그러자 앞으로 그럴거야 안 그럴거야. 라는 백현이의 말소리가 들리고 영문도 모른채 알았다며
무조건 긍정의 대답만 끄덕였다. 그때서야 헤드락을 걸었던 걸 풀어주는 백현이를 얄밉게 째려보다 책상서랍 안 속에서 작은 손거울을 꺼내 얼굴을 보자 아
주 붉은게 꼭 토마토같았다. 아 어쩔꺼야 변백현.
“ 잘익었다. ”
“ 얼굴 봐, 꼭 터질 것 같네. ”
“ 아씨…. ”
뒤에서 놀려대는 애들의 말을 무시하고 뻐근한 뒷목을 살짝 주물렀다. 비를 조금 맞고 왔더니 몸이 축 처지네. 처지는 몸을 끌어서 책상위에 엎드리려는데
엎드리자마자 일어나라며 거칠게 내 등을 때려대는 통에 엎드리지도 못하고 기대지도 못하고 결국 몸을 반쯤 일으켰다. 하여튼, 도움이 안 돼요 도움이….
짜증이 묻어난 얼굴로 왜? 라며 뒤를 돌아보자, 얼굴이 한가득 웃음을 담고있는 애들이 나를 보며 물어왔다.
“ 차였어? 아니면 네가 찬거야? ”
“ …아 뭘 그런걸 궁금해 해. ”
“ 빨리 말해 봐. ”
우리가 말하는 일이나 사건에 별로 개입을 하지않던 종인도 왠일인지 눈에 빛을 내며 나를 또렷히 쳐다봤다. 내가 입을 뗄때까지 나만 보던 애들이 내가 징그
럽다며 다시 앞을 보려고하자 아, 그런게 어딨냐며 다시 손목을 잡아 뒤를 돌게했다. 아 빨리! 떼쓰면서 징징대는 세훈을 보다가 그냥 이렇게 된김에 차라리
말 다하고 말자. 라며 의자를 돌려 정면으로 애들을 쳐다봤다. 내가 앉은 자리의 옆분단에 의자를 하나 끌어 내 옆으로 당긴 백현도 가만히 앉아 나를 쳐다봤
다. 하여튼 이런거엔 죽기살기로 덤벼들지.
“ 차였어? 찼어? ”
“ 차였어. ”
“ …차였어?! ”
“ 미친. ”
정말 내가 차인 줄 몰랐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떠보이던 세훈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종인이를 바라봤다. 옆에서 욕을 하던 종인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떨떠름한 표정으로 이어폰을 꼈다. …진짜 차일 줄은 몰랐네. 놀란톤을 그대로 유지하며 말을 하던 세훈이 나를 보다 내 옆에 있는 백현이를 쳐다봤다
넌 왜 이렇게 눈 돌아가는게 바빠보이니, 세훈아. 최대한 덤덤하게 말을 하면서도 떨리는 기색은 숨길수가 없었다. 애들의 놀란표정을 보자 순식간에 확 와닿
았다. …아, 내가 정말 차였구나. 괜히 울컥하는 기분에 다시 의자를 원래대로 돌려 책상에 엎드려버렸다. 이번에는 아무도 나를 막는 사람은 없었다.
“ 내새끼, 울어? ”
“ …아니. ”
“ 그럼 왜 그래. 고개 좀 들어봐, 응? ”
“ …싫어. ”
달래듯 말을 하던 경수가 싫다는 내 말에 입을 다물었다. 지금은 그냥 이렇게 있고 싶어, 너희들의 심심찮은 위로를 받으면서. 책상과 닿을랑 말랑했던 고개를
슬쩍 돌려 종인이가 있는 쪽을 쳐다봤다. ‘ 왜. ’ 입모양으로 말하는 듯한 종인이가 가만히 눈만 끔뻑이는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 괜찮아. ” 뒤에서 가만히 날
보던 찬열이도 괜찮다며 말을 부추겼다. 그래. 괜찮아. …괜찮을거야, 분명히.
* * *
“ 어제 그거 나왔다며? ”
“ 어, 나 해봤어. ”
“ 어때? 재밌어? ”
“ 꽤, 그냥 할만해. ”
느릿느릿, 책가방을 싸고 있는 내 옆에서 쉴새없이 떠드는 종인이와 세훈이의 이야기 주제를 알아보려하다 이내 게임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다시 책가방을 싸
던 손을 분주히 움직였다. 게임에 죽고살지. 오늘도 분명히 누구네 집에 게임하러 간다고 할거야. 책가방을 다 싸고 가방을 울러메자 어느새 청소를 끝내고 온
찬열과 백현이 반으로 들어왔다. 이제 준면이랑 경수만 데리러 가면 되나? 흘낏 인원수를 보다 남은 두명에 발걸음을 옮겼다. 나를 따라서 나오는 4명을 보다
익숙한 듯 바로 옆반으로 들어갔다.
“ 경수야. ”
“ 어?, 경수 도서관 갔는데…. ”
“ 아, 그래? 준면이는? ”
“ 나 여깄어. ”
사물함쪽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준면이의 목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돌려 뒷쪽을 쳐다봤다. 빼꼼하고 눈만 보이던 준면이 다시 고개를 숙여 무언가를 정리한 듯
바빠보였다. 뭐해 준면아? 슬쩍 다가와 말을 건네는 내 말에 잠시 놀란듯 해보이던 준면이 이내 웃으며 저가 하고 있던 걸 가르켰다. …화분? 나도 쭈그려 앉아
준면이가 하는 걸 가만히 지켜봤다. 씨앗을 심는구나. 모래를 파내 조그만하게 구멍을 만들어 그 안에 씨를 뿌리고 다시 모래를 덮었다. 그리고 옆에있던 물통
을 들어 뚜껑을 열더니 남은 물을 모조리 뿌려주었다.
“ 선인장이야. ”
“ 선인장? ”
“ 응. ”
대뜸 선인장이라고 말을 하는 준면이를 쳐다보다 아까와는 다르게 유달리 시끄러운 앞문에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몸을 일으켰다. 내가 몸을 일으키자 자신도
따라 몸을 일으키던 준면이 선인장을 들어 창가쪽으로 가져다놓았다. 경수가 왔네. 그래서 시끄러웠나보다. 익숙하게 모인 7명에 경수와 준면이도 가방을 챙
겨 들었다. 가자. 교탁앞에 서있는 나를 반 밖으로 밀어내던 준면이 마지막으로 경수가 나오자마자 문을 잠궜다. 아직도 게임이야기를 하는지 우리밖에 없는
복도에는 이번 게임 재미도가 떨어지네 어쨋네, 시끄러운 김종인과 오세훈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 오늘은 무슨요일? ”
“ 금요일? ”
“ 아니지, 그냥 금요일이 아니야. ”
“ 그래, 박찬열이 좋아죽는 불타는 금요일이지. ”
그라췌! 격한 동감을 표시하던 찬열이가 앞서나가던 발걸음을 돌려 내 옆으로 왔다. 그러므로 오늘은 ㅇㅇ이네 집에서…. 뭐. 올 생각하지마라. 말이 끝마치
기도 전에 딱 잘라말하는 내 말에 아쉬운듯 쩝하고 입을 다시던 찬열이 또 다른 타겟으로 목표를 돌렸다. 또 누구네집에서 밤 새려고…. 그런 찬열이를 하찮
은 듯 쳐다보던 경수가 내 어깨에 어깨동무를 하며 가자. 라고 날 이끌었다. 슬쩍 뒤를 돌아보았을 땐 …이번주는 준면이 너구나. 준면이 낙담한채로 어깨를
늘어뜨렸다.
“ 오늘은 불금이므로 준면이네 집에서 이틀 보내기. ”
“ 지랄. 주말에 집에 좀 쳐들어가라. 어? ”
“ 야, 5일동안 집에만 박혀있었음 2일동안이라도 나가줘야지. ”
“ 나가도 어차피 바로 옆집으로 갈거면서…. ”
중얼거리듯 말하는 내 말에 어느새 순식간에 내 앞으로 온 찬열이가 무서운 호랑이 선생님인척 눈을 야비하게 뜨더니 그대로 내 이마에 꿀밤을 먹였다. 아!
나한테 왜 이래 진짜! 맨날 나한테만 이래 나한테만! 옆에서 나에게 꿀밤 먹이는걸 지켜보던 경수가 빠르게 찬열이의 손을 때렸다. 악! 아프다는 듯 맞은 손
등을 호호 불어보이던 찬열이가 경수를 흘겨보다 준면이의 옆에 섰다.
“ 그러므로 ㅇㅇㅇ. 너도 와야 할 것. ”
“ 뭐? 난 싫어. ”
“ 어허, 이게 어디서 오빠 말을. ”
“ 얼어죽을 오빠. 어차피 준면이네 집에 가서 게임할거잖아. ”
“ …뭐, 하긴. ”
“ 근데 내가 왜 필요해? 난 오늘 집에가서 배깔고 잘거야. ”
“ 집에가서 펑펑 울지나마라. ”
아씨 진짜 박찬열! 위로 해줬던 건 또 벌써 엊그제일인가? 벌써 까먹은 듯 나를 얄밉게 약올리던 찬열을 잡으러 뛰어갔다. 너 걸리면 진짜 죽는다! 으름장
을 놓으며 엄포하듯 말하는 내 말에, 하나도 안 무섭네요ㅡ. 라며 말을 하는 찬열이에 정말 열이 제대로 받았다. 어느새 학교 교문을 벗어나 박찬열을 잡겠
다는 의지하나로 집까지 뛰어왔다. 헉, 헉. 숨이 가빠서 잠시 숨을 고르다 정신차려보니 …우리 집앞이네. 여유롭게 우리집 앞 맞은편 바로 옆에 있는 준면
의 집앞에서 손을 흔들며 웃어보이는 박찬열을 보다가 뒤따라서 오는 애들을 보고 그대로 집으로 들어갔다.
“ 야, 야 어디가! ”
“ ……. ”
“ 아ㅡ. 내가 잘못했어 어? 준면이네 가자. 응? 응? ”
시끄러워. 어느새 내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찬열을 밀친채 문을 닫으려 손을 뻗었다. 그 때, 순식간에 내 손을 잡아 집안으로 들어오는 찬열에 멍
하니 거실까지 끌려갔다. 그러면서 한다는 말이 “ 준면이네 취소. 역시 오늘같은 날은 ㅇㅇㅇ집이 최고지. ” 라며 따봉을 외치는데, 진짜 한대 시원하게 때
려주고 싶었다. 잠시 멍하니 있는 사이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더니 여섯명이서 우르르 신을 벗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아무리 몇번씩이나 들락거렸지만
그래도 여자들이 사는 집인데…. 아빠의 잦은 해외출장으로 이 집은 거의 엄마와 나밖에 살지않는다. 집으로 들어와서는 가방을 쇼파구석에 던져놓고 다
리를 쩍벌리고 앉은 찬열이를 보다가 고개를 설레 저으며 내 방으로 들어왔다.
“ ……. ”
들어오자마자 책상에 보이는 작은 액자속 나와 선호의 모습에 한참을 보다가 그냥 덮어버렸다. 아 성질나, 짜증나. 교복을 벗어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벌러
덩누웠다. 거실에는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지만 내 방에는 시계초침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또르륵, 눈만 돌리며 매일보는 방안을 보고있는데 옆에 있
던 휴대폰 진동이 짧게 울렸다. 누워있던 몸을 엎드려 휴대폰을 들어 문자메시지를 확인했다. …아, 귀여워. 살풋 나오는 웃음을 막지못한채 몸을 일으켰다.
책상을 지나쳐가는데 눕혀져있는 액자를 보다가 나와 선호가 찍은 사진이 담긴 액자는 안에 사진을 빼 찢어서 버렸다. …답답해. 인상을찌푸리며 다시 방을
나가려다가 아침에 짜증나는 일이 생겨서 덮어뒀는데 문득 아직도 눕혀져있는 한 액자가 마음에 걸려 그 액자를 들어 다시 세웠다. 그 액자속에는 나를 포함
한 7명이 나란히 서서 환하게 웃고있었다.
[많이 슬퍼? 그런걸로 슬퍼하지마. 너가 좋아하는 도경수표 엄청 맛있는 김치스파게티 해먹자. 거실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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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3일 정도 지났었나..?
ㅎ.ㅎ 암호닉 신청해주신 분들 감사드려요!
맛보기라서 조금은 짧을거에요.
아직 정하진 않았는데 에피소드로 이어갈지, 아니면 연재를 해서 완결을 낼지.
이것 참 고민이네요ㅠ.ㅠ;
그렇게 오래걸리진 않을거라고 말씀드렸었는데ㅎ.ㅎ!
빨리 찾아오고 싶은 마음에 일찍 왔어요!
지금 거의 잠결에 쓰고있는거라 앞뒤구절이 안맞아도 이해해주시길 부탁드릴게요ㅠ.ㅠ
ㅠㅠㅠ아.. 이거 올리고 얼른자야되겠다.. 암호닉 신청 받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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