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ove of loveless - Eels
by. 쮸쀼쮸쀼
5년 사귄 '전'남자친구가 있었다. 오지 않을것 같았지만 결국 여김없이 우리 둘에게도 찾아온 권태기는 결국 우리를 이별하게 만들었고, 헤어진지 세달. 그 놈과 지냈던 그 시간, 그 오년의 빈 자리가 너무나 허전했고, 누군가를 만나야만 했다.그리고 저번주, 친구에게 부탁을 해서 소개팅을 했고 소개팅 남자와 두번째 만남을 가지기로 한 오늘. 꽤 좋은 첫인상이었고. 어딘가 이유없이 부족하고 허한 느낌이었지만 아직 알지 못해서라고 애써 단정지으며 좋은 감정으로 만나게 되었다. 약속장소에 들어가고, 소개팅한 남자와 같이 버스를 타던 그 순간. 익숙한 눈동자, 그리고 딱딱한 표정. 전 남자친구였다.
1. 홍정호
순간 흠칫, 그 놈과 나는 약 5초정도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 분명 묵직한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지만 둘 다 그 의미가 뭔지는 알 수 없었다. 단지 다시 가슴이 뛰고 있었다. 놀라서인지 아니면 아직 감정이 남아있어서인진 모르겠다. 모른척 지나치려는데 하필 그 새끼 옆자리가 비어있을게 뭐람. 소개팅으로 만난 그 남자는 내게 와서 앉으라며 자리를 내 주곤 뒷쪽 구석으로 가서 앉아 버린다. 가지 마요 제발 내 옆에 서 있어줘….애처로운 눈빛을 보냈지만 내 눈빛을 보지 못한 채 뒷자리로 가버리는 그 남자. 그리고 내 옆엔 그 놈.
"……안녕"
"…어…어, 그래."
"……"
"……"
너의 딱딱한 인사, 그리고 여김없이 어색한 침묵. 애꿎은 손톱만 뜯을 뿐이었다. 그 놈은 나는 신경도 쓰지 않는듯 창밖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살면서 이렇게 숨막힌 적은 없었을 거다. 계속해서 손톱을 뜯었고, 그 무겁고 적막한 침묵을 깬건 그 놈이었다.
"…남자친구?"
"아니, 그냥 아는 사람…"
"…좋아보인다."
"아니…아니 별 사이 아니야. 저 사람은 그냥…친구가 억지로…"
"……아, 그래"
왜 변명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제서야 깨달았다. 내 허전한 마음을 비워줄 수 있는건 지금 뒷자리에 앉아있는 새로운 남자가 아니라 내 옆자리에 앉은 그 놈이란걸. 변명을 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내겐 그 놈이 간절히 필요했다. 내 빈 자리를 채울 수 있는 유일한 놈. 내 가슴을 뛰게 해주는 그런 사람은 내 옆에 앉아있는 이 남자란걸. 그리고 벌떡 일어났다. 뒷자리에 앉은 남자에게 다가가 미안하단 말만 남긴 뒤 다시 그 놈에게로.
"…내려"
"…뭐?"
"지금 내려"
"뭐…? 내가 왜? 너 저 남자랑 데이ㅌ…"
"그런거 아니라고 했잖아…! 나는…! 나는…"
"…………………"
"…나는…나는 니가 필요해. 니가 너무 보고싶었어."
"……내리자."
어안이 벙벙한 소개팅남을 뒤로 한 채, 내 손을 잡고 내리는 그 놈을 따라 내려갔다. 그리고 어색한 침묵도 잠시, 조용한 곳에 멈춰서더니 왜 이제야 왔냐며 내게 변명할 여지조차 주지 않은 채 날 끌어안는 그 놈.
2. 박태환
그 놈도 적잖이 놀란 모양이었다. 예상밖의 상황. 그리고 나는 모른 척 그놈을 지나쳤다. 뒷자리에 남자와 둘이 앉아 신경쓰지 않는척 최대한 다정한 척 대화를 했지만, 자꾸만 시선이 가는 그 놈의 뒷모습. 잘 지내긴 한걸까? 나는 헤어진 세달동안 많이 힘들었는데 그 놈도 많이 힘들었을까? 운동은 잘 돼가고 있는걸까? 여자친구는 생긴걸까? 어쩔 수 없었다. 인정하지 못했지만 안하려고 했지만, 나는 아직 그 놈에게 미련이 남아있었으니까. 한참을 뚫어져라 그 놈만 바라보다 내 시선을 느낀건지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는 너. 눈을 피할 수 없었다. 눈물이 왈칵 쏟아질것 같았다. 너무 보고싶었어…니 얼굴. 한참을 나와 눈을 맞추다, 벌떡 일어나더니 내게 다가오는 너.
"…왜 보고만 있어?"
"……"
"보고싶었다고 안 해?"
"…………"
"ㅇㅇ씨, 아는 사람이에요?"
"…ㅇㅇ이 남자친구예요. 얘가 저랑 싸운게 좀 있어서 댁을 좀 만났나본데, 이제 다시 데려갈게요."
"………지금 무슨……"
말하고 싶었다. 니가 그리웠다고 너무 보고싶었다고. 지금이라도 일어나 안기고 싶었다. 하지만, 내 옆에 앉은 이 남자의 당황한 표정을 보니 너에게 달려갈 수 없었다. 애써 모른척 시선을 피하려 했지만 내 대답을 기다리는듯 보였다.
"나 다음에 내려."
"………"
"선택은 니가 해."
그리고 머지않아 버스에서 내리는 너. 어쩔 줄 몰라 고민하는 동안에, 저스는 출발했고 그 놈은 버스 반대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이 기회를 놓치면 그 놈을 놓칠지도 모른다. 이젠 결정해야 할 때다.
"아저씨, 멈춰주세요…!"
"……………ㅇㅇ씨!"
"미안해요. 나 지금 내릴게요. 미안해요"
그리고 급히 멈춰진 버스에서 내린 뒤, 달렸다. 인기척을 느끼곤 뒤를 도는 너. 나 왔어…니 품으로 돌아왔어…. 기다렸다는듯 양 팔을 벌리는 너. 그리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니 가슴팍에 안기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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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 뻔히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그런 주제네요!
잘 봐주셨음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