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돈X권지용] 약국 로맨스 (약사 형돈,고등학생 지용 썰) “ 더워! ” 공책 하나로 바삐 부채질을 하였고,더위에 못 견뎌 탄식 섞인 말을 내뱉었다.책가방을 던지듯 바닥에 내려놓았고, 간의의자를 끌어다가 펴서 그 위에 앉았다.주변을 돌아보자 문을 열고 나오는 약사아저씨가 보였다.나를 발견한 약사아저씨와 나는 얼굴이 정면으로 마주쳤다.내가 먼저 아저씨에게 달갑게 인사를 건넸다. “ 안녕,아저씨? ” “ 지용이구나. ” “ 그래서 싫어? ” 아저씬 느릿하게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아저씨를 살펴봤는데,싫은건 아닌데 좋지도 않은 애매모호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매일 약국에 찾아오는 나는,반겨주지도않는 아저씨에 대해 서운하게 느껴졌다.아저씨는 또 뭐가 그리 바쁜것인지 약들을 정리하고있고,뾰로통해진 나를 쳐다도 보지 않았다. “ 손님인줄 알고 뛰쳐나오다시피 나온거잖아. ” “ 아,그래서-.. ” 여전히 약 진열대 위에 여러 약품들을 정리하려고 허리를 굽히고있는 아저씨에게로 다가갔다.아저씨의 어깨를 손으로 가볍게 두드렸다.아저씨가 허리를 펴고 나를 돌아봤다. 나는 손을 뻗어 아저씨의 삐뚤어진 넥타이를 고쳐 매어주었고,흐트러진 약사가운의 옷매무새를 다듬어주었다.그리고 아저씨를 한번 므훗하게 바라봤다. “ 고마워. ” “ 응. ” 이런건 내게 예삿일이였다.그냥 아저씨에게 조금만 더 신경써주고 사소한것도 챙기는 일일 뿐이니깐,내겐 어렵지도 않다. 다시 간의의자가 있는데로 돌아가 자리에 앉았다.피로감이 축척된 몸을 등받이 편히 뉘었다가 상체를 일으켰다.뻐근하게 근육이 뭉친듯한 다리를 두 손으로 주물렀다.퉁퉁 손주먹으로 가볍게 두드려보기도했다.상자 두개를 거뜬히 들어올려 저편에다가 쌓아놓고 온 아저씨가,이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 왜? 다리가 아파? ” “ 아니,그냥. ” “ 매일 학교 마치자마자 여기까지 찾아오니깐,무리가 갈만도 하지. 어디 봐. ” 약간의 비아냥거림과 투박함이 묻어나는 어조였지만,나를 신경써주고 걱정해주는듯해 내심 뿌듯했다.이래서 매일 어김없이 약국에 아저씨를 찾아오는것은 헛된것이 아니였다.내 앞으로 걸어온 아저씨가 바닥에 두 무릎을 꿇고 내 다리를 잡아 당겼다.곧게 펴진 내 다리를 정성스럽게 손마사지 해주었다.점점 경직된 근육이 느슨하게 풀려나가는 것 같았고,그저 아저씨에게 고마웠다.아저씨 나름 열심히 내 다리를 주물러주었고,나는 가만히 앉아서 아저씨를 내려다보았다. “ 이제 좀 괜찮아? ” “ 응. ” 내 다리를 조심스럽게 내려주고,아저씨가 일어났다.나는 약국의 시계를 보며 시간을 확인했고,슬슬 약국을 나갈 준비를 하였다.떨어져있는 책가방을 주워서 어깨에 멨다.아저씨는 카운터 안쪽으로 걸어가더니 한손에 요구르트 하나를 들고나왔다.그리고 요구르트를 내 앞으로 내밀어 건넸다.커다란 손안에 앙증맞게 들어있는 조그만한 요구르트를 벙찌게 보고있다가,아저씨에게서 받아 들었다. “ 이거 챙겨가. ” “ 나 마시라고 주는거 맞지? ” “ 그럼. ” “ 좋다. 고마워,아저씨. ” 나는 아저씨에게 싱긋 웃어보였다.좋다,소박하지만 내게 요구르트를 건네주는것도,그저 내 눈 앞에 보이고,내 앞에 서있는 당신이 좋다. 나는 아저씨를 뒤로 하고,가방끈을 손에 쥔채 걸어나갔다.하지만 몇걸음만에 뒤돌아섰다.여전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던 아저씨와 나는 눈이 마주쳤다. “ 아저씨. ” “ 어? ” “ 한번만 안아봐도 돼? ” 그래,혹은 안돼,아저씨의 어떤 대답을 듣기도전에 나는 달려갔다.아저씨는 얼떨떨하게 팔을 벌렸고,나는 그 품에 와락 안겼다.아늑하고,포근하다.온기를 가득 머금은 하나의 둥지같기도 했다.나를 위한 공간같았다,여긴.그리고 아저씨의 품은. 아까는 발걸음을 옮길때마다 아쉬움에 목메였었는데,지금은 발이 매우 가벼워졌다.통통 튀는 걸음걸이로, 아저씨에게 손을 흔든 뒤 약국에서 나왔다. [ 약국로맨스. 또 다른 퓨전 커플링으로 썰이 나올 수 있어용. 감사합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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