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부터인가 누군가 나를 따라왔다. 내 걸음에 항상 맞춰 걷고 내 걸음이 빨라지면 따라오는 걸음도 빨라지고 골목을 돌 때 마다 나를 따라왔다. 위험한 사람이라고 느껴 두려움이 최고조가 되었을 때 그 날은 날 따라오는 걸음이 없었다. 안심을 하며 긴장을 풀고 집 안에 들어섰을 때 집 안은 엉망이 되어 있었다. 티비 밑 속옷 서랍은 죄다 헤쳐져 있었고 침대 위엔 내가 낮에 벗어놨던 잠옷도 없어져 있었다.
"이게 뭐야.."
분명 그 사람이다. 이 주 동안 나를 따라다니건 그 걸음의 주인일 것이다. 매번 나를 따라다니며 공포감을 줬던 것도 모자라 그는 나만의 공간까지 침범했다. 그가 내 옷가지에 고개를 박아 발정난 새끼처럼 숨을 쉬는 모습이 상상되어 역겹다. 신발을 벗어 들고 바닥에 힘없이 앉았지만 그가 어디선가 나를 바라보며 웃을 거 같아 소름이 돋는다. 헛구역질을 하며 화장실 변기에 얼굴을 쳐 박았지만 나오는 건 아무것도 없다. 나는 이제 내가 쉴 곳도 잃어버렸다. 절망감, 두려움이 합쳐져 눈물까지 차올랐다.
한참을 쇼파에 앉아 목소리가 갈라질 정도로 꺽꺽 울어대다 더이상 눈물도 마르고 목소리도 안 나올 정도가 되서야 나는 꺽꺽거리는 울음을 멈출 수 있었다. 한참을 울어서 그런지 진정이 된 기분이다. 안정이 된 나는 냉장고 안에서 물병을 꺼내 마시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 갑작스래 현기증이 났다.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서있었는데 그만 정신을 잃어버렸다. 침대에 누웠을 때 누군가 방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가 난 거 같았다.
눈을 뜨고 일어났을 땐 침대에 누워있는 내 옆에 의자에 앉은 남자가 나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수현우] 망상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7/0/7/707ae75817b229e7523fc030f9c603e0.jpg)
" 자는 모습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더 이쁘네요 현우씨는."
그는 내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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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방탄 찐팬이 올린 위버스 글인데 읽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