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마운데 어떡하죠?"
" ...연락처 알려주세요."
" 네?"
보통은 ' 아니예요, 조심히 가세요.' 이러지않나? 갑자기 연락처라니.
귀까지 빨개져서 고개를 푹 숙이며 말하는데 그게 또 귀여워서 웃음이 나온다.
내가 웃자 점점 더 빨개지는데 더 이상 놀리면 진짜 펑- 하고 터질 것 같아 그만뒀다.
" 언제 한 번 밥 사드릴게요. 고마웠어요."
" 조,조심히 가세요!"
그렇게 연락처를 교환하고 내 폰엔 대훈학생이라고 저장해뒀다.
마지막까지 부끄러운지 목소리가 떨리던데, 귀여운 동생이 생긴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집에 오자마자 쓰러져 잔 것 같다. 왜이리 피곤한건지, 역시 야근은 무리였어.
눈을 떠보니 벌써 1시다. 딱히 약속이 있던 건 아니지만 너무 허무하게 시간을 버린 것 같다.
여전히 욱씬거리는 허리와 어깨때문에 반신욕이나 하자 하며 욕조에 물을 받고 있다 무릎의 멍을 발견했다.
헐, 이거 뭐야.
그제서야 퇴근 길에 구두 굽이 부러진 것과 어린 남자가 생각났다.
지금 생각해보니까 부끄러운 상황이였네.
어차피 다시 볼 사이도 아닌데 깊게 생각하지 않고 씻었다. 반신욕이 피로에 좋다던데 효과 한 번 끝내주는구나.
띠링- 메세지가 도착했습니다.
씻고 나른해진 몸으로 쇼파에 누워 티비를 시청하는데 문자가 왔다.
왠만큼 내 성격을 받아줄 사람 아니면 금방 끊기는게 인간관계며, 지금 이 시간엔 모두 직장에 있어서 문자 올 사람이 없는텐데, 누구지?
- 저 이대훈인데요. 혹시 지금 시간 되세요? /대훈학생 -
뭘까, 처음보는 번호인데 대훈학생이라 저장되있는 이 사람은.
가만히 문자 내용을 보며 요 며칠간 마주친 사람들을 생각했다.
한 3일간은 집 밖으로 나간적이 없으니 패스, 어젠 신입사원 환영회에 갔으니 신입사원인가?
하지만 학생이라고 저장해 둘 이유가 없는, 헉.
' ...연락처 알려주세요.'
생각났다. 나 도와준 어린 남자. 으아, 벌써부터 치매 초기 증세가 나타나다니.
- 물론이죠. 어디에서 만날까요? -
솔직히 나가기 귀찮다만 그래도 도움을 받았는데다가 내가 먼저 밥 한 번 산다고 말해서 무를수도 없고,
지금이 점심때인 것과 어제 저녁부터 아무것도 안 먹었다는 것까지 생각나니 그냥 가볍게 밥이나 먹자며 나갈 준비를 했다.
- 3시까지 00공원 어때요? /대훈학생 -
- 네, 그럼 거기서 뵈요. -
2시 45분.
좀 일찍 나왔나? 원래 시간 약속은 칼같이 지키는 편이라 이렇게 먼저 나와있지않으면 찜찜하다.
대충 밥 먹고 들어가면 4시 ~ 5시. 집에 들어가서 11시까지 일하고 아침에 한, 두 시간만 더 하면 끝나겠다.
그럼 팩스로 자료를 보내고 직원들이 브리핑하고 입을 맞출 동안 난 더 자면 되겠네.
벌써부터 쉴 생각에 입꼬리가 올라간다. 큰 프로젝트니까 이번 일만 끝나면 휴가나 받아야지.
안 그래도 지금 슬슬 질려가던 참이라 회사를 옮길까 생각했는데 가족같은 내 직원들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민만 하고있다.
그래도 내 성격에 3년이면 오래있었네.
" 안녕하세요? 일찍 오셨네요."
" 대훈학생도요."
씨익- 웃으며 인사하는게 보기 좋다. 이런 동생하나 가지고 싶었는데 하필 외동이라서.
귀엽기도하고 스타일도 좋은데 확 동생삼아버릴까?
" 편하게 말 놓고 대훈이라고 부르세요."
" 그럴까?"
사실 존댓말쓰기 불편했어.
" 뭐 먹을래? 못 먹거나 가리는거 따로 있어? "
" 아무거나 다 잘 먹어요."
" 그럼 근처에 패밀리 레스토랑있는데 거기 갈까?"
" 좋죠!"
그다지 먼 거리도 아니여서 천천히 걸어가는데 대훈이의 시선이 계속 신발쪽에 머물러 있다. 왜 그러지?
" 누나, 다리는 괜찮아요?"
" 아, 뭐 심하게 다친것도 아니고 넘어진건데. 근데 넌 왜 계속 존댓말이야? 말 편하게 하라니까."
" 전 이게 편한걸요?"
" 그래? 그럼 뭐."
말을 놓니, 안 놓니 서로 영양가없는 대화만 하다 나이 얘기가 나왔는데,
" 에에?? 누나 진짜 27살이예요??"
" 내가 그렇게 늙어보이니? 이 누님 상처받았다."
" 아, 아니.. 그런게 아니라요. 진짜 스물일곱이예요??"
" 어허, 그렇다니까 그러네. 왜, 몇 살로 보이는데?"
" 기껏해봤자 나랑 한, 두 살 차이 날 줄 알았죠.."
내가 그렇게 어려보이나? 하긴 동안이란 말은 꽤 들으니까. 근데 왜 이리 풀이 죽어있어?
" ...더 어린애로 보일거잖아요."
" 스물 둘이면 좋을때지, 왜 그래? 어린 건 좋은 거야."
요새 나이를 먹었더니 몸도 영- 안 좋은게 언제 날 잡아서 마사지 한 번 받아야겠네. 아아, 옛날이 그립다.
" 어라? 그럼 나랑 5살 차이인가?"
" 나 빠른 년생이예요! 그러니까 4살 차이죠!!"
다섯이나, 넷이나 거기서 거기지. 왜 흥분하고 그러실까? 어지간히 어려보이는게 싫나보다.
/헝헝 달달해지고싶다ㅋㅋ 이제 주말이나 학교 일찍 마칠때만 글을 올릴수 있을것 같아요
그리고 금손이라니, 과찬이십니다/굽신굽신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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