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백] 연애의 정석
연애의 정석01
" 아-... 늦었다 "
정신이 듦과 동시에 반자동적으로 손을 들어 시계를 확인하자마자 늦은걸 깨달은 백현이 스프링이 솟아오르듯 벌떡 일어났다.
" 오세훈은 일어나면 깨워주고 가던가... "
아침부터 짜증나네, 백현이 잔뜩 성난 까치집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아직 정신이 덜 깼는지 치약을 짜다가 다른곳에 흘려버린 백현은 짜증스러운듯 냅다 치약을 던지려다가 문득,
아침부터 화를내면 일진이 좋지않다는 세훈의 말에 번쩍 들어올린 손을 내려 반대쪽 손에 들린 칫솔에 치약을 짰다.
양치질을 하던 백현은 나머지 한손으로 세면대에 물을 받아 멋있게 세워진 까치집을 꾹꾹 누르기 시작했다.
화장실에서 나온 백현은 식탁에 은박 호일로 쌓여진 김밥한줄에 눈길을 두었다.
저건 또 언제 사놓고 갔대, 삐뚤빼뚤 ' 잘 먹고 가라 ' 라는 포스트잇을 읽은 백현은 방금까지 짜증을 내던 얼굴을 걷히고 미소를 지었다.
" 이러니까 내가 미운소리를 못하지. "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교복 단추를 채우고 한손에는 김밥을, 다른 한손은 포스트잇을 주머니에 넣으며 하얀 운동화를 신었다.
백현은 신발 앞섬까지 콕콕 때리며 마무리를 지은후 문밖을 나섰다.
연애의 정석
" 어, 네가 백현이구나 "
" 안녕하세요.. "
말쑥한 인상을 가진 남자가 백현에게로 걸어왔다.
하얀색 와이셔츠에 까만 정장바지는 그의 외모를 한층 더 돋보이게 해주었다.
" 앞으로 백현이랑 2학년을 같이 보낼 담임 김준면 선생님이야 "
" 아- "
" 여자 선생님이 아니라 섭섭하니? "
" 아, 아니요! 너무 좋아서 그런건데.... "
당황한 백현의 모습이 귀여웠는지 백현의 담임이라 하던 준면이 하하하 소리를 내며 웃었다.
" 그렇게 좋은거야? 얼굴까지 빨개졌네 "
" ... 얼굴이 왜 빨개지지..... 하...하하... "
이리저리 빨개진 얼굴을 감추려 손으로 양 볼을 부비적대는 백현를 보며 웃던 준면이 말했다.
" 자, 이제 반 친구들 만나러 가봐야지? "
" 아, 네! "
준면이 먼저 교무실 문을 열고 나섰다.
준면의 뒤를 쭐래쭐래 따라가던 백현은 예전에 자신이 있던 학교와는 사뭇 다른 학교 분위기에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예전에 있던 학교와는 풍기는 오로라가 틀렸다.
나름 동네에서 제일 가는 인문고를 다녔던 백현에게 듣도보도 못한, 주변에 상가들은 찾아볼수 없는, 변두리에 떡하니 있는 남고는 새로운 세계나 마찬가지였다.
처음 이학교를 온다는 자신의 말을 듣던 세훈의 굳은 표정이 떠올랐다.
준면을 따라 교실로 들어서는 순간 백현은 자기자신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교실에 들어선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들이 적응이 되지않는 백현은 시선을 어디다 두어야할지 모르던 찰나에 한 남자아이와 눈을 마주쳤다.
백현을 뜷어져라 쳐다보던 남자가 이내 백현에게서 시선을 돌림과 동시에 준면이 입을 열었다.
" 야~ 이놈들 남고라고 이렇게 반응이 싸하냐? "
흔히 있는 일이었는듯 준면이 몸을 건들거리며 얘기했다.
" 자-, 친구들한테 자기소개 짧게 해볼까? "
" 저... 저는.... 아, 아니 내 이름은 변백현이야... "
버벅거리는 백현의 모습에 여기저기서 풉-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겨우 자기소개를 했을뿐인데, 백현은 절로 존댓말이 나오는 교실 포스에 정신이 아찔했다.
" 박수 안치냐 이것들아 "
준면의 말에 아이들은 모두 짜맞춘듯 일동 무미건조한 박수를 보냈다.
준면이 지정해준 자리에 착석하기까지 아이들은 백현에게서 눈을 떼지않았고 백현은 그런 시선을 애써 모르는척 자리에 앉았다.
가방을 주섬주섬 내려놓는데 옆에서 느껴지는 눈빛에 힐끗 쳐다본 백현은 자신의 짝이 방금전 자기와 눈을 마주친 학생이란걸 알아차렸다.
" 아.. 안녕? "
왠지모를 반가운 마음에 어색하지만 손까지 들어 인사했건만,
" ........... "
씹혔다.
연애의 정석02
" 아니, 사람이 인사를 하는데 그렇게 무참히 씹는게 어딨어!? "
" 이야- 천하의 백현을 그렇게 무시하다니, 보통학교가 아니구만? "
" 보통이 아니라 그냥 비정상적인것 같아, 완전 적응 안돼 "
쫑알쫑알 겨우 딱 하루가 지난것일 뿐인데 백현의 입에선 쉴새없이 학교에 대한 불평,불만들이 쏟아져나왔다.
그런 백현에게 민석은 아낌없이 맞장구를 쳐주고 있었다.
" 진짜루. 형, 나 다시 돌아가고싶다. "
" 돌아와 그럼. "
" 아 형... 나그렇게 대책없는 말 싫어하잖아. "
" 어이구~ 알고 한건뎁쇼? "
순간 목까지 차오른 무언가를 뱉으려다 백현이 겨우겨우 참고 신경질적으로 떡볶이를 입에 밀어넣었다. 그런 백현을 본 민석은 배가 찢어져라 웃었다.
" 그래서 지금 네말은 오늘 하루동안 친해진 애들이 한명도 없다. 이거야? "
" 없지는 않아, 오늘 김종대랑 박찬열이라고 성격 별난애들 만났어 "
" 종대랑 찬열? 성격이 어떻길래? "
" 음...... "
민석의 말에 백현은 종대와 찬열이 생각 났는지 실소를 내뱉었다.
-
1교시가 끝난 쉬는시간 종이 치자마자 누군가가 쏜살같이 날아와 자신의 앞자리에 앉았다.
" 안녕? 나는 김종대라고해! "
덜컥 자기소개를 하고 손을 건내는 종대에 백현은 당황했다. 얼떨결에 손을 내밀어 종대의 손을 잡자 종대는 신이난듯 위아래로 새차게 악수를 하기 시작했다.
" 너는 멍멍이를 닮았구나? "
" 멍멍이? "
" 응! 아주 작고 귀여운 멍멍이. 우리 친척집에서 말티즈를 키우는데 그 말티즈보다 더 눈꼬리가 쳐졌어!! "
난데없이 자신의 친척집 강아지 얘기를 하는 종대에 어떻게 맞장구를 쳐줘야할지 난감하였지만 이와중에도 눈꼬리가 쳐졌다는 말이 좋은뜻인지 생각하는 백현이었다.
" 근데.. 지지리 운도 없다. 첫 짝꿍이 도경수라니. "
이름이 경수였구나...
첫날 자신의 인사를 씹고 옆에서 하루종일 책상에 고개를 처박고 잠만 자는 경수의 등을 보며 작게 웅얼거리는 백현을 종대가 뜷어져라 쳐다보았다.
" 그나저나 너 피부가 임수정누나 뺨치게 좋은데? "
" 에...? "
" 화장품 뭐쓰냐? 어머어머, 얘 완전 베이비페이스네~ "
종대가 백현의 잡티 하나 없는 깨끗한 볼을 양손으로 쥐어잡는 순간, 또 한명이 나타났다.
" 야 김종대!!!!!! 전학생 괴롭히지마!!!!!!!!!!!! "
다짜고짜 종대의 뒷통수를 휘갈기며 나타난 이 아이는 자기자신을 리액션부자 찬열이라 소개했다. ( 사실 백현은 이때 찬열을 오덕이라 생각했다. )
" 야 박찬열!! 너 내가 뒷통수만큼은 때리지 말랬잖아!!!! "
" 찌질이 종대가 말걸어서 불편했지? "
" 뭐어? 찌질이?? "
나 찌질이 아니거든? 귀요미거든?
금방이라도 한방 날릴 기세로 옆에서 소리를 지르나 손한번 들지 못하는 종대와 그런 종대를 전혀 모른다는듯 행동하는 찬열의 모습에 백현은 그만 웃음을 터트렸다.
백현이 배를잡고 깔깔대는 와중에 언제 일어났는지 경수가 말없이 표정을 한껏 구긴체 팔짱을 끼고있었다.
" 어라, 도경수씨는 언제 일어나셨어요? "
" 푹 자다가 중간에 일어난 소감이 어떠신가요? 한마디 해주세요!! "
경수의 표정을 보고서도 저런 장난이 나오는지 웃음을 멈추고 마음을 졸이는 백현과는 달리 종대와 찬열은 뭐가 그리 신났는지 경수에 코 앞까지 필통을 들이대며 뉴스의 한장면을 찍고있었다.
" 톱스타 도경수씨, 아무말씀이라도 해주세요!! "
" 존나 시끄러워 "
" 네에-! 도경수씨는 지금........네? "
여섯개의 눈동자가 모두 경수를 향해 쏠렸다. 경수는 표정하나 바뀌지 않은체 또 한번 입을 열었다.
" 김종대 너, 병신아 "
" .....경수야 이왕이면 귀요미라고 해줄- "
" 맞습니다. 경수가 존나 시끄러웠던 이유는 바로 제 옆에있는 병신 김종대 때문이였습니다! 종대씨는 도경수씨에게 욕을 먹은 기분이 어떠신가요? "
" 네~ 경수의 욕,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제가 다시한번 먹어보겠습니다!! "
금새 활기를 되찾은 종대와 찬열이 개구지게 웃으며 얘기했다. 하지만 여전히 경수의 포스에 기가 잔뜩 눌린 백현은 이제 억지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앞에서 난리를 치는 종대와 찬열을 무시한체 경수가 말없이 엎드렸다. 백현은 뒤통수마저 단호해 보이는 경수를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벌써부터 험난함이 예측되는 자신의 학교생활에 백현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백현의 회상 끝-
연애의 정석
딩동댕동-
오늘도 어김없이 학교의 하교를 알리는 종이 울렸다.
백현이 이것저것 가방을 챙기는 동안 부스스한 머리를 긁적이며 경수가 느리게 일어났다.
한참동안 눈을 뜨지 못하고 마른세수만 하던 경수를 힐끗힐끗 몰래 훔쳐보던 백현이 말했다.
" ....수업 다 끝났어 "
전학을 온 첫날 아침 일로 별 기대를 하지않고 용기를 내어 툭 던진 말이였건만
" ..벌써? "
그에게서 처음으로 메아리가 돌아왔다.
필통을 넣던 왼손과 교과서를 접는 오른손, 백현의 규칙적인 호흡까지. 모든것이 순간 정지되었다.
그런 백현을 아는지 모르는지 천장을 찌를듯 기지개를 켜고 의자를 뒤로 쭉 빼며 경수가 일어났다.
" 아, 머리아파- "
터덜터덜 머리를 긁적이며 교실문으로 향하던 경수가 걸음을 멈추었다.
그런 경수의 행동들이 모두 신기한 백현은 그렇게 자신을 뒤돌아보던 경수와 눈이 마주쳤다.
" 잘가라 "
" 어..... 너도.. "
무언가에 홀린듯한 백현을 향해 웃던 경수가 그대로 문밖으로 나갔다.
경수가 시야에서 사라지는 동안 백현은 문득 경수의 목소리가 참 좋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반쯤 넋이나간 백현은 청소를 하게 나오라며 떽떽거리는 종대가 오기전까지 한참동안 교실문을 쳐다보았다.
| 나의 말 |
안녕하세요~ 일단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스티즈에 글을 연재해보는건 처음이라 모든게 낯설고 서투네여ㅠㅠ 연애의 정석은 10일에 한번씩 5,6화까지는 한번 글올릴때마다 글의 빠른전개를 위해 2화씩 올라갈 조금은 천천히 굴러갈 이야기입니당 제가 공지같은거 어겼으면 꼭 말씀해주세용.....ㅜㅜ 음..... 끝을 이렇게 마무리 짓는게 맞겠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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