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리으리한 건물에 당황한 새 키 작은 남자는 저를 끌고 어느 큰 방으로 데려갔다. 여기, 문 열어 예쁜아! 그의 말대로 문을 여니 체스를 두고 있는 두 남자와 그 옆에 앉은 남자들이 있었다. 세훈은 그 중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다. 그는, 그때 제게 찾아왔던 수호였다. 곧 만나게 될 거란 말이 현실로 다가왔다. 굳어있는 세훈의 옆의 키 작은 남자는 말했다. 수호가 말하면 거의 진실이 돼. " …… 레비아에 온 걸 환영해, 도련님. " " …… " " 아직 서툰 감이 있네? 일단 설명을 해 줄게. " 수호가 짝짝 박수를 치자 분홍 머리의 남자가 일어났다. 세훈의 옆으로 금세 다가온 남자는 세훈의 정장을 유심히 보며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 레비아는, 세계를 지탱할 자연계 초능력을 지닌 여섯 명과 그것을 보좌하는 여섯 명의 능력계 초능력자가 총대를 잡고 있어요. 그리고, 그들 밑으로 여러 부대가 있죠. " 전 능력계 중에서 가장 많은 부대를 소유한 루한이라고 해요. 세훈과 눈을 맞추며 싱긋 웃어보인 루한이 앉아있는 이들에게 소리쳤다. 뉴페이스한테, 소개 한번쯤은 하는 게 어때요? 루한과 가장 가까이 있는 붉은 머리의 남자가 말했다. 난 레이. 한국 이름은 장이씽이야. 능력계 초능력자고, 치유 능력을 소유하고 있어. 편한 대로 불러. " 크리스티나 님! 팬이에요, 싸인 한 장만!! " " 닥치고 소개나 해, 좆 같은 새끼야. " 세훈은 처음 듣는 욕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저런 말은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건데, 그런 거 말하면 나쁜 사람이라고 아저씨가 그랬는데…… 곧 좆 같은 새끼란 칭호를 들은 남자가 손을 흔들며 말했다. 난 번개를 조종할 수 있는 이 시대 최고의 자연계 매력남 김종대란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저 편에서 다트가 날아왔다. 가볍게 잡아낸 종대는 눈웃음을 지으며 옆에 있는 남자에게 소개하라며 재촉했다. 세훈은 남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곤 바로 경악했다. 현지와 너무나도 닮은 남자였다. " 변백현. " " 뭐야, 소개가 그걸로 끝이야? " " …… 빛. " 백현은 고개를 그대로 숙여버렸다. 얘가 갑자기 왜 이래? 종대는 백현을 한참이나 쳐다보다 당황스러운 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말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방이 정적에 휩싸였고, 다트를 던지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난 타오다. 너와 파트너가 될 것 같은데. 능력은 타임 컨트롤이고, 왠만해선 내 임무를 방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난 초보는 딱 질색이니까. 휙, 날아간 다트가 한가운데에 꽂혔다. 체스를 두다 고갤 들어 그를 바라보던 귀여운 남자가 한숨을 쉬었다. 어휴, 재수없는 새끼. 난 김민석이야! 능력은 결빙이구, 파트너는 수호! 앞으로 잘 부탁해~ 세훈은 어색하게 웃었다. 아, 안녕하세요. " 그리고, 네 옆에 있는 애는 도경수! 근데, 부대원들은 디오라고도 부르니까 참고해두고. 힘의 능력계의 초능력자야. " " 안녕, 이쁜아. 경수 오빠라고 부르면, 오빠 질질 싼다? " " 그리고, 저 새끼 좀 또라이 같으니까…… " " 타오. 너 저번에 예산 어떻게 된 거야? " " 40만원? " 타오는 태연하게 말했다. 그냥 월급에서 까, 내 아가 수리 좀 하느라 그랬어. 날카롭게 생긴 인상의 남자는 혀를 쯧쯧 차며 장부를 고쳤다. 세훈의 눈이 남자 쪽으로 향해있는 걸 본 종대가 옆구리를 툭 쳤다. 남자는 펜을 몇번 돌리다 장부를 덮고는 고개를 들었다. " 난 우판인데, 크리스라고 불러주세요. 비행을 할 수 있어요. 파트너는, 찬열. " " 아저씨랑…… " " 응? " 경수는 세훈의 입에서 나온 말에 반색하며 끈질기게 팔을 붙잡고 놓질 않았다. 뭐라고 한 거야? 응? 오빠 현기증 난다, 얼른 말해! 징징대는 경수를 떨어뜨린 건 자리에서 일어나 성큼성큼 다가온 찬열이였다. 건드리지 마. 세훈은 찬열을 올려다보았다. 너, 무슨 생각으로 여길 온 건지는 모르겠어. " 근데, 다치지만 마라. " " …… " " 난 박찬열. 불을 사용할 수 있어. 자연계에서는 가장 많은 부대를 가지고 있고. " " 야. " " …… " " 박찬열. 손 좀 놓지 그러냐? " 경수의 분위기가 바뀐 건 순식간이였다. 찬열은 경수의 손을 놓았고, 경수는 표정이 바뀌며 바로 세훈에게로 달라붙었다. 수호는 일어나 말했다. 나는 수호고, 물을 사용하고 있어. 본명은 김준면. 그리고, 카이라는 애가 있는데…… 수호는 흘낏 찬열을 쳐다보았다. 지금은 없네. " 어쨌든, 레비아에 들어온 걸 환영해. " 수호는 세훈에게 반지를 건네었다. 레비아 간부의 신분을 나타내주는 반지야. 잃어버리면 월급에서 깔 테니까 그런 줄 알고, 해산! 수호가 말을 마치자마자 삼삼오오 모여 밖으로 나갔다. 찬열은 세훈에게로 다가가 눈높이를 맞추고 말했다. 세훈아, 내가 미안해. " 아저씨. " " 널 그렇게 가둔 건 네가 안전할 거란 생각에서였어. " " 아저씨는 아무 잘못 없어요. " " 아니야, 미안해 세훈아…… " 어느샌가 타오가 불쑥 나타나 세훈의 팔목을 잡았다. 실례, 하며 빠른 속도로 사라지는 타오와 세훈을 보던 찬열은 복잡한 심경에 머릴 헤집었다. 나가기 전 세훈은 찬열과 눈이 마주쳤다. 눈에 담긴 것은 누가 뭐래도 불신이였다. 씨발, 몸이라도 섞어서 딱 묶어놓는 거였는데. 욕을 중얼거리던 찬열이 방에서 나가자 체스를 두고 있던 수호는 말을 들어 정가운데에 놓았다. 체크메이트. " 야, 이건 반칙이잖아! " " 에이, 머리를 쓰는 거죠 뭐. " " 싫어, 무효! " " 무효는 무슨, " 수호는 들고 있던 흰색 퀸으로 민석의 킹을 쓰러뜨렸다. 민석이 이마를 한 손으로 짚으며 뒤로 그대로 넘어갔고, 수호는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웃.
이런 글은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