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쁘게 하고 기다리고 있어, 세훈아. - 아저씨는 왜 날 항상 가두는 거에요? - 세훈이가 너무 예뻐서 날아갈까봐. 머리를 두어번 쓰다듬은 찬열은 곧 밖에서 재촉하는 소리에 세훈의 볼을 쓰다듬었다. 아저씨, 안 가면 안 돼?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세훈은 뱉지 못했다. 찬열이 나간 직후 현지가 제 방에 들어왔다. 동물원 원숭이 주제에, 마음을 어떻게 빼앗은 건지. 혀를 차는 소리에도 세훈은 찬열이 제게 마음을 열었다는 소리를 듣고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꼴에 볼은 빨개지네, 짜증나게. 현지는 끼고 있던 반지를 빼 세훈의 침대에 두었다. 이거 꼭 쥐고 있어야 한다? - 여기서 나가고 싶니? - 네, 하지만 아저씬 여기 있는 게 안전하다고 했어요. - 그거, 그 분의 욕심이야. 친우가 며칠 전에 널 우연히 본 이후로 사랑에 빠졌다고 그랬나? 아. 며칠 전에 제 방에 들어온 사람이 있었다. 검은 머리에, 순박하게 생겼지만 동화에서만 나오던 그런 남자. 백마 탄 왕자님 같았던 그 사람은 커피를 들고 왔다. 세훈은 그 남자를 보고 놀라 저 쪽으로 숨었다. 아저씬 누구에요? - 나는, 수호라고 해. - 수호…… - 아마, 너도 초능력자일거야. …… 초능력자? - 아줌마. - 아줌마라니, 나 이래뵈도 아가씨다? - 그때 그 아저씨가 날 초능력자라고 했어요. - …… 수호 그 자식은 입만 더럽게 싸네. - 초능력자라면서, 전 왜 여기 있는 거죠? - 네가 저 쪽에 정체를 들키면 곤란해지거든. 현지는 밖을 보더니 교대할 시간이 되었다며 문고리를 잡았다. 너, 혹시…… - 그가, 너한테 옷을 벗어보라고 한 적은 있니. - 아뇨. - …… 그렇구나. 현지는 그대로 나가버렸다. 곧 열어놓은 창 밖에서 비둘기가 들어왔다. " 오늘도 오셨네요. " " 이런, 그냥 못 본척 해주면 안 되겠어? " " 못 본척 해드릴 테니까, 제 궁금증 좀 풀어주세요. " " 뭔데? 항상 말하지만 쓸데없는 건 거절한다. " " 전 무슨 존재일까요. " " 하아? " 비둘기가 곧 펑 소리를 내며 순간이동의 초능력을 가진 인간 카이의 모습으로 변했다. 카이 씨랑 아저씨는 절친한 사이라면서요. 제가 왜 여기 있는지는 알려주세요. " 그동안 잠잠하더니 또 누가 흔든거야? " " 누가 흔든 적은 없었어요. 그냥, 궁금해졌어요. " " 수호? " " 카이 씨도 수호 씨를 알아요? " " 그래, 수호 그 자식이라면 말할 수도 있었겠네. " " 카이 씨. 이 세상에는 제가 모르는 게 너무 많은 것 같아요. " 제가 언제부터 여기 있었는지도 기억나질 않아요. 동화책에서 보면 인어공주는 언니들도 많고 아는 사람도 많아요. 근데 전…… 아는 사람이라곤 고작 아저씨와 카이 씨, 수호 씨 그리고 아줌마에요. 그리고 제일 많이 봤던 아저씨는 이름조차 몰라요. 제가 왜 여기 있는지도 모르겠고, 답답해요. 곧 세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카이가 막을 새도 없이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다. 성의 꼭대기인 10층에서 뛰어내리는 건 아찔했다. 곧 카이가 순간이동으로 세훈을 아슬아슬하게 안아들었다. " 뭐하는 거야!!! " " 저, " " 너, 너 다쳤으면 어쩔 뻔 했어!!! " " 제 능력이 바람인가요? " 쿵. 세훈의 주위로 바람이 끊임없이 휘날렸다. 입고 있던 남방 소매를 붙잡은 세훈이 중얼였다. 멈춰. 거짓말처럼 바람이 멈추자, 세훈은 떨구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어떻게 해요, 이제. " 누굴 탓할 생각은 마요. " " 미쳤어? 찬열이 얼마나 널 소중하게 생각했는데! " " 찬열…… 아저씨의 이름인가요? " " 젠장! 되는 일이 없잖아! " 세훈은 곧 저만치에서 달려오는 마차를 보았다. 내린 이는, 화가 잔뜩 난 것 같은 한 남자였다. 네가 지금 제정신이야? 카이를 혼낸 남자는 곧 세훈의 머리에 무언가를 뿌리더니 옷도 깔끔한 수트로 갈아입히기 시작했다. " …… 이게, 무슨. " " 자업자득이지 뭐. 그동안 불이 이런 예쁜이를 숨겼을 줄은 몰랐는데? " " 저보다 훨씬 작으신 분이, 예쁜이라뇨. " 세훈의 머리는 어느새 금발로 변해있었다. 우리 예쁜이, 형이랑 갈까?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는 듯한 남자를 보던 세훈은 뒤로 돌아 카이를 응시했다. 카이는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세훈은, 순간적으로 섬뜩해졌다. ♥ 사실 칙칙폭폭 임시저장만 해놓으려고 했는데 뜬금없이 올려버렸어요... 그래서... 전에 써놓은 찬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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