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사랑을 전해 드리는, 여기는 푸른 밤입니다. - 세 번째 사랑 - 푸른 밤 종현입니다. 시작한다, 한솔아. 너도 빨리 들어. 알겠지? 다급히 전화를 끊으려는 내 말에 한솔이는 대충 '알겠어' 라고 대답을 했다. 어차피 안 들을 거면서 맨날 왜 알겠다고 한대. 사람과 사람이 좋은 인간관계로 발전을 하려면 5단계의 감정 변화를 겪어야 한다고 하는데요. 처음엔 당연히 첫인상에 대한 호감, 이게 있어야 되구요. 두 번째론 헤어질 때 다시 만나고 싶은 기대감과 세 번째는 그 사람을 알아가면서 생기는 공감, 그리고 스킨쉽과 체험을 통해 생기는 친밀감. 마지막으로는 서로에 대한 신뢰감이 있어야 그제서야 발전을 한다고 합니다. 사귀자. …어? 사귀자고. 네가 좋아. 한솔이와 나는 대학 캠퍼스에서 만났다. 그것도 미국 대학 캠퍼스에서.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나는 대학을 미국에서 다녔는데, 말이 안 통해 스스로 아싸를 자처하던 나에게 처음으로 먼저 다가와 준 사람이 한솔이었다. 전형적인 미국인처럼 생긴 한솔이는 사실 아버지가 한국 분이신 혼혈이었고, 그런 공통점으로 우리는 아주 조금 가까워졌다. 아주 조금. 그냥 지나가다 마주치면 가볍게 인사나 하는 정도? 근데 한솔이에겐 그게 그런 정도가 아니었나 보다. 한솔이와 학교에서 학식을 두 번 같이 먹고 따로 사적으로 처음 만나서 점심을 먹기로 한 날, 그날 한솔이는 저렇게 나한테 고백했다. 진심이야? 정말로? 응. 내가 진짜 좋아? 너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아했어. 그래서 너한테 먼저 말 건 거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내가 무슨 배짱으로 한솔이의 고백을 받아줬는지 모르겠다. 그때 당시에 한솔이에 대해 알았던 건 딱 이름, 나이, 전화번호였으니까. 그래도 저땐 저 고백이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었다. 이 다섯 단계를 거치고 나면 평생을 믿고 의지할 친구, 연인, 동료가 되는데 사실 대부분의 관계가 공감 단계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가끔은 드물게 친밀감 단계까지 가기도 하지만 마지막 단계인 신뢰감에서 상당히 큰 벽을 맞이합니다. 주위에 내 본 모습을 보여줄 사람들이 몇 없거든요. 나 세 달 뒤에 한국 가. …갑자기 왜? 갑자기 아니야. 전부터 계속 생각해왔던 건데, 타이밍을 못 잡아서 너한테는 말 못 했어. 미국에서 대학 다니면 뭔가 좀 더 나아질 줄 알았는데 한국보다 더하더라구. 그래서 그냥 자퇴하고 한국 가서 취직이나 하게. 그래도 영어는 네 덕분에 어느 정도 할 수 있으니까 어디든 한 군데는 붙겠지. 신뢰하면 또 나랑 최한솔이지. 한솔이랑 사귄 지 9달쯤 지났을 때였나. 한국과는 너무나 다른 미국 문화에 치이고 한국과는 너무나 다른 음식에도 치이고, 아무튼 여러 이유로 짧은 일 년간의 미국 생활은 청산하려고 할 때 나는 한솔이에게 이별을 고했다. 나 이제 한국 가면 너 영원히 못 볼 수도 있어. 알아. 그리고 롱디는 싫어. 나도 롱디 싫어. 헤어지자. 그것도 싫어. 어쩔 수 없잖아. 나도 한국으로 가면 되잖아. …어? 나도 너 따라서 한국 갈래. 나도 너 따라서 취직도 하고. 그러면 되는 거잖아. 그렇게 무작정 최한솔은 날 따라 한국으로 왔다. 진짜로 한솔이는 단지 나를 믿는다는 이유로 날 따라 한국으로 왔다. 그리고 한편으로는요, 그런 생각도 들어요. 나는 친밀감까지 갔는데 상대방은 호감조차 안 왔으면 어쩌나, 뭐 이런 생각들이요. 서로 같은 흐름으로 같은 단계에 있으면 참 좋겠는데 그것도 쉽지가 않네요. 버노니♡ 오늘은 진짜로 듣고 있어. 다섯 단계가 뭐 어쩌고 저쩌고. 오전 12:05 1 12월 19일, 오늘과 내일 사이. 여기는 푸른 밤이구요, 저는 푸른 밤의 종현입니다. 오전 12:06 뭐야? 웬일이래. 내가 전에 들으라고 할 땐 더럽게 말 안 듣더니. 버노니♡ 그냥, 심심해서. 오전 12:06 벌써 푸른 밤 청취자분들께 세 번째 사랑을 전해 드리게 되었어요. 시간이 진짜 빠르네요. 저번 주엔 제가 너무 급하게 제가 사연을 소개해 드려서 이번 주에는 특별히 앞 코너를 반으로 쪼개고 사연도 엄청 긴 사연으로 골랐어요. 오늘 우리 푸른 밤 청취자분들께 사랑을 전해주실 분이요, A4 용지 앞뒤로 꽉꽉 채워서 두 장의 분량을 보내주셨어요. 두 장을 한 쪽으로 줄이는 데 작가님들이 많이 고생을 하셨다고 해요. 어떤 사람이길래 저렇게 사연이 긴 거래. 둘 중에 하나겠지. 좋아하는 사람한테 까여서 질질 짜는 내용이거나, 아니면 지 남자친구 자랑하는 내용이거나. 기대했는데, 아쉽다. 나는 다시 핸드폰을 들어 한솔이에게 톡을 보냈다. 이거 끝까지 다 들을 거야?라디오 두시에 끝나.오전 12:48 우리 내일 일찍 만나기로 했잖아. 버노니♡ 얼마나 재밌길래 니가 하루도 안 빠지고 듣는지 한 번 보게. 오전 12:48 재밌는 게 문제가 아니고 일단 디제이부터가 발리는 거야.오전 12:49 너 이거 끝나면 후회한다. 진지하게.오전 12:50 내가 왜 들으라고 할 때 진작에 안 들었을까 이럴걸? ㅋㅋㅋ 당신의 사랑을 전해 드리는 푸른 밤에 처음으로 온 실명 사연입니다. 큰 용기를 내셨어요. 우리 김너봉 님의 사연, 빨리 듣고 싶으시죠? 우선 사연 듣기 전에 저는 보아의 Who Are You 띄어드리고 광고 듣고 온 후에 다시 찾아뵐게요. 버노니♡ 이거 너야?니 이름 나왔잖아 방금너지 너 맞지?서울 사는 김너봉 오전 12:51 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전 12:52 1 …망했다. 암호닉은 글에 따로 언급하지 않지만 감사하게 받고 있어요. 푸른 밤 시리즈는 아마 여섯 번째 사랑이 끝일 것 같아요. 항상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당신의 사랑을 전해 드리는, 여기는 푸른 밤입니다.
- 세 번째 사랑 -
푸른 밤 종현입니다.
시작한다, 한솔아. 너도 빨리 들어. 알겠지? 다급히 전화를 끊으려는 내 말에 한솔이는 대충 '알겠어' 라고 대답을 했다. 어차피 안 들을 거면서 맨날 왜 알겠다고 한대.
사람과 사람이 좋은 인간관계로 발전을 하려면 5단계의 감정 변화를 겪어야 한다고 하는데요. 처음엔 당연히 첫인상에 대한 호감, 이게 있어야 되구요. 두 번째론 헤어질 때 다시 만나고 싶은 기대감과 세 번째는 그 사람을 알아가면서 생기는 공감, 그리고 스킨쉽과 체험을 통해 생기는 친밀감. 마지막으로는 서로에 대한 신뢰감이 있어야 그제서야 발전을 한다고 합니다.
…어?
사귀자고. 네가 좋아.
한솔이와 나는 대학 캠퍼스에서 만났다. 그것도 미국 대학 캠퍼스에서.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나는 대학을 미국에서 다녔는데, 말이 안 통해 스스로 아싸를 자처하던 나에게 처음으로 먼저 다가와 준 사람이 한솔이었다. 전형적인 미국인처럼 생긴 한솔이는 사실 아버지가 한국 분이신 혼혈이었고, 그런 공통점으로 우리는 아주 조금 가까워졌다. 아주 조금. 그냥 지나가다 마주치면 가볍게 인사나 하는 정도? 근데 한솔이에겐 그게 그런 정도가 아니었나 보다. 한솔이와 학교에서 학식을 두 번 같이 먹고 따로 사적으로 처음 만나서 점심을 먹기로 한 날, 그날 한솔이는 저렇게 나한테 고백했다.
진심이야? 정말로?
응.
내가 진짜 좋아?
너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아했어. 그래서 너한테 먼저 말 건 거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내가 무슨 배짱으로 한솔이의 고백을 받아줬는지 모르겠다. 그때 당시에 한솔이에 대해 알았던 건 딱 이름, 나이, 전화번호였으니까. 그래도 저땐 저 고백이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었다.
이 다섯 단계를 거치고 나면 평생을 믿고 의지할 친구, 연인, 동료가 되는데 사실 대부분의 관계가 공감 단계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가끔은 드물게 친밀감 단계까지 가기도 하지만 마지막 단계인 신뢰감에서 상당히 큰 벽을 맞이합니다. 주위에 내 본 모습을 보여줄 사람들이 몇 없거든요.
나 세 달 뒤에 한국 가.
…갑자기 왜?
갑자기 아니야. 전부터 계속 생각해왔던 건데, 타이밍을 못 잡아서 너한테는 말 못 했어. 미국에서 대학 다니면 뭔가 좀 더 나아질 줄 알았는데 한국보다 더하더라구. 그래서 그냥 자퇴하고 한국 가서 취직이나 하게. 그래도 영어는 네 덕분에 어느 정도 할 수 있으니까 어디든 한 군데는 붙겠지.
신뢰하면 또 나랑 최한솔이지. 한솔이랑 사귄 지 9달쯤 지났을 때였나. 한국과는 너무나 다른 미국 문화에 치이고 한국과는 너무나 다른 음식에도 치이고, 아무튼 여러 이유로 짧은 일 년간의 미국 생활은 청산하려고 할 때 나는 한솔이에게 이별을 고했다.
나 이제 한국 가면 너 영원히 못 볼 수도 있어.
알아.
그리고 롱디는 싫어.
나도 롱디 싫어.
헤어지자.
그것도 싫어.
어쩔 수 없잖아.
나도 한국으로 가면 되잖아.
그렇게 무작정 최한솔은 날 따라 한국으로 왔다. 진짜로 한솔이는 단지 나를 믿는다는 이유로 날 따라 한국으로 왔다.
그리고 한편으로는요, 그런 생각도 들어요. 나는 친밀감까지 갔는데 상대방은 호감조차 안 왔으면 어쩌나, 뭐 이런 생각들이요. 서로 같은 흐름으로 같은 단계에 있으면 참 좋겠는데 그것도 쉽지가 않네요.
버노니♡
오늘은 진짜로 듣고 있어. 다섯 단계가 뭐 어쩌고 저쩌고. 오전 12:05 1
12월 19일, 오늘과 내일 사이. 여기는 푸른 밤이구요, 저는 푸른 밤의 종현입니다.
오전 12:06 뭐야? 웬일이래. 내가 전에 들으라고 할 땐 더럽게 말 안 듣더니.
그냥, 심심해서. 오전 12:06
벌써 푸른 밤 청취자분들께 세 번째 사랑을 전해 드리게 되었어요. 시간이 진짜 빠르네요. 저번 주엔 제가 너무 급하게 제가 사연을 소개해 드려서 이번 주에는 특별히 앞 코너를 반으로 쪼개고 사연도 엄청 긴 사연으로 골랐어요. 오늘 우리 푸른 밤 청취자분들께 사랑을 전해주실 분이요, A4 용지 앞뒤로 꽉꽉 채워서 두 장의 분량을 보내주셨어요. 두 장을 한 쪽으로 줄이는 데 작가님들이 많이 고생을 하셨다고 해요.
어떤 사람이길래 저렇게 사연이 긴 거래. 둘 중에 하나겠지. 좋아하는 사람한테 까여서 질질 짜는 내용이거나, 아니면 지 남자친구 자랑하는 내용이거나. 기대했는데, 아쉽다. 나는 다시 핸드폰을 들어 한솔이에게 톡을 보냈다.
이거 끝까지 다 들을 거야?
라디오 두시에 끝나.
오전 12:48 우리 내일 일찍 만나기로 했잖아.
얼마나 재밌길래 니가 하루도 안 빠지고 듣는지 한 번 보게. 오전 12:48
재밌는 게 문제가 아니고 일단 디제이부터가 발리는 거야.
오전 12:49 너 이거 끝나면 후회한다. 진지하게.
오전 12:50 내가 왜 들으라고 할 때 진작에 안 들었을까 이럴걸? ㅋㅋㅋ
당신의 사랑을 전해 드리는 푸른 밤에 처음으로 온 실명 사연입니다. 큰 용기를 내셨어요. 우리 김너봉 님의 사연, 빨리 듣고 싶으시죠? 우선 사연 듣기 전에 저는 보아의 Who Are You 띄어드리고 광고 듣고 온 후에 다시 찾아뵐게요.
이거 너야?
니 이름 나왔잖아 방금
너지
너 맞지?
서울 사는 김너봉 오전 12:51 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전 12:52 1
…망했다.
암호닉은 글에 따로 언급하지 않지만 감사하게 받고 있어요.
푸른 밤 시리즈는 아마 여섯 번째 사랑이 끝일 것 같아요.
항상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