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수야."
성열과의 대화를 마치고, 사진전 준비를 위해 자신의 스튜디오에 도착한 성종은 회의실에서 스튜디오 직원과 컨셉에대해서 상의를 하고있는 명수를 조용히불렀다. 잠시만요-. 스튜디오 직원에게 살짝 웃어보인뒤 회의실을 나온 명수는 성종의 알수없는표정에 덩달아 표정을 굳혔다.
"…그렇게 안하겠다고 잡아때더니, 해주는거지? 내 데뷔 사진전 메인모델." "나도 언제까지 이러고 살순없잔냐…, 성열이가 돌아올때를 대비해서 나도 준비 좀 해둬야지." 그래…. 평소와는 달리 쓰게 웃어보인 성종이 아직은 자신이 성열을 만났다는것을 명수에게 얘기하면 안될것같다라고 생각했다. 안그래도 위태위태한데 여기서 자신이 성열을 만났다고 말하면, 명수는 아마 겨우겨우 버티던 절벽에서 떨어져버릴것같았다. 왠지 그랬다, 기분이…. 아, 사진전컨셉 알려줄께! 미현씨가 설명하는것보다는 내가 설명해주는게 더 나을거야. 성종은 혹시라도 명수가 자신이 무슨일이있었다는것을 눈치챌까봐, 사진전컨셉을 알려주겠다며 스튜디오안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로 명수를 이끌었다.
"이번 사진전 컨셉은 바람이라는 주제로 가게될꺼야." "바람..?"
"바람은 우리가 상식적으로아는 기압의 변화 또는 사람이나 기계에 의하여 일어나는 공기의 움직임이란 사전적 뜻이있고, 또 하나는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을 뜻해."
"……."
"나도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면서, 성열이형과 너 사이에 있었던일과 감정을 최대한 사진에 넣어서 표현해보려고."
"…무슨, 말이야?"
"이해력 딸리긴, 이번 사진전컨셉인 바람은 바로 너랑 성열이형을 뜻한다고."
이성열을 만나길 원하는 간절한 명수의 바람. 그리고 너에게도 기적이 일어나길바라는 나의 간절한바람. 성열이형 꼭 오겠지..? 그렇게 컨셉과 여러가지것들에 대해 설명을끝낸 성종은, 속으로 바람이라는 두글자를 되새기며, 명수와 함께 첫촬영을하러 인근 바닷가로 이동했다.
* * *
"성열아, 네가 나대신 원장님께 항의좀해줘! 도대체 남자란 이유로 수간호사를 시켜줄수없다는것은 어느나라 법인데?!! 내가 여기서 몇 년을 환자분들을 위해 몸바쳐 살았는데!!"
성열이 호원과의 대화를 마치고 한층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병원으로들어서는 순간, 갑자기 들이닥치는 성규덕분에 간이 쪼그라드는 기분을 느꼈다. 어휴, 성규형도 참. 왜 여기서 이러고있어요-, 사람간떨어지게. "지금 그게 문제가아니야! 왜 남자는 수간……." "어휴, 알았어요! 내가 엄마한테 얘기해볼께요! 진짜 시끄러워 죽겠네-."
진짜? 약속했다! 나중에 내빼면 죽어! 신신당부를 한 성규가 기쁜얼굴로 히죽히죽웃었다. 성열은 성규를보며 할아버지들이 철없는 손주를보는것처럼 혀를 쯧쯧차다가 무언가생각났다는듯이 아!하고 탄성을 내질렀다. "형, 사진찍는거에 취미있다했죠?" "엉, 그건 왜?"
"혹시 이때 시간 괜찮으시면 보러가실래요? 전 시간이 안될꺼같아서…."
성열은 성규에게 시간이 괜찮으면 보라며 아까 성종에게 받은 사진전티켓을 내밀었다. 성규는 진짜?!! 어디어디? 하며 성열이 내민 티켓을 받아들어 보더니, 아쉬운표정으로 이미 애인에게 받은 티켓이라며 다시 돌려줬다. 성열은 성규가 다시 자신의 손에 쥐어준 티켓을 바라보았다. 겁쟁이, 아직 명수를 보기엔 자신이 너무 겁쟁이였다. 그리고…,
[행복해질때 되지않았냐…, 미래를 생각하지말고 현재를 좀 생각해봐.]
[이거 알아둬라, 성열아.. 현재를 생각하지않는 이상, 너에게 미래는 오지않아. 이 지긋지긋한 3년동안의 제자리걸음…, 이제 좀 끝내라.] 성열은 아까, 호원이 한 말을 다시 떠올렸다. 호원아 내가 가는게 행복해지는 길이아니야.. 나같은애가 명수에게 다시 돌아가면, 맨날 명수에게 상처들만주는 걸림돌만 될뿐이야. 난 말이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에겐 미래가 없는것같아. 그저, 현실이 답일뿐이고. 나는 평생 제자리걸음을 할수밖에없는…, 그런 존재야. 이게 내가 결정한 나의 마음이야.
"성열아!! 이성열!!" "…네?" "너 이상해. 몇번을 불러도 멍하고.. 무슨 생각을 그렇게해?"
"아무 생각도요…."
거짓말, 너 울고있어. 지금. 성규의 말에 성열은 황급히 손을 얼굴에 갖다대었다. 정말 울었네…. 성열은 허탈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 "너무 깊게 생각하지마, 결국엔 제일 먼저 떠오르는게 답이니깐." 그리고, 사내새끼가 질질짜고그러냐-. 울지말고, 형 일있어서 먼저가볼께! 안녕! 성규는 성열에게 울지말라는듯 환하게 웃어보인뒤, 정말 급한일이있는듯 간호사실로 뛰어들어갔다.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성규가 뛰어간 쪽을 멍하니 바라보던 성열은 병원 로비에 있는 의자에 앉아 성규가 해준 말을 곰곰히 생각해봤다. 결국엔 제일 먼저 떠오르는게 답이라…. 그렇다면 나에대한 답은, 김명수가 보고싶다..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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