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
Triple
W. BOHEMIAN HEAL
불가근불가원, [명사] 가까히 할 수도 멀리 할 수도 없음.
0.5: Merry Christmas
***
인간은 언제나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남극 한가운데 불을 지펴도 곧 날선 바람에 휘감겨 자취를 감춰버리는 것처럼, 세상은 빙판인데 나혼자 한결같이 따뜻할 수가 없지 않는가. 하루 먹고 이틀 먹어 자고 몸을 일으키면 어느순간 뒤를 돌았을때 그림자는 자라있을거라 한들, 매일이 커다란 시장통이고 전쟁판이니 날선 바람에 눈 감을 수 밖에. 그렇게 또 일년을 보낼 준비를 하고 있었고 연말로 다가오는 순간 눈을 뜨는 것조차 힘겨워 할 시간 없이 바빠지고 있었다.
"한 시간만!! 아니 삼십분만 끌어줘, 이번에 걸리면 아주 가만둘 거 같지가 않다고!!"
- "그러게 새벽까지 맥주캔 들고 거실 활보하긴 왜 활보를 해? 지금 어딘데, 많이 늦어?"
"지금 주ㅊ, 아아악!!!! 차키!!!"
오전 급히 잡힌 회의까지 약 삼십 오분 사십 이초의 촉박한 시간을 두고 아등바등 출근준비를 하며 먼저 출근한 김민규에게 시간을 끌어달라 애절히 매달려도 그는 어쩔수 없다는 듯 차키를 두고온 나의 절박한 비명에 안전운전이나 하라며 위로아닌 위로를 건넸다. 그런 심심한 저승길 위로 따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오전 회의 참석여부가 내 눈에 가장 중요했고 불참석 시 꼭 미래를 볼 수 없어도 삼분의 이정도 만들어지는 한 편의 느와르에 무조건적으로 계단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평소보다 더한 출근전쟁에서 시간은 속절없이 달렸고 전화는 이제 시작임을 알리며 불같이 울리며 차 안을 메웠다. 돌아버리겠네, 연말 시즌 인력부족과 안전 문제로 가장 민감한 이 상황에 술도 덜 깬 상태에 옷이라도 제대로 끼워 입었다면 그나마 다행일테니, 빨간 신호등의 불이 채워지는 틈새마다 가방을 헤집에 립스틱을 찾고 머리칼을 대충 정리하며 다리를 동동 떨던 차, 다시 울리는 김민규의 전화에 손을 뻗었다.
"어디야 이 기집애야!!!"
"야 나 진짜, 오늘 늦을 거 같아. 부장님한테 말 좀 잘 해줘라 응? 제발, 민규야 그나마 네 얘긴 듣잖아"
"술 먹고 뻗었다가 일곱시 반은 훌쩍 넘어서 일어났는데 두개골이 깨지기 일보직전이라 좀 더 잠들었다 대충 준비하고 주차장으로 튀어 나왔는데 차키를 두고 와서 늦습니다, 이렇게 말하련? 오늘부터 배치 바뀐다고 밑보여서 괜히 패션쇼나 콘서트쪽으로 지정 받기 싫다는 기집애가 어제 전화 끄고 세시까지 술을 마셔?"
"아 네가 조금만 마시라 해서 조금 마셨거든?!"
"그 거짓말을 또 믿으면 내가 등신이지, 이찬한테 전화 가기 전에 빨랑 불어. 어차피 불참석 확정이니까"
"아니 많이 안마셔ㅆ.."
데시벨 최고점을 찍기 일보직전으로 목소리르를 올리고 아침 댓바람부터 티격태격에 열불나 옆에 두었던 전화기를 집으려 오른쪽 팔을 뻗은 순간 거친 파열음과 함께 앞으로 몸이 강한 충격과 함께 쏠렸다.
"..야 김민규"
-"왜, 뭐야. 사고났어? 무슨 소리야 방금"
"...벤틀리 수리값 견적 좀 내봐"
-"부장 출근했다. 병가를 내든 조퇴를 하든 출근은 해야 하는 거 알지? 끊는다"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새끼.. 부장 출근으로 전화를 홀랑 끊어 버린 김민규를 오징에 질겅이듯 씹다 연기 자욱한 시야에 약 삼분간의 고심 끝에 차 문을 열었다.
벤틀리 플라잉 스퍼 최신작, 2016년형. 평생의 월급을 다 받쳐 모아도 겨우 직장 가진 그나마도 눈칫밥 넉넉히 먹은 세월 단숨에 날리고 짤리기 일보직전인 5포세대에게 가능한 존재이긴 할런지. 보기 좋게 찌그러지고 깨어진 범퍼와 후반 부분 자체가 가속도의 결과를 참담히 무언의 상태로 알렸고 수리비용과 처리법칙을 모두 머릿 속에서 완수하고 상대의 얼굴을 확인키도 전 다시 전화가 울렸다.
- "또 불참이야?! 네가 부장할거야?!! 오늘은 나오라고 내가 이주 전부터 누누히 너에게 직접 찾아가 말했건만 상사는 봉이야?!"
"아 부장님, 최대한 빨리 ㄱ..."
-"닥쳐! 상황실 한실장 오기 전까지 너 안오면 지정이고 뭐고, 너 내가 인적이고 법적이고 뭐고 직접 자른다. 알았어?!!"
변명의 여지 없이 기관총을 쏴대는 부장의 협박에 다급해진 마음은 쉽사리 진정을 시킬 수가 없었다. 그의 강압적인 전화가 끊기고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을 차 어깨를 톡톡 두드리는 손가락의 기척에 고개를 들었을때 보인 것은 김민규만한, 키에 넥타이를 손에 쥔 한 남자였다. 뒷목을 부여잡고 시린 도로 위를 구르는 진상이 아닌터라 약간의 안도감이 돌았지만 이내 그 안도감을 덮치는 나의 앞날에 안쪽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남자의 손에 쥐어주었다.
"뭡니까?"
"제가 지금 정말 굉장히 급한 일이 있어서, 지금 안가면 저 밥줄 끊겨서 수리비 처리하는데 정말 오래 걸릴 것 같아요. 보험사 연락하고 청구비용 이 번호로 연락해주세요. 죄송합니다!"
그가 나를 잡기도 전에, 보험사에 연락을 먼저 취하기도 전에, 허리를 대충 숙이곤 라이트가 깨진 앞부분을 살필 새도 없이 다시 시동을 걸었다. 단번에 파악 어려운 오묘한 표정의 남자를 나의 차와 같이 살필 새 없이 말이다.
-Triple-
<작가의 말>
메리크리스마스 입니다. 복숭아의 거의 결말만 한 2화 정도 남겨둔 상태에 에서 여려분들께 작은 선물로 그 다음 연재작을 살짝보여드리기로 결정하고 이렇게 왔습니다. 보다시피 남주는 연재 시작후 독자님들의 상상력과 추리력으로 찾을 수 있게 등장하는 비중 있는 인물들은 비스한 분량을 가지고 나오게 될 거 같아요. 짧기에 0.5로 찾아 봽게 되었지만 다음에 복숭아가 끝나면 본격적인 로맨티코미디로 찾아올 예정이니 조금만 기대를 아주 약간 가지고 기다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시길 빌며 Merry Christm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