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와 bgm들은 모두 글의 복선입니다, 주의해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복숭아
W. Bohemian Heal
"권순영"
"왜"
"그냥"
"아 이 기집애가..."
"다시 잠들어 버려. 빨리"
"ㅇㅇㅇ"
"오야"
"너 저번에 최승철이랑 둘이 걸으면서 무슨 애기 했냐"
"그게 왜 궁금한데"
"글쎄"
밤 늦게 추운 겨울공기에 손을 주머니에 속 넣고 걷는 거리, 곧 눈이 내릴 날씨였다. 부모님의 결혼기념일 선물을 고르려 너와 나온 거리는 한파에도 불구하고 수 많은 사람들로 채워져 온통 혼잡스러웠다. 늦은 밤을 유독 사랑하는 그녀의 들뜬 모습이란, 내 입가에 미소를 피울 수 밖에 없는 그런 아름다움이었다.
질문에 얼버무리며 흐물하게 끝이 아닌 끝을 맺어버린 뒤 그녀는 다시 제모습으로 돌아와 거리를 나돌았고 내 마음 역시 너를 보고 온몸을 울릴 듯 나돌았다.
07: 연관관계, 첫 사랑의 정의
***
그의 사과에 관계는 온화해졌다. 매번 치고박고 화해하는 건 일상의 한 조각이었을 뿐, 그리 큰 비율을 차지 하지 않았기에. 약간 마음에 턱턱히 걸려 남아있는 거라곤 사과와 더불어 권순영은 나를 꽉 안아주었다는 것. 한창 사탕 물고 꼬집어 엉엉 울던 꼬마시절 엄마는 우리가 다투고 나서 항상 화해의 마무리를 포옹으로 마무리시키셨다, 물론 머리가 자라고 중학교에 입학 후에는 사라졌지만 말이다. 그리 권순영에게 안기고 당연히 정강이를 걷어차던 나였지만 그날따라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는 사실은 내가 그를 이제 정말 다르게 느낌을 정확히 알아버렸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그를 좋아하고 있었다.
"그래서 화해 한 거야?"
"엉"
"잘했네"
엷은 종이만 찢긴 딸기우유와 씨름하며 대강 고개를 끄덕이니 그는 잘했다며 손을 뻗어 딸기우유를 따주곤 내게 내밀었다. 만두를 양 볼에 넣고 달려오는 부승관과 호빵을 양 손에 들고 달려오는 이석민의 목소리에 귀가 따가워질즘 최승철은 우리 앞에 놓여진 과자 한 조각을 급히 내 입에 넣어 물리고 꺼지라며 손을 휘저었다.
"아 그거 아니고!! 시발, 지금 권순영 싸워. 어떡해 좀 해봐, 미친새끼"
이건 또 무슨 이야기인지, 자리를 박차 최승철과 달려가니 뒤집어진 책상과 부서진 의자 그리고 매서움이 가득한 네가 보였다. 입가에 베어 나오는 붉은 혈액, 턱선을 타고 흐르는 진득함. 대체 어떻게 싸우면 저정도로 망가져있는 건지 움찔 놀라 입을 막고 그에게 다가서려 발을 떼자 최승철은 급히 내 손목을 쥐어 나를 저의 뒤로 숨기곤 말했다.
"움직이지마. 다쳐"
다시 주먹질을 하려는 듯 멱살을 쥔 권순영에게 이내 달려간 최승철은 권순영을 막았다. 그제서야 몇몇의 학생들은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최승철은 권순영을 데리고 교실을 나가버렸다. 권순영에게 안겼을 그 순간과 비교불가하게 심장이 미치도록 뛰기 시작했다, 뒤늦게 교실로 들이닥친 학주의 목소리로 번뜩 트인 정신, 엎어져있던 권순영의 책상을 제자리로 돌려두고 떨어진 그의 물건들을 가방에 넣은 뒤 곧장 보건실로 뛰기 시작했다.
"아파 이 새끼야"
"참어, 참어 새끼야"
"야 이 개망나니새끼야!!!!!!!!"
"오 마이 갓"
치료를 했는 지 군데군데 생채기가 일고, 붙여진 반창코. 피떡이 되어 있는 모습에 거침없이 등짝을 때리기 시작했다. 이 스파이크 파워는 인정하기 싫지만 우리 ㅇ여사를 물려받은 듯, 찰싹 찰싹 때리자 미안하다며 내 양 손목을 쥐고 울상 짓는 권순영에 더 이상 큰 소리를 칠 수는 없었지만 분은 가라앉지 않았다. 얼마나 처맞으면 이런 얼굴이 되어버리는 건지, 보건선생님이 쥐어준 반창코 몇 개 주머니에 대충 쑤셔 넣고 최승철과 권순영 사이에서 걷던 차 멀리서 부승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기아야아아아ㅏㅏ아아!!!!!!!!!!"
"하 신발...."
"왜 싸웠어, 왜 왜 왜!!!"
"...갑자기 아프지도 않던 머리가 존나 아프다"
앙탈도 아닌 앙탈을 부려가며 권순영의 가슴팍을 퍽퍽 쳐대는 부승관에 권순영은 질린다는 듯 한숨을 쉬었고 최승철과 나는 동시적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돌렸다. 부승관을 밀치고 들어선 교실은 다시끔 활기차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 후 그에게 몇번씩이나 다툼의 이유를 물었지만 그는 입을 꾹 다문 채 말하지 않았다. 일이 커질까 걱정했던 싸움은 생각보다 빠르게 수면 아래로 잠식되었고 권순영은 수업 내내 책상에 엎드려 잠들어 있었다. 가끔 고개를 움직일땐 상처가 쓰라린지 미간을 찌푸렸다 풀어내었다.
"미친놈아 밥 먹어"
"아 입 맛 없어"
"농구하자. 권순영"
"콜"
나니? 한참을 퍼질러 자던 권순영은 입맛 없다며 손을 휘휘 저어버리곤 농구공을 들이민 최승철에 자리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이 새끼 보소... 입가를 매만지고 밥 먹으러 가라며 정리된 서랍에서 초콜릿봉지를 던지는 권순영에 대강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초콜릿 봉지를 뜯으려 애써 창 밖을 차마 보지 못했다, 천천히 보송한 솜들이 뿌려지기 시작한 밖을.
도통 시끄러움이 잦아들지 않는 부승관과 이석민에 결국 수북히 남은 제육볶음을 양보하고 급식실을 빠져 나와 초콜릿을 입에 물자 달콤함이 목 끝까지 천천히 퍼져나갔다, 그리고 별로 먹지도 않았건만 속이 답답해 툭툭 두들기니 승완은 소화제를 받아오겠다며 떠나고 남은 운동장. 그제서야 머리 위에 소복소복 쌓이는 것이 첫 눈임을 이제서야 알아채 일년만에 찾아온 눈을 조금이라도 맞아볼 양으로 운동장을 걷다보니 아마 비가 오고 천둥이 쳐도 농구공을 붙잡고 있을 두 사람이 보였다.
"권순영!!!!"
춥지도 않나봐, 어느새 교복마이와 조끼를 벗어던진 최승철과 셔츠 단추까지 풀러낸 권순영에 보기만 해도 몸이 덜덜 떨릴 지경이였다. 저러다 감기 걸리면 아마 ㅇ여사는 전복죽을 끓이시겠지, 그럼 죽은 내 몫이겠지. 결말은 ㅇ여사에게 처맞겠지, 음 시발? 별로 좋은 결말은 아니고만. 추워 당장 히터 빵빵 교실 내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철 없는 두 사람에게 적어도 교복 마이는 던져줘야 할 듯 해 그들에게 다가가자 어느새 내기가 끝났는지 살짝 땀에 머릿결이 젖은 채 스탠드 밑으로 달려오는 그들이였다.
"안 추워? 감기 걸려 빨리 입어"
"방금 뛰었는데 더워 죽겠다. 감기는 네가 걸리겠네. 누가 지금 날씨가 이모양인데 이꼴로 돌아다니냐?"
지나 걱정하지, 권순영은 가디건만 걸친 나에 양 손을 내 볼에 감싸고 흔들었다. "흐즈믈르고, 으 시키야" 발음이 뭉개져 그의 팔을 치워내니 권순영은 오랜만에 웃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론 찢어진 입가 때문인지 금방 미소를 지우긴 했지만. 한참 그와 장난을 치다 영 말이 없는 최승철에 돌아보니 나를 바라보던 그의 시선과 딱 마주쳤고, 그는 살짝 웃으며 어깨 위로 올라탄 눈송이들을 털어낸 뒤 얼어버린 손을 잡고 이끌었다.
"추워, 손 얼어버린 거 봐. 들어가지?"
"그래"
이들과 함께 교실로 들어와 야자가 없는 날이며 첫 눈이 내리니 학교가 마치는대로 놀라가자는 부승관의 제안에 고갤 끄덕였다. 노래방 영화관을 포함한 수많은 장소가 대화 내에서 주거니받거니 오갔지만 정해진 곳은 남산이였다. 이 추위에 왜 남산에 가냐며 툴툴 거리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들 역시 여직 열아홉이었기에.
***
"와 눈 꽤 오네"
"이 눈 그치면 언제 또 오려나"
"글쎄"
케이블카를 기다리는 동안 눈은 천천히 쉬지 않고 내렸다. 하늘은 어느새 흑색으로 온전히 바뀌었고 꽤 예쁜 풍경 한 폭에 넋을 놓으니 이 놈 추위 잊혀질만도 하건만, 추위는 강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좀 더 위로 향하며 걷는 새 오르막은 첫눈을 함께 맞으려는 연인들 넘쳐 났고, 부승관과 이석민은 서로 팔짱을 끼고 벌써 저만치 투탁거리며 걸어버린지 오래였다. 갑작스럽게 정해 온 장소였고, 첫눈의 소식을 듣지 못해 교복을 걸친 나는 당연히 한파가 달갑지 못했다.
"아 추워 추워 추워"
"하고 있어"
"어 정말? 딴소리 없기"
끝자락에 다다라 남산의 묘미는 "자물쇠"가 아닌가, 자물쇠를 사는 김에 내부로 좀 들어가 몸 좀 녹일양 발걸음을 옮기니 뒤따라 오던 최승철은 내 목에 흰 목도리를 둘둘 말아 주었다.
"저거 올라프다, 올라프. 야 최승철 가뜩이나 팔다리 짧고 얼굴만 넙대대한 애한테 흰 목도리를 주면 어떡함, 진짜 싱크로율 100%잖앜ㅋㅋ"
"1절만 해라"
"그럼 난 엘사? 어때?"
"......오르막에서 굴러 내려가본 적 없지, 격하게 한번 경험시켜줘?"
따뜻하게 목을 감싼 목도리에 얼굴을 부비다 '올라프'를 언급해주는 부석들. 정말 이 낭만적 공간에서까지 찬 물을 들이붓는 두 사람을 무시한 채 내부로 들어와 자물쇠를 골라 구입한 뒤 펜을 꺼내들었다. 십구년 인생 처음의 자물쇠인데, 뭔가 추억으로 행복히 남길만한 문구를 연속 구상하다 첫눈이 내리니 저 역시 문구를 쓰겠다며 자물쇠를 고르고 있는 권순영이 보였다.
"이게 그렇게 중요해?"
"당연하지. 추억으로 남잖아, 내 마지막 학창시절에 흔적일텐데"
"거기에 난 없겠네. 난 쭉 볼테니까"
"장담해?"
"당연하지, 여기 다시 나랑 안 올 생각이야?"
"연인들끼리 오는 곳에 또 니네랑 오자고?"
"아니 나랑만"
뭔 소리래.. 내 어깨에 고갤 올리고 자물쇠를 훔쳐보는 최승철을 막무가내로 밀어낸 뒤, 작은 글씨로 몇 자 새긴 뒤 재빠르게 주머니 안으로 집어넣고 최승철에게 달려가니 그역시 자물쇠를 흔들어보였다. 권순영은 어디로 간 건지, 말 없이 사라져. 다시 밖으로 나와 빽빽하게 자물쇠로 찬 공간 속 빈 곳을 한참을 찾아해매어 겨우 밀어넣고 열쇠로 잠근 뒤 열쇠를 통안으로 집어넣었다. 나중에 오면 찾을 수나 있을런지, 나만 아는 나의 고백을 왠지 다시 돌아올 그쯤은 찾을 이유 없이 이루어져 있기를 날도 날임에 바라지 않았다는 건 거짓말이었다. 어쩌면 좀 더 간절 했을지도
야경을 보고 다시 내려온 길, 케이블카로 내려오긴 그 시간조차 아쉬어 함께 걷는 길에서 몇마디 없던 권순영은 내게 말했다.
"초콜릿 잘 먹었냐"
"어, 완전 꿀맛"
"그거 ㅁㅁㅁ이 준 거야"
내가 마음에 담은 이에게 선물을 했다는 말에 놀라지 않을 이는 어디있고 침착할 이는 어디 있으랴, 담담한 권순영에 주머니에 넣은 손을 말아 쥔 채 대강 고개를 끄덕이니 옆에서 듣고 부승관은 물었다.
"설마 고백?"
"어, 고백. 첫눈 내린다잖아"
이 말을 꺼낸 너의 심리는 대체 무엇이였는지.
대부분 이 상황에는 답이 궁금하다던데 자리에서 귀를 막아버리고 싶었다. 그게 긍정적 답이라면 듣기 싫은 정도가 아니였으니, 늦게 깨달아버린 내 마음은 생각보다 깊었던 모양이었다. 최승철이 매어준 목도리에 좀 더 얼굴을 묻고 앞질러 걸으니, 여직 많은 주위 사람들에 소리가 묻히니 그의 목소리는 귓가에서 멀어졌다.
"같이 가, 너 이러다 넘어진다"
나의 팔을 붙잡은 너. 그리고 나의 학창시절의 마지막,
누군가는 멀어지고 있었고 나도 모르는 새에 누군가는 미치도록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으며 나는 방황하고 있었다. 첫눈이 내리고 있는 이 밤, 이 복잡한 사실은 선명하다 못해 자국까지 생길지언정 외면함에도 흐릿해지진 않았다.
What do I say We didn’t have to play no games
I should've took that chance I should've asked for u to stay
And it gets me down the unsaid words that still remain
- f(x) Goodby summ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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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항상 받습니다♥ 복숭아 연재 후 번외 이메일로 보내드릴 예정이므로 많은 신청 부탁드립니다.
사람 정신이 오락가락 하니 글도 예쁘지가 않네요..허허... 많은 분들이 그토록 응원을 해주셨건만....
그래도 여러분들 응원에 힘입어 평일에 달려왔습니다. 티켓팅 한 여러분, 차마 사정으로 인해 하지 못하신 여러분 모두 수고했습니다, 오늘도.
사랑해요 굿밤. 언제가 될 진 모르겠지만 다시 찾아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