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오묘한 사이였다. 모르는 사람이 봤을땐 가까운친구, 주변인들이 봤을땐 연인, 서로 봤을땐...정확히 뭐라고 단정지을수없는 사이였다. 친구에요? 라고 물으면 눈치가 보여 일단 그렇다고는 하지만 나중에 가서 찝찝하게 신경쓰이는 점이나, 내가 마시던 음료수를 건네받아 자연스레 입을 대고 마시는 모습을 볼때의 간지러움 같은거. 그런것들을 정리해줄 무언가가 없었다. 그냥 박찬열이랑 변백현. 그게 관계의 완성이었다.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그날밤은. 왠지모르게 무슨일이 일어날것같았고, 무슨일이 일어나야만 할듯싶었다. 말로 정의할수없는 우리 사이에 바람이 일것같았다. 모래바람이건 봄바람이건 무엇이던 불어올듯싶었다. 후, 하고 오묘한 사이에 바람을.
어디서 온건지도 언제 온건지도 모를 이 기분좋은 마음을 비춰보인건 다름아닌 너였다.
바람과 어울리는 이 밤에. 올려다본 하늘이 맑개 갠 밤이었다. 그 밤을 걷고있는걸 슬쩍 훔쳐본 옆모습이 당연하게 멋있어서. 멋진 네가 나에겐 어떤사람인지. 오늘도 우리가 어떤사이인지 고민하던 일상적인 밤.
그런 밤을 잊지못할 밤으로 만든 능력좋은 박찬열은 평소처럼 꼬맹이 밤길에 혼자가다가 누가 잡아가면 책임져야하니까 데려다준다며 우리집까지 밤을 가르며 가고있었다. 뚜벅뚜벅 발걸음이 든든했다. 이렇게 당연하게 날 지켜주는 너를 어떡해야 좋을까. 마침 그생각을 하고있었다. 변하는 바람을 알게되던 밤에. 우리집 건물까지 나란히 와서는 또 평소처럼 계단도 같이 걸어올라가고 있었다. 그때부터 일렁이는 바람이 불어왔다. 한계단 한계단을 밟는 신발이 우뚝 멈춰서서 불어온 바람은 마음속까지 번져왔다.
"변백현."
그 목소리부터 느껴졌다. 평소와같은 계단, 평소와같은 발걸음, 그것들과 대조되는 평소와 다른 바람. 나한테 고백해줬으면 좋겠다. 하는 바람.
같은 칸의 계단에서 날 내려다보는 눈빛은 정말 달랐다. 장난기 가득하다가도 어느순간 까마득하게 아련해지던 눈빛이 지금은 그저 깊고 또 깊었다. 빨려들어갈것만 같았다. 그 눈빛이 내 허리를 단단히 감쌌고 그대로 끌어당겨 입을 맞췄다.
생각지도 못한 달달한 숨이었다. 친구에게서 느낄순 없는 바람. 막연히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것들과는 달랐다. 현실의 키스는, 눈앞의 박찬열은, 희미한 상상보다 훨씬 또렷했고 훨씬 사랑스러웠다. 이따금씩 찬열이를 보고있노라면 머리를 혹은 볼을 쓰다듬어 주고싶을때가 있었다. 그땐 평소와 다르지않았다. 그래서 머리에 손조차도 대보지 못한적도 있었지만, 오늘은. 오늘은 우리의 사이가 보통때와는 다른날이었다. 마주댄 입술이 간지럽게 부벼질때면 방방뜨는듯한 기분은 절대 익숙한것이 아니었다. 오늘밤은 낯선날이었다. 불편하지않은 낯선밤. 그렇게 살랑살랑 부는 너와 나의 바람을 타고서 내 손은 너의 볼을 쓰다듬었다. 뜨거웠다. 네 아랫입술처럼. 가슴께부터 쭉 귀까지 전해져오는 열때문인건지 나조차도 뜨거웠다. 간간히 느껴지는 옅은 쓸림이 감은 눈을 더 뜨지못하게했다. 감촉이 좋았다. 멜로 로맨스영화의 한장면처럼 입술이 부르트도록 격정적인 키스는 아니었지만 살면서 했던 수많은 일들중에 손꼽을 정도로 가슴이 뛰었다는건 우리의 마음만큼은 어른들의 것 만큼이나 진득하기는 했다는 말이었다. 큰 움직임도 없었기에 어설프게 멋진 배우들을 따라해보려다 실수로 이가 덜컥 부딪히는 일또한 없었다. 그들과는 달랐다. 보통때와는 달랐다.
입술이 떨어지자마자, 미칠듯이 깊은 눈으로 나를 보는 내 사랑은 이제 사랑이란 말이 어울릴만큼 떨리는 바람에 잘어우러졌다. 방금 나누던 그 달콤한 숨이 좋아서, 여전히 내 허리를 감싼 커다란 손이 너무 좋아서 웃음이 나왔다. 헤벌쭉 웃는 내 모습을 보고 달라진 찬열이가 좁힌건 이도저도 아니던 박찬열과 변백현의 관계였다. 나를 보는 예쁜 눈을 어쩌면 좋을지 고민했던게 밤하늘의 별만큼, 내게 장난을 치는 개구진 손을 꼭잡고 손가락을 쓰다듬고 싶어서 표정만 살펴본게 바다의 물결만큼. 이제 모두 결실이 되어 돌아왔다. 짜릿한 입맞춤과 멋진 눈빛이 다 나를 위한것이었다.
우리의 사이는 이렇게 변했다. 이번엔 내가 네 목뒤로 손을 둘러 다시 입술을 찾아 물면. 내이름을 부르고 내 허리를 감싸 안아주는 멋진 입술이 나에 의해 가려지고 멋진 손이 바들바들 떨면서 내 뒷통수로 올라와 힘을 잔뜩 주어 나를 끌어당기면. 말캉말캉한 입술이 더 진하게 붙어오면. 이제 누군가 친구냐고 물으면 눈치볼필요도 없고, 음료수를 나눠마실때도 신경쓰일것이 없다. 변하는 바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건 한밤속에 너와 나의 뜨거운 입맞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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