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서 질척거리는 소리가 들리네. 세상모르고 그저 방방 뛰기바쁜 새파란 어린아이가 참방참방 새까만 아스팔트위 고인 맑은 물을 밟고 다니는 소리. 하염없이 하릴없이 맴도는 발자국소리. 방방뛰기바쁜 아이인지, 여기저기 일에 치여 사랑에 치여 삶에 치여 도피하는 다큰 어른인지. 사람들의 무심한 걸음걸음 사이로 하늘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들은 아름답고 매정한 이야기를 들려주듯 소리가 난다. 들어본것만 같이 익숙하게. 니가 나에게 나지막하니 지르던, 가버리라던 빛바랜 오래된 소리. 자꾸만 들려오네, 들려오네. 바람이 혹여나 불면 기다렸다는듯이 몰아치는 따가운 빗줄기가 나에게 머물던 너와도 같아서 오늘은 보고싶다. 따가운 빗줄기가. 창문밖으로 손을 뻗어 온기라고는 찾아볼수없는 비를 손에 담아본다. 부질없다. 너는 지금 뭘할까?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던 따가운 빗줄기. 곁에 가면 따가웠고 멀어지면 곁이 차가워졌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먹먹한 구름으로부터 주륵주륵 떨어지는 눈물을 아무말도 하지못한채 흘려야했던 나. 빗소리가 멋지다고 하는사람들. 그래 멋질수도 있겠다만, 나에겐 예쁘고 찬란했으나 떠올리면 끝없이 추락하는 강렬한 빗소리.
깨끗한 비에는 어떠한 이야기가 없는걸까? 안타깝고 보기만해도 울컥하는 이름이, 차갑거나 따끔하거나 하는 사람이, 마음이 없는걸까? 내것이라도 나누어 준다면, 들을까? 제 소리에 파묻혀 형체도 찾지못하고 내 이야기조차 듣지 못할지 모른다. 일단 당장이 바쁜 사람들. 너무 삭막한 걸음속에서 너는 여유롭고 오롯이 곧게 나에게로 잔인한 말들을 던졌다. 견딜수없을만큼 뜨거웠던 갈증과 애타는 기다림들이 지나가고 변해간두의 그것은 진심이었고, 아름다웠지만 끝끝내 무엇인가 사라져버린다는걸 의미했다. 미안해하지도 않는 세찬 마음에 새삼스레 놀라며 가슴 깊숙하게 상처받던 어린날의 그 순간엔 몰랐지. 아픈것도 그리운것도 모두 이렇게 비가오면 너로변해서 어떻게든 다가오게된다는걸. 지금에서야 깨달은 나는 이 치명적인 비를 창밖으로 바라볼뿐이었다. 더 내려라. 더 더 내려서 다 씻어버리게. 종인아. 내가 불렀던 이름이 다음 비에는 아프지 않게. 종인아. 참 아프고 신경쓰이는 이름이다. 한없이 나를 사랑해주었지만 무엇이 일어나던 지나가는 시간안에서 날을 세운채로 변하고서는 나에게 그토록 감정없는 헤어짐의 말들만 발악처럼 늘어놓은 이름이다. 그 말을 곱씹으며 우는 나를 뒤로한채 비처럼 차갑게 천천히 멀어져간 이름이다. 처절하게 매달렸다면 내리지 않았을 비, 그러나 날 가로막은건 자존심도, 이기심도 아니었다. 하늘에서 땅으로 곤두박질쳐져 여느 빗방울들과 다름없이 더러운 바닥위에 한데 섞여 낮은곳으로, 낮은곳으로 끝없이 내려가는 것 처럼 헛되고 의미없는 일이지만 이렇게 받았던 사랑과 아픔을 떠올리는 사람들의 머리카락을 적시기위해서. 나의 머리카락을 적시기위해서. 축축이 젖은 손가락 끄트머리에 경수야. 나를 불러주던 멋진 너의 모습을 잊고싶지만 잊고싶지않은 두려운 말들로 다 덮어버렸을때, 사무치게 그리운 어느 날의 비가 자리하고 있었으면 해서. 하늘은 회색이고 기억은 까맣다. 사랑은 새빨갛고 그것은 진하다. 나는 하얗고 너는 차갑다. 너는 날 사랑했고 나는 널 잊지못한다. 비가 내리네. 추적추적 비가 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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