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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애정의 수평선 14 | 인스티즈

 

 

 

 

 

 

 

 

 

 

 

 

 

 

ㅂㅌㅎㅁ14 

 

 

 

 

 

 

 

 

1. 

 

어수선한 보충 시간. 수학 선생님이 출장을 가신 탓에 아이들은 저마다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어. 조근 조근 떠드는 가 싶더니 이내 조금 커진 소리에 실장인 남준인 읽고 있던 책을 꽉 쥔 채 ‘조용히 좀 떠들어라 새끼들아!’라고 이야기하고. 그 말에 누군가 장난스럽게 대답해. 

 

 

 

 

“알겠습니다아.” 

“그래 아가들아, 시끄러우면 부장 온다고.” 

 

 

 

 

남준이가 콧방귀를 뀌며 이야기하자 아이들은 조금 소리를 줄여. 앞자리 아이와 대화를 하다 남준이의 짜증에 어깨를 으쓱거리던 석진이는 뒤돌아 앉아 지민이 쪽을 향해 바라봐. 

 

 

 

청소시간 끝난 후부터 계속 책상에 엎드려있는 지민이. 무료하기 짝이 없던 석진이는 장난치면 반응이 버라이어티 해 재밌는 지민이를 손가락으로 쿡쿡 찔러 괴롭히기 시작해. 

 

 

 

 

 

“지민이, 자?” 

“아니” 

“그럼 아파?” 

“아니” 

“명상해?” 

“.....나 좀 나둬, 이 자식아” 

 

 

 

 

 

지민이는 계속해서 엎드린 채 팔만 휘적거려 날파리 쫓아내듯 석진이를 쫓아내려고 해. 하지만 석진이는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지민이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장난을 쳐. 계속해서 끈질기게 달라붙는 손. 그렇게 머리카락 가지고 장난질을 조금 치니 지민이는 완전히 지쳐버린 건지 석진이가 하는 대로 가만히 있고. 그저 엎드린 채 상기되어 뜨끈한 얼굴로 체육관에서의 일을 떠올려. 

 

 

 

처음 느껴보는 생경하던 감각들. 그것들이 만들어내던 일렁이는 감정들. 자기 얼굴을 만지던 정국이의 손길에서 ‘녹아내릴 것 같다’라는 느낌이 어떤 느낌인 지 직접 몸소 체험해 볼 수 있던 시간들이었어. 지민아, 하고 정국이가 이름을 부를 땐 괜히 눈물이 나올 것 같기도 했고. 태어나서 사랑받고 있다는 생각이 난 건 그 순간이 처음이었거든. 

 

 

 

그렇게 화장실에서 나와 정국이와 함께 교실로 돌아가던 그 때. 지민이는 정국이가 다시 손목을 잡아오자 뿌리치곤 자기 등 뒤로 숨겼어. 기분이 이상하기도 이상한 거지만 뭔가 부끄럽고, 창피했거든. 하지만 정국이는 입꼬리를 올리며 별 말을 하지 않은 채 지민이보다 두 걸음 정도 먼저 걸었어. 너무 떨어지지도 않고 멀지도 않은 거리. 정국이의 등을 보며 걷는 지민이는 미안함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정국이의 단정한 뒷모습을 보면서 걷던 그 시간들 속에서 지민이는 깨달았어. 자기가 정국이에게 호감이 조금이라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걸. 조금이라도 마음이 없었다면 그렇진 않고서 그렇게 미친 듯이 매달릴 수가 없었으니까.감정에 충실해진 순간엔 정국이에게 솔직한 감정들을 보여줄 수 있었지만, 지금의 지민이는 본의 아니게 다시금 정국이에게 상처를 주고 있어. 

 

 

 

엎드려 있던 지민이는 석진이의 손이 주는 조금 아프게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느낌 때문에 인상을 써. 그래서 석진이에게 화를 내기 위해 고개를 살짝 드는 데, 저기 구석에서 대화를 하고 있는 영석이랑 정국이가 보여.지민이는 자기도 모르게 둘의 이야기를 조금 더 자세히 들어. 

 

 

 

 

“전정국, 너 방학 때 뭐 할 꺼냐?” 

“보충해야지 뭘 해” 

“이런 낭만 없는 자식 보소? 그러지말고 여름방학 때 우리 삼촌이 하는 펜션이나 가자” 

“내 의견 들어 볼 생각도 없는 거 알고 있어” 

“잘 알고 있네!” 

“참, 나. 그러면 뭐할지 왜 물어보는 거야?” 

 

 

 

 

정국이는 귀찮다는 얼굴로 끄덕거려. 무심하기 짝이 없는 얼굴에 입을 비쭉 내밀던 영석이. 갑자기 정국이 귓가에 다가가 무어라 속삭여. 그러자 정국이 얼굴이 일그러지고. 

 

 

 

 

“그러면 나 안 가” 

“아, 왜!” 

“우리 좀 순수하게 놀자고, 친구.” 

“걔네 다 우리랑 동갑이야. 친구들 간의 친목도모가 뭐가 나빠! 순수하기만 한데?” 

“.....그러면 너희끼리 친목도모 하고 난 거기서 빼줘” 

 

 

 

 

영석이는 정국이 팔을 잡고는 애교스럽게 얘기해. 

 

 

 

 

“정국씨, 왜 이렇게 매정 하십니까” 

“매정한 게 아니고, 이름도 모르는 여자애들이랑 얼굴 맞대고 있기 싫다고” 

“.....그래도 다시 한 번 생각을,” 

“안 가.” 

“아, 정국아 가서 얼굴 마담이라도 해주라. 그 여자애들이 너 안 오면 안 간다고 했단 말이야.” 

 

 

 

 

영석이의 마지막 말에 정국이는 자기 이마를 잡아. 그리곤 반대 손으로 문제집을 거칠게 넘겨. 짜증이 담긴 손길 때문 인지 책상 위 지우개가 바닥으로 떨어져 버리고. 영석이는 앞에서 계속 조르고 있는 상태. 재촉하는 말에 미간을 좁히며 ‘알겠으니까 좀 조용히 해’라고 짜증내듯 가겠다고 약속한 정국이. 지우개를 줍기 위해 몸을 틀어. 그러다 자기를 바라보고 있던 지민이랑 눈이 마주쳐. 

 

 

 

그러자 지민이가 조금 눈을 접으며 웃어. 정국이는 불편한 자세 그대로 해서 지민이를 보고. 올곧게 자기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부담스러워져 지민이는 느릿하게 고개를 돌려. 정국이가 자기 표정을 보지 못하도록. 반대편 벽을 향해 고개를 돌린 지민이가 눈을 게슴츠레하게 뜬 채로 한숨을 내쉬니 머리카락을 가지고 놀던 석진이 손길이 멈춰. 

 

 

 

 

“무슨 고민 있어?” 

“.....너도 여자 좋냐?” 

“당연한 걸 새삼스럽게 묻네? 그런데 난 까다로운 남자라 얼굴 많이 따져” 

 

 

 

 

지민이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끄덕거려. 그래, 얘처럼 여자 좋아하는 게 정상이지- 이렇게 생각하니 입 사이로 한숨이 새어 나와. 지민이 입장에선 자신도 정국이도 비정상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정상이라고 생각할 수도 없었거든. 

 

 

 

연주를 좋아했던 시절의 자기로써는 상상 해본 적도, 할 수도 없던 일들과 감정들의 연속. 이제는 볼을 찔러오는 석진이의 손가락을 살짝 문 지민이. 손가락을 물린 석진이는 난리를 피우며 ‘드러워! 드럽다고! 손가락을 잘라내야 되겠어!’라고 소리쳐. 거기에 지민이는 얄미운 표정을 지으며 ‘야, 내꺼 로얄 젤리야 로얄 젤리!’하고 맞받아 소리치고. 

 

 

 

소근 대던 반이 둘의 목소리로 가득차자, 남준이 손에 들린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 가’라는 책이 큰 소리를 내며 덮혀. 일부러 과장되게 인상을 쓴 남준이는 맥아리 없이 늘어진 지민이랑 손가락을 잡고 방방거리는 석진이 멱살을 잡고 흔들어. 

 

 

 

 

“박지민, 김석진 너네 왜 이렇게 시끄러워” 

“김석진이 시끄럽게 하는 거야” 

“.....석진아, 넌 부실장이라는 새끼가 제일 시끄럽냐” 

“박지민이 내 손가락을 물어서 그래. 난 이제 저 자식 침때문에 감염 될 꺼야. 너 나한테서 떨어져” 

 

 

 

 

 

 

 

석진이가 우는 시늉을 하며 이야기하자 남준이는 고개를 돌려 지민이를 봐. 지민이는 남준이가 쳐다보니 한껏 얄미운 표정을 짓고. 남준이는 둘의 멱살을 짤짤짤 소리가 날 것 같이 흔들고 나선 놔줘. 

 

 

 

 

“한번만 더 시끄럽게 굴면 자비 없이 담임쌤 소환 할 꺼야” 

“피도 눈물도 없는 자식!” 

“선생님의 발닦개!” 

“니들 말대로 피도 눈물도 없는 데, 고막은 있어서 너희 감시는 가능하다 아가들아. 시끄러운 애들 민윤기 선생님이 어떻게 처리하는지 알지? 살고 싶으면 조용히 떠들렴” 

 

 

 

 

남준이가 가고 나서 석진이가 지민이 어깨를 툭 쳐. 그러자 지민이는 다시 책상에 늘어지며 ‘그러게 나 기분 별로 안 좋은 데, 왜 괴롭혀서 난리야’ 하고 대꾸해. 

 

 

 

석진이에게 한 이야기처럼 지민이는 지금 기분이 좋지 못해. 머릿속엔 영석이가 했던 말이 계속해서 반복 되고 있었거든. 그 여자애들이 너 안 오면 안 간다고 했단 말이야. 눈에 힘을 풀곤 입을 벌린 채 엎드려 있던 지민이. 계속해서 좁혀지는 미간에 헛웃음을 지어. 

 

 

 

".....나 지금 그거 왜 신경쓰고 있는 거야." 

 

 

 

자기 자신에게 짜증난 지민이는 괜히 자기 머리카락을 잡아 당겨. 

 

 

 

 

 

 

 

 

 

 

 

 

 

 

2. 

 

보충이 끝이 나고, 집에 가기 위해 느릿하게 가방을 챙기는 지민이. 밖을 보니 청소 시간에 내리 쬐던 햇빛이 무색하게 흐려져 있어. 워우, 비 오려나보네- 작게 이야기한 지민이는 가방을 메곤 교실을 나서. 비가 내리기 전에 빨리 집에 가야할 것 같아서야. 

 

 

 

교실 뒷문을 열고 나가니 복도에 서있던 정국이가 지민이를 봐. 조금 민망해진 지민이는 어색하게 웃고. 

 

 

 

 

“집에 아직도 왜 안 갔냐.” 

“뭐, 니가 안 갔으니까?”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정국이는 웃어. 바짝 말라오는 입술을 혀로 축인 지민이는 ‘말은 잘 하네’라고 얘기하고. 

 

 

 

그렇게 나란히 하교하는 국민. 둘 사이엔 어색하기도 하고 편안하기도 한 묘한 기류가 흘러. 정국이가 옆에 있으니 청소 시간 때 일이 생각나 지민이는 안절부절 못해. 하지만 정국이에게 이런건 들키고 싶지 않아 괜히 쟈가운 표정을 짓고. 그렇게 표정관리를 하려고 노력하는 지민이에게 정국이는 장난스럽게 얘기해. 

 

 

 

 

“옆에 있으니까 불편해?” 

 

 

 

 

그 말에 지민이가 고개를 돌려 정국이를 봐. 시야에 들어오는 건 웃고 있는 표정이야. 예전부터 자신을 향했을 다정한 눈빛. 조금 당황한 지민이는 조금 눈을 내리 깔고는 대답해. 

 

 

 

 

“전혀” 

 

 

 

 

조금은 단호하게 지민이가 말하자, 옆에선 푸스스하게 웃는 소리가 들려와. 정국이가 웃으니 민망한 건지 지민이는 정국이 옆구리를 주먹으로 툭 쳐. 

 

 

 

 

“웃지마” 

 

 

 

 

사실 불편하긴 했어. 청소 시간에 한 짓도 있고, 자기가 영석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린 질투를 한 것도 있으니까. 자기감정을 조금은 깨달았는데, 어떻게 예전처럼 정국이를 대할 수 있겠어. 

 

 

 

하지만 그럼에도 불편하지 않다고 얘기한 이유는, 자신이 옆에 있으니까 불편하냐고 묻는 정국이가 말이 어쩐지 슬프게 다가왔거든. 알고 그랬든, 모르고 그랬든 자기가 얼마나 밀어냈으면 그런 이야기를 지 장난처럼 담담하게 얘기할 수 있는 지, 그동안에 대한 미안함도 있고. 

 

 

 

 

 

 

*** 

 

 

 

 

같은 반이 되고 처음으로 같이 하교 하는 길. 둘은 지민이가 탈 버스를 기다리면서 사소한 이야기들을 나눠. 누구랑 누가 사귄다는 이야기, 게임 이야기, 축구 이야기같이 평범한 10대 남자아이들이 하는 주제로. 그런 얘기들을 나누면서 지민이는 정국이가 자기만 아니면 정말 평범한 남자아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혹여나 자기가 순탄하게 흘러갈 수 있는 아이의 인생에 큰 오점을 남기는 게 아닌지 불안감이 생기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겉으로는 정국이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웃고 있지만 속은 불편하기 짝이 없어. 

 

 

 

내일 모레, 그러니까 이번주 금요일에 볼 사설 모의고사이야기를 하던 정국이와 지민이. 손가락으로 지민이 볼을 꾹꾹 눌러대던 정국이는 모의고사가 끝나면 같이 놀자고 이야기해. 어렵지 않은 제안이니 지민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러자 ‘진짜 못생겼어’라는 말과 함께 볼을 찌르던 손가락이 장난스럽게 귓불을 잡아 당겨. 

 

 

 

 

“야, 눈코입 달리면 사람이지 뭘 더 바라냐.” 

 

 

 

 

짐니가 인상을 쓰며 이야기하자 정국이가 웃음을 터뜨려. 그래, 너 귀여워. 정국이는 얼마나 즐거운지 이빨을 다 드러내면서 웃고. 그리고 그 때, 조금 멀리서 보이는 버스. 지민이가 탈 번호가 적혀있어. 그걸 보자 정국이는 지민이 가방을 툭툭 건드리며 이야기해. 

 

 

 

 

“버스 왔어” 

“그러네,” 

“잘 가.” 

 

 

 

 

버스가 점점 가까워져 오자 정국인 지민이에게 인사를 건네. 하지만 지민인 인사대신 정국이 가방끈을 잡아. 그리곤 조금 망설이는 목소리. 

 

 

 

 

“전정국,” 

“응" 

“김영석이랑, 김태형? 아무튼 그 자식들이랑 같이 펜션 가지마” 

 

 

 

 

입밖으로 툭 튀어 나온 말에 지민이는 자기도 놀랐는 지 눈을 굴려 정국이를 바라봐. 정작 당사자인 정국이는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조금 내려 지민이와 눈을 맞춰. 

 

 

 

 

“왜?” 

 

 

 

 

왜냐고 묻는 목소리. 웃음기가 가득 베어 있어. 대답하기 곤란한지 지민이는 주먹을 꽉 쥐었다 펼치기를 반복해. 왜 가지 못하게 하는 지 그 이유는 너무나도 추상적이었거든. 곧이어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하고 지민이는 정국이 손을 잠시 잡고 자기 쪽으로 가까이 오게 한 후에 작은 목소리로 말해. 

 

 

 

 

“너랑 같이 있고 싶어서,” 

 

 

 

 

본인이 얘기 해놓고 지민이는 머리가 터질 것 같아. 정국이랑 있으면 있는 말, 없는 말 다하게 돼서 미칠 것 같아. 하지만 이미 본인 속마음 솔직하게 털어 놓았으니‘나도 모르겠다’하는 심정으로계속 말을 이어. 

 

 

 

 

"모의고사 끝난 날도, 여름방학 때도. 계속 나랑 .....같이 있자.” 

 

 

 

 

작게 속삭이는 목소리. 겨울도 아닌데 정국이 귀 끝이 점점 빨갛게 달아올라. 지민이 역시도 마찬가지고. 

 

 

 

 

“그러니까 전정국, 너 거기 가지마라” 

 

 

 

 

그렇게 얘기하곤 지민이는 정국이를 스쳐지나가 버스를 타. 맨 뒷자리에 앉아 창밖을 보니 정국이가 서서 지민이를 보고 있어. 정국인 지민이랑 눈이 마주치니 갑자기 고개를 숙여 핸드폰을 만져. 그리곤 서운할 틈도 없이 지민이 핸드폰에서 ‘카톡’하는 소리가 흘러나와. 

 

 

 

 

[박지민] 

[나 지금 김영석한테 안 간다고 카톡 보냈어] 

[그러니까 계속 같이 있는 거다? 빼는 거 없어] 

 

 

 

 

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데 지민이는 괜히 간질거려오는 손바닥을 바지춤에 문질러. 아 이거 진짜 어떡하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기가 정국이에게 도움 되지 못 한다는 것도 알고 있어. 주변 사람들에게도 숨겨야 할 만큼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각에서 벗어난 걸 알고 있지고. 하지만, 그래도. 

 

 

 

지민이는 정국이가 보낸 카톡을 보면서 입꼬리를 올려. 그리고 답장을 해. 

 

 

 

 

[너나 빼지 마] 

 

 

 

 

어쩔 수 없지, 마음이 가는 건. 보지 말자, 외면하자, 안 된다- 이렇게 수십 번을 생각하고 스스로에게 말해도 결국 마음이 이끌리는 대로 모두들 행동하니까. 지민이도 마찬가지고. 

 

 

 

정국이에게 답장한 지민이는 버스 창문에 머리를 기대. 집에 가까워질수록 착잡한 마음이 들었거든. 어쩐지 ‘실망시키는 짓 하지마라’라고 호통 치던 아버지가 다시금 생각이 나. 그래도 지금까지 착하게, 바르게 살아 왔으니까 이번 한번 정도는 되지 않을까? 지민이는 입을 동그랗게 말곤 숨을 뱉어내. 그래도 혼자 좋아하고 혼자 책임지겠다고 말하던 정국이. 

 

 

 

 

“...난 진짜 너만 믿는다” 

 

 

 

 

사기 치는 거기만 해봐- 숨을 내뱉는 것 속삭인 지민이는 내릴 곳에 가까워졌다는 안내 방송을 들으며 벨을 눌러. 

 

 

 

 

 

 

 

 

 

 

 

3.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 ‘집’이라는 건 포근한 의미이겠지만 지민이에겐 어느 순간부터 버겁기만 해.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니 보이는 구두. 지민이는 눈을 동그랗게 떠. 고개를 드니 아버지가 식탁에 앉아 있었고. 

 

 

 

 

“이제 온거냐?” 

“.....예” 

 

 

 

 

어쩐지 신발장에 동생 신발이 없더라니. 갑자기 집안의 공기가 모두 무겁게만 느껴져. 지민이는 눈치를 보며 집안으로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어. 방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순간 아버지는 지민이를 불러. 

 

 

 

 

“박지민” 

“네” 

“요즘 학교생활 잘 하고 있는 거 맞지?” 

“잘 지내고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선생들 눈에 어긋나지 않도록 잘 행동해” 

 

 

 

 

연락도 없이 불쑥 찾아온 아버지. 불편하기 짝이 없는 부자의 상봉이야. 빨리 옷을 갈아입고 쉬고 싶은 지민이, 하지만 아버지는 그런 지민이의 마음을 알지 못하고 지민이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해. 

 

 

 

주춤 거리며 지민이가 가니 앞에 앉으라고 명령하듯 이야기하고. 벌받는 아이처럼 아버지의 앞에 앉은 짐니.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근엄하고 권위적인 아버지에게 자기주장을 해 본적 없으니 그런 자세일 수밖에 없어. 

 

 

 

 

“그런데, 네 엄마 요즘 왜 전화 안 받는 거냐?” 

“.....바쁘시니까 그러는 거겠죠” 

“그 놈의 여편네한테 남자라도 생긴 건 아니고?” 

 

 

 

 

하루 반나절을 일하는 사람이 누굴 만나요- 지민이는 대꾸하고 싶었지만 그 뒤에 돌아올 수많은 호통들을 자기가 감당할 수 없다는 걸 알아 그저 고개만 도리질 해. 

 

 

 

 

“너희 엄마가 조금이라도 수상해 보이면 나한테 이야기. 알겠어?” 

 

 

 

 

지방에서 근무하면서 생긴 의처증. 지민이는 질리도록 듣던 그 말에 애써 긍정을 표시하곤 자기 방으로 들어와. 교복을 벗다 말고 갑자기 목을 죄어오는 답답함에 한숨을 쉬고. 

 

 

 

 

지민이는 아버지가 있을 방향을 바라봐. 문으로 가려져 있어 보이진 않지만 들리는 소리로 대충 아버지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 지 알 것 같거든. 외도의 증거를 찾는 답시고 집을 뒤지고 있을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 것 같아. 접시들이 내는 요란한 소리들과, 거칠게 서랍을 여는 소리에 지민이는 이불 속으로 파고 들어. 

 

 

 

핸드폰을 켜니 정국이에게서 카톡이 와 있어. 

 

 

 

 

 

[박지민] 

[박지민] 

[박] 

[지] 

[민] 

[.....너무하네] 

[욕심 안 낸다고 얘기하니까 카톡도 안 보는 거냐] 

 

 

 

 

지민이가 답장을 하려고 하는 데, 정국이에게 다시 카톡이 와. 

 

 

 

 

[1이 사라졌네. 너 이거 보고 있지?] 

 

 

 

 

자기가 말릴 틈도 없이 올라가는 입꼬리가 민망해 지민이는 괜히 자기 볼을 매만져. 여전히 밖에선 아프게만 들리는 소리들이 들려왔지만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 지민이 입가의 미소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어. 

 

 

 

 

 

 

 

 

혹시 저번에 메일링 받으셨을 때, 

본명으로 받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지워주실 수 있으실까요? 

친구 메일로 보낸 거라, 실수로 친구 본명이 드러났네요ㅜㅜ 

제 이름 세 글자 알리기 싫다고 친구 이름을 팔아버린 역적이 되어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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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그래도 드디어 지민이가 감정표현을 더 하기 시작했군요! 집에서 방해하면 안될텐데..
8년 전
독자2
1등!
8년 전
독자4
힝ㅠㅠㅠ 지민아ㅜㅠㅠㅠ 그런 이픈 가족사가 있었구만.. 네... 아프지마 지미나.. 정국이가 이제부터 사랑해줄꾸얌..
8년 전
독자3
지민이 너무 귀여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제가 막 다 간질간질해지네요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비회원100.249
그 아부지가 불안하네요. 지민이가 계속 걱정하던 것 처럼 방해할까봐..ㅜㅜㅜㅜㅜ
8년 전
독자5
지민이가 시원하게 말해줘서 기특해죽겠어요 ㅠㅠㅠㅠ 가지말라니 ㅠㅠㅠ 지민이는 사랑받은 가정에서 자란줄 알았더니 자꾸만 집안에서는 분위기가 안좋은게 나오네요 ㅜㅜㅜ 앙대... 실망시키지말라니 8ㅅ8.... 잘 읽었습니다!
8년 전
독자6
하으지민아ㅜㅠㅠㅠ드디어ㅠㅠㅠㅠㅠㅠㅠㅠ속시원하게말했구나ㅠㅠㅠㅠ하ㅠㅠㅠㅠㅠㅠㅠㅠ귀여운국민이들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7
솔직한 지민이 너무 귀여워요ㅠㅜㅜㅜㅜㅡㅜㅜㅜㅜㅜ짜식들ㅠㅠㅜㅠㅠㅠ방학때도 모의고사때도 대학생때도 그냥 평생 알콩달콩 지냈으면 좋겠다..
8년 전
독자8
헝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박지미뉴 ㅠㅠㅠㅠㅠㅠㅠ너무구ㅏ여워 ㅛㅠㅠㅠㅠㅠㅠㅠㅠ나중에 아버지한테 들통이나던지 관계가 조금 위탸로워질지라도 잘 견뎌냐길 ㅠㅠㅠㅠ
8년 전
독자9
으으허러러걱 아버지가 많이 무서운분이시다 근데도 애들 너무 이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꽁냥꽁녕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10
혹시 이것도 연재 끝나시면 메일링 하실 계획인가요? ㅠㅠ 소장하고 싶어요
8년 전
jedd
졸작이라서 가당치도 않습니다..ㅜㅜ
8년 전
독자11
아 둘이 잘지내니깐 내가 다 뿌듯하고 그러네ㅋㅋㅋㅋㅋ방학동안 둘이 절대 떨어지지 마로라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12
헐..지민이...아버지가나중에알면어케될지...벌써숨통이막히는거같아요..ㅜㅜㅜㅜㅜㅠㅜ국민이들잘되야되는데!ㅜ
8년 전
비회원79.215
지민이 감정 솔직해지는거 보기좋아요ㅠㅠ 자기가 오점이라고 생각하지말고 계속 표현했으면 좋겠네요ㅜㅜ 결정적인 일이 생기겠죠?ㅠㅠ그리구 집안.. 보기만해두 삭막하고 기빨리네요ㅠㅠ 으 국민이들 행쇼했으면 좋겠어요 잘 읽고갑니다!
8년 전
독자13
어휴 달달하면서도 불안한 이 기분 멀까요ㅠㅠ
잘 보고갑니다!!

8년 전
독자14
국민이들이 잘되어가서 너무 좋은데 ㅠㅠㅠㅠㅠ 뭔가 아버지때매 불안하네요 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15
어머.... 지민아!!!!!!!!!!! 아버지는 왜 쓸대없이 엄마 바람피는지 걱정하신대야...
이제 국민끼리 알콩달콩 할일만 남았네용!!!

8년 전
독자16
ㅠㅜㅠㅠ어흫ㅇㅎ...둘다 풋풋해서 너무 이뻐요ㅠㅜ....아부지 제발 국민이들 냅두세요ㅠㅜㅠㅜ
8년 전
독자17
느엉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제발 아버지한테 들키지 않고 잘 사귀었으면 좋겠는데... 짐니 아부지 제발 ㅠㅠㅠㅠㅠㅠㅠ 몰라주세요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18
아이고 짐니 부모님한테 들키면 그냥 큰일나겟네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부디안들켯으면
8년 전
독자19
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제발 이쁘게 연애해쓰ㅇ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20
박지민ㅠㅠㅠㅠㅠㅠㅠ 전정국한테 자기 감정 말하는거 너무 보기좋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짐니 아버지가 신경쓰이는데 별일 없었으면 좋겠습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21
이걸 왜 이제야 봤을까요ㅠㅜㅠㅜㅜㅠㅠ박지민ㅠㅜㅜㅠ솔직해서좋다ㅠㅠㅜㅠ짐니아버지 신경쓰여ㅠㅠㅠㅠㅠㅜㅠ
8년 전
비회원204.41
정국이가 지민이 아프지않게 지켜줬으면... 지금까지 혼자 힘들게 짝사랑했지만 지민이가 보답해줄거니까 지금까지 그랬던것처럼 든든히 보듬어줬으면... 글 써주셔서 감사드려요 나의여신님♥ ㅋㅋ
8년 전
독자22
아..넘나좋아요ㅠㅠㅜㅜㅠ
8년 전
독자23
너무재밌어용 (제가 말주변이 없어서.. 이해바람^;^)
8년 전
독자24
아 달아요ㅠㅠㅠ 흔들리는 듯하면서도 방향을 잡아가는
국민이들!!! 예쁘게 만났으면 좋겠어요ㅠㅠ 울지않길ㅠ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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