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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애정의 수평선 15 | 인스티즈

 

 

 

 

 

 

 

 

 

 

 

 

 

 

1. 

 

[삶에 있어서 누구나 완벽하게 약자가 되는 순간이 있다.] 

 

 

 

 

지민이는 멍이 든 눈 바로 밑 부분을 계란으로 문지르며 책의 글귀를 바라봐. 

 

 

 

 

[그것은 너무나도 불가항력적인 일이라, 슬프게도 우리는 손 쓸 새도 없이 바닥으로 가라앉고 만다] 

 

 

 

 

‘불가항력’이라는 단어를 보던 지민이는 한숨을 쉬면서 책을 덮어. 한 두시간전의 자신의 상황은 책에 나온 것처럼 완벽하게 약자였어. 그렇다면 아버지란 사람한테 맞은 일도 불가항력인 일인가? 그건 또 아닌 것 같기도 해. 이제는 성인에 가까운 지민이가 충분히 막을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지만, 아버지의 붉게 충혈 된 슬픈 두 눈을 보자 몸에 힘을 빼고 그냥 맞는 수밖에 없었거든. 그로 인해 얻게 된 영광의 산물은 입술에 피딱지가 앉고 광대 부근에 푸르딩딩하게 생겨 엉망이 된 얼굴이야. 덤으로 멍자국이 여러군데 난 팔다리까지. 책을 읽다말고 자기 팔뚝을 본 지민이. 팔이 이런데 얼굴은 얼마나 다쳤는지 확인하기 위해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발걸음을 옮겨. 

 

 

 

아버지가 거실에 있는 것을 고려해 최대한 조용히 나왔지만 거실 쇼파에 누워있는 아버지의 다리를 보곤 약간 움찔하고 말아. 말라빠진 장작 같은 저 두 다리. 지민이로 하여금 안쓰러움과 인간적인 두려움이 공존하게 만들어. 만약 눈을 뜨면 또 어떤 짓을 할지 몰라, 아버지가 깨지 않도록 조용히 화장실에 들어가. 불을 키고 거울을 마주하자 보이는 얼굴. 이리저리 헝클어진 머리도 엉망이지만 얼굴이 정말 망신창이였어. 지민이는 눈을 내리깔고 한숨을 쉬어. 

 

 

 

사실 지민이가 맞을 이유는 그렇게까지 큰 건 아니야. 이틀째 들어오지 않는 엄마에게 아버지는 화가 많이 난 상태였고, 엄마가 걱정된 지민이가 [김여사 아버지 지금 화가 많이 나있는 상태니까 돌아가면 들어와. 그리고 몸 조심해]라는 문자를 보냈는데, 잠시 씻던 사이에 핸드폰을 뒤지던 아버지가 화가 나서 폭력을 휘두른 거니까. 

 

 

 

 

-니가 이렇게 애비를 우습게 아니까, 엄마도 나를 그렇게 보는 거다! 알아? 

 

 

 

 

맞은 부위에 훅 끼쳐오는 고통과 화끈함으로 지민이가 정신 차리지 못할 때, 아버지는 지민이를 향해 그렇게 이야기했어. 지민이가 샤워를 하는 동안 마신 건지 팔과 다리를 휘두를 때면 연한 술 냄새가 나기도 했고. 

 

 

 

아무리 술에 취한 사람이 때렸다지만 맞을 땐 당연히 엄청나게 아팠지. 무방비로 맞는 데 아프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 하지만 지민이는 맞는 내내 소리 한 번 내지 않았어. 그게 자기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반항이기도 했고. 믿었던 친구의 배신 때문에 충격으로 쓰러졌던 이후, 체력이 많이 약해진 아버지라 얼마 있지 않아 제 풀에 지쳐 지민이를 방으로 들여보냈어. 하지만 맞은 상처보단 마음의 상처가 더 크게 났지. 아버지에게 맞는 것도 서러운데, 그 이유가 정당한 거였으니까.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던 지민이는 화장실 거울 속에 자신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어. 내일 정국이네 집에서 놀자고 이야기한 게 생각났거든. 이렇게 쥐어터진 모습을 그 누가 자기를 좋아해주는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을까? 자기 좋다고 하는 사람에겐 예쁘고 멋진 모습만 보여주고 싶지 이렇게 약한 모습, 아픈 모습은 보여주고 싶지 않아 하는 게 당연하잖아. 그건 지민이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지금 상태는 정국이와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걱정시키기 딱 좋아. 팔이나 다리에 든 멍은 둘째 치고 얼굴에 있는 멍과 피딱지들이 눈에 너무 잘 들어와서 큰일이었거든. 특수 분장을 한 것같은 자기 모습에 지민이는 흐-거리며 바람 빠지듯 웃어. 

 

 

 

 

“와, 진짜 이렇게 얼굴을 아작 내 놓을 수도 있구나. 아버지는 진짜 어떤 의미로 대단한 사람이야” 

 

 

 

 

그나마 지민이가 팔로 얼굴을 막아서 상처가 덜 생긴 거였지만, 만약 막지 않았다면 정말 학교를 가지 못했을 지도 몰랐어. 자기 얼굴을 바라보던 지민이. 문득 자신에게서 아버지가 보여. 아들은 커서 아버지를 닮는다던데 나도 나중에 누굴 이렇게 때릴까? 아버지처럼 가족들 모두에게서 외면 받게 될까? 아버지는 사랑받지 못하는 가장이었지만, 그보다 슬픈 것은 자신이 그런 아버지에게도서 사랑받지 못하는 아들이라는 것이었어. 

 

 

 

그런 생각들이 들자 지민이는 한숨을 내쉬어. 생각해보면 아버지가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야.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지민이는 자기 아버지가 엄하긴 해도 좋은 사람이라고 믿었거든. 동업자였던 친구가 사업 자금을 빼돌리곤 사라지기 전까지 말이야. 그전까진 정말 행복했어.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부모님, 사랑받는 지민이 자신과 그런 지민이를 따르던 귀여운 동생. 평범하지만 이상적인 가족이었지.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불가항력적으로 마주하게 된 ‘현실’은 가족들에게서 ‘소통’을 빼앗아가고 지민이의 가족들을 바닥으로 끌어내리고 말았어. 서로가 서로를 불신하고, 애정과 관심을 찾아 볼 수 없게 된 지금. 지민이는 어떤 식으로든 소통하고 싶어했지만,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이미 망가져버려 되돌릴 수도 없었어. 당장 먹고 사는 게 급해 집에선 잠만 자는 어머니와 지방에서 일을 하면서 생겨버린 의처증을 앓는 아버지, 그리고 이런 상황들 때문에 조금 일찍 사춘기를 맞이해버린 동생. 그리고 가족들 모두가 자신의 공간을 만들고 거기서 나오질 않자 철저하게 소외 되어 버린 자신. 

 

 

 

이 모든 상황은 아직 어렸던 열다섯의 지민이에겐 힘들게만 다가왔었어.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이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언제나 밝은 척, 웃는 모습만 보여 줬고. 그러다보니 어느새 아이들은 지미니의 집이 행복한 가정, 지민이는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아이로 생각해. 이 이야기 1편에서 나와 있듯, 그런 노력의 끝에 지민이는 평소에도 아이들에게 ‘구김살이 없는 성격’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 거야. 그래서 생긴 ‘내가 아는 나의 모습’과 ‘남들이 아는 나의 모습’ 사이 큰 간극. 지민이는 이것 때문에 많이 힘들어 해 왔어. 

 

 

 

집이 어려워지기 전부터 친해 모든 비밀을 공유하는 호석이는 지민이의 사정을 다 알고 있지만, 지민이가 겪고 있을 심적 변화는 알지 못했기 때문에 지민이가 그 사건들을 다 극복하고 정말 밝게 지내는 줄 알아.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못한 채, 지민이는 열다섯의 나이에서 멈춰있어. 그리고 그런 지민이에게 ‘연주’는 누군가를 좋아하면서 잠시 현실을 잊게 만들어 준 사람이야. 자기를 좋아해주지 않았던 건 아팠지만, 원망하지 않는 이유도 그래서이고. 누군가에게 관심과 애정을 쏟던 그 시간 동안은 좋았으니까. 

 

 

 

지민이는 평생 자기는 사랑받지 못할 꺼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정국이를 알게 되고 조금은 바뀌게 된 거야. 수 많은 현실적인 제약때문에 정국이를 외면할 수 밖에 없었지만, 정국이의 마음을 알 게 된 후 지민이는 자기가 그동안 참아왔던 감정들을 조금씩 똑바로 보게 돼. 지민이는 정국이가 지금까지 ‘남들이 아는 나의 모습’을 보여야 사랑해주던 사람들과 다를 것이라고 믿어. 하지만 아직은 ‘나만 아는 나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해. 

 

 

 

떠날지도 모르니까. 상처투성이에 애정을 갈구하는 모습을 아직은, 아직은 보여주고 싶지 않으니까. 자기 스스로를 갉아먹다 못해 정국이에게도 피해를 줄까봐 지민이는 아직 겁나기만 해. 

 

 

 

 

“나때문에 너 잘못 되면 어떡하냐” 

 

 

 

 

지민이는 자기 핸드폰을 만지작거려. 프로필 사진에 있는 정국이. 친구들과 찍은 사진이 행복해 보이기만 해서 미안해. 분명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게 정국이에게 더 좋을 것이라는 걸, 자신은 정국이에게 짐이 되었으면 되었지 도움이 되지 못한단 사실을 알면서도 정국이가 자신을 좋아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거든. 자기 혼자 좋아하고, 혼자 책임지겠다는 정국이의 말에 흔들린 것도 그래서였어. 

 

 

 

한참을 정국이 사진을 보던 지민이. 핸드폰을 바지 주머니에 넣으려고 한 그 때 메시지가 와. 

 

 

 

 

[형 나 문 좀 열어줘 오후11:58] 

 

 

 

 

그 문자에 지민이는 화장실을 나와. 여전히 아버지는 자고 있어. 자는 모습을 잠시 보고는 아버지의 근처 바닥에 떨어진 담요를 주워 마른 몸 위에 덮어 드려. 그리곤 아버지가 깨지 않도록 문을 조심스럽게 열어고. 동생의 얼굴을 보면 이렇게 늦게까지 뭘 하다가 이제 왔냐고, 걱정했다고 타박을 할까 아니면 일찍 좀 다니라고 훈계할까 고민 하던 지민이. 문이 열리고 하나 밖의 없는 남동생의 얼굴을 보자 그런 생각들은 모두 사라져. 아직은 지민이보다 조금 작은 키. 자기를 올려다보는 두 눈동자를 마주한 지민이는 결국 화를 내지 못하고 눈까지 접으면서 웃어 보여. 

 

 

 

 

“왜 이제 들어와. 형이 너 걱정 했어.” 

“.....지가 언제부터 내 걱정했다고” 

“지? 이 싸가지 없는 자식 봐라? 형은 매일 매일 니 걱정으로 늙어 가거든?” 

 

 

 

 

지민이의 얼굴을 본 동생은 침을 삼키곤 형의 얼굴에서 시선을 돌려 자고 있는 아버지를 바라봐. 또 맞은 거야? 동생의 타박에 지민이는 안심시키려는 듯 미소를 지어. 피딱지가 앉은 입술은 호선을 그리자 다시 터져서 피가 나와. 동생은 그걸 보다 한숨을 크게 쉬곤 맺힌 핏방울을 제 손가락으로 닦아줘. 

 

 

 

 

“아저씨가 있는 데 어떻게 빨리 들어와. 나도 형처럼 맞으라고?” 

“야, 그래도 아빠한테 아저씨가 뭐냐” 

“.....형은 이렇게 맞아놓고도 아빠라고 하고 싶어?” 

 

 

 

 

동생은 그렇게 짜증내듯 얘기하곤 거실로 가. 아버지가 뒤척거릴 때마다 움찔하면서도 무언가를 꺼내와 지민이에게 내밀어. 새살이 솔솔 돋는 다는 연고. 지민이 손바닥에 올려놔준 동생은 입술을 깨무는 지민이에게 이야기해. 

 

 

 

 

“흉 져. 그러니까 바보같이 억지로 웃지마” 

“.....” 

“.....그리고 다음부턴 일찍 들어 올 테니까 먼저 자. 미련하게 기다리지 말고” 

 

 

 

 

지민이는 어깨를 으쓱 거리고 동생은 방에 들어가. 하지만 오늘따라 문고리 걸어 잠그는 소리가 들려오진 않아. 

 

 

 

 

 

 

 

 

2. 

 

7월. 지민이는 후덥지근한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후드 집업을 입었어. 사정을 모르는 반 아이들은 ‘너를 보니 내가 다 일사병이 걸릴 것 같다’라고 장난을 걸어와. 친구들이 어깨나 팔을 툭툭 칠 때마다 아파 죽을 것 같았지. 본인들은 평소대로 장난치는 거였지만 맞은 곳을 또 맞은 지민이는 찡그리지도 못해 울상으로 웃을 뿐이었고. 

 

 

 

다행이도 실내는 아이들이 에어컨을 틀어 놓아 후드 집업을 입어도 덥지는 않았어. 지민이는 정국이가 최대한 자기를 보지 못하도록 계속해서 엎드려서 자는 척을 하거나, 아무 애들이나 붙잡고 얘기를 나눴어. 덕분에 지민이에게 말을 한 번도 붙이지 못한 정국이는 지민이 얼굴을 뚫어져라 보기만 하고. 그 작은 얼굴에 뭘 그리도 많이 붙였는지, 여기저기 붙인 밴드. 

 

 

 

 

“박지민 너 얼굴 왜 그 모양이냐?” 

“어젯밤에 길가다가 돈 뜯기고 맞았어” 

“어휴, 안그래도 못난 얼굴을 완전 구겨놨네, 구겨 놨어!” 

“쟤 얼굴 원래 구겨져 있었잖아” 

“뭐라고? 김남준이, 너도 만만치 않거든?” 

 

 

 

 

다른 아이들이나 담임인 윤기가 물어 올 때면 지민이는 장난스럽게, 또 자연스럽게 맞받아쳤어. 하지만 정국이가 자기를 바라 볼 때면 자기도 모르게 자꾸만 시선을 피해. 그렇게 모의고사가 끝날 때까지 정국이를 외면하고. 지민이가 정국이를 애써 무시할 동안 눈 깜짝 할 사이에 모의고사가 끝나고 가채점을 하는 시간이 와. 

 

 

 

 

“이 새끼 합쳐서 200점을 못 넘어. 너 뒤에서 1등일듯?” 

“하하, 재수 없는 놈. 칭찬 고맙다” 

“야, 선생님이 가채점 안 하는 놈 있으면 다 같이 집에 안 보낸데! 그러니까 하고 가 이 자식들아!” 

 

 

 

 

아이들은 서둘러 가채점을 끝내곤 어서 빨리 학교를 벗어나고 싶어 교무실에서 업무를 보던 윤기를 끌고 오다시피 해서 데려와. ‘내가 니들 때문에 몬 산다’라고 작게 이야기한 윤기는 자기 반 아이들을 보자마자 ‘가라’라고 한 마디를 하고. 윤기의 말이 시발점이 된 건지 5반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우르르 나가. 남자아이들이 떼거지로 나가니 여자반 아이들이 불평하는 소리가 들려와. 그런 난리통 속에서 지민이는 아직 반에 있는 정국이를 기다리고 있는 데, 갑자기 누군가 어깨를 잡아. 아파서 작게 인상 쓴 지민이가 자기를 잡은 사람을 보니 다름 아닌 윤기였어. 윤기가 자기 얼굴을 뚫어져라 보자 지민이는 멋쩍게 웃어. 

 

 

 

 

“어깨도 맞았어?” 

“네” 

“넌 뭐하고 있었고?” 

“아, 말도 마세요. 걔네가 떼거지로 달려들어서,” 

“.....지민이 너 진짜 양아치 애들한테 맞은 거야?” 

 

 

 

 

다정하지만 다그치는 목소리. 지민이가 말한 게 진실이 맞는 건지에 대해 물어 보는 윤기의 얼굴은 진지했어. ‘나를 걱정해주는 어른이 존재하긴 하구나’하고 생각한 지민이. 사실 자기가 아는 사람 중에서 제일 어른답고 늘 따뜻한 윤기에겐 다 말하고 싶었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여. 

 

 

 

 

“그래, 그럼 됐다.” 

“.....” 

“다음부턴 무슨 일 있으면 선생님한테 전화해. 알겠지?” 

 

 

 

 

윤기가 지민이 가방을 툭툭 치면서 이야기하자 지민이가 다시 밝게 웃어 보여. 가슴은 미치도록 답답했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윤기가 걱정할 것을 알거든. 윤기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한 지민이.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교실 가까이 가자, 여전히 자리에 앉아있는 정국이가 보여. 정국이와 눈이 마주치니 지민이는 조금 멋쩍어하며 정국이에게 손짓해. 

 

 

 

 

“가자” 

 

 

 

 

지민이의 말에 느릿하게 일어난 정국이. 둘은 같이 하교해. 병문안을 간 후, 다시 가본 적 없던 정국이 집이라 기분이 조금 색다르긴 했어. 다양한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빽빽하게 들어 차 꽉 찬 버스 안, 버스 손잡이를 잡고 선 지민이와 정국이. 이 둘 사이엔 정적이 찾아와. 정국이는 여전히 앞만 보고 있고 그런 옆모습을 훔쳐보던 지민이는 작게 숨을 내쉬어. 

 

 

 

그런데 갑자기 잘 가던 버스가 기사 아저씨의 욕설과 함께 급정거를 해. 중심축을 잡지 못한 뒷사람에게 밀려 넘어질 뻔 했지만 다행이도 정국이가 팔을 잡아줘 그런 일은 없었어. 하지만 팔을 잡혀 버려 작게 인상을 써. 멍이 든 부분을 정국이가 조금 힘을 줘 잡았거든. 정국이는 지민이를 일으켜 세우곤 자기 자리에 세워. 여전히 앞만 보는 표정. 혼자 무언갈 생각 하는 것 같아 무어라 말을 하려던 지민이는 이내 시선을 거둬. 그리고 곧 도착할 곳이 다다르고, 둘은 내려서 같이 걷기 시작해. 

 

 

 

 

“...많이 다쳤냐?” 

 

 

 

 

한참을 말이 없던 정국이가 애써 괜히 앞만 보며 물어. 지민이는 슬쩍 보곤 괜히 기지개를 펴면서 대답해. 

 

 

 

 

“.....조금,” 

 

 

 

 

정국이는 지민이를 봐. 얼굴에 덕지덕지 반창고를 붙여 놓곤 눈까지 접으며 웃어 보이는 모습.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 

“.....” 

“나한텐 얘기해도 괜찮으니까” 

 

 

 

 

조심스럽게 손목과 손 사이를 감싸듯 잡아 오며 이야기하는 정국이에게 지민이는 별 다른 대꾸를 하지 않아. 그저 손가락을 접어서 정국이 손을 잡을 뿐이야. 조금 따뜻한 체온의 손이 주는 묘한 안도감과 편안함. 지민이는 조금 더 손을 꽉 잡아. 

 

 

 

 

“왜 이렇게 된 건지,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묻지 않아줘서 고맙다.” 

“.....언젠가 다 괜찮아지면 알아서 알려 줄 거라고 생각하거든” 

 

 

 

 

정국이는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손가락을 움직여 지민이 손등을 살살 쓰다듬어. 지민이는 괜히 간질거리는 느낌에 뒷목을 만지작거리고. 저번에 병문안을 위해서 왔을 땐 이 길이 그렇게도 길었는데, 이번은 왜 이리도 짧게 느껴지는 건지. 집 앞에 도착한 정국이가 문을 열기위해 손을 놓자, 떨어져나간 온기가 아쉬운 지민이는 자기 후드집업 소매 끝을 만지작거려. 

 

 

 

 

“들어와” 

 

 

 

 

정국이는 지민이 팔을 붙잡으려다 지민이가 인상을 쓰던 게 생각나 멈칫 하곤 손을 잡고 끌어 당겨. 조심스럽게 대하는 모습에 지민이 입꼬리가 올라가. 

 

 

 

 

 

 

 

 

 

 

 

3. 

 

정국이의 집에 도착한 둘은 침대의 끝과 끝에 앉아 어정쩡하게 앉아있어. 집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서로를 의식할 줄 둘 다 몰랐지. 서로 눈치만 보는 어색한 분위기. 이걸 어떻게해야하나 싶어 한참을 생각하던 정국이는 지민이 얼굴을 힐끔 보다 헛기침을 해. 

 

 

 

 

“...영화 볼래?” 

 

 

 

 

정적을 깬 정국이의 말에 지민이는 작게 끄덕거려. 정국이가 가져 온 노트북으로 영화를 고를 때에서야 간신히 말을 붙인 국민이들. 언제 어색했냐는 듯이 무슨 영화를 볼 것인지에 대해 대화하며 티격태격 거려. 

 

 

 

 

“저걸 보겠다고? 차라리 암도 낫게 해 주는 클레멘타인을 보겠다” 

“야, 이거 완전 재밌거든?” 

 

 

 

 

정국이는 안된다고 계속해서 반대했지만, 결국 지민이의 의견대로 [백만장자의 첫사랑]이라는 조금 유치한 제목을 가진 영화를 보게 돼. 정국이가 미간을 좁히면서 ‘재미없으면 박지민님이 책임 지세요’라고 이야기하며 영화 다운로드 버튼을 눌러.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뜨는 창. [다운 예정 시간 30:00] 

 

 

 

30분이라는 말에 미간을 찌푸린 정국이가 ‘야 이거 보지말자. 시간 완전 많이 걸리잖아’라고 얘기 하면서 종료버튼을 누르기위해 커서를 움직이자 지민이가 정국이 셔츠 자락을 잡아. 

 

 

 

 

“정국이 형아 우리 이거 봐요” 

 

 

 

 

지민이가 애원하듯 이야기하면서 눈을 쳐지게 만들자 정국이가 찌푸려있던 미간을 펴. 

 

 

 

 

“그럼 우린 삼십분까지 뭐하고?” 

“....그건 나도 모르겠어” 

“무책임한 놈” 

“그래, 그래. 나 완전 무책임해” 

 

 

 

 

지민이는 침대에 볼을 붙여. 그러자 정국이 손이 지민이 머리카락을 흩뜨려 놓고. 뭔가 부끄러워 손길을 피하려고 머리를 움직이니 긴 손가락이 집요하게 따라 붙어. 결국 머리카락을 내준 지민이는 정국이 손길을 느끼며 가만히 누워. 지민이 머리카락을 만지면서 자주 가던 축구 까페의 유머 자료를 보는 정국이와 머리카락을 헤집는 손길을 느끼며 누워 있는 지민이. 재밌는 걸 본 정국이가 ‘박지민 이거 봐봐’라고 이야기하며 귀를 살짝 잡아 당겨. 하지만 지민인 눈을 감고 모른 척해. 몸이 노곤노곤해져 잠이 오기 시작했거든. 

 

 

 

 

“하지마, 나 잘래” 

“잔다고?” 

“엉. 그러니까 영화 다 받으면 깨워줘” 

 

 

 

 

너 학교에서 자는 거 보니까 완전 못났던데- 정국이가 장난스럽게 이야기했지만 지민이는 그저 고개를 끄덕거리며 귀찮다는 표시를 내. 무거워진 눈꺼풀 때문에 더 이상 눈을 뜰 수도 없을 때, 정국이가 지민이 머리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리곤 베개를 받쳐줘. 잠결에 취해 정신이 몽롱해질 쯤, ‘잘 자’라고 이야기하는 정국이의 목소리를 들은 것 같기도 해. 

 

 

 

 

 

*** 

 

 

 

 

 

한참을 자던 지민이. 허전한 옆자리가 느껴져 잠을 깨. 눈을 떠보니 방이 조금 어둑해져 있었고 정국이는 옆에 없어. 자기가 얼마나 잔건 지, 놀란 상태로 시계를 보니 2시간이나 지나있어. 게다가 후드 집업은 벗겨져 있는 상태였고. 생각해보니 잠결에 더워서 스스로 벗은 거야. 

 

 

 

자기 팔에 난 멍들, 그리고 그 위에 발라져있는 연고. 그걸 보자 입술 사이에선 자연스럽게 한숨을 내쉬어져. 이미 정국이가 상처들을 다 봤다는 걸 알려주고 있었거든. 이걸 보고 정국이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런 저런 자책들을 하며 지민이는 자기 머릴 헤집어. 

 

 

 

그런데 그 때, 방문이 열리더니 빛이 쏟아져 들어와. 살짝 인상을 찌푸린 채 바라보니 정국이가 지민이를 내려다 보고 있어. 

 

 

 

 

“잘 잤냐? 뭐, 얼굴보니 알겠다.” 

“.....뭐야.” 

“코까지 골더라고. 많이 피곤했나봐?” 

 

 

 

얄밉게 놀려오는 목소리에 지민이가 이를 갈며 ‘전정국 너 존나 얄미워’라고 이야기하자 정국이가 웃음을 터뜨려. 

 

 

 

 

“나와, 라면 끓였으니까.” 

 

 

 

 

정국이는 그렇게 이야기하곤 다시 거실로 나가. 지민이는 느릿하게 따라 나가고. 집 안에 라면 냄새가 가득하니 배가 고파져 오는 것 같기도 해. TV앞에 소반을 펴 놓고 둘은 마주 앉아. 그릇에 라면을 덜어 주는 모습. 지민이는 작게 미소 지어. 집에서 이렇게 사람하고 밥 먹어 본 게 오랜 만이거든. 지민이 것 다음에 자기 것까지 덜어낸 정국이는 지민이가 먹는 걸 보고만 있지 젓가락을 움직이지 않아. 볼이 볼록해지도록 라면을 먹던 지민이는 민망한 지 조금 느리게 씹고. 

 

 

 

 

“너 안 먹냐?” 

“집에서 다른 사람이랑 밥 먹는 게 되게 오랜만이라, 어색해서 그래.” 

 

 

 

 

지민이는 그 말에 젓가락질을 멈춰. 그리곤 정국이를 바라봐. 자기가 말해 놓고 민망한 지 정국이는 어깨를 으쓱 거리곤 젓가락을 손에 쥐고. 정국이가 먹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지민이도 젓가락을 들어. 둘은 밥을 먹으면서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눠. 

 

 

 

 

“영화는?” 

“다운 받아 놨어” 

“그래, 잘했어” 

 

 

 

 

작은 김치 조각을 집어 입에 넣은 지민이가 정국이에게 물어. 

 

 

 

“다운 받았으면서, 왜 안 깨웠어?” 

“너무 잘 자 길래. 피곤해 보이더라고” 

“어제 늦게 자서 그런가 보다” 

“야한 거 봤냐?” 

“.....정국아, 형 화나게 하지밀고 그냥 밥이나 먹어.” 

 

 

 

 

조금 짜증스러운 목소리에 정국이 눈이 반달로 접혀. 그 웃음이 불만스러운지 지민이는 한 쪽 볼을 씰룩 거리고. 이런 식의 대화를 밥을 먹는 동안 둘은 계속해서 나눠. 일상적인 이야기들. 이런 대화에서 지민이는 편안함을 느껴. 

 

 

 

밥을 다 먹고 난 뒤, 손에 김칫국물이 묻었다며 정국이가 잠깐 화장실을 간 사이 지민이는 설거지를 하기 시작해. 혼자 밥 먹는 일이 많다보니 먹은 뒤 설거지를 바로 하는 습관이 생겼거든. 평소 습관처럼 설거지를 할 동안 밖으로 나온 정국이는 지민이가 설거지 하는 모습을 보자 이야기해. 

 

 

 

 

“내가 할게” 

 

 

 

 

그러자 지민이는 턱으로 TV를 가리키며 대답해. 

 

 

 

 

“TV나 보고 있어” 

 

 

 

 

몇 번이나 자기가 하겠다고 이야기했지만 지민이는 꿋꿋이 고무장갑을 껴. 그 모습에 포기한 건지 정국인 거실 바닥에 앉아 리모컨을 들고. 이윽고 TV가 재생되는 소리와 함께 요즘 유행하는 연속극의 대사가 들려와. 그걸 들으며 지민이는 그릇을 닦아. ‘어머니가 해준 게 뭐가 있는 데요!’ 자기 어머니에게 화를 내는 남자 주인공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지민이는 혀를 차며 복덕방 아주머니처럼 혀를 차며 혼잣말 해. 

 

 

 

 

“불효막심한 놈. 지 부모 돈 보고 접근한 여자 하나 때문에 엄마도 몰라 보네” 

 

 

 

 

그런 지민이의 혼잣말을 들은 정국이. 입가에 미소가 지어져. 채널을 다른 데 돌리니 고개만 돌린 지민이가 ‘아 왜애! 그거 틀어!’라고 소리치는 게 왜 그렇게 좋은지. 유치하지만 지민이가 원하는 채널을 틀어줬다 다른 데를 틀었다 하는 걸 반복해. 

 

 

 

 

“그래, 니 맘대로 하십쇼” 

 

 

 

 

장난에 지쳐버린 지민이가 ‘나 삐졌소’하는 말투로 대꾸하자 정국이는 웃으며 연속극이 나오는 채널을 틀어줘. 그러자 지민이는 눈을 가늘게 뜬 채 슬쩍 정국이를 한번 보곤 ‘이제 진짜 가만히 납둬’라고 협박하듯 얘기해. 여전히 설거지를 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정국인 지민이 뒷모습을 한참이나 봐. 혼자서 모든 걸 해야했던 이 집에서 자기 일을 해주는 사람은 오랜만이었거든. 

 

 

 

 

“누가 설거지 해주는 것도 되게 오랜만이다.” 

“.....” 

“그래도 편해서 좋네. 앞으로 자주 와서 해줘” 

 

 

 

 

정국이가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이야기하자, 설거지를 마친 짐니가 옆에 앉아. 그러더니 괜히 정국이 팔을 툭툭치며 대답해. 

 

 

 

 

“그러지 뭐” 

“진짜?” 

“그래 진짜. 대신 내가 올 때마다 니가 이렇게 라면 끓여주면” 

 

 

 

 

지민이는 장난스럽게 정국이를 흘겨봐. 정국이 역시도 장난스럽게 무표정을 하고. 한참을 서로 무표정하게 보다 지민이가 먼저 ‘흐흐’하고 바람 빼듯이 웃어. 그 말간 웃음에 정국이 역시도 웃어버려. 

 

 

 

 

 

 

 

 

4. 

 

지민이는 정국이에게 시간이 늦었으니 자고 가겠다고 당당하게 말해. 그 말에 정국이는 어이없다는 듯 ‘누가 보면 니가 집 주인인 줄 알겠어’라고 얘기하고. 자기가 여기 주인이라고 장난치던 지민이에게 정국이는 자기 옷과 새 칫솔을 건네. 그것들을 새침한 표정으로 받아든 지민이는 ‘감사’라고 이야기하곤 화장실로 들어가 갈아입고. 

 

 

 

조금 큰 사이즈의 반팔과 바지. 새삼 느껴지는 체격 차이에 지민이는 ‘못 먹고 자란 것도 아닌데 나 왜 이렇게 작냐’하고 슬퍼해. 야무지게 세수 하고 양치질도 끝낸 완벽한 상태로 밖으로 나가니, 양치질을 하다 말고 칫솔을 입에 문 채 핸드폰 게임을 하는 정국이가 눈에 들어와. 아빠다리를 한 채 화면을 미친 듯이 누르는 모습. 옆에 앉은 지민이가 슬쩍 보니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한다는 리듬게임이야. 

 

 

 

 

“재밌어?” 

 

 

 

 

지민이가 묻자 정국인 고개만 끄덕거려. 치약이 가득한 입을 어물쩍 거리면서 뭐라고 이야기하지만 알아들을 수는 없어. 게임이 끝이 나자 지민이는 정국이 등을 손바닥으로 가볍게 두드리면서 ‘더럽다 새끼야. 빨리 화장실이나 가’라고 타박해. 

 

 

 

지민이를 장난 식으로 째려본 정국이는 화장실에 가 거품을 헹궈내. 양치질을 마치고 칫솔을 넣기 위해 칫솔 넣는 통을 보니, 덩그러니 꽂혀 있는 새 칫솔이 보여. 형이 결혼을 위해 집을 나가고 나서부턴 늘 정국이 것만 꽂혀 있던 자리였어. 거기에 다른 사람의 것이 있으니 기분이 묘하게 이상해져와. 이렇게 사소한 것부터 니가 베어오는 구나- 지민이는 듣지 못할 혼잣말. 그걸 한참이나 보던 정국이는 지민이가 영화를 틀었다며 어서 오라고 재촉하자 방을 향해 발걸음을 옮겨. 

 

 

 

 

 

*** 

 

 

 

 

 

‘백만장자의 첫사랑’이라는 영화는 보통 또래 남자아이의 감수성을 가진 영화인 정국이에겐 너무나도 지루한 영화였어. 한 줄로 감상평을 남기자면 ‘이연희가 예쁜 게 전부인 영화’. 영화는 그냥 그랬지만 정국이가 즐거운 이유는 한 가지야. 옆에서 펑펑 우는 지민이를 구경하는 게 즐거웠거든. 

 

 

 

 

-3분만 잘게, 3분만 

“안 돼, 자지마. 연희 누나 자면 안 돼! 누나 죽는단 말이야!” 

 

 

 

 

지민이는 자기가 남자주인공인 것 마냥 계속해서 눈물을 흘려. 현빈 형아의 품에 안겨 눈을 감는 연희 누나. 지민이에겐 세상 그 어느 것보다 슬프게 다가와 계속해서 눈물이 나와. 

 

 

 

 

“이게 그렇게 슬퍼?” 

“니가 집중을 안 해서 그래. 진짜 슬프단 말이야” 

“내가 보기엔 중학생때 여자애들이 보던 인터넷 소설 같은데,” 

 

 

 

 

정국이는 별다른 공감을 하지 못해. 그런 정국이를 본 지민이는 ‘너 같이 감수성이 메마른 애가 어떻게 시를 쓰는 건지 신기하다’라고 타박하고. 정국이는 별 다른 대꾸를 하지 않고 지민이에게 휴지를 끊임없이 건네. 영화가 끝이 나자 지민이는 코를 훌쩍거리며 가만히 앉아 여운을 느껴. 그런 지민이가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던 정국인 정말 궁금하다는 듯 질문하고. 

 

 

 

 

“어디가 그렇게 슬픈 거냐? 난 모르겠는 데” 

 

 

 

 

어느 부분이 슬픈 거냐고 묻는 정국이에게 지민인 ‘전부 다’라고 단호하게 대답해. 아직도 울음기가 남아있는 목소리. 그런 지민이에게 ‘넌 감수성이 너무 지나치게 풍부한 것 같다’라고 얘기한 정국이는 동영상 플레이어를 꺼. 슬픈 사랑이야기가 담긴 영화는 끝이 났지만 아직도 먹먹한 건지 지민이는 정국이가 가져다준 베개에 얼굴을 묻어. 

 

 

 

 

“이래서 세드 앤딩이 싫어. 만나면 뭘 해, 이어지지 않는 걸” 

 

 

 

 

진심으로 슬퍼하는 목소리에 정국이는 ‘그래, 그래’하고 대충 대답해. 그리고 그러면서 지민이 팔뚝에 있는 멍을 바라봐. 빠지려면 적어도 일주일은 넘게 걸릴 것 같은 데. 조금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보던 정국인 조금 다급한 손길로 인터넷을 틀곤 [멍 빨리 없애는 법]을 검색해. 

 

 

 

초록색 창에서 이것저것 찾아보는 정국이. 베개에 묻었던 고개를 들어 정국이의 옆모습을 보던 지민이는 정국이가 검색하고 있는 것을 보곤 자기 팔을 들어 봐. 팔뚝엔 여전히 자주 빛과 푸른빛이 공존하고 있어. 자기를 이렇게나 걱정해주는 게 좋기도 하지만, 어쩐지 어딘가 무겁게 다가오는 것 같아. 정국이가 [멍 빨리 없애는 법 쉽고 간단하게]라고 써있는 포스팅을 누를 때, 자기 팔에 새겨진 멍을 하나하나 훑어보던 지민이가 입을 열어. 

 

 

 

 

“진짜 나 좋아해?” 

 

 

 

 

애써 담담하게 하는 이야기. 갑작스러운 질문에 정국이가 고개를 돌려 지민이를 보니, 똑바로 누워 자기 손목 부근에 든 멍을 보고 있어. 

 

 

 

정국이는 자기 손목을 매만지는 손을 바라보다 작게 한숨을 쉬어. 뭐라고 말해야 자기감정이 전해질지 감도 잡히지 않아. 나도 너만큼 무섭다고, 그래도 다 괜찮을 거라고 관계의 시작을 망설이는 지민이에게 정국이는 얘기해주고 싶어. 하지만 그게 지민이에겐 강요가 될 수 있으니, 쉽게 대답 못하고 자기 입술만 깨물면서 침묵을 지키는 거야. 

 

 

 

그러다 어느 순간 눈이 마주친 국민이들. 자신을 향한 감정의 확신을 원하는 지민이에게 조금이나마 믿음을 주고 싶어 정국이는 다시 컴퓨터를 향해 시선을 옮기면서 대답해. 

 

 

 

 

“나 침대 같이 쓰는 거 진짜 싫어해. 그런데 너 지금 어디 누워 있어?” 

 

 

 

 

귀는 빨개졌으면서 담담하게 대답하는 목소리에 지민이는 웃음을 터뜨려. 지민이가 웃어대자 창피해진 정국이는 괜히 입을 삐죽 내밀고. 어쩐지 시선은 계속해서 ‘얼음찜질이 제일 좋다’는 글자에만 맴돌고 있어. 지민이는 그런 정국이 옆모습을 보다 눈을 감아. 옆에 느껴지는 인기척이 기분 좋게만 다가와. 

 

 

 

 

“미안해” 

“.....뭐가” 

“그냥, 전부다” 

 

 

 

 

내가 밀어냈으면 넌 평범하게 지낼 수도 있었을 텐데, 붙잡아서 미안해. 이 말을 하면 본인도 정국이에게도 상처가 될 꺼란 걸 알기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속으로 삼켜. 정국인 그런 지민이 볼을 잡아 당기곤 방의 불을 꺼. 노트북 전원까지 끄고. 그러더니 지민이 옆에 같은 자세로 누워. 조용한 방 안. 숨소리만 내던 정국이는 살짝 주먹을 쥐고 있던 지민이 손 위에 손을 겹쳐. 어둠 속이지만 얼굴을 조금 더 잘 보기 위해 지민이가 정국이 쪽으로 몸을 돌려. 그러자 정국이도 지민이 쪽으로 몸을 돌리고. 연한 가로등 불빛이 그려준 얼굴. 따뜻한 손이 조심스럽게 지민이 팔을 쓰다듬어. 

 

 

 

 

“아프지마.” 

 

 

 

 

지민이는 고개를 끄덕거리다 이내 주춤거리며 정국이에게 조금 더 붙어. 자기 목덜미에 얼굴을 묻은 지민이 등을 조금 큰 손이 쓸어내리고. 지민이는 다정한 손길을 느끼면서 눈을 감아. 그리곤 등을 쓰다듬던 손을 잡아. 그리고 그와 동시에 심장이 조금 더 빠르게 뛰기 시작해. 아직은 겁나는 게 너무 많아 니가 원하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못해주지만, 

 

 

 

 

“눈 감은 그 짧은 순간에도” 

 

 

 

 

속삭이는 목소리. 지민이의 말에 정국이의 손이 깍지껴오면서, 엄지 손가락이 맞잡은 손등을 살살 쓰다듬어. 

 

 

 

 

“니가 보고 싶을 거야” 

 

 

 

 

 

 

 

 

 

 

마지막 대사는 백만장자의 첫사랑에서 가져왔어요 

유치하고 오글거리는 거 좋아하시는 분들우 백만장자의 첫사랑 꼭 보시길 바랍니다 

 

+) 쓰다보니 느끼는 건데 원래 결말하고 조금 달라질지도 모를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제가 까먹어서ㅋㅋㅋ 그래도 최대한 좋은 방향으로 그려가겠습니다*^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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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제가진짜옛날에배틀호모맨날읽었는데 다시보게되서 너무좋아요 작가님♡♡
8년 전
독자2
얘네 왜 이렇게 이쁘게 연애하나요.......
와중에 지민이 넘나 안쓰럽구........ 맘이 아프구.......... 그런것..........8ㅅ8..........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짐니이 어ㄸㄱㄱㅎ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두 정국이와는 틀어지지 않구 이쁘게 잘 지냈음 좋겠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
이쁘다 둘이 진짜 서로 힐링해라 ㅠㅠㅠㅠ

8년 전
독자3
흐ㅠㅠㅠㅠㅠ짐나ㅠㅠㅠㅠㅠㅠㅜ오늘너무슬픈데애들은훈훈하고..귀엽고..그릏네여...근데또애들이잘되는걸보니완결이다가오는것같아서슬퍼요ㅠㅠㅠㅠ
8년 전
독자4
ㅠㅠㅠㅠㅠㅠ 우리 지민이 마상이에요 마상 아유ㅠㅠㅠㅠ 정국이로 다행히 지민이가 잠시나마 안식처가 된거같아 좋네요. 윤기쌤도 알아봐쥬세여 우리 지민이 많이 아픈애에요 8ㅅ8. 하 정국이랑 지민이가 침대위에서 역시나 배틀홈요 답게 티격거리다가도 오글거리지 않을만큼의 흔한 남학생들의 말들이 오가는데 제마음속에선 산들산들하네요 ㅠㅠㅠ 하흐 재밌어 작가님 매편 잘보고있습니다. 하 저도 해피가 좋은데 작가님 화이팅! 너뮤 재밌어여 @''@
8년 전
독자5
아유 예뻐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 지민이 동생이 지민이한테 마음을 열어가고 있다는것도 좋고 국민이들은 또 서로 꽁냥대서 좋고ㅠㅠㅠㅠㅠㅠ윤기쌤이 지민이 걱정해주는 것도 좋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지민이아빠가 때리는건 싫지만 전체적으로 마음따뜻하고 예쁜 글이에요ㅠㅠㅠㅠ잘 읽고갑니다ㅜㅠㅠㅠ
8년 전
독자6
작가님//항상 잘보고있어요 .. 제가 진짜 이렇게 재밋는건줄도 모르고 ㅠㅠ ㅋㅋㅋ 진짜 짜 유ㅠㅠ 근데 암호닉같은건 안받으시나요??
8년 전
독자7
넘나 이쁜것들 ㅠㅠㅠㅠ
오늘따라 분량이 많은거같아서 더 기분좋네요
백만장자의 첫사랑이라는 영화 저도 한번 찾아봐야겟네요 ㅎㅎㅎ 너무 잘읽고갑니다
국민들 행쇼행쇼!!

8년 전
독자8
에구... 우리 지민이 어떡해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9
어휴....힐링된다ㅠㅜ국민이들 계속 이렇게만 예뻐라ㅠㅜㅠㅜ작가님 감사해요!!
8년 전
독자10
지미니...ㅜㅜㅜㅠㅜㅠㅜㅠㅜㅠㅠㅠㅠ오늘분량이많은거같아요...감사합니다작가님!ㅜㅠㅠㅠㅠ지민이너무찌통인걸요ㅜ?재미있게읽고갑니다
8년 전
독자11
작가님 제가 지금 1편부터 지금까지 쉬지않고 정주행 해왔거등요 지금 너무 좋아요 지금 ㅠㅠㅠㅠㅠㅠ 눈이 너무 아픈데ㅜㅜㅜ 근데 국민이들 너무나 아련하고 둘다 안타깝고 예쁘고 행복하면 좋겠어요 이렇게 예쁜아이들은 정말루ㅠㅠㅠ
8년 전
독자12
아 ㅠㅠㅠㅠㅠㅠㅠ 너무 찌통이네요 지민이.. 마음을 쉽게ㅜ열지 못히는 그 모습이 이해가 가네요 전.. 에구 ㅠㅠㅠㅠㅠㅠㅠㅠㄱ그라도 결혼까지 꼭 하길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13
후어어어ㅓㅇㅇㅇ 어떡해요ㅠㅠㅠㅠ 지민이가 아버지한테 맞은 건 너무 승ㄹ프지만 ㅠㅠㅠㅠㅠㅠㅠㅠ 얘네 너무 예쁘게 연애하는 거 아닌가요ㅠㅠㅠㅠ 고등핟생들이 뭐 이렇게 ㄴ애절한지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14
지민아ㅠㅜㅜㅜㅜㅜㅜㅜㅠ맘아프다ㅠㅠㅜㅜㅠㅜ많은분량 감사해요ㅠㅠ
8년 전
독자15
지민이ㅠㅠㅠㅠㅠㅠㅠ 맞아서 아프겠네요ㅜㅠㅠㅠㅠㅠㅠㅠ 제발 정국이하고 마음 다터놓고 예쁘게 사귀면좋겠어요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16
엉엉엉 정주행 했습니다 망했어요 엉엉엉 심장이 너무 아파 엉엉 작가님 사랑해요 얘네 왜 이렇게 예뻐요 하 진짜 전정국 하아... 진짜 쩌쩔업니다 완전 멋있으세요... 사랑합니다
8년 전
독자17
작가님 혹시 예전에 쓰셨던 배틀호모 텍파로 보내주실수 있으신가요...? 저는 예전 배틀호모의 그 느낌이 너무 좋아서... 사실 연재를 진행하고 있는 작가님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쓰는 댓글로 보이실꺼 같은데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드릴게요... 예전 배틀호모에 사투리를 쓰는 거도 그렇고 정국이랑 지민이가 꽁냥꽁냥하는게 간질한 느낌이 있어서 좋았거든요... 보내실 수 없으면 어쩔 수 없구요.. 죄송합니다
8년 전
독자18
와 자까님ㅠㅠㅠㅠㅠㅠㅠ 제가 지금까지 본 국민 배틀 호모 중에서 최고인 것 같아요 진짜ㅠㅠㅠㅠㅠㅠㅠ 와 너무 재밋다... ㅠㅠㅠ 좋은 글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8년 전
독자19
지민아.,ㅠㅠㅠ 아프지마ㅠㅠ
(심각하게 몰입함...)

8년 전
독자20
작가님....언제오세요ㅠㅠㅠㅜㅜ
8년 전
독자21
저만 기다리는거 아니죠..?
8년 전
비회원224.30
으앙 작가님 언제오시나려 너무 보고싶어서 정주행만 5번째입니다..흙ㄱㅅ
8년 전
독자22
언제오시나요??????
8년 전
독자23
작가님을 그리워한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어요....어서 돌아와주세요ㅠㅠ컴백홈
8년 전
비회원49.45
자까님..맨날기다려요언제오세여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25
작가님 언제 오시나요 기다리고 있습니다...... 진짜 최고예요 잘 보고 있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ㅠㅠㅠㅜㅜ 빨리 뉴 띄워 주세요 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26
작가님 언제나 기다리고잇습니다ㅠㅠ 언넝 와주세요ㅠㅠ 정주행만 몇번짼지ㅠㅠㅠ
8년 전
독자27
와 대박이에여ㅠㅠㅜㅠㅜㅠㅜㅠㅜㅠㅠ진짜 좋아요ㅜㅠㅠㅠㅠㅠㅠ♡♡♡
8년 전
비회원105.203
작까니뮤ㅠㅠㅠㅠㅠㅠ언제오세요ㅠㅠㅠㅠㅠㅠ기다리고잇서욮ㅍㅍㅍ퓨ㅠㅠㅠㅠㅜㅜㅜ너무재밋잖아욮ㅍㅍ퓨ㅠㅠㅠㅠㅠ작가님정말금손ㅠㅠㅠㅠㅠㅠ전계속기다릴꺼에욮퓨ㅠㅠㅠ꼭와주세오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28
자까님 오늘도 정주행 하고 와써요! 보고 싶숩니다 작가님 ㅠㅠㅠ
8년 전
독자29
젣님 너무 보고시퍼요,,,ㅠㅠㅠㅠㅠ계속 기다리고 있어욮ㅍㅍ
8년 전
독자30
자까님 너무재밌어서 댓글달정신도 없이 정주행하고 이제서야 로긴했네요ㅠㅠㅠ 다음편 꼭 올려주시는거 맞죠? 기다릴게요 ㅠㅠㅠㅠ 사랑함니다
8년 전
독자31
1화부터 정주행했어요 너무 아련하고 잔잔하고 슬퍼요ㅠㅠㅠㅜ작가님 언제 돌아오세요
8년 전
독자32
예쁜데 바스라질것 같아요ㅠㅠㅠㅠ 청순한 국민이들 행복했으면ㅠㅠㅠㅠ 청춘청춘하네여.. 아가들 좋은 기억만 남기길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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