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식아 밥 먹어야지. "
지금 나에게 말을거는 이 사람은 내 어머니.
" 아들아, 물 좀 주겠니? "
이 사람은 아버지.
그리고 내 이름은 김원식이라고 한다.
그 어떤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내가 누군지, 여긴 어디인지.. 모든 기억이 사라졌다.
친구라고 연락오는 아이들이 낯설었고, 세상이 무서웠다.
적응하기까지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러던 어느날 밤 학연과 밤늦게까지 술을 마신적이 있었다.
7시쯤 제법 이른 시간에 만난 우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나의 옛날얘기도 듣고
애써 기억해내기위해 노력하다가 떠오르지 않아 짜증을 내며 한잔 두잔 들이키다보니 금새 취해버렸다.
그와 헤어지고 마지막으로 시계를 본게 12시였던 것 같다.
비틀대며 길거리를 걷다가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것 같아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았다.
기억을 잃으면서 주량도 잊은건지 기분대로 마셨더니 속이 불편했다.
원식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속을 게워낼만한곳을 찾다가 자신의 앞에 멈춰선 두 발을 따라 고개를 들었다.
" 누구세요? "
눈을 얇게 뜨고 무거운 머리를 젖히며 상대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발끝이 찌릿해짐을 느꼇고 그 느낌이 머리끝까지 오르며 정신이 들었다.
예쁘다.
상대를 본 첫 느낌이었다.
남자치고 고운외모에 하얀피부.
원식은 첫눈에 반한듯한 느낌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바지를 털고
괜시리 흠흠-대는 헛기침을하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 어.. 저 아세요? "
원식이 다시 어색하게 묻자 상대는 방긋 웃으며
자신의 오른쪽 손바닥을 얼굴옆에 가져다놓고는 왼손으로 그 위에 글자를 쓰기 시작했다.
' 저는 이홍빈이에요. '
" 아.. 홍빈? 아니.. 저 아시냐구요. "
' 그게 중요해요? '
" 아니 뭐.. 딱히.. "
당돌한 홍빈에 원식은 다시 쭈뼛거렸고,
그에 비해 홍빈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연신 헤헤-거리며 웃고있었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다.
그날 원식은 취한것도 잊고 새벽내내 홍빈과 많은 이야기를 했다.
비록 장소는 길바닥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좋은 친구가 생긴듯한 원식이었다.
새벽 5시50분쯤 얘기를 하던 중 홍빈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그만 가봐야한다며 길 반대편으로 사라졌다.
원식이 급하게 따라갔지만 코너를 돈 순간 그의 모습은 보이지않았고,
결국 원식은 혼자 허탈하게 집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방 침대에 누워서도 머릿속은 온통 홍빈생각 뿐이었다.
말을 할 수 없다는 그. 손바닥에 글을 적어가며 나누는 대화는 새롭고 즐거웠다.
무엇보다 자신과 눈을 마주치며 웃는 홍빈은 잃어버린 친구마냥 편했고 기대고싶은 그런 존재같았다.
한참을 홍빈생각을 하다 원식은 잠이 들었고, 눈을 뜬 시간은 12시간후인 pm.06:00 이었다.
시계를 확인 한 원식이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향했다.
가볍게 저녁을 챙겨먹고 샤워까지 끝내자 시간은 8시경이 되었다.
한참 거울을보던 중 머리길이가 맘에 들지않는 원식이 미용실로 향했다.
" 어서오세요. 어떻게 해드릴까요? "
' 원식아, 난 짧은머리가 좋아! '
뭐지? 미용사의 질문이 끝나자 귓가에 맴도는 한마디였다.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미용사만 있을뿐 그 누구도 없었다.
괜히 귀를 후비며 원식은 찝찝한 마음으로 거울속 자신과 눈을 마주쳤고,
왜 그러냐고 묻는 미용사의 질문을 애써 얼버무리며 짧게 잘라달라말하는 원식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다시 거울을보고 시계를 보자 시침이 9를 가르치고 있었다.
' 아직도 3시간이나 남았네.. '
오늘 원식은 어젯밤 홍빈을 만난 그곳을 다시 가볼것이다.
옷장문을 열고 뭘 입을까 한참을 고민하던 원식의 귓가에 또 한번 속삭임이 들렸다.
' 원식이는 나시에 모자쓰고, 청바지 입은게 제일 멋져! '
미용실에서와 같은 목소리.
원식은 옷장문을 닫고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점점 무서워지기 시작한 원식이 방문을 열고 나와 거실로 향했다.
티비를 켜 볼륨을 최대로 올렸고, 모든방의 불을 켰다.
부모님은 어딜 가신건지 원식은 혼자있는데 이런일이 생기자 더욱 무섭고 두려웠다.
쇼파구석에 무릎을 세우고 앉아 계속해서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 이제 괜찮을려나..? '
원식이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방으로 향했다.
침을 꿀꺽 삼킨 원식이 속으로 카운트다운을 세곤 눈을 질끈 감은채 문을 벌컥 열었다.
방안은 고요했고, 방금 전 원식이 나가기전 상황과 같았다.
얼른 옷장으로 달려가 손에 집히는대로 원식이 옷을 갈아입었고,
책상위 손목시계를 마지막으로 다시 방안을 뛰쳐나왔다.
거실로 돌아가 베란다 유리에 자신을 비춰보며 마지막 체크를 하였고,
구렛나루를 매만지는걸 끝으로 10시쯤 집을 나섰다.
무서운마음에 일찍 나와버린탓에 원식은 여유롭게 길가로 향했다.
근처 편의점에 들려 음료수도 사고, 기억이나 되찾을까싶어 근처 공원도 뱅뱅 돌아보고.
학연과 전화통화를 하는등, 2시간을 제법 알차게 보냈다.
전날 밤 원식이 주저앉았던 그 길가, 그 자리.
12시에 맞춰 도착했지만 홍빈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주머니 속 음료수를 만지작거리며 아쉬운마음을 숨기지못하고 한참 한숨만 내쉬다가
돌아갈려고 뒤를 돈 순간 그곳에 홍빈이 서있었다.
여전히 방긋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홍빈.
원식은 기쁨이 배가되서는 방방 뛰며 좋아했다.
또 길거리에 앉을수는 없기에, 원식은 홍빈을 데리고 방금 전 둘러보았던 공원으로 향했다.
벤치에 앉아 원식 혼자 얘기를하고, 홍빈은 고개를 끄덕이는 대화를하며 또 한번 즐거운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어제와 같이 홍빈은 5시50분쯤 가야한다며 일방적으로 안녕을 고했고,
원식은 씁쓸했지만, 내일 또 볼수있을거란 믿음에 홍빈을 보내주었다.
그의 뒷모습에 끝까지 손을 흔들던 원식이 홍빈이 사라지자 다시 벤치로 시선을 옮겼고,
그곳엔 손도 안댄 음료수가 올려져있었다.
" 혼자 떠드느라 안먹는지도 몰랐네.. "
원식은 음료수를 챙겨 다시 집으로 향했다.
그후로도 몇번 자정마다 홍빈을 만났다.
12시에 만나 5시50분에 헤어지는 만남.
새벽마다 행복한 5시간50분을 보내자 원식은 삶이 행복해짐을 느꼈다.
그러다가 자신이 홍빈을 좋아하는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만남 5일째.
원식은 낮에 미리 사둔 꽃을 들고 거리로 향했다.
어디서 나타날지 모를 홍빈이라 건물에 바짝 기대선채 뒤에 꽃을 숨기고 기다렸다.
바로 옆골목에서 갑자기 고개를 빼꼼히 내민 홍빈에 원식이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숨겨둔 꽃을 건네주었다.
홍빈이 벙찐 표정으로 꽃과 원식을 번갈아보았고,
원식은 부끄러우면서도 꽃을 받지않는 홍빈에 민망해져서 괜히 심술을 부렸다.
" 아.. 아 받기싫음 말어!! "
근처 쓰레기통에 꽃을 휙 던지자 홍빈이 놀라 달려갔지만,
이미 버려진 꽃을 다시 줍진않았다.
그옆에서 발을 동동 굴리며 안절부절 못해하는
홍빈을 바라보며 원식은 너무 섣불렀나 하는 자책감에 그날은 오래 만나지않고 먼저 발걸음을 돌렸다.
집으로 돌아온 원식이 베개에 얼굴을 묻고 많은 생각을 하였다.
' 괜히 버렸나? ' , '갑작스런 선물이라 놀랬던걸텐데.. ' , ' 아!! 김원식바보바보바보멍청이!! '
이내 원식은 연신 자신을 바보라 외치며 머리를 때리는 자해를 가했고,
천장을 바라보자 홍빈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시계를 바라보자 am02:15 분명 집에 돌아갔을거라 생각한 원식이 침대에 몸을 뉘었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 저녁, 원식은 요즘 잠이 많아졌다.
새벽에 놀고 아침에 잠드는 탓일것이다.
침대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펴며 창밖을 보니 해가 지고 있었다.
어두운 방에 불을 키고 오늘은 뭘하며 12시를 기다릴까.
하는 생각에 창고문을 열었다.
오랫동안 묵혀둔덕에 먼지가 뿜어져나와 한참을 켁켁-대며 기침을하고,
손으로 먼지를 휙휙 저으며 시야를 트자, 낡은상자와 잡동사니들이 보였다.
그 중 눈에띈 테이프로 굳게 닫힌 작은상자 하나를 꺼내 귀에 대고 흔들어보자
안에 든것이 얼마없는지 가벼운 소리가 들렸다.
방으로 돌아와 테이프를 뜯어보았더니, 그 속엔 낡은사진들이 있었다.
제법 많은 사진들을 차례대로 넘겨보자, 원식이 과거에 행복한 사람이었음이 느껴졌다.
고등학생시절 학연과 계곡에 갔던 날, 처음 술을 마셨던 날, 고등학교 졸업식, 대학교 입학식 등
많은 사진들을 넘기던 중 원식은 한순간 표정이 굳을 수 밖에 없었다.
홍빈과 찍은 사진.
원식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사진속 인물은 분명 이홍빈 이었다.
같은 티셔츠를 입고 카메라를 향해 웃고있는 두 사람.
원식은 사진을 내려놓고 옷장으로 향했다.
떨리는손으로 문을 벌컥 열자, 구석 옷걸이에 걸린 사진속 티셔츠
이해되지 않는 상황에 원식이 다시 사진을 집어들었고,
이리저리 살펴보던 중 뒷면에 적힌 짧은편지를 읽게되었다.
' 오늘 100日 오늘도내일도사랑해 원식아. 홍빈이가 '
그 순간 원식은 머리를 크게 맞은듯 멍해짐을 느꼇고,
이내 심한 두통에 그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주마등처럼 스치듯 옛기억들이 떠올랐고,
그 속엔 홍빈이 있었다.
홍빈이 교통사고를 당해 자신의 눈앞에서 죽었던 그날이 떠올랐다.
급히 길거리로 가야겠단 생각에 원식이 다시 한번 옷장문을 열었고,
자켓을 꺼내 뒤를 돌아본 그 순간
그곳엔 홍빈이 서있었다.
얼굴은 눈물 범벅이된 채, 손바닥에 연신 하트를 그리는 너. 이홍빈.
안아주고싶었지만 잡히지않았다.
모든것이 끼워맞춰지는듯 했다.
왜 공원에서 음료수를 마시지못했고, 꽃을 받지못했고, 말을 못하고, 아침이 되기전 사라졌는지.
긴머리는 지저분하다며 원식의 짧은머리를 좋아했던 홍빈.
키가 크니까 아무렇게나 입어도 멋지다며 나시에 청바지, 그리고 자신과 커플모자를 쓰는걸 좋아했던 홍빈.
그리고 지금 넌 웃는얼굴이 가장 예쁘다는 나의 말을 기억하는듯
흐르는 눈물을 닦으면서도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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