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눈 찔끈 감고 한 말에 아무 반응이 없어 살짝 실 눈을 떠 두 녀석을 보았고 말 그대로 멘탈이 붕괴된 녀석들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열...열.. 열네살... 차이... 어이 자봉아 나 지금 계산 잘 한거 맞지"
"응? 어? 어..어.."
제 머리를 부여잡고 풀린 동공으로 허공을 바라보던 자철이가 겨우 정신줄을 잡고 한 말이다.
나 역시 정신을 간신히 차리고 상황을 파악했을 때는 두 녀석 앞에 OO이와 둘이 나란히 앉아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형이 하는 말은 OO이가 사람이 아니다?"
"아니 뭐.. 사람은 아니지 않나.. 갑자기 나타났다안카나"
점점 기어들어가는 내 목소리. 내가 후배 앞에서 이렇게 쫄다니. 자존심이 팍팍 상하는구먼.
"지문이라던지, DNA라던지 뭐 그런거 검사는 안해봤어요? 사람인지 아닌지는 그걸로 알 수 있잖아"
"생각을 해봐라. 만약 진짜 아니면 우짜노. 사회적으로 이슈다 이슈"
"아 그렇구나"
"하여튼 구자봉.. 쯧쯧. 그럼 형네 대문에 지문인식기 있잖아요. 만약 지문을 인식할 수 없으면 정말 사람이 아닌거고, 인식하면 사람인거고. 해봤어요?"
성용이를 제외한 세 명의 눈이 크게 떠졌다. 왜 진작 그런 생각을 못했지? 맨날 찍고 들어오는게 지문인데. 나 바보인가봐-
네 명이 쪼르르 집 밖에 나가 문 앞에서 심호흡을 하는 그 모습이란... 내가 지금 뭐하는건가 싶기도 하고 OO이가 정말 사람이였으면 하는 바램도..
"대봐라. 긴장하지 마라. ......니가 사람 아니여도 내는 니가 좋다"
마지막 말은 두 녀석이 듣지 못하게 귓가에 말했다. OO이의 큰 눈망울이 나를 향하면, 떨리는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자철이가 그 모습을 보고 내 옆구리를 쿡쿡 찔렀고 자철이의 손등을 찰싹하고 소리나게 때려줬다.
"우이씨- 빨리 해봐!! 심장 떨려 죽겠네"
벌겋게 된 손등을 문지르며 소리를 지른 자철이의 말에 OO이가 긴장한 표정으로 인식기에 엄지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제발... 제발.... 사람이였으면 좋겠어. 니가... 사람이였으면 좋겠어 OOO.
"저희는 이만 가볼께요.."
"밥은 먹고 가라. 오랜만에 만났는데 형이 그것도 못해줄것 같나"
일어나려는 성용이의 손을 잡아 끌어 다시 앉히고 이 어색한 기류를 어떻게 하나 하고 머리를 굴려봤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인식기는 OO이의 엄지 지문을 인식하지 못했고 두 녀석은 놀라서 입이 떡 벌어진채 지금까지 이러고 있다.
순간 투둑- 하는 소리와 함께 테라스 통유리에 빗방울들이 내려앉았다. 아랫입술만 잘근잘근 씹는 OO이의 손을 꼭 잡고 있자 성용이가 시기를 한다.
"아니 지금 여자친구 없는 우리 둘은 어쩌라고 둘이 그럴 수가 있지? 그치 자봉아?"
"진짜 너무 하십니다. 요즘 기분이 좋은것도 다 이유가 있었어-"
"그나저나 너무 배고프다- 형 뭐 없어요? 비오는데 나가기도 그렇고.."
성용이의 투덜거림에 OO이가 환하게 웃으며 날 본다. 무슨 의미인가 싶어 빤히 바라보는데 윙크를 찡긋 한다.
"제가 부침개 해드릴까요? 저 완전 잘하는데!"
"오오오오오 부침개 부침개!!!"
"됐다! 얘네가 얼마나 잘 먹는지 아나? 우리집 거덜난다"
"장이야 또 보면 되죠-"
"그래요 형! 장은 또 보면 되지"
앞치마를 들고는 주방으로 들어가는 OO이를 보다가 두 녀석을 흘겼다. 하여튼 내 못살아.
"형은 진짜 좋겠어요"
"아니 근데 진짜 짠- 하고 나타났어요?"
두 녀석의 말에 나는 그냥 웃었다. 얼굴도 예쁘고 진짜 뽀얗고 착한것 같고 요리도 잘하면 진짜 대박!! 촐싹맞은 자철이의 말에 또 역시 웃었다.
"웃지만 말고 말 좀 해봐요- 근데 진짜... 사람도 아닌데 어쩌려고 그래요?"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며 진지한 표정으로 물어오는 성용이. 덕분에 내 얼굴에도 웃음기가 가시고 씁쓸한 표정이 지어졌다.
"내도 모른다. 너무 좋다. 너무 좋아서 지금은 그냥.. 지금만 생각하고 싶다. 니라면 안 반하겠나"
"반하죠 반하죠 반하고 말고. 근데 진짜 예쁘다. 천사아냐? 천사?"
"짜샤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성용이가 핀잔을 주자 자철이가 억울하다는 목소리로 사람이 아니라는데 천사라고 안될거 있냐는데 일리가 있다.
"처음엔 하얀 옷을 입고 있었다디. 그래도 내도 처음엔 천사인줄 알았다. 근데 아무것도 기억을 못한다. 저 이름 석자 밖에 모른다"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던 자철이와 성용이. 주방에선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난다. 이미 어두워진 밖. 비는 여전히 내리고 바람까지 분다.
"에이 형 진짜 도둑이다! 그래도 어떻게 저렇게 어리디 어린 애를!!!"
"니도 연애 해봐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기라"
"어때요 어때요 어때요"
부추가 잔뜩 들어간 쪽을 북- 찢어 한 입에 넣은 자철이가 우물우물 하더니 눈을 크게 뜨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이어 성용이도 먹어보더니 형님 복 터졌네요 란다. 니가 뭘 좀 알긴 아는구나- 짜식
"요리는 왜이리 잘해?"
"음... 몰라요"
자철이의 말에 헤헤-하고 웃어버리는 OO이. 배고프다더니 부침개를 허겁지겁 집어먹는 두 녀석. 봐! 내가 우리집 거덜날거라 했지?
"형은 진짜 좋겠다. 맨날 이런거 먹고 사는거야? 와나.... 갑자기 섭해지려 하네.. 3주간... 우와.. 난 라면만 먹고 살았는데"
"그럼 배고프면 와요!"
"야야야야 안돼 안돼"
"진짜 진짜? 그래도 되지? 자봉아 내일 부터 숟가락, 젓가락 들고 오자"
내 말은 처참하게 씹혔다. 아 진짜 소외감드네? 내일부터 저희 밥 잘 부탁합니다 형수님- 이라며 성용이 녀석이 장난스레 손을 내밀었다.
OO이가 성용이 손을 잡으려함과 동시에 성용이 손을 쳐내버렸다.
"안돼 안돼. 무슨 소리고!!!! 쌀 사가지고 온나!!"
"우리 사이에 무슨.. 그런 물질적인건 필요치 않아요. 저희의 마음을 드릴게요"
누가 구글거림 아니랄까봐 저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뱉냐. 아오 진짜 이 진상들!!!!!!
오늘은 조금 일찍 왔죠?! 이따 저녁엔 8편 올릴게요~
비회원분들이 많이 보시는것 같아서 제 글 올라오는 시간대 알려드릴게요!
평일에는 8시 이후에 올라와요! 특별한 일이 없으면 11시 안으로 글 올리니까 시간 맞으시면 시간대 맞춰서 보시면 편리하실거예요!
제가 댓글에 답글 꼬박꼬박 달아드리고 싶은데 여건이 안되서 조금 늦게 답글 달수도 있어요ㅠㅠㅠ 정말 죄송해요...
그래도 댓글 일일이 다 읽어보고 늦게라도 답글 달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염치가 없어서 댓글 많이 달아달라고도 못하겠네요잉......ㅠㅠㅠ 더 노력하겠습니다!!
그럼 꿀같은 토요일 잘 보내시구요! 저는 이따 저녁 8시 이후에 또 오겠습니다요~
Thanks 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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