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나무 아래 차를 잠시 주차하고 앞 경치를 보는데 꾸벅 꾸벅 졸고 있는 OO이.
아침부터 그 난리 칠 때 부터 알아봤다. 목 아플 까봐 뒷자석에 있던 목배게를 받쳐주자 편안히 잔다.
아까 오면서 콧노래까지 흥얼 거리며 좋아하던 OO이의 모습이 생각나 피식- 하고 웃었다.
딱 1주일이다. OO이가 온지 딱 1주일. 그런데 벌써 적응이 됐는지 항상 먼저 일어나던 OO이가 내가 일어났을때까지 자고 있으면 너무 조용해서 기분이 이상하다.
바닥에 생전 본적 없는 길고 긴 머리카락이 떨어져 있고 내 옷만 가득 하던 옷방 한 켠엔 원피스가 몇 벌이나 걸려있다.
전과 달라진 집을 볼 때 마다 후배 녀석들이 집에 몰려오면 큰 일 나겠구나 하는 우스운 생각도 든다.
작년 휴가 때 성용이 녀석이 대표팀 후배들을 몽땅 데리고 쳐들어온적이 있으니 그런 생각이 날 만도 하다.
이번엔 단단히 막을거다. 작년엔 무방비 상태로 당했지만 올해는 어림도 없다. 그 상대가 기성용일지라도 말이다. 사실... 두렵긴 하다.. 기성용이면..
안전밸트가 불편한지 뒤척이는 OO이. 달칵- 하고 안전밸트를 풀었다.
정말 천사가 아닐까 의심 된다. 어디 하나 나무랄 때 없이 예쁘다. 예쁜 여자친구 있는 남자들이 왜 다른 남자 앞에 여자친구 내놓기 겁나다고 하는지 알겠다.
하얗고 까맣고 빨갛다. 입술이... 빨갛다. 이럴 때 쑥쑥 자라나는 못된 마음. 쪽- 하고 몰래 입을 맞췄다. 심장이 터질것 같다.
마치 첫사랑과 첫키스를 한 기분이랄까.. 뜨끈 뜨끈한게 속에서 쿵쾅거리는게 그대로 느껴진다.
한참을 바라보다가 뒤척이며 살짝 눈을 뜨는 OO이 때문에 깜짝 놀라 다시 핸들을 잡고 밖을 보는척 했다. 티나나...?
"아저씨- 나 얼마나 잤어요?"
"하..한시간 정도 잤다. 이제 밥 먹어야지"
하암- 하고 예쁘게도 하품을 한 OO이가 눈 끝엔 눈물을 달고 예쁘게 웃는다.
가까운 레스토랑으로 차를 몰았다. 근데 아저씨는 나 잘 동안 뭐했어요 라고 묻는데 뭐라 대답해야하나 하고 망설였다.
"ㄱ.. 그냥 밖에 경치 봤다. 핸드폰으로 게임도.. 하고.."
"근데 생각해보니까 나는 아저씨에 대해서 잘 몰라요"
"내는 축구 선수다. 국가대표. 지금은 휴가다. 몇 주 뒤엔 또 훈련하러 나가야디"
"우와 축구 선수!!! 그 아저씨가 맨날 하는 게임 말하는거죠? 요로케 요로케 움직이는거"
박수까지 치며 좋아하는걸 보고 진작 말해줄걸 아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멋있드나? 당연하죠!! 요로케 요로케- 요로케가 어떻게인지 내가 우예 아노?
"진짜 신기하다. 아저씨가 축구 선수란 말이죠? 우와 우와"
"근데 잘 못해서 맨날 욕이나 먹는다. 지난 시즌 완전 망했다"
뭐라고 해야 되나 고민하는듯 입을 꾹 다물고 눈만 요리 조리 돌리는데 그 모습이 예뻐 기어 스틱을 잡고 있던 손으로 OO이의 왼손을 꽉 잡아줬다.
뭘 그렇게 골똘히 생각하는지 아랫입술까지 잘근잘근 씹는다. 그라믄 예쁜 입술 상한다 안카나. 아저씨!! 그래도요 다음 시즌엔 더 잘하면 되죠!
"그 한마디 하려고 그렇게 골똘히 생각했나"
"위로예요- 위! 로!"
"그래 위로 좋다. 위로"
내가 웃자 따라웃는 OO이. 이 행복한 시간이 얼마나 갈 수 있을지 두렵기도 하다. 갑자기 홀연히 떠나버리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 말이다.
그래도 현재만 생각하려 노력한다. 지금 일어나지도 않은 나중일을 생각하면 머리가 아파지니까.
OO인 여전히 창 밖을 보며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를 따라 흥얼 거리고 있다. 내 마음은 아무것도 모르는듯...
"니가 갑자기 나타난것 처럼 갑자기 사라지면 내는 우예하노"
"에이- 아저씨도 참- 내가 어떻게 갑자기 없어져요?"
"그러니까 니가 갑자기 나타난것 처럼이라 안하나"
"음... 안 없어질거예요- 아저씨랑 평-생 같이 살거야"
그래. 평생 내 옆에 있어. 습관 처럼, 니가 없으면 안되는것 처럼 그냥 내 옆에 있어. 이젠 그래야 할것 같아.
"나도 사실 걱정되요.. 아저씨가 나 버릴까봐"
"내가 니를 와 버리노"
"귀찮아서.."
"하긴 니가 좀 귀찮긴 하다"
에라이- 또 농담할 타이밍을 잘 못 잡았다. 농담이랍시고 한 말인데 시무룩하게 고개를 떨구는데 또 나 자신한테 화가 난다.
안되겠다 싶어 갓길에 차를 세웠다. 급정거를 하자 놀란 눈으로 날 바라보는 OO이.
"농담이다. 내가 널 우예 버리노. 그런 쓰잘데기 없는 생각 치아라. 그냥 니는 내만 보면 된다. 내가 니 좋아한다 안했나"
"아저씨..."
"그냥.. 내만 봐라. 니는 그러면 되는기다."
빨갛게 달아오른 두 볼을 감싸고 그대로 키스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모른다. 머리가 새하얘지고 내가 지금 뭘 하는건지 자각하지도 못한다.
어디서 온건지, 어떤 아이인지, 심지어 나이도 몇인지 모를... 이런 어린 아이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는게.. 맞는건지 모른다.
오래 지나지 않아 입술을 땠다. 놀라서 커다래진 두 눈동자를 바라보고 말했다.
"가슴이 시켰다"
오늘은 기분이 좋지 않아서 글이 잘 안써지네요ㅠㅠㅠㅠ
평소보다 짧고 부족한 글일 수 있어요... 내일은 좋은 글로 다시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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