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놈이다.
빨리 이곳에서, 남자에게서 도망치라고 머릿속에서 경고음을 벵벵 울려댔다. 해서 남자의 손을 뿌리치고 뒤를 돌아 도망치듯 몇발자국을 뗐다. 근데 왠지 뒤가 싸하다. 아까 뿌리칠때 뭐에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가 났던것 같기도하고, 에이 설마, 아닐거야. 하고 뒤를돌아보자 코를 부여잡고 있는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어떡해 많이 다쳤나? 아니야 도망쳐야 돼. 무슨소리야 사람이 다쳤는데, 게다가 도망쳤는데 저 남자가 신고라도 하면. 아니야! 지금이라도 도망치면, ...하하. 내가 조금만 덜 양심적이였으면 좋겠다. 내안에 선과 악이 싸우다 결국 선 쪽이 이겨 남자에게로 다가섰다.
"미안해요, 괜찮아요?"
하고 제 얼굴을 감싸고는 주저앉아 있는 남자의 얼굴을 매만지는데 남자가 웃는다. 코에 피가 나는데 웃는다. 버릇인지 남자가 이빨을 드러내고 웃자 금새 피가 이빨에 묻었는데, 그에 비릿한 맛이 느껴질텐데도 웃는다. 마냥, 웃는다. 엄마. 딸 무서워.
"ㅇ,웃어요? 왜, 왜 웃어요. 피나는게 웃겨요? 그쪽 지금 피,"
"이제 그쪽한테서 내 냄새나요."
그러고선 저와 다시 가까워진 내 팔목에 코를 갖다대 킁킁댄다.
...엄마 보고싶다.
*
"이름이 뭐라고했죠?"
"음, 네프라고 불러요."
사기꾼이네. 사기꾼이야. 예명 사용하는거보니 이건 진짜 빼도박도 못할 사기꾼이네. 아, 남자의 코에서 나는 피가 그칠줄을 몰라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남자와 나를 쳐다보길래 일단은 우리집으로 왔다. 뭐라도 해야겠어서 휴지를 주니 돌돌 말아 제 코에 집어 넣는 남자였다. 그리고선 조금은 억울한듯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내게 말을 건네는 남자였다.
"근데, 한국에선 동거가 그렇게 안좋은 거에요?"
"그걸 지금 말이라고, 허. 정말 몰라서 묻는 거에요?"
"네 제가 이쪽 문화를 잘 몰라서, 아 정서라고 해야되나 아무튼 잘 몰라요."
"어, 음. 예 그게 그렇게 못될...짓은 아닌데,"
"그럼 왜,"
내 말에 다시금 억울한표정을 지으며 제 코를 어루만지는 남자였다
"아니지. 처음 본 사람한테 할 말은 절대 아니죠. 사랑하는 사이에만 하는거에요. 그마저도 아직 인식이 아주아주 나쁘다고요 있잖아요. 왜 여자랑 남자랑 동거를 하다보면,"
아직도 피가 멈추지 않아보이는 남자의 코에 심했나 생각이 든 내가 괜한 죄책감이 들어 과하게 몰아붙이니 점점 낯빛이 어두워지는 남자였다.
"그렇구나... 몰랐어요 한국엔 아주 어렸을때있던게 다라서, 미안해요."
"예? 한국인 아니에요?"
"아아, 맞아요. 근데 초등학교때부터는 쭉 외국에서 지냈었든요."
"예? 그럼 한국어는 왜이렇게잘하는데요"
남자의 말에 내가 못미더운듯 뚱한표정으로 말하니
"집안 사람들이 다 한국어를 쓰니까요. 그 외에는 불어쓰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아아-"
남자의 말이 온전히 내게 들릴리 없었다. 이미 내 뇌리에는 남자는 사기꾼. 혹은 그냥 이상한 놈.이라는 인식이 낙인찍듯 콱 박혀있었다. 그나저나 어쩌다보니 집까지 데려오긴했는데, 이 남자를 어쩌지. 아니 어쩌긴 내쫒아야지. 그래 근데 어떻게 내쫒지? 순순히 나가진 않을거같단 말이야
"나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했겠구나"
"아니에요."
...지금도 충분히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나 그런사람 아니에요."
"아... 예"
"진짠데, 진짜 몰랐어요. 나는 영감이 필요해서, 그냥 그쪽이 내 옆에 있어주기만 하면 되는건데, 나쁜 짓 할 생각은 정말,"
"그럼 동거가아니라 룸메이트라고 했어야죠. 그리고 생각 없습니다."
그리고 사기꾼이 무슨 영감. 아무래도 이 사람, 보통 사기꾼이 아닌 것 같다. 무서워. 빨리 내보내야겠어.
"...진짜요? 진짜 없어요? 다시 한번 생각해봐요 응?"
"예, 없어요. 이제 코피도 멈춘것 같은데 혹시 나갈 생각은 없,"
"근데 여기는 몇 평이에요?"
"그게 대체 왜 궁금해요. 아 빨리 나가요. 이제, 진짜."
"아, 밖에 나가기 무서운데,"
"예? 지금 뭐하시는,"
"아니, 서울이 눈감으면 코 베어가는 곳 아니에요? 제가 또 겁이 엄청 많거든요"
"아니거든요? 안그래요. 그리고 충분히 용감해 보이세요."
"맞는거 같은데, 제가 오늘 몸소 경험했단 말이에요. 진짜로 눈 깜짝 할 사이에 코에 피가,"
하며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제 코를 만지작 거리는 남자였다. ...쟤 지금 나 놀리는 거지?
"대체 어떻게 해야 나갈래요"
"룸메이,"
"싫어요."
꼬르륵-. 갑자기 경적울리듯 꼬르륵 소리가났다. 나는 아닌데, 이 큰 꼬르륵 소리는 설마. 역시나였다. 남자가 부끄러운듯 내 눈치를 보고있었다.
"밥 차려 줄테니까 다 먹고 가요."
"...치. 알겠어요. 알겠어."
안 그렇게 생겨서는 의외로 포기가 빠르네, 그나마 다행이다. 냉장고를 열어 엄마가 바리바리 싸준 반찬통 몇개를 꺼내 식탁에 내놓았다. 마지막으로 밥그릇을 내놓으니 좋다고 웃는 남자였다. 나 진짜 정신이 어떻게 된건가. 처음보는 남자한테 밥을 차려주다니. 아니야. 됐어. 그래, 쌀만 뜯기자 쌀만. 돈만 뜯기지 말자.
"어? 같이 안먹어요?"
"과제가 밀려서요"
"아아. 그래도 같이 먹지."
"됐습니다. 많이 드시고 안녕히 가세요."
내 말에 뾰루퉁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숟가락을 들어 밥을 퍼먹기 시작하는 남자였다. 진짜 배고팠나보다. 잘 먹네. 그럼 나는 이제 망할 과제나 해야겠다.
*
"으으, 목 말라"
방으로 들어와 한참 과제를 하다 목이 말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실이 조용한거 보니 갔나? 시간을 보니 세시간도 더 지나있었다. 아직도 안갔으면, 그땐 진짜 경찰 불러야지.
"어?"
거실에 나가보니 조용했다. 적막, 고요와 같은 단어가 어울리게.
"갔네"
간다는 소리 없이 사라진 남자의 내심 섭섭한 기분이 들어 어이가 없었다. 와, 나 배고픈가봐. 별 기분이 다 드네. 배고파서 그런거야. 배고파서. 냉장고 문을 열어젖히니 깔끔하게 정리된 반찬통이 보였다. 게다가 야채는 신선실에. 어 이거 내가 귀찮아서 한쪽에 쌓아뒀던건데, 또 설거지 통을 보니 깨끗하다. 그릇이 건조대 위에서 말라가고있었다. 언제 치웠대.
'띵동'
한참을 그렇게 부엌에서 서성이다보니 초인종 소리가 울려댔다. 누구지. 올 사람 없는데.
"누구세요"
"어어, 501호 아가씨, 옆집에 이사와서 그런데 좀 도와줄래?"
"예? 집주인 아주머니?"
"응, 나야. 나. 얼른 나와."
집주인 아주머니는 정말 정이 넘치신 분이다. 모름지기 도시사회에서 옆집의 이사를 도울수 있게 해준다는건 정말 정이 넘치는 일 아닌가. 하하. 비꼬는 거 절대아냐. 물론 내가 여자라지만 옆집 이삿짐 정도야 들어줄수 있는 거 아니겠어? 투정아닌 투정을 부리며 주섬주섬 겉옷을 걸쳐입고 밖으로 나가니 집주인 아주머니가 엘레베이터 앞에서 기다리고 계셨다.
"어, 나와계세요?"
"응. 알고보니 이삿짐을 항공 편에 부쳐서 왔대. 내일 쯤 도착한대나? 그래서 내일 올려고"
"아아, 근데 옆집 이사온다는 얘기 없지 않았어요?"
"없었지. 나도 오늘 연락받고 바로 계약한거라 몰랐어-, 그럼 옆집 총각이랑 짜장면이라도 시켜먹으면서 친해져봐. 왜 요즘말로 훈훈하다고 하잖아? 딱 그렇게 생겼더라."
"예? 남자였어요? 근데 왜 도와, 아, 아뇨. 그럼 저는 이만."
"그래 알겠, 어? 502호 총각. 지금 와?"
"네"
"..."
"그래 나는 그럼 내일 도와주러 와볼게. 오늘은 둘이 짜장면이라도 시켜먹어. 이웃끼리 친해지면 좋잖아 안그래요?"
딩- 소리를 내며 집주인 아주머니가 기다렸던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니, 옆집 남자라는 사람이 내렸나보다. 그리고 낯뜨거운 말을 하시며 찡긋, 하며 옆집 남자에게도 다 보이게 내게 윙크를 하는 집주인 아주머니였다. 나름의 수신호라도 되는건가. 근데, 지금 이 상황. 누가봐도 내가 옆집 남자랑 다리 놔달라고 한 상황같잖아. '저기, 저, 오해하지마세요. 그게 아니라 집주인 아주머니가 원래 오버를 잘 하시는 성격,' 낯 뜨거움에 의해서 차마 옆집남자를 쳐다보지 못하던 내가 변명아닌 변명을 하며 남자를 보는데,
"또 보네요."
"ㅇ, 왜 그쪽이 여기에"
"룸메이트가 안된다길래. 오피스텔 메이트는 어떤가 해서요."
^t^ |
제목은 줄여서 부르실거면 '이남향녀'로 불러주세요. 무남독녀같고 좋지않나여. 나만 좋은거면 뭐...(시무룩)
그리고 신알신 누르고 간다던 독자님들 감사해요. 생각보다 댓글 많이 달려서 솔직히 기분 좋았어요. 하트
이제 무대시간이 장장 8분!이라는 음중 보러가야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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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신청이라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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