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의 미학
05
"성이름!"
"... 어?!"
교문 앞에 서 있는 김종인을 만나 집으로 가는 길에, 자꾸만 변백현의 표정이 머릿 속을 스쳤다. 그 표정이 안쓰러워서? 아까 내가 했던 못된 말들이 미안해서? 늘 챙겨주던 변백현한테 모질게 굴어버린게 후회스러워서?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 김종인이 날 부르는 목소리도 제대로 듣지 못했다.
김종인은 길을 가다 멈춰서서 내 볼을 두 손으로 감싸고 눈높이를 맞췄다.
"아까부터,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아니, 우리가 고등학교 3학년이기도 하고... 아까 담임 선생님이랑 상담도 했는데 좀 심각해서..."
거짓말이 술술 잘도 나왔다. 말을 뱉고나니 양심이 찔려왔다.
"네 성적이면 충분해."
"...별로?"
"그런 거 걱정하지마, 내가 먹여살려."
김종인은 내 볼을 놓고 바람에 흐트러진 내 앞머리를 정리해줬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김종인을 쳐다봤다. 그다지 춥지 않은 날씨가 좋았다.
"종인아."
"응?"
"아까 기다리느라 추웠지, 미안. 이제 핸드폰 꼭 꼭 잘 볼게. 너 안 기다리게!"
"됐네요."
"..."
"너가 나 기다리는거 보다, 내가 기다리는게 좋아. 좀 추워도 돼."
"또 독감 걸리시려고?"
"야, 그건..."
"얼른 가."
"응, 내일 영화보러 가자. 오랜만에 주말 데이트."
"알겠어."
김종인은 내 대답을 듣고나서야 손을 흔들며 뒷걸음질을 했다. 늘 그랬듯이 1층으로 올라가 김종인이 집에 가는 뒷모습을 봤다. 늘 그랬듯이.
김종인과 2시에 약속을 잡고, 약속 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넉넉하게 눈을 빨리 떴다. 오랜만에 하는 데이트라, 한껏 얼굴을 꾸몄다. 신발장 앞에서 뭘 신을지 한참 고민하다 신발을 골라신고 현관문을 열었다.
"짠."
"...헐, 뭐야? 왜 벌써 여기 있어?"
"좀 전에 왔어."
"그럼 문을 두드리지! 춥잖아."
"너 기다릴 때는 좀 추워도 돼."
"진짜, 바보야?"
"너 기다릴 때 기분이 제일 좋아."
"...바보 맞네."
김종인은 바보라는 내 말을 들은 척도 안하고 왜 이렇게 춥게 입고 나왔냐며 내 걱정을 하기 바빴다. 그러다가 또 예쁘다고 칭찬을 해주지를 않나. 아파트를 나와 김종인과 손을 잡았다. 차가운 종인이 손을 두 손으로 들어 호호 불었다.
"녹혀주는거야?"
"어, 진짜 차가워."
흐뭇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던 김종인이 꼼질거리던 내 손을 꽉 잡았다.
김종인과 영화를 보고 나왔다. 너무 슬픈 영화라 보는 내내 눈물이 그치지를 않았던 것 같다. 김종인은 그런 나를 보고 웃으며 계속 휴지를 쥐어줬다. ...김종인은 영화를 제대로 보긴 봤을까?
화장실에 들렸다가 다시 김종인한테 가려고 하는데,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변백현, 누가 봐도 변백현이였다. 옆에는 누군지 모를 여자가 꼭 붙어있었다.
심장이 가라앉는 기분이였다. 돌덩이로 한 대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멍하니 그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 머릿 속이 새하얬다. 여자친구? 아니면, 그냥 친구? 괜히 옆에 있는 여자가 궁금했다.
그리고, 어제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변백현과 한 마디도 안했다. 애초에 대화를 하고 그런 사이는 아니였지만, 그 사소한 인사 조차도 안했다. 내가 일부러 변백현 쪽으로는 눈길을 돌리지도 않은 것도 있고 변백현도 내 존재에 대해서 신경쓰고 있지 않는 것 같았다.
그냥 무턱대고 쏘아붙였던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점심시간, 종인이와 급식실로 내려갔다. 창가 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김종인은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면서 내 입 안에 넣어주기 바빴다. 너도 좀 먹으라며 돈가스를 하나 집어 김종인의 입에 넣어주는데 변백현이 남자애들 사이에서 지나가는게 보였다.
눈이 마주쳤다. 급하게 눈길을 돌려 김종인을 쳐다봤다. 심장이 요란하게도 쿵쾅거렸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미안해서. 미안하니까.
패딩을 목 끝까지 잠구고 편의점에 왔다. 분명히 김종인한테 배고프다는 소리를 하면 당장이라도 뛰쳐나와 뭔들 안 바치겠느냐만은... 날도 추운데 김종인을 고생시키고 싶지는 않았다. 편의점에서 우유랑 삼각김밥, 그리고 컵라면까지 계산을 마치고 봉투를 팔에 걸었다.
편의점을 나오자마자 보이는 변백현, 그리고 옆에는 영화관에서도 같이 있던 여자.
편의점 문에 달려있는 딸랑거리는 종 소리에 변백현이 이 쪽을 쳐다봤다. 그리고 눈이 마주쳤다. 그냥 바로 고개를 돌려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야,"
"..."
"성이름."
최대한 빨리 변백현 시야에서 멀어지고 싶어서, 고개를 푹 숙이고 빨리 걷고 있는데 아파트 정문 쪽으로 길을 꺾는 순간 가까이에서 숨 고르는 소리가 들리고, 내 이름이 불렸다. 변백현이였다.
"너..."
"..."
"왜, 나 피해."
변백현은 나를 돌려세웠다. 살짝 인상이 찡그려져 변백현을 올려다보면, 변백현은 잔뜩 찌푸려진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입을 꾹 다물었다.
"왜."
화를 꾹 눌러참고 있다는 표정으로.
"내가 화났을까봐? 상처 받았을까봐?"
왜? 내가 묻고싶어.
"나 그딴 거 신경도 안써. 그러니까,"
너가 왜 자꾸...
"나 피하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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