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알탄썰
w. 콩알탄
BGM :: J Rabbit - 내일을 묻는다
10.
난 콩알들에게 설렜던 적은 있지만 그게 좋아하는 감정으로 이어진 적은 없었음
내가 혹시 연애 세포가 없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던 중에 운동장에서 농구하는 무리를 발견!
그 중에서도 정말 '아 내가 이런 사람을 위해 여태 기다렸구나.'싶은 사람을 발견함.
콩알들에게 말하면 혹시라도 잔뜩 놀림받을까 앓다가 처음으로 경수에게 먼저 말했음
경수는 처음엔 놀란듯 하다가 내 행복을 빌어준다며 그 농구남에 대한 정보를 알아봐 준다고 했음 ㅠㅠㅠㅠ
경수천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내 마니또 ㅠㅠㅠㅠㅠ
"이름은 김수현"
"헐 이름도 내스타일.."
"고3 이고"
"선배.."
"연기자 지망생이래"
"으윽.."
그 농구남의 이름은 김수현, 이름을 알고 나서도 거의 한달간 알게 모르게
오빠 책상에 사탕을 갖다 놓는다던지 하며 내 애정을 표현했음.
내가 놓고간 사탕이나 초콜렛 등을 먹으며 복도를 걸어 가는 것만 봐도 행복한 때였음!
물론, 다른 콩알들에겐 비밀로 하고 경수랑만 이야기를 했었는데
항상 경수는 차분하게 잘 들어줘서 좋았었음ㅠㅠ 고맙다 내새꾸..
그러던 어느날,
평소 하던대로 사탕을 갖다놓고 내려오는 길에 종인이랑 딱 마주치게됨
" 너 어디다녀와? "
" ..에..화장실? "
" 거기 삼학년층이잖아 "
" 너는 어디다녀오는데? "
" 교무실 "
" 음.. 그렇구나? "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려 하자 종인이가 팔을 딱 잡더니 불어. 하는 눈빛을 마구 쏘아줌
근데 콩알들이 알면 난리날게 뻔하고 내 지고지순한 사랑을 방해받고싶지 않았음 ㅠㅠ
대충 둘러대고 그자리를 도망쳤고, 그 뒤로도 니니의 감시를 받고 살다가 결국 들키게 됨
" 김수현? 그 3학년형? "
" 알아? "
" 당연하지, 존잘이잖아. "
책상에 엎드려서 수현님과의 데이트를 꿈꾸고 있는데, 콩알들이 수현님에 관해 이야기 하는게 들려왔음.
그리고 그날 이후로 급식실에서건 운동장에서건,
[수현형의 비주얼로부터 지켜내기]작전이 개시됨
땀땀;
어딜가도 사방으로 막고있고
항상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며 비주얼 시 ㅋ 망 ㅋ 을 몸소 실천해주던 콩알들은
요로케.. 갑자기 꾸미고 다니더니 대놓고 날 꼬시기 위한 작전을 수행하고 있었음
내가 ㅋ 당할 ㅋ 쏘냐 ㅋ
그리고 무슨 자신감인지 단체로 수현님의 팀과 농구 배틀을 신청하더니
" 아이쿠 제 팔이 ^^ "
" 어머 제가 실수로.. "
누가봐도 일부러 거는 태클+블락+이글아이 를 선사했고,
결국 한 오빠가 나서서 니들 왜 이래? 하자 궁시렁대며 교실로 돌아옴.
아무튼 이렇게 애들의 나 지키기 + 수현님 괴롭히기가 계속되자
신경을 안 쓰려고 하다가도 수현님이 혹여 괴로워하지 않을까 해서,
사과드리기 위해(사실은 이렇게라도 얼굴을 보려고) 3학년 교실에 찾아감
" 야 요새 그 콩알탄? 걔네들 너한테 왜그래? "
" 아 거기에 걔 있어 "
" 걔? 너 책상에 사탕놓고가는애? 걔 진짜 이쁘던데ㅋㅋㅋ 왜 안 사겨 "
" 아 좀.. "
" 왜? "
" ..그 콩알탄인가 하는 애들 다 내가 걔 뺏어가면 나 때릴 기세던데, 어우 난 감당안돼.. 그리고 사귀면서 그 애들땜에 문제 안생긴다는 보장도 없고, 관리 안될 거 같애"
" 아 하긴 그것도 그렇네 "
그 순간, 뒷문에 서있던 나는 수현오빠와 눈이 마주쳤음.
평소에는 이렇게 눈만 마주쳐도 좋았던 오빠인데,
그 날 따라 별로 좋은 느낌이 들지 않았음.
당황하며 다가오는 오빠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웃어보이고,
어떤 생각이었는지, 그냥 무턱대고 조퇴를 해버림.
" 야 반장 너 아까 ○○이 봤어? "
" 아까 아프다고 조퇴하던데 "
" 종대야 ○○이 전화 받아? "
" 아니.. 전화기 꺼져있어 "
" 종대 너 ○○이 집 어딘지 알지? "
" 나도 알아. 전에 간적 있어 "
" 야 ! 문열어! 안에..? 어 안녕하세요..? "
" 응..? ○○이 친구들이니? "
" 네.. ○○이 없어요? "
" 응? ○○이 지금 학교갔다가 안왔는데.. 야자하고 있겠지 "
콩알탄들이 밉지는 않았음. 사실 콩알탄들이 더 소중한거 맞음.
만약 둘다 약속이 잡혔다면 콩알들 약속을 우선으로 했을거임
콩알들 잘못이 아니라 확실히 내가 결정해야 하는 일이었음.
만약 내게 콩알탄들이 없어진다면?
평생 이렇게 머무를 수 없으니, 언젠가 우리는 헤어지게 되어있음.
그게 내일이 될 수도 있고, 당장 지금이 될 수도 있는 일 이었음.
이런식으로 생각하다 보니까 나만..? 다른 애들은? 하고 생각하게 됨
앞으로 다른 사람도 만나게 될 텐데, 다른 사람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다른 콩알들은 다른 여자들 만나서 결혼하고 떠나가는데,
나 혼자서 계속 콩알탄이라는 환상속에서 살아가야 하는거 아닌가?
생각을 하는 도중, 비가 내리기 시작했음.
지갑에 돈도 없고 별로 비를 피하고 싶은 마음도 안 들었음
그래서 비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집과 정 반대편인 어딘지 모를곳의 놀이터에 앉아있는데, 뒤에서 종인이 숨소리가 들려옴.
뛰어왔는지 숨 차 하는 소리가 들려오는게 아무리 들어도 종인이였음.
핸드폰도 꺼놓고 말도없이 조퇴했으니 지금쯤 엄청 찾아다니겠다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찾아낼 줄은 몰랐음
" 종인아. "
조용하던 놀이터에 내 목소리가 울리자, 거친 숨소리가 잦아들며 종인이가 한걸음. 한걸음. 다가오기 시작함.
" 나는 너네가 너무 좋아.
항상 그래왔고, 앞으로 너네만큼 내가 좋아할 애들이 있을까 싶은데
어떻게 하든 나는 여자애고 너네들은 남자애잖아.
이렇게 남자들이 있는데 나 혼자 여자인 건
어떻게 보면 행운이겠지만, 이게 걸림돌이 되서
너네 모두가 날 떠날때 내가 혼자이면 어떡해..?
다른 사람 만나지도 못하고, 너네만 그리워하면?
주변에서도 나를 환상속에 갇힌 사람으로 보면 어떻게 해.."
" 그냥 우리 모르던 사이로 돌아가는게 나으려나..? "
여기까지 말을 마치는 순간.
종인이가 가까워짐을 느꼈고
고갤들어 종인이를 올려다보니
비에젖은 모습의 종인이가 보였음.
" 그딴소리하지마. 누가 널 떠나? 안떠나.
김수현이 뭐래. 우리가 있어서 너랑 사귀는게 싫대? 너 싫대? "
" ..아니 "
" 우리가 있어서 다른남자 못 만날거 같애? 근데 그건그럴거야.
누가 너 다른 새끼한테 보내준대 이렇게 나 혼자서도 갖고 싶어 안달난 애를 "
" ...응? "
" 안 보내, 못 보내. "
" 나랑있어. 평생.
연락없이 사라지지 말고, 평생 내옆에서 있어.
다른 새끼들이면 몰라도 나는 절대 너 안떠나. "
종인이의 몸이 파들파들 떨리고 있었음.
이게 분노인지, 비에 젖은 추위 때문인지,
나와 눈을 마주하고 있는 종인이는,
복잡한 표정을 짓고 날 마주하고 있었음.
내 마음도, 그 표정만큼 복잡해져왔음.
" 너가 나한테.. 얼마나 간절한 사람인데 "
그리고
그 찰나,
종인이와 놀이터에서
비에젖은
내 인생 첫 번째 키스를 함.
11.
그 날 이후로 나와 종인이는 학교에서 대표적인 교내 커플이 되었음.
물론 그만큼 안 좋은 소문도 많이 돌고, 손가락질도 많이 받았지만 정말 내가 행복할 수 있게 도와주고 아껴주는 종인이 때문에 그런것에도 하나도 굴하지 않고 마치 종인이를 정말 좋아하는 것 처럼 여기고 계속 사귀게됨.
처음에 종인이와 사귄다는 얘기를 콩알탄에게 했을때,
다들 거짓말치지 말라며 믿지않는 분위기였음.
특히 경수가 많이 놀랜 듯 했음.
다른 콩알들은 니니가 ○○이를 뺐어갔어 ㅠ 하며 찡찡대거나 축하해주는데, 경수는 굉장히 쇼크를 먹은 느낌이었음.
하긴, 그것도 그런게 어제까지만해도 수현오빠 좋다고 얘기하다가 갑자기 연락도없이 사라지더니 종인이랑 사귄다니;
그것도 제일 친하다고 생각하는 나였기에 뭔가 배신감이 들었을 것 같음.
그래도 경수는 혼자 곰곰히 생각하더니, 축하한다며 행복하게 오래오래 가라고 해줬음.
종인이는 정말 자기가 줄 수 있는 사랑을 모두 퍼다 부어주듯이 했음.
자고 일어나도 항상 눈 앞에서 사랑스럽다는 듯 턱을 괴고 쳐다 보고 있고.
부담스러워서 하지말라고 하면 꽉 껴안고는 마치 꿈같다는 소리를 연발했음.
내가 먹고싶은게 있으면 어떻게 아는건지 말하기 전에 미리 가져다놓고,
조금이라도 힘든 기색을 보이면 죽을병에 걸린듯 챙겨주고..
대표적으로 전교생이 야유했던건..
" ○○아. "
" 응? "
" 너 뭐먹고 이렇게 예뻐? 이슬? "
이라던가
" 얘들아. 얘 너무 이쁘지않아..? "
" 닥쳐 쫌 "
" 진짜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같아.. 뭐 어떻게 저런 생명체가... "
" 어후 me친 "
" 아 진짜 너무 예뻐 코도 이쁘고 입도 이쁘고 "
라던가...
전교생이 종인이의 애정을 부러워했음
모든 여자들이 받고싶어하던 종인이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나는 그만큼 시기와 질투도 많이 받음..ㅎㅎ
그러다가 내가 힘들어지는 시기가 오게 됨.
종인이랑 사귀면서 나를 힘들게 했던 건, 콩알들도, 종인이도 아님.
콩알들은 우리의 행복을 빌어줬고 종인이도 정말 사랑받고 있음을 매일매일 깨닫게 해줬음.
오히려 내가 힘들었던 것은 나 때문이었음.
지난번에도 말했듯, 나는 콩알들을 '연애 대상'으로 생각 해본적이 없었음.
첫키스..를 한 날은, 마음도 몸도 무방비 상태였고 혼란스러운 날 이었기에 더욱 더 쉽게 종인이를 받아들였을 뿐,
사귀는 내내 내가 종인이를 진심으로 좋아해서 사귀는게 아니란걸 계속 느꼈음.
사귀고 있으면 좋아하게 되겠지..
하고 막연하게 그냥 사겼을 뿐임..
그러다가 나 자신에게 한계가 오게 됨
매일매일 집 앞까지 바래다주는 종인이에게 미안한 마음도있고,
그러자고 지금와서 끝내기엔 너무 멀리 돌아왔다는 생각에,
매일매일 혼자 끙끙댔던거같음.
결국 나는 경수에게 이 사태에 대해 이야기 해 보기로 결심함.
****************
경수야
뭐해?
바빠?
아니아니, 그냥있어.
왜? 무슨 일 있어?
아니 그런건 아니고..
그냥..
음
모르겠어
종인이때문에 그래?
내가 말했었나?
아닌데..
그..
종인이 때문에는 맞지만..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대충 짐작은 했었어
그냥.. 너가 어떤앤지 아니까
그리고 넌 표정에 티가 나.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은
너가 원하지 않음을 숨기고 있을 필요는 없다는거야
네가 끌리는대로 하는게 제일 낫지.
네 잘못이 아니야
아마 종인이도 알고있을거야
****************
사실 어렴풋이 종인이가 눈치 채고 있을거란건 알고있었지만,
경수가 알고있을 정도면 종인이는 당연히 알거라고 생각을 했음.
혼란스럽고 어떻게 해야될지도 모르겠고,
이 상황에서 만약 헤어지게 된다면,
행여 틀어질 수도 있는 콩알탄과의 관계가 겁이나서 혼자 많이 울었음.
내가 왜 그자리에서 받아줬지? 하고 후회를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르겠음..
[○○아 지금잠깐 나올래? 집앞이야]
" 어. 왔어? "
" 밤중에 무슨일이야 ㅠㅠ 안 추워? "
" 좀 추운데... 너가 안아주면 안춥겠다."
이 밤중에 무슨일일까 생각하면서도 종인이에게 안긴 후 항상 종인이에게서 나는 향을 맡으면서 더더욱 오늘은 말하기로 결심했음.
이미 알고있음에도 모르는척하는걸까, 의문도 들었음.
" 우리 애기 "
" 응 "
" 뭐먹고 이렇게 예뻐 "
" 아 뭐야.. 그거 하지마! 애들이 자꾸 놀리잖아ㅠㅠ "
" 이쁘다 "
" 그럼 넌 뭐먹고 이렇게 잘 생겼어 "
" 너 사랑? "
이..이렇게 오글..거리는거 다들 하지 않음? 다들..하잖아요.. 왜그래...
다들..하잖아.. 다 하잖아!!!
" ○○아 "
" 응 "
" 너는 내게 세상이야 "
" .....? "
" 내 세상이 항상 밝게 빛났으면 좋겠다. 너는 내게 간절한 사람이지만, 그말은 동시에 너의 행복이 간절하다는 뜻 이기도 해. "
" 나 때문에 힘들어하는게 나한텐 더 아프다. "
" 종인아.. "
" 네 행복이 내 행복이야. 이제 그만. "
" 그만하자. 여기서. "
그날 종인이는 벙찐 나에게 자신의 옷을 덮어주고는 홀연히 사라졌고,
다음날 학교를 갔을때에는, 아무도 내게 종인이 얘기를 꺼내지 않았음.
나는 종인이에게 그래서 너무 고마우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음.
콩알들은 마치 우리가 사겼던 일이 없었던 일인 것처럼 행동했고,
너무 자연스러운 행동들 때문에, 나도 마치 그랬었던 것 같은 착각에 빠져있었음.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마음도 수그러듬과 동시에,
종인이도 나를 점차 잊어 갔을 거라고 생각했음.
정말 거의 그 기억이 사라져 갈 무렵,
또 다시 찾아온 생리통에 의해 양호실에서 잠이 들었을 때 였음.
약간 선잠이 든 터라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의존하고 있었는데.
작은 발소리가 가까워지더니, 이내 내 앞에 우뚝 서는 그림자가 느껴졌고 이마에 따듯한 감촉이 닿는 동시에, 종인이의 목소리가 들려왔음.
" 예쁘다. "
" 아프지좀 마. "
" 고마워. 잘 지내줘서. "
" 잘자. 내 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