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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경

 

 

 

승(承)

 

 

 

 

나는 소설속에서 단편부록쯤 되는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처절하면서도 불쌍한 인물이었고 결국은 거지같은 인생대신 쳇바퀴같은 일상을 선택했었다.나는 결국 단편부록처럼 본편에서 찢어져 너덜너덜해졌다. 그렇게 난 나 스스로를 지키는 법으로 무단해지는 것을 선택했다.

 

 

소설속 주인공인 소녀는 이미 찢어진 나의 삶을 이끌었다. 미지근한 내게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온기를 주었고 절대 끓어오르지 않을 만한 내게 활활 타서 빛을 발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내가 본 곳에서 그 소설은 신비롭기 그지 없었는데 반짝반짝 빛나는 지금의 나에게 그 소설은 보란듯이 내 코 앞에서 펼쳐졌다. 소녀가 어루어 만진 뺨이 뒤늦게 붉어져 나를 혼란스럽게했다.

 

 

 

[할아버지는 이번주 토요일 연말에 목을 매달거야.]

  

 

누가 들으면 저주인줄 알 말이다. 소녀의 표정은 사실을 담고있었다.한자한자에 실려있는 소녀의 진심은 사람들이 왜 그 소녀의 말을 곧이 곧대로 들었는지 알게했다.

 

 

노인네는 이상한 병이 있다. 나를 만나기 이전부터 걔속되었던 걸로 보였는데 그병은 바로 연말 마다 자해와 함께 자살시도를 하는 것이다. 내가 그 영감을 만나고 맞는 연말은 올해로 3번째가 되는데 그와의 첫 번째 연말은 최악이었다. 나는 양들을 절대로 집에 들이면 안된다며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노인을 애써 진정 시켰다.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제대로 갈지도 않아 이리저리 무뎌진 칼을 들은 채 양들을 위협하던 그는 자신을 꽉 끌어 안던 나를 받아주었다. 강단 있는 소리침과 달리 그는 한껏 웅크린채 내 품에서 엉엉 울었다. 노인의 눈은 내가 그 노인을 봐왔던 어떠한 날보다 더욱 세차게 흔들렸다. 무의식중에 일어나는 불안감과 자신에 대한 원망감에 서린 노인의 눈은 굉장히 불쌍해보였다. 자신의 가족을 잃은채 혼자 일어나 혼자 밤을 맞이하고 또 혼자 나무침대에 누워 지옥같은 다음날을 맞이하는 삶은 그 노인이 속으로 얼마나 많은 아픔을 감내해왔는지 짐작케 했다.

  

 

[여기서 할아버지랑 지내고 싶어요.]

[...귀찮은 놈]

  

 

노인은 나와 많이 닮아있었다. 밖으로는 툴툴대며 싫은척해도 속으로는 항상 이 상황을 함께해주는 남에게 고마워했다. 사소한 호의에 감동했고 작은 배려에 남 몰래 기뻐했다. 그날 내가 본 할아범의 뒷모습에서 그가 즐겨 부르던 노래가 들리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두 번째 연말은 바삐 지나가는 일상이 어긋나 틈이 생겨버렸다. 작년 연말이후 나는 노인네의 집에서 같이 살게 되었고 서로서로의 삶에 익숙해진 상태였다. 작년에 보았던 그의 모습보다 한결 유해진 모습에 나는 속으로 안심했고 또 안심했다.

 

 

그리고 그 작은 틈이 큰 균열로 이어지는 건 한 순간이었다. 겨울이 되면서 미끄러운 땅 탓에 평소보다 귀가시간이 늦어졌다. 원래는 해가 지기 전에 돌아와 노인과 칠면조 요리나 먹을까했었다. 그러나 내가 언덕을 내릴 때쯤 하늘이 급히 어둑어둑해지더니 새까만 밤으로 넘어갔다. 밤의 별빛은 아련히 온 동네를 비추었고 희게 쌓인 눈들 사이로 별빛에 반사된 마을의 창문들이 형형색색 빛나 무지개를 만들었다. 내가 학교에 다닐 때 항상 상상하던 모습이었다. 주위에 나를 따르는 양들과 함께 펼쳐진 들판은 너무도 멋져 나를 말 잇지 못하게 했다..아-케싯키.

  

 

왜 그말이 떠올랐는지 모르겠지만 꽤나 정감가는 발음에 나는 살풋 웃으며 반복했다. 케싯키,케시키,케싯... 발걸음이 빨라졌다.

  

 

도착한 집앞에선 고소한 칠면조 냄새가 풍겼다. 할아범이 그새를 못 참고 나 대신 먹을 요리를 미리 해놓은 게 분명했다. 괴팍한 할아범이라도 요리솜씨 만은 먹을 만했다. 일단 김남준의 그 고무 비스켓보다는 훨씬,훠얼-씬은 맛있다.

  

 

아- 방 안은 이상한 기운이 감돌았다. 사람의 온기는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초연함까지 느껴지는 분위기에 나는 팔뚝을 쓸었다. 분명 식탁에 앉아 나를 보며 꾸지람을 할 노인이 온데간데 없었다. 나는 그때부터 무엇인가 이질적인 느낌에 떨어야 했다. 설마, 상상을 하면할수록 비극으로 치닫는 탓에 한참은 그곳에 꼿꼿이 서 눈을 느리게 끔뻑였다. 그리고 나는 삐걱하는 나무 판자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나무판자를 아슬아슬하게 지탱한 채 자신의 방안 전등에 목을 감은 할아범, 나는 또 다시 그날의 악몽에 놓여져 버렸다.

  

 

[할아버지....제발 내려와요.]

[...양을 이곳에 들이면 안 돼.]

[...제발, 제발 내려와요.]

[양들이 다 먹어버릴게 분명해]

  

 

할아범의 눈은 생기를 잃었다. 그곳에는 어느 감정도 존재하지 않고 텅빈채로 날 투영해냈다.울먹이며 애원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나를 쳐다보기만 했다. 금방이라도 목을 메달아 죽어버릴것만 같은 모습에 나는 할아버지의 밑에서 울부짖으며 빌었다. 나는 그가 없으면 다시혼자라며 동정심을 발휘해보았지만 아무런 반응조차보이지 않았다.

  

 

[제발, 나도 할아버지 가족이잖아요!]

 

 

감정이 용솟음쳤다. 저 만치 깊은 곳부터 나 혼자 쌓아왔던 감정들을 한순간에 폭풍우처럼 토해냈다. 무정한 놈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아무런것에도 관심없고 하루하루가 지겨운 그런 인생을 살고있다 생각했다. 어쩌면 내가 그리 믿고 싶었던 것이다. 항상 당연시 지나쳤던 풍경들은 나도 모르는 새 내 가슴언저리에 뿌리내려 나를 옭아맸다. 나 역시 소중했던 것이다,그풍경들이.

  

 

할아버지는 자신 밑에서 고개를 파묻으며 우는 나에게 손을 뻗었다. 제작년 그날처럼 작년에는 그가 나를 끌어 안은채 날 위로했다. 우리는 서로를 죽음의 문턱에서 구원해 주었다. 어머니를 잃고 울던 나를 거두어 키웠던 3년전의 할아버지도 생명을 저버리려 했던 그를 구한 2년전의 나도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함께 했년 1년전의 우리도 그 순간 구원받았다.

  

 

“어떻게 하면 되는 거야?”

 

이번에는 내가 구원해줄 차례이다.3년전의 나를 어둠속에서 끌어주었으니 어둠 속으로 향해 가는 그를 구해줄 사람은 나이다.

  

 

“뭐가..?”

 

“노인을 살릴려면 어떡해야 되는데?”

 

 

소녀는 자신의 입술을 옅게 깨물었다. 앓는 소리와 함께 무엇인가를 고민하는지 미간이 찌뿌려졌다. 그런 미간 앞서 소녀의 앞머리가 망토 아래로 길게 늘어져 바람과 함께 부딫쳤다. 은실같은 머리카락이 밤하늘과는 달리 반짝였다.

  

 

“나도 몰라,내 눈엔 그가 자신의 방에서 죽어버렸단 말이야.”

“...바보같은 소리,거짓말이야!”

 

 

거칠게 내쳐진 소녀의 팔이 길을 잃고 내동그라졌다. 소녀의 눈빛은 혼란이 가득했다. 항상 자신의 말에 울면서 살려달라 애원하던 사람들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그는 소녀에게 불같이 화를 냈고 모른다는 말에 소녀를 경멸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넌 어떻게 사람의 죽음을 그렇게 쉽게 이야기하니?”

 

 

네가 틀렸다며 소년은 소녀를 몰아부쳤다.소녀는 이 상황이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사람들은 내게 자신의 마지막 풍경을 물었고, 그러면 나는 그 사람들의 눈을 바라보며 그들 눈에 담긴 풍경을 읽어냈다. 즉,소녀는 사경(死境)을 볼 수 있었다.그들이 죽기 직전 볼 수 있었던 모습을 미리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은 참 이상했다. 그래서 언젠간 맞이하게 될 그 숭고한 순간을 미리 귀뜸해주길 바라고 이를 준비해왔다.

 

소년도 그럴 줄알고 미리 말해주었다. 사별을 준비해오던 사람들은 모두 내게 준비할 시간을 주어서 고맙다며 웃어주었지 나에게 이리 모질게 굴진 않았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사경속 소년은 누구보다 밝은 모습으로 그에게 웃어주었지 저렇게 슬픔의 찬 모습이 아니였다.

  

 

“난 하나도 쉽지않아,저번에 본 남자는 집안에 있는 총을 들고 그대로 자살했단 말이야,그런데도 내게 웃는모습으로 어떠냐 물었어...”

“...”

“또 어떤 사람은 자신의 어머니가 병에 걸렸다며 마음에 준비를 해야한다 했어, 그런데 그 사람이 결국 어머니를 죽였어.”

“...”

“너무 귀찮게 군다고.”

 

 

이 소설은 소년이 생각한것 보다 더욱 참담했다.이 곳의 중심이라 생각했던 주인공은 누구보다 꾸깃꾸깃 구겨져 자신의 색체를 잃고 무뎌졌다.소녀의 머리의 색이 하얀색인 이유도 그때문이 아닐까. 결국은 남들 때문에 자신의 풍경을 잃어서.

  

 

“난 항상 무서워...”

“...미안”

“남들의 모습은 다 보이는데 내 죽음은 보이지 않아,나도 그렇게 죽어버릴까 무섭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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